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67화 (267/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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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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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갤럭시와 손을 잡는 게 낫지 않았겠습니까?”

“그놈들을 뭘 믿고? 새크리파이스보다 나을 거라는 보장이 있어?”

“없습니다.”

“이 동네 하루이틀 보는 것도 아니면서 뭘 그런 소릴 해. 어차피 둘 다 우리를 벗겨먹지 못해서 안달 난 놈들인데.”

“그래도 당장의 위기는 벗어날 수 있겠습니다만.”

“여우잡자고 호랑이를 들일 수는 없잖아. 갤럭시가 100배는 더 무서운 상대야. 차라리

여기서 새크리파이스와 붙는 게 낫지. 어후. 그놈들 돈 쓰는 거 봤냐? 10조를 무슨 애들 용돈 처럼 이야기 하더라.”

“그건 저도 조금 놀랐습니다. 나름 큰 돈에 대해서는 면역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제임스도 아직은 젊었다. 클라이드 밑에 있으면서 수십만개의 결정체를 다루었지만 갤럭시의 씀씀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왕 붙을거라면 크게 저지르는 건 어떨까?”

“뭐, 어차피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생각은 있으십니까?”

“마리엘 쿤을 건드린 건 알지?”

“네. 살짝 겁만 주고 빠져나오신 걸로 압니다만.”

“사실 엘라가 나오면서 잠깐 유예를 둔 것뿐이야. 조만간 다시한번 털러 갈 생각이거든.”

“그렇습니까.”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마리엘에 대한 공격은 미지근한데가 있었다. 준의 성격상 그런식으로 뭔가를 하다마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말이야. 생각보다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더라고.”

“무슨 말씀이신지.”

“수라드 행성의 헌터들이 이스카야 행성으로 오기 시작한거야.”

“아. 그거 말씀이십니까? 저도 최근 수라드 출신 헌터들이 오기에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만.”

“그런데 돈이 한 푼이라도 아까운 사람들은 이쪽으로 오고 싶어도 못 오잖아.”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수라드-이스카야를 왕복하는 정기선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 올때는 무료로, 대신 갈때는 조금 비싸게 받는 식으로.”

“흠... 사장님의 아이디어는 항상 회사에 적자를 안겨주시는 듯 합니다. 사실 결정체 매입가격도 조금 비싼감이 없지 않습니다.”

시세의 30퍼센트 이상 더 쳐준다는 것은 시장을 교란시킬 정도의 엄청난 만행이었다. 새크리파이스나 갤럭시 인더스트리가 긴장하는 것도 준의 이 결정체 매입방식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은 델타스피릿이 무한정 결정체를 매입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에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결정체를 사들인다면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가공해서 재판매를 하거나 하는 방식을 통해 수익을 얻어야 하는데 델타스피릿은 그럴 방법도, 그럴 권한도 없었다. 즉, 조만간 엄청난 적자를 떠안고 자멸하는 것만이 남은 것이다.

태생적으로 준의 펠로우쉽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기업이다 보니 생긴 한계였다.

“돈... 돈이 문제로군. 결정체는 얼마든지 있는데 말이야. 그걸 돈으로 바꿀 방법이 마땅치 않아.”

“애초에 비싸게 사지 않았다면 되는 일입니다만.”

“그건 경쟁력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아예 델타스토어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면 돈이 없어도 될 텐데.”

지금도 델타폰을 통해 어지간한 물건들은 전부 구입할 수 있었다. 밥이 잠을 줄여가며 통신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치 쇼핑 몰처럼 판매할 수 있는 물품을 카탈로그 형식으로 제작해서 올리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전송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명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그 때문에 그는 자신과 같은 상인을 키우기 위해 최근 고아 몇 명을 제자로 받아들였다. 밥의 펠로우쉽 자리는 꽉 차있었기 때문에 준이 직접 펠로우쉽 계약을 맺어주었다. 밥은 그 아이들을 가르치며 상인으로서의 기술을 얻게 되면 5레벨을 만들어 통신판매를 할 수 있도록 키울 생각이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 준도 동의했다.

좀 더 일을 키우면 후에 전문 택배업체로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문과 동시에 물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메리트였기 때문이다. 물론 비싼 가격만은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완전 대중화는 힘들겠지만, 물류 운송이 어려운 작은 행성이나 오지같은 곳에서는 잘 쓰일 수 있을 걸로 기대되었다.

“아예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곳이 아니면 그런 일은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알카트뢰즈 처럼?”

“네. 델타스토어에서 파는 물건은 일반적으로 비싼 편이니까요.”

“흠... 혹시 근처에 빈 행성이 있나? 외도가 있는 곳으로.”

“그렇게 형편좋게 있을리가 없지요. 그런 곳은 이미 다른 기업들이 전부 꿰차고 있으니까요.”

“조금 멀어도 상관없을 것도 같은데.”

“그렇다면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거주가능한 행성이라고 모두 경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비교적 멀리 있거나 외도의 숫자가 적거나 해서 버려진 곳도 있었다. 준은 현재 처치 곤란한 1000명의 사람을 던전에 가두어 둔 상태였다. 그들을 그냥 풀어줄 수도 없고 언제까지 던전에 둘 수도 없어서 고민하던 차였다. 그들을 알카트뢰즈와 비슷한 환경에 두고 델타폰을 주어 자생하도록 한다면 그럭저럭 시범적인 케이스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정기선은 내가 하나 만들어 둘게. 항해사는 어떻게 하지?”

“제가 알아서 고용하겠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어차피 직장이 없어서 놀고 있는 항해사는 많다. 적당한 월급만 쥐어주면 일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수라드 행성의 주 수입원은 두말할 것 없이 결정체다. 행성 자체적으로도 물론 자급자족이 가능한 구조였지만, 행성을 지금처럼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결정체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준이 선택한 방법은 그 수라드 행성에서 헌터들을 대량으로 빼오는 것이고, 그것은 충분히 분쟁의 소지가 있었다.

준은 슬쩍 델타포럼에 글을 올려 반응을 살폈다.

[곧 이스카야 - 수라드 정기선 출범. 이스카야행에 한해 무료로 운행합니다.]

-진심? 거의 오백은 할 텐데 그걸 무료로 푸는 거임?

-결정체 환급안하길 잘한 것 같다. 그런데 올때는 좀 비싼 거 같은데. 거의 1.5배 아닌가?

-이스카야에 정착하라는 소리지. 어깨위에 있는 건 어디다가 쓸 생각이냐?

-집값떨어지기 전에 빨리 팔자. 수라드 망조 들기 전에.

-난 좀 회의적인데. 새크리파이스에서 가만히 있을까? 일단 플랫폼에 들어올 수도 없을 것 같은데. 허가를 내 줄리가 없잖아.

-하긴. 대놓고 빼가겠다는 건데 입항거부하면 그만이네.

-바보냐. 셔틀만 있으면 사람 빼오는 건 별것도 아니다. 그것까지는 못막을걸.

-흠. 난 좀 두고봐야겠다. 어차피 저번에 결정체 다 털어서 지금은 굳이 갈 필요도 없고.

-난 급하다. 빨리 왔으면 좋겠다.

델타스피릿의 두 번째 함선명은 스왈로우로 정해졌다. 첫 번째가 새이름이다 보니 두 번째도 새이름으로 정한 것인데 그 단어에는 삼키다, 라는 속뜻도 있어 헌터들을 집어삼키기 위해 만든 함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한 것이다.

알바트로스를 베이스로 해서 완전 수송용으로 만든 함선이었기 때문에 기본 제작경험치는 비교적 줄어든 편이었다.

놀랍도록 강화된 비무장 섀넌 급 스타쉽(S급)

2135년에 개발이 시작된 다우트 형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입니다. 본래 수송선의 목적으로, 선체의 경량화, 적재량의 최대화를 달성하는 것을 주안점을 두는 쪽으로 개발되었습니다.

본 기체는 원형인 알바트로스를 개조한 것입니다. 무장을 제거하고 여객선의 용도로 사용됩니다. B급 이상부터는 특수능력이 붙습니다.

전장: 75.7m

폭: 40.6m

높이: 48.2m

운용 정원: 155명

최대 승객: 2500명

최대 항해 속도: 6.01

무장: 없음.

방어장비: EX필드 50000/50000

특수능력: 카모플라쥬. EX필드. 장거리 항행(연비 30%증가)

이걸 만드는 데 들어간 경험치는 약 300만. 일단 경험치를 꽤 많이 먹었던 무장들이 빠지면서 기본 제작비가 줄어들었고, 강화도 실패하지 않고 한 번에 끝냈다. 그러다 보니 비교적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연비도 올라가 보통의 여객선으로 사용해도 충분한 이득을 뽑을 수 있는 훌륭한 기체가 탄생되었다.

준은 이를 위해 새로 운송회사 하나를 차렸다. 새 법인을 등록하고 간단한 심사를 받은 이후에 운송업 허가증을 받았다. 어차피 운송업이라는 게 함선 하나만 있어도 어지간하면 통과가 되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로서 두 개 기업의 오너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어차피 다 돈먹는 사업인데 뭘.”

“그러니 말입니다. 다음에는 부디 돈 되는 사업을 하시길.”

제임스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 했다. 망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자금이 계속해서 바닥이다 보니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 구조는 준이 계속해서 일을 벌이지 않으면 종내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돈은 제가 벌면 되니까, 준은 하고 싶은 일을 해요.”

곁에 있던 루나가 입을 열었다. 실제로 그녀는 어그로시스템의 생산지휘와 함께 곧바로 다음 제품을 위한 연구에 돌입하고 있었다. 델타시스템의 기술 중 현대에 구현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드는 데는 그녀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이쪽 공장도 분리해야 하지 않을까? 여기는 제조업체인데 PMC로 제조업을 하는 건 불법이잖아.”

“그렇지 않아도 진행중에 있습니다. 사명은 델타 공업 정도 되겠군요.”

“그냥 우리도 인더스트리라고 하자.”

“회장님이 원하신다면.”

“회장이라고 하니까 너무 늙은 것 같은데...”

“원하는 대로 불러드리겠습니다.”

“그냥 치프마스터 정도로 하자. 마스터라고 하면 될 것 같은데.”

“그러면 우리의 쉐프님과 헷갈려서 안됩니다.”

“아. 그랬지.”

준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캡틴은 어떨까?”

“캡틴USA가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음... 그러면 대장은?”

“골목대장입니까?”

“끙. 막상 생각해내려니 어렵네. 그냥 편한대로 불러.”

“그러면 그냥 처음처럼 사장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나마 그게 저항감이 덜했다.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델타스피릿, 델타인더스트리, 델타스페이스 까지 모두 세 개의 기업을 가지게 된 준은 적어도 규모만으로는 상당한 기업체의 오너가 되었다. 다만 크기에 비해 직원수가 심각하게 적었다. 핵심인재가 모여있는 델타스피릿은 겨우 40명 정도였고, 델타인더스트리는 플랫폼에서 일했던 고령 노동자들 중에서 뽑은 10명이 전부였다. 거기다 델타스페이스는 약 스무 명 정도 뽑을 생각이었다. 모두 합해 직원이 채 100명이 안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새크리파이스를 상대한다고 했으니 강원삼이 기겁을 하는 것도 이해할 만 한 일이었다.

“사람이 부족해.”

“델타그룹의 직원은 전원이 펠로우쉽 소속이어야 하다보니 수가 적은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펠로우쉽 계약은 기밀유지와 직원 관리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사람들도 일단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펠로우쉽 계약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직원들을 통제하기 수월해진다.

펠로우쉽의 장점을 생각해보면 돈 몇 푼에 배신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가, 호감도 시스템에 의해 준에게 무의식적으로 신뢰가 쌓이기 때문이다.

준이 탑승하지 않는 스왈로우는 결정체를 이용해 움직였다. 델타폰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그냥 결정체를 투입하면 결정도가 올라가고 운행하는 만큼 그 수치가 서서히 줄어드는 것이다. 굳이 정제한 엑조틱 탱크가 없어도 되기 때문에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운행을 할 수가 있었다. 이것저것 따져보니 큰 손해는 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주선이야 가지고 있으면 재산이니 그것을 손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다만 만에 하나 함장으로 선임한 자가 우주선을 들고 튈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안전장치는 필요했다. 다름아닌 펠로우쉽에 가입된 자가 아니면 운행할 수 없도록 설정한 것이다. 즉, 델타OS와 연동하여 사용자 권한을 체크하고, 오로지 펠로우쉽 계약자만이 운행을 할 수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혹여나 분실을 하더라도 계약을 해지하는 것만으로 우주선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 EX필드가 있으니 외부에서 파괴될 우려도 없고 나중에 회수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복잡한 일을 정리하고 나니 조금 여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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