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66화 (26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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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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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삼은 더 이상의 언급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야기 한 것만으로도 정황은 대략 유추가 가능했다.

-파티마 제국측에서 딴지를 걸어 온 모양인데. 전차가 필요한 이유는 뭐지? 어차피 현대전이라고 하면 대부분 우주에서 벌어지는 거 아니야?

-전면전일 경우에는 그렇습니다만, 지금처럼 한 지역을 가지고 다툼이 일어날 때는 양상이 다소 다릅니다. 함대전을 벌인다는 건 그야말로 전력투구를 한다는 뜻이니까요. 양국 다 전면전을 원하는 건 아닐 겁니다. 이런 경우 대체로 국지전에서 끝나지요.

-육상전으로 해결난다는 뜻인가?

-모든 경우가 그런 건 아닙니다만... 이번 경우에 한정해서 그럴 수는 있습니다. 전차가 필요한 이유는 협상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일겁니다. 아무래도 이쪽의 무력이 압도적이라면 그를 바탕으로 더 많은 요구를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 회사가 파티마제국 소속이잖아. 그냥 넘겨도 될까? 이거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이미 늦었습니다. 3대의 전차가 넘어간 상황이니, 이제와서 물릴 수도 없지요. 그냥 빨리 넘겨주고 입을 닦는 편이 가장 최선으로 여겨집니다. 괜히 시간을 끌어서 두 국가 사이에 분쟁이 표면위로 떠오른 다음에 전차를 넘겨주면 그게 오히려 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강 과장이 말한 건 못들은 걸로 해야겠군.

-그렇지요. 설령 그가 우리에게 이야기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더라도 모른 척 우겨야 됩니다.

준은 펠로우쉽 메시지를 통해 제임스와 대화를 나누면서 한편으로는 강원삼을 의식해 고민하는 척을 했다.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오고가는 것을 알 수 없는 그로서는 준의 입만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의 침묵이 이어지고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한꺼번에 넘기도록 하지. 헌데 이걸 한꺼번에 옮기려면 어그로시스템 장비를 싣는데는 약간 문제가 있겠군.”

“지금 화물선 한 대가 따로 더 오고 있습니다. 저는 전차만을 가지고 갈 생각입니다.”

“좋아. 그럼 그건 해결 됐고.”

준은 서류에 사인을 하고는 다음 안건을 꺼내었다.

“이게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되지만... 행성개발이라면 새크리파이스의 영역에 침범하는 셈인데. 우리야 상관없지만 곤란하지 않겠어? 그렇지 않아도 파티마제국과 분쟁이 있다며, 왜 굳이 내부에서까지 분란을 일으키려는 거지?”

“얼마전에 새크리파이스에게 피해를 좀 입히셨다고 들었습니다.”

“흠. 뭐, 그렇게 됐지.”

준은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마리엘이 당한 것은 웬만한 정보력만 있으면 모두 알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사단도 왔다갔고,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해 어영부영 끝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황증거야 차고 넘치지만 결정적으로 물증이 나오지 않는 이상, 새크리파이스에서도 델타스피릿을 공격하는데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겉으로만 그렇게 하고 뒤로는 공격준비를 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강원삼이 말하려는 것도 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알아보니 불법적인 일을 하고 계신 듯 하더군요.”

“무슨 소리인지. 우리는 법을 어긴적이 없는데.”

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굳이 거짓말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는 델타스피릿의 결정체 매매에 대해서 간섭하지 않을 생각이니까요. 대신 새로운 투자협정을 맺을 의향도 있습니다. 결정도 체크와 매입 방식에 대한 정보가 있다만 말이죠.”

결국 갤럭시 쪽에서 원하는 것은 결정체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델타폰에 대해서 모를리 없으니, 기계적인 디바이스를 통해 엑조틱 에너지를 보관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은 모양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그렇게 나오시리라 예상했습니다.”

강원삼은 그렇게 말하며 스마트패널을 통해 영상을 링크했다. 그러자 홀로그램 영상을 통해 환급소에서 결정체를 매입하는 모습이 재생되었다. 영상속에서는 결정체 매입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새크리파이스의 조사관이 갑자기 난입해 환급소 전체를 수색했다. 델타스피릿의 직원은 미리 언질 받은대로 최대한 순순하게 협조하는 모습을 취했다.

물론 결정체는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준의 인벤토리로 들어간 물건이기 때문에 남아 있을리가 없는 것이다.

“뭐 어쩌라는 거지? 저게 증거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보는 건가?”

“현재 각 헌터들에 대해 계좌추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무기명 계좌를 통해 금액이 입금되었음이 확인 되더군요. 정황상 델타스피릿 소유의 계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돈이 저희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나왔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그래서?”

“그 두 가지를 연결해 강하게 추궁하면 헌터들의 자백도 받아낼 수 있습니다. 델타스피릿 소유의 결정체가 없다는 사실 하나로 언제까지 이런 불법행위를 피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강원삼은 마른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한마디 한마디 모두 며칠 밤을 새며 준비해온 것이다. 이건이 사실상 그가 이곳에 온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제임스가 준을 대신해 입을 열었다.

“두 번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저희는 결정체를 매입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나오실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연합법이 상당히 성기게 만들어져있다는 건 잘 아실겁니다. 성문법이 아니라 불문법이라는 것도요.”

“상식법을 말하는 건가?”

상식법이라는 것은 정식 법률용어는 아니었다. 단지, 불문법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명문화 되어있지 않은 사안의 경우 상식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민을 배심원으로 채택해 그 위법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민주국가가 아닌 연합의 경우는 조금 더 고약했는데, ‘시민’의 기준이 굉장히 까다로워 금융재산과 부동산 등을 모두 합해 최소 20억 이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서도 과거 범죄전력이 없는 이들만을 골라서 뽑았다. 문제는 그 정도 재산을 가진 이들은 대체로 대기업에 강한 동질감을 느낀다는데 있었다. 소위 말하는 대기업 프렌들리 정서다.

“눈치가 빠르시군요. 이 사안의 경우 충분한 정황증거가 존재하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단체가 있습니다. 이미 새크리파이스에서도 법률자문단을 총 동원해서 이번 건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배심원단을 꾸렸을 때, 과연 델타스피릿이 소송에서 버틸 수 있겠습니까?”

“다른 건 모르겠고, 그쪽이 나를 얼마나 우습게보고 있는지는 잘 알겠군.”

준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의 강경한 태도에 강원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현재, 본사는 델타스피릿과 새크리파이스를 두고 저울질을 하는 중입니다. 이 상황에서 귀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당신들을 보호해 줄 수가 없게됩니다.”

“제임스.”

“네. 사장님.”

“내가 왜 이런 멍청한 소리를 계속 듣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준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강원삼의 말은 줄여말하면 이런 것이다. ‘네가 가지고 있는 패 전부 까고 내 밑으로 들어와라. 그러면 보호해주겠다.’ 준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회의는 이걸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강 과장님께서는 이제 돌아가주십시오.”

제임스가 강원삼의 곁으로 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그가 약간 당황해 하면서 입을 열었다.

“저는 충분히 호의적으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 건은 그냥 넘어갈 만한 게 아닙니다.”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말해줄까?”

“대체 무슨...”

“너희들이 생각할 수 있는 걸 내가 생각못했을까?”

“...”

강원삼은 입을 다물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델타스피릿은 무리수를 두고 있었다. 아무리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다 한들, 새크리파이스 쯤 되는 대기업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걸고 들어갈 수 있었다.

쿵!

파지직!

“읏!”

준이 회의실 탁자를 내려치자 강원삼이 쓰고 있던 안경과, 그 외 전자장비 모두에서 스파크가 튀며 기능을 정지했다. 전자기제어를 통해 그의 모든 기기를 마비시킨 것이다.

“이제부터 하는 말은 아무도 듣지 못하겠지.”

“대, 대체...”

강원삼은 놀란 눈으로 준을 바라보았다.

‘대체 이 자의 능력은 어디까지지?’

마나를 일으켜 전자장비를 타격하는 기술은 사실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전자장비는 멀쩡한 상태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만 골라서 터뜨리는 것은 초 정밀한 마나컨트롤 능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거기다 소환사로서의 능력도 탁월하고, 엑조틱 웨폰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 강원삼은 지금까지 자신이 준을 높게 평가해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조정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무언가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네말이 맞아. 새크리파이스에서 걸고 들어올 수도 있겠지. 우리가 아무리 증거를 없애고, 발악을 해도 놈들은 어떻게든 우리를 걸고 넘어질거야. 중요한 건 증거가 아니라 의지라는 말이지.”

“의지...입니까?”

“그래. 과연 우리를 쳐서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새크리파이스가 바보라서 나에게 당하고 가만히 있는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다만 놈들은 아직 계산이 서지 않은 것뿐이야. 우리를 공격해서 얻는 실질적인 이득. 거기서 답이 나오지 않으면 놈들은 주저할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대기업의 자존심을 무시하면 안됩니다. 새크리파이스에서 과연 델타스피릿의 이런 장난을 두고보겠습니까?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어떻게든 소송을 진행할 겁니다.”

“너 말이야. 내 생각보다 머리가 나쁜 것 같다.”

“...네?”

준은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말을 이었다.

“대기업의 자존심은 거스르면 안되고, 내 자존심은 무시해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나보지?”

“...”

강원삼은 입을 쩍 벌렸다. 직원만 십만 명이 넘는 대기업과 단 한 명의 개인을 같은 선상에 둔 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더 문제는, 그것이 결코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든지 진행하라고 해. 우리가 증거를 없애려는 것은 단지 최소한의 명분이 필요한 것뿐이지 정말로 새크리파이스가 두려워서가 아니야.”

“그... 알겠습니다. 어쨌든 이 건은 보고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상관없어. 얼마든지 보고해.”

준은 그렇게 말하며 제임스를 향해 고갯짓을 했다. 그가 강원삼을 억지로 일으켜 회의실 밖으로 데려나갔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가 약간 휘청였다.

“정말로 놈들이 고소를 하면 어떻게 하지? 이거 피해갈 방법은 없는건가?”

준이 턱을 괸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호언장담하시기에 뭔가 방법이라도 있는 줄 알았습니다만.”

제임스가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방법은 네가 생각하는거지. 나는 큰소리 치고 명령하는 사람이고. 약간 멋있지 않았어?”

“그야, 조금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어차피 방법이 없으니 허세라도 있어야지.”

“그도 그렇군요.”

제임스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파티마제국에 적을 두고, 온갖 증거를 인멸한 것도 새크리파이스와 법적공방을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까지 신경을 썼는데 재판이 두렵지 않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무엇보다도 연합재판부가 자신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어떻게 보면 그냥 함대를 이끌고 와서 때려버리는 쪽이 속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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