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64화 (26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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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위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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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오랜 기간 테스트를 마친 신상품이 그 첫선을 보였다. 그 여파는 대단했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뛰어난 성능은 많은 헌터들의 이목을 끌었다.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일단 써보니까 정말 엄청난 위력을 보이더군요.]

준은 엘라를 품에 안고서 TV를 보다가 소리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거기에는 토르가 꽤 무거워 보이는 망치를 들고서는 어색한 표정으로 대사를 말하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그의 뒤에는 팀 어벤저가 있었는데, 다들 각자의 무기가 돋보일 수 있게 최대한 멋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헌터들 보다는 8세미만 어린이들에게 더욱 인기를 끌 것 같았다. 갤럭시 쯤 되는 회사에서 왜 광고를 저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었다.

다행히 바로 이어지는 레이드 장면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합이 척척 맞는 팀 어벤져의 레이드는 엑조틱 웨폰의 효과를 적절히 이용하며 화려하면서도 정교하게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 광경은 강원삼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있던 것을 편집한 것인지 ‘이 영상은 실제상황입니다’라는 자막이 영상 아래 흐르고 있었다.

일반적인 광고와는 달리 거의 5분짜리 광고였고 그 중 상당부분이 팀 어벤져의 레이드실황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적당한 편집과 CG의 사용으로 인해 별 말없이도 엑조틱 웨폰에 대해서 충분히 어필하고 있었다.

연합뿐만 아니라 연방까지 거의 동시간에 판매를 시작한 엑조틱 웨폰은 대단히 인상적인 PV와 함께 인기 몰이를 시작했다. 가만히 영상을 보던 준도 하나 구입하고 싶을 만큼 영상안의 무기들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델타의 제작품보다는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일단 가장 저렴한 무기중 하나인 갤럭시소드의 경우 최소 500만원부터 시작했다. 니들리스 시리즈의 가격이 대략 100EP. 그러니까 약 1000만원쯤 했고, 니들건의 가격이 150EP였으니 상대적으로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다. 하지만 니들리스 시리즈에는 갤럭시시리즈에 없는 특수효과가 붙어 있었고, 그 기술들은 대체로 외도의 항력을 뚫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때문에 같은 값인 1000만원대 엑조틱웨폰과 비교해도 그 성능이 훨씬 뛰어난 편이었다.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우려하던 바가 바로 준의 이러한 제작물품의 판매였다. 하지만 준과의 협상이 무위로 돌아간 지금 그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장악할 생각인 듯 했다.

그 생각은 꽤나 유효했다. 일단 갤럭시 시리즈가 시장에 안착하고 나면 헌터들은 우선적으로 신뢰도가 있는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제품을 사게 될 것이다. 준의 제작품은 델타폰이 없으면 구경조차 할 수 없었기에 그 파는 속도도 더뎠고, 전 항성계로 퍼지려면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적당히 팔아치우고 점점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겠지. 확실히 대기업이 무섭긴 무서워.’

하지만 애초에 경쟁상대가 아니었던 만큼 준은 솔직한 마음으로 엑조틱 웨폰의 성공을 기원했다. 오히려 이런 물건이 많이 팔리면 니들리스 시리즈도 덩달아 잘 팔릴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어그로시스템도 가격이 다소 비싸긴 하지만 갤럭시 시리즈의 판매와 함께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 보일수록 준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그나저나 슬슬 다시 수라드 행성으로 돌아가야 할텐데...’

준은 자신을 보며 방긋웃고 있는 엘라의 볼을 잡아당기며 생각했다. 그녀는 준보다는 루나를 많이 닮아 있었다. 이제 겨우 한 달 정도 된 아이임에도 이목구비가 뚜렷한 것이 자라면 대단한 미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한놈이 채가면 어떻게 하지...?’

벌써부터 그런 걱정이 들었다.

“나보다 약한 녀석에게는 절대로 시집보내지 않을거야.”

-신랑감을 구하기 위해선 우주를 전부 뒤져야겠군요.

근처에서 뒹굴거리며 시미와 놀고 있던 검둥이가 메시지를 보냈다. 어그로시스템 생산건 때문에 바쁜 루나 대신 준은 시미, 검둥이와 함께 엘라를 돌보고 있었다. 혹여나 준이 급한 일이 있으면 델타스피릿에서 가장 정상인에 가까운 서은설이 내려와서 보모역할을 했다.

때로는 마스터나 밥이 도움을 주었다. 이래저래 도움을 받을 곳이 많다보니 생각보다 아이를 키우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개중에서는 서은설이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엘라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지 틈만 나면 내려오곤 했다.

사실 딱히 그녀가 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녀는 마법실력을 높이는 것 보다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을 더 즐기는 듯 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직원들 중 누군가와 연애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뭐, 그 녀석도 좋은 남자를 만나야지.’

준을 함락시키기 위해서 주변 사람을 공략하고 있는 서은설이 들으면 환장할 생각을 하며, 준은 엘라의 기저귀를 갈았다. 염동력이 있다는 것은 이럴 때 참 편리했다. 보통의 엄마들이 무거운 아이를 들어가며 힘들게 해야할 일을 손짓 한번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돈 걱정없고, 바쁘지도 않다보니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었다. 밤에도 일어나 울며 젖을 보챌때도 있지만 준이나 루나나 둘다 체력적으로는 이미 인간의 기준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엘라에게도 계약을 맺어두면 좋을 것 같은데.”

펠로우쉽은 상대방의 동의가 있어야만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서은설의 경우도 있고, 의식을 잃었던 사람에게도 계약이 맺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부모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신생아의 경우에는 훨씬 더 쉽게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준은 일단 시스템에게 엘라가 계약을 맺는 경우 미칠 영향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대답은 ‘문제없다’였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창 일을 하고 있을 루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루나. 일해?

-네. 생산라인에 문제가 약간 있어서 그쪽을 알아보고 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아. 별건 아니고. 엘라에게도 펠로우쉽 계약을 맺을 까하고. 이왕이면 지금 맺어두는게 낫지 않을까? 일단 계약을 맺어두면 잔병도 없을거고, 위험한 일도 거의 생기지 않을 것 같은데.

-너무 어린데...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시스템에게 물어봤더니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더라고.

-그러면 준의 뜻대로 해요.

-알았어. 펠로우쉽에 들어오면 상태와 위치도 항상 확인할 수 있을테니까 조금 마음이 놓일거야.

-네. 그럼 부탁해요.

준은 루나와의 통신을 마치고 소파위에서 누워있는 엘라를 보았다. 반짝거리는 푸른색 눈동자가 준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얘 지금 내가 뭘 할지 아는 것 같지?”

-아닌 거 같은데요?

검둥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나를 닮아서 천재인가봐. 벌써부터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고 생각하는 걸 보면.”

-형님. 메시지가 안보이십니까?

“아니. 잘 보여. 좋아. 이대로 강행이다.”

아이의 몸에 나쁠 것도 없고, 일단 계약을 맺어두면 레벨업을 통해서 체력을 높여 어지간한 위험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다. 만약의 사태, 그러니까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거나 해서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약은 필수적이었다.

준은 엘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엘라. 아빠를 믿고 무조건 따라오면 되는 거야. 알겠지?”

끄덕.

엘라는 마치 준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은 깜짝 놀라며 검둥이를 돌아보았다.

“봤지? 얘가 내 말 알아듣는거?”

-착각일 겁니다.

검둥이는 하품을 하며 목덜미를 긁었다. 아이를 귀찮아하는 그는 엘라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미에게 시달리고 있는데, 귀찮은 꼬마가 하나 더 늘어났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었다.

“후.”

준은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는 조심스럽게 엘라의 손을 잡고는 계약을 걸었다. 그러자 머릿속에서 시스템메시지가 울려퍼졌다.

펠로우쉽 계약을 대상자 ‘엘라 알스버그’에게 신청합니다. 계약이 승인되었습니다. 프로필을 작성합니다.

“됐다.”

잔뜩 긴장한 것에 비해서 너무나도 손쉽게 이루어진 계약이었다. 준은 황급히 엘라의 프로필을 열어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는 눈을 비볐다.

“이... 이게...”

-형님. 무슨 일입니까? 혹시 무슨 문제라도?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뭔가 이상이 있는 것 같아서.”

준은 프로필을 다시 꼼꼼히 읽어보았다.

사용자 ; 엘라 알스버그

레벨   ; 1

클래스 ; 없음.

칭호   ; 펠로우쉽의 대상자(모든 능력치 +1)

능력치

EX필드 1/1

체력 245/245 마나 121/121 경험치 0 잔여 스탯 0

힘 1(+1)  민첩성 1(+1)  지능 7(+1)  정신력 3(+1)

기술

금수저 ; 부모에게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재능을 물려받았습니다. 그 성장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모든 기술을 빠르게 익히고, 별다른 노력없이도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합니다. 각 부모에게서 한 가지씩의 기술을 얻습니다.

염동력(초급) : 사용자의 정신력이 최대한으로 고양되어 나노로봇을 조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나노로봇은 뇌파로만 작동 가능하며 사용자의 신체를 포함 반경 10여미터에 한해 어떤 물건이든 조작할 수 있습니다. 초급에서는 100kg의 중량을 들어올릴 수 있습니다. (숙련도 0%)

사이코키네시스(초급) : 텔레파시를 가능하게 합니다. 상대의 정신에 침투하여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숙련도 0%)

“하하... 금수저라니...”

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일단 체력이 200을 넘었다. 준의 1레벨 체력이 100을 겨우 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수치였다. 거기다가 다른 것은 그렇다 치고 지능이 8을 찍은 상태였다. 이정도면 보통의 성인과 크게 다를바 없는 수치였다. 비록 지금은 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였고 뇌가 덜자라 겨우겨우 사물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제대로 그 능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지만 어느정도 주변을 인식할 수 있을 시기가 되면 엄청난 괴물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루나의 지능에 영향을 받은 건가?’

아기는 다른 곳 보다 뇌가 가장 먼저 성장한다. 육체의 다른 부위에 비해 머리가 큰 것도 그때문, 그렇다 보니 지능수치가 다른 스탯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지능이 벌써 8이라니. 우리 애 천재잖아?”

준은 입을 헤벌쭉하며 다물지 못했다. 자신의 아이가 천재라는 것을 공인받은 것이다. 그것도 어디의 야매 감정원이 아닌, 델타의 시스템이 내린 판정이었다.

거기다가 EX필드도 있었다. 이쯤되면 누군가 고의로 그녀를 해하려 하지 않는 이상, 혼자서 다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센은 한참동안 세일럼 시티와 그 근처 도시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어디를 보아도 준 알스버그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분명히 자신이 수라드에 도착할때만 해도 세일럼에서 깽판을 치고 있다는 것은 확인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증발하기라도 한 듯, 그 어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 것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그는 추적술에도 능하다. 산속에서 야생동물의 발자국만 보고도 며칠을 쫓아서 사냥할 수 있을 정도였다. 거기다가 마나를 이용한 추적기술을 사용하면, 인간의 발자국 정도를 추적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설령 그 위에 수십, 수백개의 발자국이 얽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이 그에게는 있었다.

하지만 준의 움직임은 도저히 추정할 수가 없었다. 그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갑자기 사라졌고, 그가 사라진 지금 세일럼 시티는 일대 혼란이 일어난 상태였다. 어제까지 멀쩡히 잘 사용하던 ARM기가 사라졌으니 헌터들의 좌절감은 상상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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