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60화 (26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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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위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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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던전각인을 마치고 던전을 닫았다. 그러자 던전이 뿌옇게 흩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준이 처음 있었던 공간으로 돌아왔다.

“음?”

헌데 던전을 빠져나오자 그 근처를 지키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갑자기 나타난 준과 시미를 향해 창을 겨누며 입을 열었다.

“누, 누구냐?”

“초면에 왜 반말이야?”

“...누구십니까?”

“알 것 없고. 왜 여기서 이러고들 있는거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웜홀이 나타났다고 해서 감시중이었습니다. 조만간 다른 헌터들도 모일 겁니다.”

사내는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 던전은 내가 처리했으니 신경쓰지마. 다들 돌아가라고 해야겠군.

“던전...이 뭡니까?”

“아. 아직 모르는 사람들도 있겠군.”

던전에 대해서 아는 사람만큼이나 모르는 사람도 많다. 애초에 그 존재가 희소하고 널리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방금까지 있었던 고정 웜홀을 말하는 거야. 안에 들어가면 외도들이 튀어나오지. 필드에 있는 놈들보다 훨씬 세니까 만약 던전을 발견하게 되면 무턱대고 들어가지 않는 편이 좋을거야.”

“허면 당신은...”

“난 많이 클리어해봤으니까 괜찮고. 어쨌든 이만.”

준은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험비를 꺼내었다.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대형차량에 놀란 창병들은 입을 쩍 벌린 채 준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세일럼에 결정체 환급기가 있다면서?

-보통보다 30퍼센트는 더 쳐줌. 지금 수라드행성의 결정체 가격에 비하면 거의 두배는 받을 수 있음.

-헐. 그럼 무조건 거기서 환급 받아야 겠네. 그런데 이거 문제되는 거 아님? 새크리파이스에서 놓은 기기는 아닐거 아냐. 보아하니 이것도 주인장 작품인 것 같은데.

-몰라. 우리야 그냥 이득만 보면 되지. 법적인 문제는 주인장이 알아서 하지 않을까?

-하긴. 감옥에 들어가도 내가 들어가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이거 걸리면 우리도 잡혀가는 거 아님? 파는 것도 불법이잖아.

-증거가 없어서 괜찮대. 결정체를 넘겨도 주고받는 사람이 없으니까.

-뭐가 됐건 난 거기서 환급받을 거다. 돈 차이가 얼만데.

세일럼의 ARM기는 예상대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겨우 세대뿐인 기계에서 하루에 벌어들이는 결정체가 2000개가 넘었다. 소문이 더 퍼지면 1만개를 돌파하는 것은 금방일 듯 했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제임스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장님. 생각보다 예산이 빠듯합니다.

-얼마나 버틸 것 같아?

-이 추세대로라면 한 달도 어렵습니다.

-다음번 투자 금액은 언제 들어오지?

-적어도 석달 후입니다.

-그때까지 버틸 돈을 좀 마련해야겠군.

-한 달까지는 어떻게든 버터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제임스의 고충이 텍스트를 통해서도 느껴졌다. 애초에 자신이 벌인 일이기 때문에 뒤처리 정도는 스스로 해야했다.

‘돈을 뜯어낼 곳이 없나...’

한두 푼도 아니고 조단위의 돈을 끌어오기 위해선 대형 계약을 맺는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갤럭시와 맺은 투자협정이 전부였다. D2전차 10대분을 넘기는 대신 3조원의 금액을 투자받기로 한 것이다.

물론 그쪽에서는 일단 3대만 받고 그것을 이용해 분석한다음 자체제작을 하려고 들것이다. 그 때문에 분할투자 형식을 취한 것이다. 하지만 준은 애초에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안다. 아무리 세계최고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갤럭시라고 해도, 애초에 제작품은 다른 세계의 과학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날고기는 천재가 있다한들 제대로 카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현재 지능70이 넘는 루나조차도 어그로시스템 하나 설계하는데 거의 1년을 소모하고 있었다. 준이 가진 능력 중 그나마 가장 따라하기 쉬운 것인데도 그럴진대 다른 물건을 만든다는 것은 넌센스였다.

‘전차는 팔아먹었고... 저가형은 팔아봐야 돈도 안되고.’

니들 건 같은 것을 일일이 현금을 받고 팔려면 엄청난 인력이 필요하다. 이왕 팔거면 기업상대로 거하게 해먹어야 했다.

마리엘 쿤은 손에 든 보고서를 읽으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게... 정말인가?”

“네. 현재 30퍼센트 이상 결정체 매매가 감소했습니다.”

“갑자기 왜들 이러는 거지? 어차피 집구석에 감춰놔봐야 별 쓸모도 없잖아. 가격을 너무 떨어뜨린 건가?”

현재 수라드 행성의 공식적인 결정체 매입가는 90만원이었다. 하지만 막상 팔려고 내어놓으면 90만원은커녕 80만원도 제대로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결정체 매입을 하는 현장에서도 비리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었다. 위에는 적당히 기름칠을 하며 속이고, 그보다 훨씬 저가에 결정체를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폐혜를 잘 알고 있는 드와이트 덴버가 어떻게든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노력했지만, 애초에 위에서부터 썩은 조직이 아래라고 깨끗할 리가 없었다. 몇몇 감찰관의 노력으로는 그런 개인적인 일탈들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등장한 그 ARM인가 뭔가 하는 것에 결정체를 죄다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다들 세일럼 시티에 있는 ARM이라는 것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최소 30퍼센트 이상의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델타스피릿과 관련이 없는 건가?”

듣자하니 아무래도 양상이 이스카야 행성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비슷했다. 하지만 드와이트는 고개를 저었다.

“현재로선 연관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델타스피릿은 이스카야 행성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습니까? 애초에 그 물건이 들어왔다면 통관에 걸리지 않았을리도 없습니다.”

“밀수를 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큰 물건은 밀수도 힘들뿐더러, 혹여라도 허가받지 않은 함선으로 직접 행성에 내리려고 했다면 우리측에서 발견하지 못했을리 없습니다.”

“끙. 그렇다면 그 ARM인가 하는 기기가 수라드 행성에서 만들어 졌을 확률이 높다는 건가?”

“아마도 그러합니다.”

“일단 결정체를 판 놈들 계좌를 추적해봐. 그러면 뭐가 나오겠지.”

“이미 확인해봤습니다만... 추적이 불가능한 계좌입니다. 무기명 계좌에서 금액을 인출하고 있었습니다.”

“젠장. 이래서 금융실명제를 해야한다니까.”

마리엘 쿤은 울컥 하며 책상을 내리쳤다. 무기명 계좌의 생성이 가능한 연합에서 계좌추적이라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연방처럼 금융실명제가 정착이 되어 있는 나라였다면 금방 추적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비자금단위가 수백조를 넘어가는 연합의 기업가들에게 금융실명제를 하자고 해봐야 아무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불법적인 일을 자주 행하는 새크리파이스부터 차명계좌를 수천개가 넘게 운용하고 있었다.

마리엘 쿤이 혼자 부들부들 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다.

“그렇다면 이대로 당하고만 있어야 한다는 건가?”

“일단은 결정체 대금이라도 정상화 하는 것이...”

“원래대로 올리면? 그래봤자 그쪽으로 몰리는 건 별 차이 없을거야. 애초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주고 파는 셈이니까. 일단 그 ARM인지 뭔지 하는 기계부터 수거해와.”

“하지만 마땅한 명분이 없습니다.”

“명분은 만들면 돼. 결정체 매매는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그러니 위법시설로 간주 폐쇄하겠다고 하면 되잖아.”

“결정체를 주고받았다는 증거가 희박합니다만...”

“여기는 수라드 행성이고, 이곳의 법은 나야. 나중에 적당히 얼버무리면 돼.”

“...알겠습니다.”

드와이트 덴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였다. 새크리파이스가 언제부터 법대로 행동했던가. 일단 때려부수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은 일이었다. 만약 사고가 생기면 그 ARM인가 뭔가 하는 물건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낼테니 1석2조의 방법이었다.

콰앙! 쾅!

준은 환급소의 2층에서 시미와 함께 게임을 하고 있었다. 구현화를 통해서 FPS게임을 구동한 준은 시미와 함께 총을 들고 적진을 향해 돌격을 시작했다. 원래는 작은 방안이었지만 현재는 광활한 전장이 되어버린 곳에서 준은 동료들의 죽음을 무릅쓰고 탄환이 빗발치는 전장을 내달렸다.

“시미! 빨리!”

“아아... 전 이미 틀렸어요. 소위님이라도...”

“무슨 소리야! 끝까지 함께 가야지.”

“쿨럭.”

“이런 젠장. 의무병!”

시미는 피를 한웅큼이나 토했다. 이미 어깨를 관통한 총탄이 그녀의 신체를 절반쯤 망가뜨린 상태였다. 준이 아무리 의무병을 불렀지만, 살아남은 병사들은 거의 없었다. 준은 그녀를 들쳐업고서 빠르게 전장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멀리 아군의 벙커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곳까지만 도착하면 이번 목표는 달성할 수 있었다.

피이이이~

그때 피리소리처럼 들리는 기묘한 소리가 준의 귀를 파고들었다. 그것이 박격포탄이 날아드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은 준은 황급히 몸을 엎드렸다.

콰앙!

“꺄악!”

“으악!”

재수업게도 두 사람은 포탄의 데미지를 그대로 입으며 리타이어 했다. 두 사람은 목숨을 잃었고, 준은 눈앞에 떠오른 게임오버 메시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너 때문에 실패했잖아. 이게 벌써 몇 번째야?”

“이 게임 재미없어요. 다른거 해요.”

“방금은 잘만 하더만. 소위님~ 전 이미 틀렸어요오~”

“그, 그건 어디까지나 극의 재미를 위해서 한 거에욧?”

준이 시미의 흉내를 내며 낄낄거리자 그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확실히 구현화 된 게임 속에 들어가면 몰입도가 높다보니 별의 별 일들이 다 일어난다. 막상 유치해 보여도 역할이 주어지면 진짜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여기서 이렇게 놀고 있을 거에요?”

“왜 나랑 노는게 싫어?”

“아, 아니... 싫은 건 아니지만요...”

시미는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입을 열었다. 한동안 준과 함께 있을 시간이 별로 없었던 그녀였기에 요 며칠간은 충분히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

“사람이요?”

“조만간 누군가 쳐들어 올거야. 생각해보니까 법이고 뭐고, 일단 부수고 나면 할말없겠더라고.”

이곳은 이스카야와 달리 세크리파이스의 영역이다. 여기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들의 행동을 막을 수 없었다. 때문에 던전을 만들어 보기 위해서 잠시 도시를 떠난 것 이외에는 계속해서 환급소에서 대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준은 구현화를 끄고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거의 십여명의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환급소 앞에 줄을 서고 있는 헌터들을 밀치며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고 있었다.

“드디어 왔군.”

총기를 휴대한 군인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헌터는 별로 없었다. 헌터들은 짜증을 내면서도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불복시 사살한다! 전부 비켜!”

군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자 헌터들은 깜짝 놀라며 길을 비켜주었다. 새크리파이스 소속의 군인들은 잔혹하기로 유명했다. 적당히 경고만 하고 넘어가도 될 일에 발포하는 일도 많았고, 그로인한 사망자가 생겨도 별다른 보상은 없었다.

“쳇. 더러워서 살겠나.”

“누구야!”

헌터 하나가 투덜대자 분대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헌터들은 입술을 꾹 다물고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환급소 주변을 서성거렸다.

“후.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내 차례였는데...”

“진즉 올걸 그랬어. 군인들이 온 이상 이제 환급소도 끝인데.”

“그러게 말이야.”

그들은 군인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리로 속삭이며 눈치를 살폈다. 며칠에 걸쳐 겨우 도착했더니 허탕을 친 셈이었으니 속이 쓰릴 법도 했다.

군인들은 헌터들이 모두 물러선 것을 확인하고는 환급소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 그들을 맞이 한 것은 거대한 용의 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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