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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위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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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생성(초급) : 두 개의 조각을 동시에 사용함으로서 사용자는 일반던전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그곳의 외도는 일반 외도에 비해 강력합니다.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는 들어가보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던전 생성이라.’
자그마치 경험치 20만을 먹는 기술이다. 굳이 돈으로 따지면 200억 짜리 기술. 준은 굳이 액수를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어차피 경험치는 돈으로 바꿀 수도 없었다. 생각해봐야 속만 쓰릴 뿐이었다.
“던전생성.”
준이 기술을 발동하자, 경험치 20만이 쑥 빠져나가며 준의 앞에 웜홀이 생성되었다. 알카트뢰즈에서 보았던 웜홀과 유사한 생김새였지만, 푸른빛이 강하게 일렁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누가봐도 웜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에 띄었다.
준은 주저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눈앞이 푸른빛으로 명멸하더니 예의 어두침침한 동굴 형태의 던전이 눈앞에 나타났다.
‘만들어진 던전’ 퀘스트가 발동되었습니다. 사용자는 던전핵을 파괴함으로서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습니다. 추가목표의 달성에 따라서 경험치가 부여됩니다.
난이도 쉬움.
메인 퀘스트 : 던전핵 파괴(0/1)
추가 퀘스트 : 던전 각인
‘퀘스트도 뜨는 걸 보니 보통의 던전과 별 차이가 없는 듯 한데...’
시미도 성체화를 하고는 준을 따랐다. 던전안은 다소 어둡긴 했지만 사물을 알아보기엔 무리가 없었다. 특히 오감이 극도로 발달한 준에게는 이 정도의 밝기만으로도 불편함이 없었다.
처음으로 나타난 외도는 다름아닌 전갈형 외도 카라취였다. 붉은색 외도로 준이 알카트뢰즈에서 흔하게 만났던 녀석이었다. 다만 덩치가 3미터 정도에 사막지대에서 사는 녀석이 동굴에서 나타난 것은 다소 의외였다.
“흐앗!”
콰직!
준이 니들리스 스패너로 후려치니 카라취의 등껍질이 박살나며 녹색체액을 내뿜었다. 그런 식으로 몇 방 후려치니 녀석은 버티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능력 자체는 기존의 카라취와 별 다를 것은 없었다.
-중독 되셨습니다. 독에 의해서 체력이 초당 10 감소합니다. 60초 동안 지속됩니다.
“음?”
준은 자신의 몸에 묻은 체액을 닦아내며 혀를 찼다. 보통 카라취는 산성액을 뿜어서 공격을 한다. 이번에는 녀석이 산성액을 뿜어내기도 전에 죽였고, 원래라면 중독이 될 리가 없었다.
‘확실히 이 던전안의 놈들은 특수능력이 강화된 것 같아. 레이드 자체는 생각보다 까다롭겠군.’
어차피 준에게는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한다. 하지만 만약 준이 아닌 다른 이들이 던전레이드를 진행하게 된다면 충분히 피해가 커질 수 있었다. 1분간 총 600의 데미지를 버티면서 싸울 수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역시 결정체는 없었지만 경험치가 약 15가량 오른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던전 전체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얼마나 되는가였기 때문에 준은 던전핵으로 직진하지 않고 이 안 전체를 구석구석 탐험할 생각이었다.
외도는 생각보다 그 수가 많았다. 알카트뢰즈에서 들어갔던 던전은 대략 100~200마리 사이의 외도들이 있었는데 지금 준이 던전을 한바퀴 도는 동안 나타난 외도는 거의 500마리가 넘었다. 거기다가 일반외도의 수는 비교적 적었고 대다수는 붉은색 외도에 주황색 외도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적이 다수이든 소수이든 간에 준의 니들건 앞에서는 전부 무력하게 쓰러져 나갈 뿐이었다. 준의 머리위에 떠다니는 니들건에서 기관총처럼 뿜어지는 탄환 앞에서는 주황색 외도라도 버틸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던전핵 만을 남겨두고 모든 외도를 정리하자 대략 1만이 안되는 경험치가 들어왔다.
이것만 해도 사실 엄청난 경험치였지만 여기에 들어간 경험치를 생각하면 다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던전핵을 부수면 경험치가 좀 나오려나.’
최종적으로 얻는 경험치가 70퍼센트만 넘어도 준은 이것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준을 제외한 나머지 이들의 능력치가 워낙 낮기 때문에 좀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준. 저기 문이요.”
“응. 나도 봤어.”
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시미가 던전의 끝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거의 5미터 크기에 달하는 커다란 문이 있었다. 문의 크기로 봐선 그 위에도 뭔가 커다란 외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이 문을 밀자 끼이익-하는 거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넓군.”
일단 문 안쪽은 거대한 광장처럼 넓었다. 약간 과장하면 축구장 크기의 넓이에 천장도 까마득하게 높았다. 이 정도의 대형공간이 있다면 그 안에 있을 외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공간 안은 창을 통해 태양빛이 새어들어오고 있었다. 바깥은 그저 밝은 빛으로 가득차 있어서 제대로 확인 할 수 없었다. 준은 호기심이 들어 창을 깨려고 했지만 공격불가 판정이 뜨면서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쩝. 시스템에서 만든 던전이라 그런가.”
아무래도 인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넓은 실내를 탐색하며 걸었다. 던전핵이 있는 위치에 도착하자 준은 그곳에서 예상외의 물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엑스칼리버!”
시미가 외쳤다. 거기엔 제단처럼 생긴 바위위에 칼 하나가 비스듬하게 꽂혀 있었다. 준은 홀린 듯이 검을 향해 다가가 그 검신을 살펴보았다. 검신은 마치 황금으로 만든 것처럼 눈부신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손잡이에는 결정체로 만들어 진 것 같은 붉은색 크리스탈이 박혀 있었다. 날 자체는 무뎠지만 거기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준.”
시미가 초로초롱한 눈빛으로 준을 바라보았다. 빨리 뽑아보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준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폼멜에 손을 뻗었다. 이게 전설속의 이야기라면 선택받지 못한 자는 이 검을 뽑을 수 없겠지만, 이것은 평범한 던전의 물건일 뿐이다.
준이 손잡이를 쥐고 천천히 당기자, 검이 그그그, 하는 소리를 내며 천천하 바위에서 빠져나왔다.
완전히 검을 뽑아 들자, 순간적으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실내를 환하게 밝혔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 쥐고 있던 검은 사라지고 난 다음이었다. 준이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퍼졌다.
-아이템, 라이트세이버를 습득하셨습니다.
‘라이트세이버? 아이템?’
준은 약간 황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일단은 정보창을 열어 아이템의 능력을 확인했다.
라이트 세이버(B급)
빛으로 만들어진 검. 실체는 없으며, 빛이 있는 곳에서 언제든지 불러낼 수 있습니다. 분자단위의 연결을 끊을 수 있을 정도의 절삭력과, 광학병기를 튕겨낼 수 있을 정도의 내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엑조틱 에너지의 보정을 통해 스탯 보너스가 추가됩니다. (힘+10 민첩+5 정신력+5)
“스탯보너스?”
준은 황급히 프로필을 열어 스탯을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스탯은 변동이 없는 상태였다.
‘아. 일단 검을 손에 쥐어야 하는 건가?’
준은 창문을 통해 빛이 새어들어오는 곳으로 향한 다음 그곳에 서서 손을 뻗었다. 어떻게 불러내야할지 고민할 틈도 없이, 준은 무언가 손에 걸리는 것을 느끼고 그것을 잡았다. 그러자 마치 마술처럼 그의 손에서 황금빛의 검이 나타났다.
“오. 이렇게 쓰는 거구만.”
준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검끝에서 빛이 부서지며 주변으로 흘렀다. 마치 금가루를 허공에 뿌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엄청 비싸보이긴 하는데... 그나저나 던전핵이 여기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
준은 폼멜의 끝에 달려있는 붉은색 보석을 보았다. 처음엔 결정체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색깔만 다르지 던전핵과 유사한 힘을 품고 있는 듯 했다. 외도가 던전핵을 품고 강해지듯이, 이 것은 특정 무기가 던전핵을 품고 아이템화 되어 강화가 된 것 같았다.
‘이걸 부수면 던전이 깨지고 경험치를 받는거고, 그게 싫다면 그냥 던전을 나와야 하는 건가?’
던전핵을 잃은 던전은 곧 힘을 잃고 사라진다. 결국 이것은 양자택일이었다. 메인퀘스트를 완료하고 경험치를 받느냐, 아니면 이 무기를 들고 경험치를 포기하느냐의 문제였다.
준에게는 그리 어려운 선택이 아니었다.
‘경험치 20만이야 금방 버니까 문제는 안되겠지.’
최근들어서는 결정체 포함 하루에 10만이 넘는 경험치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약간의 경험치를 소모하고 스탯을 올려주는 아이템을 얻는 다는 것은 여러모로 이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단숨에 20의 스탯을 올려주는 것이다. 2레벨은 해야 얻을 수 있는 스탯이었다.
거기다가 절삭력도 엄청나니, 보통의 무기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20만을 투자할 가치는 있는 것 같군. 그럼 이제 남은 건... 던전 각인인가?’
어차피 던전핵을 부수지 않기로 한 이상, 던전각인을 실험할 필요가 있었다. 준은 람다의 힘을 불러내어 던전각인을 시도했다.
-초급던전의 각인화를 시도합니다. 10만의 경험치가 필요합니다.
순식간에 10만의 경험치가 빠져나갔다. 준은 담담한 얼굴로 각인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마치 새로운 던전핵을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준의 몸에서 뻗어나간 엑조틱 에너지가 실내를 가득 채우더니 던전 전체로 뻗어나갔다. 그리고는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준이 검을 뽑은 그 위치에 작은 크리스탈 하나가 생성되었다.
‘새로운 던전 핵인가.’
-크리스탈에 손을 올려 각인을 마치십시오.
준은 시스템이 시키는대로 얌전히 따랐다. 크리스탈의 크기는 손바닥 만했고, 거기에 손을 올리자 준은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훑는 것 같은 기이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생체정보를 로드합니다. 50...60...80...99퍼센트. 각인 완료 되었습니다. 던전의 이름을 지정해 주십시오.
“1번.”
-던전 1번이 생성되었습니다. 던전크리스탈을 이용해 언제든지 던전입구를 열 수 있습니다. 던전에는 경험치를 투자해 외도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냥하여 자동분류를 시도한 적이 있는 녀석에 한합니다. 생성된 외도는 던전을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상시던전에 외도를 넣을 수 있다니... 훈련용으로 딱이겠군.’
준은 생각보다 던전이 쓸데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어 카탈로그 형식으로 던전에 집어넣을 수 있는 외도의 목록이 펼쳐졌다. 지금까지 준이 잡은 녀석들 중 자동분류를 행한 적이 있는 외도들만으로 되어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그곳에 시어도어 대령이 있다는 것이었다.
“음... 확실히 외도이긴 했으니까 이상한 건 아닌데...”
그래도 그는 원래 이성이 존재하는 인간이었다. 그를 되살리면 기억이 있는 채로 살아나는 것일까 아니면 완전히 다른 개체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일까. 준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자동분류를 통해 그의 유전정보를 모조리 입수한 상태였기 때문에 어쩌면 기억을 그대로 가진채 부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단 시어도어 대령을 살리는 건 나중으로 하자.”
어차피 파란색 외도라 그런지 들어가는 경험치도 어마어마했다. 거의 20만에 육박하는 경험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준은 시험삼아 경험치 15짜리 붉은색 외도를 만들어 보았다. 그러자 준이 처음에 죽였던 카라취가 쉭쉭거리며 거대한 몸체를 드러내었다. 준의 경험치로 만들어서 인지 녀석은 준을 공격하기는커녕 오히려 몸을 기대어 오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준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다시 경험치로 돌렸다.
적어도 이 안에서는 언제든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할 수 있었다. 대신 한번 생성한 외도를 다시 경험치로 돌리게 되면 일정 경험치는 사라지게 된다. 지금도 12의 경험치만 들어온 상태였다. 3의 경험치가 소멸한 것이다. 아마 녀석의 육체를 구성하고 소멸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의 누수가 있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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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