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54화 (25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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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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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암~”

파비안은 알파시티의 정문 검문소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본래 알카트뢰즈에 있을 때 바스라 밑에서 일했던 그는 출소하자마자 델타스피릿에 지원한 30명 중 하나였다.

대우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 처음에는 결정체로 월급을 받을 정도로 자본금도 취약한 회사였지만, 얼마전부터는 제대로 월급을 받고 있었다. 지금은 6레벨을 찍어 중급 헌터 정도는 되는 그였기에 연봉도 꽤나 넉넉하게 받고 있었다.

연 1억 기본급에 퀘스트가 있을때마다 가외로 들어오는 수입도 많았고, 그 외에도 결정체 수입도 많은 편이라 큰 불만은 없었다. 다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중급헌터인 자신이 가끔씩이지만 이렇게 교대를 하며 문지기 노릇을 해야한다는 것이 불편하다면 불편한 일이었다.

‘중급헌터로 올려줬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대부분의 동료들이 그렇겠지만 파비안 역시 준에게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었다. 하급으로 전전하며 결국 범죄에 빠져들어 알카트뢰즈까지 가게 되었을때만 해도 인생이 끝났다 여겼다. 다행히 바스라라는 사람과 함께 레이드를 하며 그럭저럭 살아남을 수있게는 되었지만 감옥을 나간다 해도 마땅히 할 일도 없었다.

아무리 하급헌터라도 해도 범죄경력이 있는 헌터를 쉽게 받아주지는 않을테니 결국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과 함께 팀을 구성해야했고, 그런 팀은 쉽게 와해되기 마련이었다. 심지어는 배신을 하고 결정체를 독식하기 위해 같은 레이드팀원을 죽이고 달아나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도 알카트뢰즈 출신이지만 그 역시 범죄자를 믿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준은 아무런 대가없이 자신들을 받아들여 주었다. 조건은 단 하나, 펠로우쉽일 것. 물론 동료중에는 성격이 나쁜이들도 있고,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델타스피릿에 와서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그들이 개과천선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 조직의 시스템 자체가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레이드에서 얻은 결정체를 들고 튀려고 해봐야, 나중에 돌아올 보상과 비교해보면 딱히 이득이 없었다. 그렇다고 같은 동료를 공격할 수 있냐하면 공격불가 옵션 때문에 그것도 불가능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페널티는 펠로우쉽 계약의 해지였다.

펠로우쉽 뿐일까. 델타폰 마저도 계정정지가 될 것이 틀림없었다.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사용할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자신이 쏟아부은 EP를 생각하면 그것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엄청난 재산의 손해였다.

결과적으로 델타스피릿은 반강제적으로 범죄인들을 교화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이지만 그런 생활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 투기장 시스템도 존재하니, 서로 죽일 기세로 싸우다보면 일상의 스트레스도 거의 쌓이지 않는다.

“어디보자... 오늘은 뭐 하나 안 올라왔나?”

파비안은 델타폰을 켰다. 알파시티를 건설할 때 대규모 레이드를 벌여 근처의 외도들을 다수 정리했다. 그때 모아둔 EP가 꽤나 많이 있어서 델타폰을 사용하는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오? 장민성과 막스가 붙었다고?”

델타포럼에는 따로 알바트로스 직원들의 페이지가 있었다. 글을 올리고 보는 것은 직원만이 가능했다. 그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다름아닌 투기장 영상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싸움이 벌어지는 투기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컨텐츠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도 다른 것들과 달리 무료로 시청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EP가 모자란 이들은 그 영상이 올라오기만 기다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사람을 꼽자면 단연 장민성이었다. 방어보다는 공격을 중시하는 장민성의 스타일 상 화끈한 전투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다른 이들보다 재미있었고, 특히 핀치에 몰리면 드러나는 본성이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다.

파비안은 영상을 켰다. 장민성과 막스 둘 다 검을 들고 있었다. 단순 실력으로만 따지자면 두 사람의 능력은 비등비등했다. 막스의 나이가 훨씬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었다. 게다가 장민성은 얼마전까지 최하급헌터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막스와 비교하면 굉장히 빠른 실력의 상승이었다. 천형처럼 그의 앞을 가로막았던 재능이라는 벽을 펠로우쉽을 통해 부수고나자 엄청난 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싸움은 팽팽하게 흘러갔다. 서로 일진일퇴의 공방을 주고받은 상황에서 막스가 허점을 보여 유인하자 장민성이 순진하게 파고들어왔다. 미리 예상하고 있는 공격은 반응하기가 쉽다. 막스는 미리 생각했던 대로 장민성의 검을 흘리고 안으로 파고들며 그의 상체를 크게 베었다. 분명히 리타이어 될 만큼의 타격. 하지만 막스의 옆구리도 장민성의 검이 스쳐지나가며 크게 베였다.

촤악! 하며 두 사람의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끔찍한 광경이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켜보는 갤러리들도 그저 흥미진진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두 사람의 체력은 영상위에 마치 대전게임처럼 표시가 되고 있었다. 이 역시 준에 제공한 기능이었다. 투기장에서의 싸움은 전투로그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서 관전자들은 그들의 체력과 마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마치 대전액션 게임처럼 관람자들은 실시간으로 서로의 유불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황은 여전히 막스가 유리했다. 하지만 체력이 얼마남지 않았을 때야말로 장민성의 시간이었다. 그의 움직임이 점점 기민해지기 시작했다. 보통은 흥분하면 손발이 어지러워지고 공격이 커지며 빈틈을 잘보이게 된다. 하지만 장민성은 몸에 밴 기본기가 흥분상태에서도 유지될 정도로 엄청난 노력파였다. 때문에 절제된 동작은 여전하면서도 힘과 스피드만 빨라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파비안이 몰입하며 영상을 지켜보고 있는 중에 그의 곁을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수고해.”

“아? 네, 넷!”

이곳에서 준의 얼굴과 목소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근무중에 딴짓을 했기에 재수없으면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파비안은 황급히 델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경례를 했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그는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외, 외도?”

“아아... 난 먼저 들어가볼게.”

질질질.

파비안은 준이 엄청난 크기의 외도를 끌고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준이 사라지자 황급히 델타포럼에 글을 올렸다.

-사장님이 또 이상한 걸 주워왔음. 이번엔 온몸이 붉은 색인 거인임. 사진찍히는 걸 싫어해서 사진은 못올림.

-뭐? 빨리 사람 내려보내. 플랫폼에 못 가져오게.

-또 뭘하시려고.

-또 테이밍 한건가? 골렘들처럼?

-외도로 동물원을 차려도 되겠네.

델타포럼은 금세 준이 벌인 일로 인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준이 거인을 플랫폼으로 데려가지 않고 알파시티로 데리고 온 것은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단지 셔틀에 그 덩치를 구겨넣었다가 정신을 차리면 골치가 아파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차에 태울 수도 없고, 무게도 워낙 무거워서 염동력으로도 옮길 수 없었다.

결국 몇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질질 끌고 올 수밖에 없었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준의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준이 잡아온 외도는 지금껏 사람들이 본 적이 없는 종류였기 때문이었다. 준은 호기심 어린 사람들의 시선이 다소 귀찮았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녀석을 빈 건물로 옮겼다. 루나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기에는 위험했다. 일단 준은 예전에 검둥이를 묶어놓았던 것처럼 녀석을 건물 벽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이렇게 해도 정신을 차리고 힘을 쓰면 단숨에 뽑혀나올 것 같았기 때문에 준이 지키고 있어야만 했다.

잠시후, 준의 연락을 받고 내려온 에피알게나스가 건물로 들어섰다. 그녀는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자신과 함께 이곳으로 넘어왔다는 로오나 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때? 아는 사람이야?”

“외도화 된 거야?”

“그런 거 같아. 본인 말로는 2000년을 넘게 살았다는 데 그건 좀 거짓말 같고.”

“상태를 보면 아주 거짓말은 아닐지도 몰라.”

“네가 이곳으로 넘어온 건 얼마 안되지 않아?”

“웜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도 있어. 물론 더 가능성이 높은 것은, 네가 말한 그 조각난 우주의 시간이 아주 빠르게 흘러간다는 거겠지.”

“그게 가능한가?”

“관성속도의 차이가 존재하면 시간 왜곡이 생겨.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

그러니까, 실제 그 붕괴되었던 던전에서는 시간이 외부에 비해서 극도로 빠르게 흘러간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흘러간 것이 1년 남짓이라고 할지라도 그 안에서는 2000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붉은 거인의 말이 아주 거짓은 아닌 것이다.

“일단 깨워봐야겠어.”

에피알게나스는 붉은 거인에게 다가가 그의 몸에 손을 올렸다. 그녀의 손에서 빠져나온 빛이 방안을 한바퀴 돌더니 붉은 거인의 몸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으음...]

무거워 보이는 눈커풀이 서서히 떠졌다. 에피알게나스를 보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반응은 주먹을 날리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그를 구속하고 있던 사슬은 별다른 힘을 쓰지도 못하고 부서졌다.

쿵! 콰드득!

미리 예상하고 있던 준이 그 주먹을 맞받아 쳤다.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는 것은 붉은 거인 쪽이었다.

아무리 방금 정신을 차렸다고 하지만, 체중과 힘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면대결에서 준이 가볍게 눌러버린 것이다.

[으으... 대체 무슨...]

그는 부서진 주먹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며 준을 노려보았다.

“정신을 차리자 마자 공격부터 하다니. 일단 생명의 은인에게 할 짓은 아닌 것 같군.”

[생명의 은인이라니. 네놈이 날... 자, 잠깐, 여기는 어디지?]

“어디긴? 내가 사는 곳이지. 네가 살던 곳은 깔끔하게 사라졌어.”

[정말 인가...]

준의 말에 붉은 거인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만큼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하긴 2000년 가까이 살았다면 그곳이 자신의 고향이고, 집일 것이다. 특히 조각을 투자해가며 유지하기 위해서 애썼던 곳이니 만큼 집착도 상당할 것이다.

“이제 돌아갈 곳은 없어. 그러니 정신차리고 협조나 잘하라고.”

[협조...라니.]

“난 아직 궁금한게 많거든. 그리고 이쪽이랑도 인사를 좀 해둬. 방금 네가 때려죽이려고 했던 사람이야. 에피알게나스라고 로오나인이라고 하더군.”

[에피알게나스? 어째서 그녀가 여기에?]

“오. 아는 건가?”

[그녀는 나르 일족의 후계자. 하지만 틀림없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날 알아?”

[아아... 이럴 수가...]

붉은 거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에피알게나스는 그를 유심히 살피기 위해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러자 붉은 거인이 움찔하며 상체를 뒤로 젖혔다.

[자, 잠깐.]

“어느 부족이지?”

[도른 부족이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지?]

“도른... 생존자가 있을 줄은 몰랐어.”

그녀는 도른의 일족이라 자신을 소개한 붉은 거인과 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낯선 언어로 대화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준은 그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델타의 통역시스템 덕인가.’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 작품 후기 ============================

전편에 아이샤의 조각 -> 시그마로 바뀌었습니다. 미리 수정했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붉은 거인의 경우 염동력으로 들 수 없습니다. 너무 무거워요.. .이것도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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