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53화 (25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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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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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는 외도가 아니다...]

“아니. 지금의 네 모습은 틀림없는 외도다.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엑조틱 에너지에 노출 된 것인지도 모르겠군.”

준은 2000년이나 살았다는 거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애초에 에피알게나스가 탈출을 한 지는 그리 오랜 된 일도 아니었다. 기껏해야 1~2년. 설령 그보다 더 되었다고 해도 10년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 우주에 외도가 나타난지도 100년이 채 안되었으니 그보다 더 오래 살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는 흥미가 있군.”

준은 이 던전을 지탱하고 있다는 그 힘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콰앙!

그때 준의 뒤편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었다.

“뭐, 뭐야?”

준은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두 번째 폭발이 터졌다.

콰아앙!

“큭.”

준은 두어발짝 물러서며 폭발의 원인을 찾았다. 그리고 곧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붉은색 외도들이 죽으면서 생기는 현상이었다. 마치 결정체 폭탄처럼, 녀석들은 죽기직전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자폭을 시도하는 것이다.

“역시 골치아픈 동네네 여기.”

준은 고개를 저으며 최대한 폭발의 반경에서 멀어졌다.

[아... 안돼...]

거인이 몸을 꿈틀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폭발을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준도 폭발이 지속되면서 땅이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대충 그가 왜 저러는지 알 것 같았다.

“이정도 폭발에 흔들릴 정도의 던전이라면 곧 붕괴하는게 맞긴 하겠군.”

준은 거인이 일어난 틈을 타 브랜든을 염동력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깜짝 놀란 거인이 둔한 몸을 이끌고 준을 향해 다가왔다. 온몸에 퍼진 혹 때문인지 확실히 처음보다 엄청나게 느렸다.

준은 고개를 들고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 세계를 유지하는 그 ‘힘’이라는거 한번 구경이나 해보자고.”

붉은 거인은 어쩔 줄을 몰라하며 준을 따랐다. 어차피 싸워서는 준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던전핵의 위치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그의 안내를 받을 필요없이 준은 빠른 속도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거대한 탑이 있었다.

거의 백여미터 이상 곧게 뻗어있는 철탑은, 어째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하늘을 찌를듯이 솟아 있었다. 대기 중의 자욱한 유황연기로 인해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저것이 이 땅을 지탱하는 힘인가?”

[그래... 이제 조각을 저 탑에 흡수시키면 이 세계는 안정될 수 있다...]

“방법은?”

[그 자를 탑의 꼭대기에 있는 빛에 던져넣으면 된다...]

“그러면 브랜든은 죽겠군.”

[그는 어차피 죽는다.]

“글쎄...”

준은 브랜든의 상태를 살폈다. 정신을 잃은 지 꽤 지났지만 아직 그는 눈을 뜨지 않고 있었다. 바로 코앞에서 죽이니 살리니 하고 있는데 조금의 미동도 없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의식은 없는 상태였다.

-시스템. 조각을 추출할 수 있겠어?

-에픽퀘스트와의 연동을 시도합니다. 80...90...99퍼센트. 연동완료했습니다.

-오리진의 조각을 추적중입니다. 대상을 정해주십시오.

-응? 브랜든 스타크 말이야.

-오리진의 조각은 대상의 신체와 동조화를 진행중입니다. 아직 완전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약 7퍼센트의 생존확률이 있습니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낮아지게 됩니다.

‘7퍼센트라...’

준은 잠시 고민하다고 일단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혹시라도 강화를 할 때처럼 확률이 더 오를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변동하는 확률이 아닌 때문인지 몇번을 시도하더라도 동일한 확률이 나왔다.

준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던전퀘스트의 정보를 펼쳤다.

-던전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사용자는 던전의 핵을 파괴해야 합니다. 추가목표를 달성하면 경험치가 주어집니다.

목표. 던전핵을 파괴하십시오(0/1)

추가목표, ???

여전히 추가목표는 언락되지 않았다. 즉, 아직 준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 더 있다는 뜻이었다. 준은 고개를 돌려 붉은 거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가만히 선 채, 준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직 묻지 못한 것이 있는데.”

[뭐지?]

“어째서 저기에 또 다른 조각이 있는거지?”

[...]

처음에는 몰랐다. 던전핵의 신호와 조각의 신호가 겹쳐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다름아닌 시스템 메시지 때문이었다. 시스템이 대상을 정해달라고 했을때, 준은 두 개의 선택지를 확인했다. 하나는 지금 자신의 발밑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브랜든이었고, 하나는 자신의 머리위에 있는 탑의 꼭대기에 위치한 던전핵이었다.

“그러니까 저위에 이미 조각이 하나 있는데, 또 브랜든의 조각을 원하는 이유가 뭐냐는 말이지.”

[...조각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가 더 있으면 될지도 모른다는 건가?”

[그래.]

“그 하나도 결국에는 힘을 잃고 망가지겠지?”

[그렇다...]

“그럼 굳이 이 세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군. 대체 왜 여기에 그렇게 집착하는 거지?”

[...]

-추가 퀘스트, ‘붕괴하는 세계’가 추가되었습니다. 던전의 핵에는 또 다른 조각이 숨어 있습니다. 수명은 다해가고 있지만, 그것을 회수함으로서 다시 그 힘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목표, 오리진의 조각(0/1)

준은 시스템에서 보내오는 메시지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로오나이든 아니든,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당장 눈앞의 조각이 있고, 그것의 힘이 서서히 다해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 자는 이미 인간으로서 살아가기에는 외도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였다.

[나... 난... 돌아가고 싶을 뿐이야...]

“무슨 소리야. 이 세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거 아니었어?”

[조각이 있으면...]

붉은 거인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소리가 작다기 보다는 웅얼대는 바람에 그 뜻을 정확히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어!]

그때 몸을 웅크리고 있던 붉은 거인이 큰 소리로 외치며 몸을 크게 부풀렸다. 녀석의 의도가 뭔지 파악한 준은 재빨리 브랜든을 낚아채고는 뒤로 몸을 날렸다.

카카칵!

준이 서있던 자리에 거인의 손이 할퀴고 지나갔다. 먼저 눈치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두 눈뜨고 브랜든을 빼앗길 뻔 한 것이다.

‘브랜든을 보호하면서 싸울 수는 없어.’

붉은 거인의 공격이 별볼일없긴 하지만, 언제라도 조각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험부담을 안고 싸울 필요는 없었다. 준은 그에게서 조각을 회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생존 확률이 7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조각을 남겨둘 수도, 그렇다고 그것을 붉은거인에게 넘겨줄수도 없었다. 설령 그로 인해 브랜든이 죽는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시스템. 브랜든에게서 조각을 회수해줘.

-조각회수를 시작합니다.

준의 명령에 시스템이 브랜든의 몸에서 조각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곧바로 되는 것은 아니었는지, 브랜든의 몸에서 옅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8퍼센트... 9퍼센트...

“젠장. 느리군.”

금방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래서야 하지 않느니만 못한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준은 준은 브랜든을 어깨에 들쳐 메고서 몸을 띄웠다. 마나가 그다지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중력제어는 불가능했고, 오로지 근력의 힘으로 점프를 한 것이다. 그렇게 수미터를 뛰어오른 준은 철탑의 사다리를 잡고는 천천히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어차피 던전핵도 파괴해야 했기 때문에 브랜든의 조각을 회수할 겸 올라가는 것이다.

후웅!

“이크.”

준은 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틀어 거인의 손을 피했다. 준을 놓친 녀석은 그를 따라 철탑을 마구잡이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대형 철탑이다 보니 거의 7미터짜리 거인이 오르는 데도 문제없이 버티고 있었다.

“이 녀석 끈질기구만.”

애초부터 녀석에게 조각을 넘겨줄 생각은 없었다. 단지 이 녀석이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을 뿐이다. 하지만 영문모를 소리만 하는 녀석에게 더 이상 끌려다닐 수는 없었다.

[크아아!]

순식간에 준을 따라잡은 붉은 거인은 자신의 머리위에서 사다리를 오르고 있는 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준은 그 순간 인벤토리를 열었다.

“대흉근!”

-우어어?

갑자기 허공에 나타난 대흉근은 자신이 서있는 곳이 어딘지를 확인하고는 당황한 듯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완전히 굳어있다보니 그것조차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 듯, 고개만 움직여 준을 바라보았다.

-주인?

-아아. 미안.

중력의 법칙에 따라, 대흉근이 자유낙하 하기 시작했고 그대로 준을 향해 기어올라오던 붉은 거인의 머리에 정확히 떨어졌다.

쿠우웅!

[끄아아아?]

-주인 나쁘다아아!

“금방 회수해줄게.”

제아무리 튼튼한 붉은 거인이라지만 자신의 육체의 절반이 넘는, 그것도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는 대흉근을 머리로 받아버렸으니 제대로 기어오를 수 있을리 없었다. 거의 50미터 지점에서 붉은 거인은 대흉근과 함께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대흉근이 붉은 거인의 몸 위로 떨어지는 바람에 녀석은 별다른 체력의 소모가 없었다는 것이다.

“휘유. 이걸로 한동안은 정신 못차리겠지.”

아래를 내려다보니 붉은 거인이 대자로 뻗은 채 쓰러져 있었고, 그위에 몸이 꽁꽁묶인 대흉근이 겹쳐져 있었다. 그 많은 공격을 얻어맞고도 멀쩡했던 녀석이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기절한 것을 보니 약간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은 느긋하게 사다리를 올라갔다. 꼭대기에 도착하자, 그곳에 던전핵 하나가 흐린 빛을 내며 죽어가고 있었다.

‘흠. 이거로군.’

그동안 보아왔던 던전핵과 그 형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세히 안을 들여다보니 희미한 빛 안에 또 다른 투명한 조각 하나가 보였다.

‘이것이 오리진의 조각인가.’

준은 던전핵을 집어들었다. 그 순간, 여타의 던전핵과 마찬가지로 준의 몸에 침투하려는 듯 강력한 신호를 보내왔다. 하지만 그 힘은 미약했고 델타의 방화벽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조각을 회수해줘.

-두 번째 조각을 회수합니다.

준은 철탑 꼭대기에서 던전핵을 손에 들고 느긋하게 기다렸다. 조각이 준에게 흡수되면서 멀리서부터 던전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래를 보니 붉은 거인은 여전히 정신을 잃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아직 물어볼 것이 남았지.”

-람다와 시그마의 조각을 회수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경험치 20,000,000이 부여됩니다. 레벨업 충족 요건을 달성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시겠습니까?

결과적으로 붉은 거인과 브랜든은 살아남았다. 준이 던전핵을 깨뜨리자 세계가 붕괴하는 모습과 함께 두 사람이 함께 바깥으로 빠져나온 것이다. 브랜든이야 그렇다 쳐도 붉은 거인까지 빠져나온 것에는 약간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럽게 운 좋은 녀석같으니...’

온몸이 부풀어 올랐던 붉은 거인은 던전을 빠져나오자 마치 바람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기 시작하더니 처음 준이 보았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균열 바깥에서는 그 이상한 세포증식을 통한 방어능력이 사라지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준은 정신을 잃고 나란히 누워있는 브랜든과 붉은 거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둘다 귀찮기만 한 녀석들이었다. 특히나 브랜든은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백퍼센트 체포되어 사형장으로 끌려갈 것이 확정적인 상태였다. 그렇다고 데리고 가자니 문제가 될 것이 뻔했다.

“그래. 니 인생은 니가 살아야지.”

준은 브랜든을 내버려 두고는 붉은 거인의 다리 한쪽을 잡고 어깨에 걸었다. 브랜든은 몰라도 이 녀석은 정말 위험한 놈이었다. 감옥에 가두든 뭘 하든 일단 죽일 때 죽이더라도 심문은 해봐야 할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내일은 아마 못올리거나 올려도 한 편정도 일 것 같습니다. 약속이 있어서 어떻게 될지 저도 모르겠네요. 그럼 불금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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