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1 ----------------------------------------------
첫번째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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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갑자기 달려와 공격을 하는 준을 쳐다보던 그 괴물이 팔을 들어올려 준의 공격을 막았다.
“매크로어택!”
콰앙!
하지만 준의 공격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별것아니라 방심했던 녀석은 준의 일격에 큰 충격을 받으며 뒤로 휘청거렸다. 그 충격에 녀석이 쥐고 있던 브랜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준은 일단 브랜든을 무시하고 괴물에게 연속공격을 가했다.
콰앙! 쾅! 쾅!
한번 공격이 명중할때마다 폭음이 터지며 수십개의 기술이 동시에 발동되었다. 일격일격에 수백의 마나가 실린 공격이었다. 그만큼 준의 마나소모도 심했지만, 괴물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는지 뒤로 물러서며 방어하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크윽... 이게 무슨...]
그 괴물이 뭐라 중얼거리더니 준을 향해 긴 팔을 휘둘렀다.
부웅!
엄청난 리치와 파괴력을 가진 주먹에 준은 황급히 매크로무브를 이용해 몸을 움직였다. 최대한의 속도로 움직인 준은 가까스로 녀석의 주먹을 피했지만, 풍압에 밀려 수미터를 날아가야 했다.
“크윽.”
준은 재빠릴 중심을 잡고는 녀석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녀석은 그 사이 브랜든을 한손에 들고 다시 균열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대로 브랜든을 놓친다면 조각 하나를 의미없이 잃게 되는 셈이었다.
“젠장! 거기서!‘
준은 녀석이 균열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매크로무브를 전력을 펼쳤다. 쏜살같은 속도로 녀석의 뒤를 잡은 준은 괴물이 완전히 균열에 들어가기 전, 녀석의 어깨에 일격을 명중시킬 수 있었다.
쿠웅!
하지만 녀석은 엄청난 충격을 받으면서도 안으로 들어가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순식간의 브랜든과 함께 균열 너머로 사라졌다. 이대로라면 완전히 브랜든을 잃어버리는 셈이었다.
“대형 웜홀이라... 젠장.”
준은 망설였다. 이 안에 뭐가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냥 들어간다는 것은 무모한 행위였다. 그리고 지금 준은 그런 무모한 일을 벌일 입장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도,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도 많았다.
‘그냥 내버려 둘까.’
순간 그렇게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준은 생각을 고쳤다. 브랜든만 넘어갔다면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조각의 힘은 그냥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저 녀석이 브랜든을 데리고 간 것도 찝찝해.’
괴물은 이성이 있어보였다. 말도 할 수 있었고, 브랜든을 데리고 간 것부터가 무언가 의도가 있다고 봐야했다.
“젠장.”
준은 욕설을 뱉으며 균열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처음에 본 것은 붉은 하늘이었다. 마치 하늘이 갈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번개가 쳤고, 대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산소가 부족했다. 유황냄새와 시야를 가리는 연기가 가득찬 대지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체력을 갉아먹고 있었다.
던전치고는 굉장히 넓었다. 확실히 균열이 컸던 만큼 알카트뢰즈에서 보았던 것과는 다른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옥이라도 들어온 것 같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약간이나마 산소가 존재 한다는 것이었다. 준은 혹시나 싶어 인벤토리를 열어 산소호흡기를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인벤토리는 문제없이 기능하고 있었다.
‘헌데 녀석은 어디로 간거지?’
덩치가 상당한 녀석인 만큼 어지간히 멀리도망가지 않았다면 준의 눈에 띄었을 것이다. 막 괴물의 흔적을 쫓는데 퀘스트로그가 떠올랐다.
-던전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사용자는 던전의 핵을 파괴해야 합니다. 추가목표를 달성하면 경험치가 주어집니다.
목표. 던전핵을 파괴하십시오(0/1)
추가목표, ???
‘어쨌든 이곳도 던전은 던전이라 그거로군.’
던전핵을 파괴하는 미션은 이미 수없이 해왔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점이 있다면 추가목표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브랜든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괴물이 브랜든을 데리고 온 이상 분명히 목적이 있을 것이다.
준은 맵을 띄웠다. 다행히 던전 안에서도 조각의 위치는 표시가 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두 개의 점이 반짝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나는 브랜든일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던전핵으로 추정되었다.
길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차량을 꺼낼 수는 없었다. 준은 풍운보를 이용해 몸을 날렸다. 준의 몸이 바람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이 움직이는 것은 오랜만이군.’
마치 알카트뢰즈에서 처음 던전에 들어갔을 때를 떠올리게 했다. 골렘형제들만 데리고 낯선 곳을 탐험하는 것이 얼마만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캬야악!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와중, 자갈이 쌓여있는 돌무덤에서 갑자기 뿔이 여럿 달린 괴물이 튀어나와 준을 공격했다. 크기는 1.5미터 정도에 손에는 단검을 쥐고 있었는데, 온몸이 검고 날렵한 몸체가 특징이었다. 준은 몸을 틀며 날아오는 검을 피해 녀석의 안면에 팔꿈치를 찔러넣었다.
빠각!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괴물의 두개골이 함몰되며 피를 뿌리며 나가떨어졌다. 일반 외도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약한 녀석이었다.
“시시하군.”
준은 옷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바위언덕을 넘은 준은 방금의 말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보았던 돌무덤이 그의 눈앞에 수없이 늘어서 있었던 것이다. 맵을 보니 브랜든은 계속해서 던전핵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 괴물이 하려는 짓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곳을 돌파해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대흉근! 골렘 1,2,3호!”
쿠웅! 쿵! 쿵! 쿵!
준은 한꺼번에 네 마리의 골렘을 전부 불러들였다. 허공에서 거대한 크기의 골렘들이 바닥을 때리며 착지하자, 무수히 늘어서 있던 자갈무덤들에서 일제히 괴물들이 뛰쳐나왔다. 마치 군대처럼 정연하게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놈들을 보던 준은 대흉근의 위에 올라타고는 외쳤다.
“진격!”
쿵쾅쿵쾅!
골렘들이 엄청난 기세로 달리기 시작했다. 준은 놀라운 균형감각으로 대흉근의 어깨위에서 중심을 잡으며 매크로 어택2번, 매크로 미사일을 날리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수십개의 마력탄이 마치 뱀처럼 이지러진 궤적을 그리며 외도들에게 날아가 명중했다.
콰앙! 쾅!
하지만 눈에 보이는 적들의 수만해도 수천마리는 넘어보였다.
‘전차를 쓸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전차를 쓰기에는 너무 바위가 많았고, 경사도 제멋대로였다. 아무리 전차의 무한궤도가 험지에서 운용하기가 좋다지만 요철이 이정도로 심하면 아무리 탱크라도 제대로 운용할 수가 없었다.
대흉근과 골렘 형제들이 검은 괴물들을 피떡으로 만들며 전진하고, 준은 인벤토리에서 니들건을 꺼내들었다. 순식간에 백여개의 니들건이 적들을 향해 탄환의 비를 쏟아내었다.
쏴아아!
키에에엑!
케엑!
끄아아아!
사방에서 수십마리의 괴물들이 대못에 관통되며 터져나갔다. 보기에는 얇은 쇠못이지만, 일단 몸에 박히면 작은 폭발과 함께 어디든 터져나갔다. 탄환에 실린 마나와 엑조틱 에너지의 상승작용 때문이었다.
콰콰콰!
준은 거침없이 진격하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괴물들을 학살했다. 사방에 검은 피가 흐르고 준대흉근의 거대한 회색 몸체가 검게 물들 정도였다.
“후. 끔찍하군.”
사방에 쓰러진 괴물의 사체를 보며 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냄새도 고약하고 피도 점성이 있는지 잘 지워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싸움은 끝나가고 있었다. 수천의 괴물을 단 10분도 걸리지 않아 처리한 준은 골렘들을 움직여 자갈무덤 지대를 빠르게 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갑자기 골렘들의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우우우-
대흉근이 울부짖었다. 준은 뭔가 이상하다 싶어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뭐야? 왜그래?
-몸이 안움직인다.
-왜?
-모른다. 뭔가가 몸을 못움직이게 한다.
대흉근의 모습을 보니 녀석의 몸을 뒤덮고 있는 검은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약간 끈적하긴 했지만 움직임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어서 그다지 신경쓰고 있지 않았는데, 그것이 마르자 대흉근의 몸을 얽맬 정도로 강력한 접착제 역할을 하는 모양이었다. 준은 대흉근의 관절에 붙어 있는 혈액을 긁어내려 했지만 마치 원래부터 한 몸이었다는 듯 어지간한 힘으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철근으로 만든 구속구 조차도 힘으로 부술 수 있을텐데... 대체 이 피는 대체...’
대흉근의 어깨위에 올라가 있던 덕에 준의 몸에는 피가 그다지 튀지 않았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준은 일단 천천히라도 움직이는 골렘들을 이끌고 학살의 현장을 빠져나왔다. 그쯤되자 대흉근 뿐만 아니라 나머지 골렘들도 뻣뻣하게 굳어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젠장.”
준은 일단 대흉근의 어깨에서 내려 녀석들을 다시 인벤토리 안으로 넣었다. 혹시 들어갔다 나오면 복구 되어있을까 싶어 다시 꺼내보았지만, 골렘들의 몸을 구속하고 있는 검은 핏덩이들은 여전히 녀석들의 몸을 단단히 묶고 있었다.
골렘의 몸을 묶을 정도로 강력한 접착력을 지닌 피를 가진 괴물이라니, 이곳의 외도들은 약하다고 해서 마냥 무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준이 저 피를 뒤집어 썼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을 것이다. 준의 힘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골렘보다 강할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준이 델타의 주인이든 뭐든 결국에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도 없어.’
맵상에서 조각의 신호와 던전핵의 신호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준은 그것들이 서로 만나기전, 브랜든의 몸에 있는 조각을 회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예지가 발동된 것이다.
탁.
준의 발걸음이 빠르게 날개날린 괴수의 머리를 밟고 지나갔다. 준이 택한 방법은 외도를 무시하고 최단거리로 달리는 것이었다. 일반외도마저도 저런 이상한 능력이 있는데, 붉은 색 외도라고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를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최대한 싸움을 회피하면서 달리고 있었다.
쉭- 쉭-
바람처럼 움직이는 준의 움직임을 잡을 수 있는 외도는 거의 없었다. 간간이 철벽처럼 스크럼을 짜고 준을 가로막는 놈들도 있었지만, 그럴 경우는 중력제어를 이용해 허공으로 날아오르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적들을 스쳐지나간 끝에 준은 멀리 붉은 거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략 3킬로미터 거리에서 브랜든을 어깨에 메고는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준의 추격을 알고 있다는 듯 도망치는 그 모습에는 다급함 뿐만 아니라 어떤 절실함 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대체 왜 저렇게 서두르는 거지?’
브랜든의 힘이 무언가를 불러냈고, 그것이 녀석을 데리고 도망치고 있다. 그 목적지는 이 던전의 중심에 있는 핵일 것이다. 준은 아직도 녀석이 브랜든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도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일일이 사정을 확인 가기에는 지금 상황이 급박했다. 준은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는 검은 박쥐에게 매직미사일을 날리고는 허공을 딛고 몸을 쭉 펼쳤다.
쐐애액!
준의 육체가 마치 탄환처럼 쏘아져 나가며 붉은 거인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줄였다. 마음같아서는 중력제어를 이용해 더 빨리 움직이고 싶었지만 마나량은 제한적이었고, 이미 절반가까이 추격하는데 써버린 상황이었다.
때문에 지금은 방금처럼 허공에서 가속을 할때나 조금씩 쓰는 정도로 그 용도를 제한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냥 풍운보를 사용할 때보다 두 배에 가까운 속도로 근접할 수 있었다.
힐긋.
천리안을 사용하고 있는 준과, 붉은 거인의 시선이 일순간 마주쳤다. 준은 녀석의 표정에 일말의 두려움이 깃들어 있는 것을 보고는 더욱 속도를 높였다. 그는 틀림없이 준이 쫓아오고 있는 것을 꺼려하고 있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가보면 알겠지.’
팡!
준은 날아가던 속도 그대로 땅을 밟으며 크게 도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