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50화 (25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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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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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곳은 준에게도 익숙한 곳이었다.

‘새크리파이스의 감옥이다.’

준이 플랫폼에 갇혀 있을때도 이와 비슷한 곳에 있었던 기억이 났다. 새크리파이스의 감옥과 연결된 웜홀. 그리고 최근에 있었던 브랜든 스타크의 탈옥사건. 그 두개를 연결하자 자연스럽게 하나의 결론이 나왔다.

“그 녀석, 설마 공간을 열고 이쪽으로 넘어온 건가? 아니지, 우연히 공간에 웜홀이 뚫렸는데 그게 하필 그녀석이 있는 감옥... 이것도 너무 말이 안되는데.”

준은 곰곰이 생각했다. 온갖 우연을 배제하고 생각해본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외계인 함선의 탐사대에 있었던 브랜든이 우연히 거기에서 오리진의 조각을 주웠고, 이 웜홀은 그 조각의 힘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조각이 근처에 있었다면 준이 모를리 없다. 에픽퀘스트가 활성화 되어 있는 준은 반경 10광년 내의 조각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조각은 없었다. 델타가 자신을 속일리는 없으니,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다고 봐야했다.

준은 루나를 불러 함께 그 웜홀을 살폈다.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을 강제로 연결시킨 것으로 보이긴 해요. 헌데 이정도의 웜홀을 정교하게 만든다는 것은 지금의 기술로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자연현상이라는 건가?”

“그건 더 확률이 낮아요. 감옥에 연결 된 웜홀이, 우주공간이 아닌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의 표면에 생성될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요?”

“하긴...”

틀림없이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확률로 따지면 그쪽이 훨씬 더 높았다.

“역시 조각의 힘인가.”

오리진의 조각. 당장 내릴 수 있는 결론은 그것뿐이었다.

“일단 돌아가야겠군.”

준은 웜홀 안의 델타폰을 회수하고는 험비에 올라타 차를 출발시켰다. 루나를 안전한 곳에 데려다 두고 다시 조사를 해나갈 셈이었다.

브랜든은 처음보는 낯선 행성에서 정처없이 헤메고 있었다. 다행인 것인 그가 도착한 곳이 사람이 거주가능한 행성이라는 것이었다.

‘운이 좋은건가... 어쨌든 살았다.’

그는 손에 꽉 쥐고 있는 투명한 크리스탈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감옥에서 탈출하게 만들어준 소중한 물건이었다.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외계 기술의 잔재일 확률이 높았다.

지금처럼 웜홀을 열어 그곳을 넘나들 수 있게 되면 누가 나타나더라도 자신을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걸로 돈을 벌 수도 있겠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밀수였다.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고가의 물건을 사들여서 다른 행성에다가 내다 팔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웜홀의 도착지점을 그가 원하는 대로 지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혹시나 싶어 다시한번 웜홀을 열어보았지만 도착한 곳은 마찬가지로 이 행성의 안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크리스탈은 이곳으로 오게끔 설정되어 있는 것 같았다.

‘젠장. 그나저나 여기가 대체 어딘거야?’

다행히 도착한 곳에는 사람의 흔적이 있었다. 조금 걸으니 새로 닦은 듯한 도로도 보였다. 한참을 걸어가자, 멀리 레이드를 진행하는 팀이 보였다. 상당히 고생을 한 듯 다들 상처를 치료하느라 바쁜 와중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있겠습니까?”

브랜든의 질문에 상처를 치유하고 있던 헌터들이 이상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왔단 말이오?”

“그것이...네. 어쩌다보니 이곳에 오게 되었는데 도통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외도에게 머리라도 맞았나보지?”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랜든은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사내가 안됐다는 눈빛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이곳은 이스카야 행성의 알파시티요. 얼마전에 새롭게 문을 연 곳이지. 당신 상태를 보니 당신이 속해있던 레이드 팀이 어떻게 됐을지는 안봐도 뻔하군.”

현재 브랜든의 몰골은 끔찍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고문을 받은 상태에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했고, 바로 얼마전 마리엘 함장에게 밟힌 손은 뼈가 부러진 채로 덜렁거리고 있었다.

“플랫폼으로 돌아가면 치료소가 있으니 한번 가보시게. 공짜는 아니지만 당신 상태를 보고 치료해줄지도 모르지. 이곳의 주인은 꽤나 관대한 것 같으니.”

알파시티는 아직 제대로 된 병원은 없었다. 하지만 헌터들을 위해서도 병원의 설립은 최우선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 중 하나였다. 때문에 급히 접골과 상처치료가 가능한 간호사부터 고용을 하고 간이 치료소를 만들어 두었다.

“감사합니다. 이쪽으로 가면 되는 겁니까?”

“그렇소. 쭉 가서 한 시간 정도만 걸으면 될거요.”

브랜든은 고개를 숙이고는 그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준은 일단 검둥이와 루나를 집에다 데려다 놓고서 직접 인근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검둥이를 루나의 곁에 둔 것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만에하나라도 그녀의 신변에 위험이 생길 것을 감안한 조치였다.

하지만 준으로서도 막막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브랜든이 알파시티로 넘어왔다면 어쨌건 가장 가까운 이 도시로 올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인상착의를 말해주며 수소문 했지만 아직까지 도시안에서 그를 만났다는 사람은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아직 도시로 들어오지 못했거나, 혹은 오는 도중에 외도에게 습격을 당했을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혹은 아예 다른 행성으로 웜홀을 만들어서 넘어갔을 수도 있다. 어느쪽이 되었든 준에게는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었다.

준은 델타폰을 들어 에피알게나스에게 통화를 걸었다.

또르르- 딸깍.

짧은 신호음과 함께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누구야?]

[준. 물어볼게 있어서 연락했어. 오리진의 조각에 대해서야.]

[말 해.]

[지금 웜홀을 통해서 다른 행성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사람이 있는 것 같아. 조각의 힘으로 그것이 가능한 건가?]

[불가능하지는 않아. 오리진은 웜홀을 통해서 사물을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었으니까.]

[그게 생명체라면? 델타도 그런식으로 웜홀을 만들지는 못해.]

[조각의 성질에 따라서 달라. 오리진의 조각을 찾은거야?]

[아직은 확실하지 않아. 델타가 조각의 위치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봐선 아닐 가능성도 있어.]

[만약 조각이 원형으로 남아있다면 탐색이 안될 수도 있어.]

[델타나 알파처럼 진화하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건가?]

[그래. 조각자체는 완전히 독립적인 형태가 아니니까, 항상 무언가와 융합하려는 성질이 있어. 그러고 나서야 탐색이 될 수도 있을거야.]

[그렇다면 그 조각을 지닌 사람과 융합이 된다는 건가?]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 조각의 힘을 사용했다면 그 시간은 점점 빨라지게 될거야.]

[그러면 기다리면 저절로 위치를 알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군.]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예상대로 브랜든이 조각의 힘을 계속해서 사용한다면, 오리진의 조각은 브랜든과 융합되어 하나의 진화된 개체로 그의 몸속에 남게된다. 그렇게 되면 준은 그 조각을 탐색할 수 있게 되고 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렇게 진화된 조각을 취하게 되면 숙주였던 생명체가 생명력을 잃고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에 기생한 조각을 그 사람을 죽이지 않고 빼낼 수 있을까?]

[그건 인간의 몸에서 심장을 빼내고도 살 수 있을지 묻는 것과 비슷한 질문인데.]

[어쩔 수 없다는 거군. 어쨌든 잘 알았다. 나중에 또 연락하지.]

[조각을 얻게 되면 어떻게 할거야?]

에피알게나스의 질문에 준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준은 그 조각을 얻어 자신의 경험치를 높일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녀 역시 조각을 모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내가 먹을 생각이야.]

준은 솔직하게 말했다. 어차피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해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지.]

[무슨 뜻이야?]

[오리진을 모으는 것이 꼭 나일 필요는 없으니까. 어쩌면 실패한 나 보다는 네가 완성하는 것이 나을지도 몰라. 그럼 이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녀의 마지막 말이 어쩐지 기억에 남았다.

“헉. 헉.”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그의 뒤쪽에는 다리가 여섯 개 달린 곤충형 외도가 그를 쫓고 있었다. 곤충 주제에 덩치는 브랜든 보다 컸고 단단한 턱과 앞발은 스치기만 해도 사지가 찢겨져 나갈 것 날카로웠다.

“젠장.”

그는 품에서 크리스탈을 꺼내어 다시한번 허공에 죽 그었다. 그러자 사람하나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웜홀이 생성되더니 브랜든을 집어삼켰다. 그의 몸은 그 자리에서 약 이십여미터 앞에서 나타났다.

웜홀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뒤를 돌아본 그는 생각보다 멀리 점프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욕설을 뱉었다.

“겨우 이것밖에 못 온 건가? 대체 왜 이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거야?”

수라드 행성에서 올때처럼 아예 다른 행성으로 가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웜홀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혹시 먼곳을 상상하며 웜홀을 만들면 멀리 갈 수 있을 까 생각했지만 금세 별 의미없는 행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수십미터씩은 이동할 수 있었기에 여지껏 잡히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체력이 문제였다.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그가 계속해서 이렇게 도망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믿을 것은 손에 쥔 이 크리스탈 뿐이었다.

“제발! 먼 곳으로 좀 보내줘!”

콰아악!

그는 그렇게 외치며 다시 한 번 허공에 크리스탈을 그었다. 그러자 마지 북이 찢어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지금까지 보다 훨씬 큰 균열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균열로부터, 붉은 빛이 도는 근육질의 커다란 손 하나가 빠져나왔다. 브랜든은 그 기괴한 모습에 놀라며 주춤거리다가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쿵.

“어어...?”

브랜든은 입을 쩍 벌리며 자신이 만들어낸 균열로부터 나타나는 거대한 괴물을 보았다. 온몸이 붉은 색 각질로 뒤덮여 있었다. 이마에 뿔이 하나 달린 거인의 모습이었다. 그 얼굴은 또한 괴기하기 이를데없어 신화속의 악마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완전히 빠져나온 그 괴물과 브랜든의 눈이 마주쳤다.

“히익?”

브랜든의 아랫도리가 축축하게 젖어오기 시작했다. 그 눈동자에서 절대적인 공포를 느낀 것이다.

준은 순간적으로 맵에 신호가 떠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오리진의 신호였다.

“찾았다.”

그는 황급히 핸들을 꺾어 신호가 오는 방향으로 질주했다. 거리는 멀지 않았다. 험비는 거의 100킬로미터에 달하는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비포장이긴 했지만 알카트뢰즈에 비해 요철이 거의 없어 속도를 내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5분여를 달린 끝에 준은 브랜든과, 그의 앞에서 죽어나자빠져 있는 곤충형 외도, 그리고 여태껏 본적없는 거대한 괴수를 만날 수 있었다.

“뭐, 뭐야?”

녀석의 키는 대략 4미터 가량,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은 피처럼 붉은 색이었다. 온몸이 근육으로 만들어진 듯 탄탄해 보였고, 녀석의 손에는 브랜든이 잡혀 있었다.

준은 달리던 차에서 뛰어내리며 험비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속도 때문에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착지했지만 그보다 상황이 급하다는 생각이 인벤토리에서 니들리스 스패너를 꺼내 들고는 그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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