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48화 (24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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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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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머니를 뒤졌다. 어차피 소지품은 이곳으로 올 때 모두 빼앗긴 상태였다. 하지만 단 하나, 빼앗기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아주 작은 결정체였다. 색깔이 있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빛을 발하고 있는 그것을 탐사현장에서 주워온 이후로 항상 몸에 지니고 있었다. 크기가 작고 눈에 잘 띄지 않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딴 게 무슨 소용이야.”

휘익!

그는 결정체를 벽에다 집어 던졌다. 헌데 벽에 맞고 튕겨나올거라고 생각한 그 손톱만한 결정체는 그대로 벽에 틀어박혔다.

“응...?”

벽은 합금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헌데 그 결정체는 마치 흙으로 만든 벽에 던진 것 처럼 박혀버린 것이다.

브랜든의 죽어있던 눈동자가 반짝였다.

알파시티는 우선 천여 명이 거주할 수 있는 형태로 완성되었다. 가스토르니스의 사체와 그것의 결정체를 분류하는 장면만 따로 편집하여 이스카야 행성의 ‘괴물새’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델타포럼에 올렸고, 그 사실은 빠르게 핫뉴스로 퍼져나갔다. 그전까지는 반신반의 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헌터들이 조금씩 플랫폼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플랫폼과 알파시티를 오갈 수 있게 만든 궤도스테이션도 준이 수리를 완비했다. 크게 손 볼 곳이 있는 게 아니라 녹이 슬거나, 관리부실로 인해 움직이지 않는 곳을 원래대로 고친 것 뿐이었다. 그 정도는 큰 경험치 소모 없이 수리가 가능했다. 문제는 역시 궤도를 왕복하는 셔틀이었는데, 경험치를 이용해 만드는 것보다는 그냥 사는 편이 훨씬 싸게 먹혔다. 여기에만 들어간 돈이 수천억을 넘었다.

헌터들은 약간 어리둥절 하면서 궤도스테이션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예전 이스카야 행성에서 레이드를 진행을 해본 적 있는 이들이었다. 최근 다른 행성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며 외도의 숫자가 줄어 다른 곳을 물색하고 있던 도중 이스카야의 소식을 듣고 찾아온 것이었다. 아직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냥할 외도는 충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많아지면 결국 자리싸움을 하게 되고 그러면 서로간에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잦았기 때문에 빨리 움직일수록 이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오. 꽤 보수해 두었는 걸?”

그들은 알파시티로 들어서면서 상당히 놀랐다. 가스토르니스를 처치한지 한 달이 조금 넘었고, 그 사이 도시를 복구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정도는 알고 있었다. 때문에 상당한 불편함을 감수할 생각으로 찾아왔는데, 생각보다 알파시티는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사용할 수 없는 건물들은 치워졌고, 곳곳에 수십 개의 건물들이 완성되어 있었다.

사실 이는 모두 준의 작품이었다. 준은 건설 기술을 이용해 노인들과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집과, 잡화점, 그리고 여관으로 사용할 건물까지 모두 지었다. 중급의 건설 기술을 가진 준에게 건물 몇 개쯤 만들어 내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기존의 쓸만한 건물들도 외장을 다시 칠하고 준이 손을 보자 금방 새것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루나가 연구에 집중하고 제임스가 회계관리를 하는 동안 그렇게 준은 도시를 재건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러자 난민들은 이제 에피알게나스뿐만 아니라 준까지도 우러러 보게 되었다. 졸지에 두개의 신을 모시는 신흥종교가 생기게 될 판이었다.

“알파시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첫 손님이니 만큼 첫 일주일 간은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겠습니다.”

알파시티 개장식의 주인공이 된 레이드 팀은 얼떨떨한 얼굴로 주민들의 환대를 받으며 여관을 배정받았고, 최고급의 요리를 대접받았다. 아직 음식재료는 충분하지 않아, 델타폰으로 제공되는 음식들이었다. 앞으로 알파시티에서 농사와 목축을 할 수 있게 되면 자체적으로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알파시티는 생각보다 쾌적했다. 상하수도가 건설되어 있는 점. 길이 잘 닦여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시를 감싸고 있는 높은 방벽은 야간에도 외도의 습격으로 부터 안전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방벽 자체는 원래부터 있었고 상하수도는 상당수 파괴되어 있었지만 준이 골렘들과 함께 복구했다. 전력은 대형 태양광 패널을 사용했고, 이런 작은 도시 전체를 밝히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여기 괜찮은데?”

레이드팀 ‘해븐’의 리더인 클로제가 입을 열자 팀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들은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었고, 아직 물품은 많지 않았지만 앞으로 도시가 활성화 되면 곧 그쪽도 해결 될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성벽의 존재가 있다는 것은 이런 레이드용 행성에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하루종일 생사를 넘나드는 싸움을 하고 나면 마음편히 쉴곳이 필요한 때문이었다.

“따뜻한 물이 나와!”

일행 중 유일한 여성인 루미라가 방방뛰며 욕실에서 뛰어나왔다. 레이드는 항상 개척도시나, 그보다 더 열악한 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온수가 나오지 않는 곳도 많았다. 그들은 점점 이 도시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다음날. 해븐의 팀원들은 멍청한 얼굴로 어제와 달라진 도시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분명히 전날까지만 해도 없었던 커다란 건물이 떡하니 자신들의 코앞에 세워져 있는 것이다.

“이... 이건 뭐지?”

“글쎄? 결정체 교환소라고 써있긴 한데...”

“어느 회사야?”

“나도 몰라 안써있어.”

클로제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무뚝뚝한 얼굴로 이쪽을 향해 앉아 있는 한 험상궂은 사내가 있었다.

“저, 저기...”

루미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결정체 교환이라면 우선 결정도를 먼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내는 외운 티가 나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결정도? 그게 뭐지?”

일행 중 한명이 그렇게 묻자 클로제가 입을 열었다.

“공부 좀 하라니까. 결정체의 순도를 말하는 거잖아. 헌데 보통은 그런 건 묻지 않는데...”

“결정도에 따라 현금으로 교환이 가능합니다. 가격은 결정도 10당 백만원입니다.”

“그러면 좋은 건가?”

루미라의 말에 클로제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시험삼아 한번 해볼까?”

“만약 10이하로 나오면 어떻게 되는거야? 그럼 손해보는 거잖아.”

“그럴까?”

아무래도 하급레이드 팀이다 보니 결정체 하나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 그렇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교환원이 입을 열었다.

“결정체의 최소 결정도는 10입니다. 그 이하는 결정체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거의 드뭅니다. 물론 결정체를 오래 가지고 있으면 엑조틱 에너지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결정도가 낮아지긴 합니다.”

“그, 그러면 빨리 하자.”

“일단 하나만.”

클로제는 루미라의 재촉에 결정체를 판독기에 올려놓았다. 이 물건은 루나에게서 공수한 것이었다. 당장 필요한 물건은 아니라 그녀도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다.

그리고 판독기 위에 나타난 숫자는 자그마치 17이었다. 나올 수 있는 수치의 최대값이 19인 것을 생각하면 꽤나 상급의 결정체인 것이다.

“이 구멍안에 넣어주시면 됩니다.”

“네. 네.”

클로제는 약간 얼떨떨한 표정으로 결정체를 사내의 앞에 있는 작은 구멍에 넣었다. 사실 그 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교환원이 인벤토리에 결정체를 넣는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가림막이었다.

교환원은 스마트 패널을 이용해 팀 해븐의 계좌에 170만원을 이체했다. 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그는 동료들과 함께 액수를 확인했다.

“대박. 결정체 하나에 170만원이야? 거의 두 배잖아? 어떤 곳은 80만원도 안쳐주는데도 있는데.”

“남은 결정체가 얼마나 있지?”

“스무 개 정도.”

“전부 팔자.”

클로제는 남은 결정체를 전부 털어서 교환원에게 넘겼다. 그렇게 해서 번 돈이 총 3000만원에 이르렀다.

그들은 계좌에 들어온 돈을 보면서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서로의 볼을 꼬집었다. 단번에 수입이 50퍼센트가 늘어난 것이다. 지금까지는 꽤나 자금에 허덕였는데 이정도만으로도 훨씬 숨통이 트이는 것이다.

“이대로 조금만 더 모으면 장비도 바꿀 수 있겠다.”

마법사인 루미라는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마법사의 지팡이도 어떤 장인이 만들었는가에 따라서 그 효율이 천차만별이었다. 뛰어난 장인이 만들 수록 마법의 위력도 증폭되는 것이다. 거기다가 탱커인 클로제의 방어구도 철판갑옷에서 합금으로 만들어진 물건으로 바꿀 수 있다.

“음? 그런데 저건 뭐지?”

클로제는 교환원의 옆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델타폰을 가리켰다. 그러자 교환원이 입을 열었다.

“델타폰이라는 겁니다. 결정체 다섯개와 교환 가능합니다. 기기끼리는 저렴한 가격에 통화가 가능하고 각종 편의도구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교환원은 몇 가지 설명을 덧붙였다. 현금으로 팔지 않는 이유는 나중에 문제가 될 시 현금의 흐름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설명을 듣던 해븐의 팀원들의 표정이 점점 흥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가 말한 대로라면 레이드에도 도움이 되는 물건을 다수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구현화에 대한 설명을 듣자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클로제가 입을 열었다.

“결정체 남은 거 있어?”

“아니. 아까 다 팔았잖아.”

“젠장. 혹시 환불 가능합니까?”

“이미 교환된 결정체는 돌려드릴 수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결정체는 전부 준의 인벤토리로 들어가고 있었다. 교환원은 현재 준과 공유하고 있는 인벤토리가 ‘0’개 였다. 이는 준이 몇 번의 실험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로, 인벤토리 기능을 승인한 상태에서 공유를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인벤토리에 넣은 물건은 전부 준의 인벤토리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사냥터는 어디죠?”

“어디로든 도시에서 1킬로미터 정도만 벗어나면 됩니다. 사냥터의 개척은 이제부터 오실분들의 몫이죠.”

“알겠습니다. 가자. 오늘 목표는 델타폰 구입이다.”

“다섯개나 하는데 너무 비싸지 않아?”

“비싸더라도 살 건 사야지.”

클로제의 눈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다른 동료 남자 헌터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고 있었다.

알파시티에 대한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무엇보다 그곳에 먼저 간 사람들이 자신과 친한 레이드 팀들을 적극적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가장 큰 것은 역시 결정도에 따른 대금지급 방식이었다. 그냥 팔때보다 거의 30퍼센트 이상 더 쳐주는 이 방식은 돈 한푼이 아쉬운 헌터들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곧 항의가 빗발 쳤는데, 주로 새크리파이스 측에서 개척한 도시에서 나오는 불만이었다. 돈도 많이 벌고 환경도 좋다고 해서 갔는데 가보니 전혀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준은 굳이 대응하지 않았다. 이쪽에서 새크리파이스에 대한 험담을 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드와이트 덴버는 씩씩거리면서 찾아왔다가 별다른 소득도 없이 물러나야만 했다. 막상 결정체 거래에 대한 증거가 없다보니 법적으로 처리할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결정체를 주는 장면은 포착할 수 있는데, 정작 그 결정체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뭐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있는 증거라고는 교환소에서 지급한 대금의 영수증 정도. 하지만 그 것만으로는 교환의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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