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42화 (24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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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인더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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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에 대한 신원조회가 검색되었습니다. 미리 요청된 사안에 의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준은 갑자기 머리속에 떠오른 메시지에 미간을 찌푸렸다.

“어떤 멍청이가 또 글을 올린거야?”

최근들어 이런 일이 잦았다. 아무래도 알카트뢰즈에 있을때와는 달리 주인장의 정체가 궁금한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준은 시스템에 요청해서 이런류의 글이 올라오면 바로바로 삭제하도록 하고 있었다. 키워드는 주인장, 델타, 정보, 신원, 신분, 현상금, 등이었다.

준은 삭제된 글을 확인하고는 그 글을 올린 자가 수라드 사람인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준은 그 사용자의 이름이 ‘마리엘’임을 확인했다.

‘설마?’

델타폰은 꼭 실명이 아니어도 회원가입이 가능했다. 애초에 제대로 된 신분증이 없는 사람도 많았고, 그런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이 알카트뢰즈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꼭 이름이 마리엘이라고 해도 그라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마리엘이라는 이름은 상당히 흔하다. 흔하다 못해 흘러넘칠정도였으니 준의 예상이 틀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녀석이라면 재미있겠군.’

준은 혹시나 해서 삭제 된 글을 그 사용자만 볼 수 있도록 다시 복구시켜놓고, 그 글에 댓글을 달았다.

-주인장의 정체를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댓글이 달렸다.

-누구지?

-먼저 돈 부터 보내는 게 순서 아닙니까?

-그렇다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지.

-어디로 가면 됩니까?

-수라드 행성 플랫폼 관리소로 오게.

-누구를 만나러 왔다고 하면 됩니까?

-관리소장을 만나러 왔다고 하면 된다.

“걸렸어.”

준은 손가락을 딱 튕기고는 가지고 있던 스마트 패널을 이용해 검색을 했다. 그 정도 정보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수라드 플랫폼 관리소장의 명단에서 마리엘 쿤이라는 이름을 발견한 준은 한참이나 그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막상 그 이름을 확인하자, 무어라 해야할지 모를 감정이 솟아올랐다. 우습지만 그 감정의 정체는 반가움이었다.

‘보고싶다. 정말로.’

남들의 위에 선 인간. 말 한마디로 자신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은 인간. 그자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어쩌면 그는 델타폰의 주인이 자신이리라는 추측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전혀 자신에 대한 생각따위는 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느쪽이 되었든, 준은 웃으며 그를 만날 것이다.

하지만 당장 준이 수라드 행성으로 갈 수는 없었다. 당장 이스카야 행성에서 해야할 일들이 꽤나 많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일로 멋대로 움직이기에는 이미 준이 먹여살리는 입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일단은 플랫폼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문제였다.

당장 이들을 쫓아내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강제로 몇 명을 본보기로 죽이고, 고분고분해진 이들을 우주선에 채워 변방행성, 그중에서도 문명이랄 것이 거의 없는 가난한자들의 행성인 웨이스트랜드에 버리면 된다.

실제로 이 일이 더러운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불쌍한 이들을 알카트뢰즈 만큼이나 황량한 행성에 버린다는 건 그냥 다 굶어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제임스는 생각이 다를지 모르지만, 준은 그들을 그런식으로 버릴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천억을 투자해 수조를 벌 수 있는 일이었고, 그 돈이면 그들에게 얼마씩 쥐어주어 먹고 살만한 곳에 내려줄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좋은 방법도 있었다.

“네? 그들을 이 행성에 정착하게 하겠다고요?”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사실 놀란 듯이 말하고는 있지만 어느정도 예상한 일이기도 했다.

“그래. 어차피 초기정착민은 필요하잖아. 그리고 이 인원구성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그래봐야 노인들과 애들뿐입니다. 사실상 노동력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요.”

“당분간은 지원을 해줘야겠지. 하지만 생각해봐. 어차피 이곳은 헌터들을 위한 결정체 산업기지가 될 예정이야. 그렇게 되면 밀려드는 헌터들에게 필요 한 게 많지 않겠어?”

“서비스업에 종사시키겠다는 말입니까?”

“그래. 일단은 숙박업소나, 간단한 잡화점 정도를 차릴 수 있게 지원해주는 거지. 물론 그런 일이라고 노동력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니까, 그동안은 우리 애들을 이용해 조금 도와주고 천천히 적응하도록 하자. 이곳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니까, 기회를 주면 더 열심히 일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노인들이라곤 하지만 대부분은 이곳에서 오랜시간 일을 한 사람들이고 그만큼 노하우가 있을거라고. 그걸 아이들에게 전수해주고, 그 아이들은 곧 성인으로 자라겠지.”

“알스버그님은 참 쉬운 일을 어렵게 하시는 재주가 있군요. 그냥 적당히 몇 푼 쥐어주고 유인행성으로 보내는 게 훨씬 싸게 먹히는데다가 일도 덜 번거로울 겁니다.”

“노인과 아이들이 환경이 완전히 다른 행성에서 정착할 수 있겠어?”

“어차피 이스카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들은 플랫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입니다. 내려간다고 적응할 수 있을까요?”

“지원자만 따로 받으면 되잖아. 자주 보던 행성이고, 언제든지 플랫폼을 오갈 수 있으니 다른 행성으로 가는 것 보다는 훨씬 저항감이 덜할거라고.”

“모르겠습니다.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하는 것인지.”

“난 말이지.”

준은 목을 가다듬었다. 무언가 목에 걸린 듯 해야할 말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준은 생각을 천천히 정리하고 조심스레 입술을 떼었다.

“돈이 없다고 해서 사람이 가축처럼 다루어지는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아.”

“충분한 지원을 해주면 됩니다. 이곳을 개척하는 것은 전문인력들을 고용하는 편이 낫습니다. 노인과 아이들이라니... 사람은 하나를 해주면 둘을 요구하는 법입니다. 지금은 고맙다며 허리를 숙이겠지만, 다음에는 왜 병원을 지어주지 않냐, 왜 식량이 부족하냐, 왜 충분한 노동력을 제공해 주지 않냐 하면서 더 많은 걸 원할 겁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해보시겠습니까?”

“물론 모든 요구를 들어줄 생각은 없어. 그래서 지원자를 뽑는다고 했잖아. 원하지 않는 이들은 지원금을 주고 다른 행성으로 보낼 생각이야. 내 말은, 정말로 이곳을 떠나기 싫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살 자유를 지켜주고 싶다는 거지.”

“이곳은 무역연합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도 아니고, 사회안전망도 제로인 곳입니다. 어느누구도 불쌍한자를 동정하지 않고, 가난한자를 구제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이곳의 법이고, 윤리입니다.”

안다.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무역연합이다. 민주주의 국가를 경험하고 싶다면 연방으로 가면 된다. 넘칠정도의 복지를 원하면 파티마 제국에 가면 된다. 하지만 이곳은 무역연합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만이 하나의 가치로 인정받는 곳. 그런 곳에서 가난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죄다. 그리고 제임스는 그것을 당연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그 생각을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준은 한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감히 그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넒은 가슴을 가진, 산처럼 거대하게 느껴지던 사람이었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이 있어. 오늘을 사는 것도 버거워 내일을 생각할 수 없을때가 있어. 너무나도 힘들어 욕을 하더라도 좋으니, 누군가 말이라도 걸어줬으면 싶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누군가 내민 손의 따뜻함을 나는 알아.”

“동정심입니까?”“그래. 알량한 동정. 한 푼어치 값도 하지 않을 내 마음의 위안을 위해서 나는 그런 번거로움을 감수하겠어. 그렇게라도 해서 내가 느꼈던 위안을, 희망을 그 사람들에게 주고 싶어. 이게 내 생각이야.”

“당신은 대체...”

제임스는 목을 뒤로 쭉 빼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준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도와 줄 거지?”

“손해가 엄청날 겁니다. 솔직히 이건 기업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나도 알아. 그래서 애초에 말했잖아. 이건 그냥 구색일 뿐이라고.”

“좋습니다. 그렇게 까지 말하신다면 능력을 다해 성사시켜 보겠습니다.”

“사표를 쓰거나 하지는 않는 건가? 나는 솔직히 절반쯤은 제임스가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제 능력을 우습게 보지 마십시오.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을 되게끔 만드는 걸 보여드리죠.”

“믿음직한데.”

“말하지만, 알스버그님의 생각에 동의해서가 아닙니다. 저는 직원이고 사장의 명령에 따라 일을 하는 것뿐이니까요.”

“그래. 고맙다.”

“사람을 몇 명 더 뽑아도 되겠습니까? 아무래도 머리를 쓸 사람들이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일단 여기서 추려보고 그래도 없으면 바깥에서 데리고 와도 좋아. 그 일은 전적으로 맡기지.”

“눈여겨 본 이들이 몇 있습니다. 굳이 바깥에서 데리고 올 필요까지는 없을 듯 합니다.”

제임스는 그 사이 자신의 업무를 분담할 수 있는 사람들을 물색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델타스피릿의 인원구성은 준이 생각해도 비대칭 적이었다. 전투원만 잔뜩 있고, 기업을 관리하는 일은 전부 제임스가 해치우고 있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에게 가중된 부담이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그런 것을 불평한마디 하지 않고 해왔던 그에게 준은 새삼 감사했다.

우연히 주워온 인물이지만, 상상이상으로 그의 능력은 탁월했다. 준은 클라이드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이런 녀석을 부정축재를 하는데만 써먹었으니 견디지 못한 그가 자신에게 뛰어든 것 아니겠는가.

그 건 이외에 일단 준은 계좌로 들어온 돈으로 급한 일들을 처리했다. 행성을 복구하기 위한 인력 고용 공고를 올렸고, 급여도 후하게 지급했다. 고용된 인부중에 정착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정착금을 주고 눌러앉을 수 있게 할 생각이었다.

그를 위해서도 매력적인 행성으로 만들어 둘 필요가 있었다. 일단 우선거주구를 지정하고 그곳의 외도들을 소탕했다. 서른명의 펠로우쉽들과 함께 하니 어지간한 외도들은 순식간에 쓸려나갔다. 가끔 주황색이나 노란색 외도가 나타날때면 검둥이가 나서서 처리했다.

검둥이는 홀로 초록색 외도까지 상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준을 제외하면 이스카야에서는 가장 강력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첫 번째 정착지 반경 1킬로미터 까지 모두 외도를 정리한 준은 그곳의 이름을 알파시티라고 지었다.

첫 번째이자, 시작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곳에 정착할 사람들이 에피알게나스를 천사처럼 여기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녀가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파라고 소개했던 것이 퍼져나가 벌써부터 난민들 사이에서는 알파가 신흥종교처럼 퍼지고 있었다.

그런 준의 노력에 대한 화답이라도 하듯,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알파시티에 정착하기를 원했다. 나머지 절반은 플랫폼에 남고 싶어했다. 그들의 처우를 고민하던 준은, 의외로 그들이 플랫폼에 상당히 유용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노인들의 경우는 대부분 이곳의 직원이었던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플랫폼의 정비라던가, 관리를 하는데 숙련공의 도움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능숙하게 일을 처리할 능력이 있었다.

단지 나이가 많기 때문에 해고 된 것일 뿐 그들의 능력은 아직 현역급이었다. 그리고 에피알게나스의 능력이 거기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그녀의 능력은 단순히 상처를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존에 필요한 각 장기의 능력을 활성화 할 수 있었다. 마치 펠로우쉽 계약을 맺은 사람들의 신체능력이 20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그들의 신체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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