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40화 (24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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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인더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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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시미가 식탁을 탕탕 쳤다. 원래 외도는 음식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 그들의 에너지의 근간이 되는 것은 결정체이고, 그 결정체가 가지고 있는 엑조틱에너지가 생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아무것도 못 먹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인간을 잡아먹는 외도는 상당히 많았고, 그들은 그것을 생존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일종의 유희로 생각하는 듯 했다.

시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인간이 고기를 탐하듯 야채를 즐겨 먹었다.

준은 델타폰에서 샐러드를 하나 꺼내들고는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회의실 맞은 편 탁자에 앉아 있던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현재 두 사람은 함장과 부함장, 사장과 비서로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델타폰을 토르에게 건네 준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립니다.”

“응? 왜 그런 생각을 하지?”

“토르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갤럭시 인더스트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인물입니다. 그에 의해 델타폰이 그곳으로 흘러들어가게 되면 예상보다 빠르게 시선을 끌게될 우려가 있습니다.”

“알카트뢰즈에서 델타폰을 판매한지가 거의 10개월이 넘었는데. 그곳에서 단 하나의 델타폰도 위쪽으로 보고되지 않았을까?”

“그렇긴 합니다만...”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어차피 새크리파이스에서도 슬슬 델타폰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을거야. 수라드 행성의 판매량이 상당하거든. 그쪽에서 접촉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해 둔 바가 있으십니까?”

“글쎄. 일단은 잡아뗄 생각이야. 심증만 가지고는 우리거라고 할 수 없잖아. 델타포럼을 해킹하지 않는 이상 내 정체를 알 수도없고,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너도 잘 알텐데.”

“하지만 델타포럼의 관리자가 알스버그님이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돈 몇푼이면 그 정보를 팔 녀석들이 널렸지요.”

“상관없어. 공식적으로 파는 물건도 아니고, 결정체를 소모한다고 해도 그 수익이 나에게 들어온다는 증거도 없어. 생각해보니 너무 몸을 사렸던 것 같더라고.”

“물증이 없다... 확실히 그렇군요. 하지만 새크리파이스는 아시다시피 불법적인 일에도 손을 뻗고 있는 기업입니다.”

연합에는 수많은 기업이 있다. 그중에서 100대 기업은 해마다 산정하고 있었는데, 수많은 기업들이 그 안에 들기 위해서 경쟁을 한다. 연합은 자유로운 경쟁을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공격하는 일만 아니면 그다지 간섭을 하지 않았다. 그 이야기는 바꿔말해, 그 100대기업안에 속하지 않는 다른 기업은 얼마든지 사냥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100대기업에 들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명예뿐만이 아니라, 연합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연합의회에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1위인 갤럭시 인더스트리이건, 100위인 이름모를 기업이건간에 상관없이 동등한 하나의 표를 가진다. 물론 그 안에서도 발언권이 다르긴 했지만 원칙적으로는 그러했다.

때문에 해마다 100위권 다툼이 치열했다. 일단 그 안에 들어가면 자신들의 기업에 유리한 법령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경쟁은 해마다 치열해지고, 순위를 올리기 위해서는 무슨짓이든 불사않는 이들도 생긴다. 일부는 불법이 탄로나 공중분해 되기도 하고, 일부는 탄탄대로를 달리며 순위권 안에 든다. 새크리파이스는 후자에 속하는 기업이다.

그들은 장기밀매, 인신매매, 마약거래, 아동착취, 성매매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돈 되는 일에 끼어든다. 때문에 새크리파이스가 세력을 넓힌 지역은 대체로 그곳 시민들의 삶이 피폐해지곤 했다.

준도 경험한 적 있지만, 수라드 행성이라는 제법 큰 규모의 행성에서도 자동운전시스템 하나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 차량한대에 시스템을 구축할 돈이면 그냥 사람을 쓰고만다. 인건비가 지나치게 저렴한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이 근처의 문제만이 아니라 연합행성 전체에 걸쳐있는 문제였다. 그러다보니 연합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은 헌터를 선망하게 되고, 결정체를 생산할 수 있는 하급이상의 헌터들을 우러러 보게 된 것이다.

가까운 연방사람들이 헌터를 싸구려 용병취급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새크리파이스의 일처리가 얼마나 지독한지는 나도 잘 알지. 하지만 녀석들도 함부로 대규모 선단을 이용해 우리를 공격하거나 할 수는 없어. 그러면 당연히 증거가 남을테니까.”

“그런 증거들을 무시할 수 있는 금력이 있긴 하지만... 증거가 많으면 많을수록 거기에 들어가는 돈은 많이 들겠죠.”

“그래. 결국은 놈들도 제한된 병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아무리 법보다 돈이 더 강력한 힘이라고 해도, 법은 법이라는 걸. 새크리파이스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기업들은 많거든.”

“그렇군요. 적이 많은 기업. 지금까지는 섣불리 누가 나설 수 없었지만, 만약 우리로 인해 약점을 노출하게 되면 다른 곳으로 부터 공격을 받게 되고 새크리파이스에선 그걸 걱정하고 있겠군요.”

“아니. 뭐 그렇게 까지 일이 잘 풀릴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놈들도 엉덩이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지. 그리고 엉덩이가 무거운 사자는 또 다른 사자에게 잡아먹힌다고.”

“사자라... 용이라고 해두죠. 충분히 그만한 잠재력이 있으니까요.”

“아부하는 거냐?”

“당연하죠. 사장님에게 잘 보여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제임스는 너스레를 떨며 입을 열었다. 아부를 할 때도 요령있게 하는 녀석이다.

무기명으로 이체된 현금 90억에 대해서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나중에 세금은 좀 물겠지만, 연합의 세금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 꽤나 낮은 편이었다. 거기다가 함선을 유지하고 있으면 유지비 조로 상당한 금액의 공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세금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애초에 정부 자체가 기업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제임스가 그렇게 설명하자 준이 물었다.

“그럼 국가재원은 어디서 마련하는 거야?”

“헌터들의 세금이 상당히 높습니다. 거의 절반은 떼어갈겁니다.”

“와. 세금이 그렇게 높았던 건가?”

“네. 그 때문에 상당히 불만이 축적되어 있는 상황입니다만, 어느누구도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어디까지나 갑은 레이드 기업, 헌터는 을의 입장이니까요.”

“세금문제라. 그건 생각하지 못했군. 그럼 우리 직원들 월급에서는 세금이 얼마나 빠지는 거야?”

“PMC로 등록했고, 기업자체가 파티마 기업 소속이기 때문에 그다지 세금이 높지 않습니다. 대신 활동할 수 있는 여지는 많이 줄어들죠. 아무래도 받을 수 있는 일은 남들이 기피하는 일밖에 없을 겁니다. 일의 절대량 자체가 적으니까요.”

“상관없어. 어차피 남의 일을 하려고 만든 기업이 아니니까.”

“네. 당분간은 플랫폼을 판 돈만으로도 충분히 운용이 가능할거고, 결정체도 아직 넉넉하게 남아있으니 문제될 건 없겠습니다.”

“헌데 그거 말이야.”

준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플랫폼을 파는 것을 잠시 보류하는 건 어때?”

“네. 무슨 뜻이십니까? 혹시 이곳의 사람들 때문이십니까?”

자그마치 7만개의 결정체가 들어간 사업이다. 이제와서 꽝이라고 하면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을리 없다. 준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이 플랫폼을 돌아보니 상당한 장비들이 그대로 남아 있더라고. 그걸 다시 복구해 원래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설마. 결정체 유통사업을 하자는 겁니까?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진 않으실텐데요. 연합함대가 빼곡하게 우리를 포위하는 장면을 보고 싶은 겁니까?”

“아니. 유통업이 아니야.”

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걸. 다 먹는거지.”

“서... 설마.”

제임스는 준이 그리고 있는 그림을 깨닫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플랫폼은 어디까지나 민간사업이다. 누구나 지을 수 있고, 누구든지 사고팔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 자체가 행성의 자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다.

결국 플랫폼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 행성을 소유한다는 것이다. 누구도 플랫폼없이는 그 행성에서 유의미한 경제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팀 어벤져처럼 우주선 한대에 셔틀 한 대를 움직여 왔다갔다 할 수야 있겠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체류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행성을 알카트뢰즈 처럼 헌터들의 행성으로 만들 생각인데. 어때?”

처음 이 생각을 떠올린 것은 셔틀에서 내려 이 행성에 도착하면서 부터였다. 상당히 파손되긴 했지만 이곳은 아직 많은 건물들이 남아 있었다. 외도들이 인간의 건물을 사용할 리도 없고, 사람이 살지 않게 된지 몇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쓸만한 도시들도 있었다. 다시 사람들이 모이면 이곳은 훌륭히 기능하는 유인행성이 될 것이다.

게다가 알카트뢰즈에 비해 환경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거기에 헌터들을 유치해 델타폰을 보급하고 사냥을 시키면 다른 곳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결정체를 취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체를 전부 준이 먹을 수 있다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준이 강해진다는 이야기였고, 그만큼 델타스피릿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이야기였다. 제임스는 멍하니 준의 설명을 들으며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저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만. 가능하다면 엄청난 이득을 줄것은 명확합니다. 다만 그 계획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한가지 있습니다.”

“결정체를 사들일때 필요한 현금이 없다는 거겠지?”

“물론 거기까지 생각하셨을 거라고 봅니다.”

“그건 지금부터 네가 생각해야지.”

“...”

제임스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욕을 하고 싶은데 차마 사장이라 그러지는 못하겠고, 그렇다고 참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얼굴이 빤히 드러났다.

“생각보다 생각이 잘 읽히는 스타일이구나.”

“후. 진심이시라면 이 건은 없는 걸로 하겠습니다. 제가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다 한들 그만한 현금을 구할 방법은 없습니다.”

“아니. 있어.”

“대체 그 돈을 구할 방법이라는게 뭡니까?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현재 결정체 평균가는 백만원 안팍이고, 이정도 행성에서 생산되는 결정체를 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조단위의 자본금을 가지고 있어야 시도라도 해볼 수 있을 겁니다. 알카트뢰즈의 월 생산량이 수십만개라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월에 수천억이 들어간다는 이야깁니다.”

“돈 많은 놈들에게서 빌리는 거지.”

“누가 우리같은 듣도보도 못한 기업에게 돈을 빌려줍니까?”

“있어. 그런 곳이.”

“대체 어디입니까? 구경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제임스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화를 누르고 있었다. 지금 준의 모습은 마치 떼를 쓰고 있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던 것이다.

“갤럭시.”

제임스는 입을 다물었다. 준의 말이 어처구니없이 들려서가 아니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그 이야기가 현실성이 있는 것인 가를 빠르게 계산하고 있었다. 이스카야 행성에서의 일은 쿠르베가 모두 정리해서 보고서로 올렸다. 때문에 그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은 이미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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