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39화 (239/540)

0239 ----------------------------------------------

갤럭시 인더스트리

*

*

*

준은 가스토르니스를 추적하기로 결정했다. 토르 일행도 함께 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강력한 적이었지만 준 일행과 힘을 합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가스토르니스의 위치는 현재 위치에서 약 400킬로미터 떨어진 부근에 있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참 멀리도 도망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만큼 녀석이 겁을 집어먹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일단 두 팀은 서로 자신들이 타고 온 셔틀을 타고 정해진 위치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팀 어벤져가 사라지자 준은 셔틀을 꺼내들었다.

그곳에 탑승한 이들은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라 가스토르니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막스가 입을 열었다.

“그건 왜 준거야?”

“봤어?”

“던전핵. 솔직히 쓸데는 없지만 그냥 넘겨주기에도 아까운 거 아니야? 네가 비싸게 주고 산거잖아.”

“정체를 좀 더 알아보고 싶어서 그랬던 것뿐이야. 아이샤라는 여자, 좀 표독스럽긴 해도 믿을만한 녀석 같아서. 게다가 남자친구를 살려줬는데 그정도는 해주겠지.”

“하긴... 헌데 셔틀에 타기 전에 그 안경잡이 녀석 봤어?”

“아아.”

“아주 뚫어져라 에피알게나스 양을 쳐다보던데. 콱 가서 눈알을 뽑아주고 싶을 정도였다니까.”

“갔다가는 반대 상황이 펼쳐지겠지.”

강원삼은 상급 헌터였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것은 오른 팔에 장착되어 있던 기계식 석궁이었다. 짧은 화살을 기관총처럼 수십개를 연결해서 쏘아보낼 수 있는 기계장치였다. 그것에 마나를 실어 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효율과 데미지 면에서 슬랩스보다 뛰어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쨌든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잖아.”

“그렇지않아도 그 일로 상의를 좀 해야할 것 같아.”

준은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엑조틱 웨폰, 그리고 강원삼이 가지고 다니는 라이브캠의 이야기 까지 마치자 막스가 입을 열었다.

“하긴. 레이드팀의 사냥을 카메라로 찍는다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걸 생각못한 건 우리 잘못이지.”

막스도 알카트뢰즈에 가기전에는 레이드팀을 이끌 고 있었다. 그의 팀이 소규모형태라고는 할지라도 반드시 레이드 중에는 카메라를 동원했다. 전투 후에 복기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 덕분에 갤럭시 인더스트리에 상당히 시선을 끌게 됐어. 예상보다 우리쪽에 대한 압박이 빨리 들어올 것 같아. 확실히 최선의 상황은 아니지.”

“난 모르겠다. 그런 건 제임스랑 논의 해봐. 솔직히 나는 싸우는 것 외에는 잘 모르니까.”

“이럴때 노인의 혜안을 좀 발휘해봐.”

“야. 이자식아. 나 아직 팔팔한 41세거든?”

그때 시미가 고개를 내밀며 입을 열었다.

“시미도 41살인데요.”

“너 40살이라며?”

준이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생일 지났어요.”

“뭐? 언제가 생일인데?”

“며칠 전이요.”

“며칠 전이라면...”

준은 곰곰이 기억을 더듬었다. 아마도 시미가 준을 덮치려던 그날이었던 모양이었다. 준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서 그런거였냐?”

“헤헤. 생일선물로 시미를 준비했었었요.”

“보통 생일선물은 받는거라고.”

“그래서 준의 꽃가루를...꺅.”

준은 시미의 머리를 눌러 주머니 안으로 밀어 넣고는 막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뭐야. 왜 그렇게 불쾌한 얼굴로 바라보는 건데?”

“아니... 이제 하다못해 어린애에게까지 손을 대는 구나 싶어서. 내가 아무리 쓰레기라도 그런 짓은 안하는데... 요즘 루나가 임신중이라 외로운 모양인데 그럴거면 구현화라도...”

“아니라고!”

결과만 말하면 가스토르니스의 사냥은 성공이었다. 우선 팀 어벤져가 먼저 시선을 끌고, 후방에서 전차를 이용해 포격을 가했다. 도망치려고 해도, 아이샤의 중력마법은 녀석의 몸을 얽매었고 땅위의 비행형외도는 그 능력을 백퍼센트 발휘할 수 없었다. 결국 몇번의 무의미한 날갯짓과, 깃털을 뿌려대는 것을 반복하던 녀석은 마지막으로 토르의 해머 한방에 머리가 깨지며 목숨을 잃었다.

“중력마법은 확실히 유용한 것 같군.”

준은 아이샤에게 슬쩍 펠로우쉽을 걸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계약은 상호동의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자세한 설명을 해야했고, 그러다보면 그녀의 입에서 피라미드의 꼭짓점이 준이라는 사실이 퍼져나갈 수도 있었다.

욕심이 났지만, 나중에라도 자신의 사람으로 끌어들이게 되면 그때가서 해도 늦지 않았다. 그때문에 굳이 던전핵을 줘가면서까지 인연의 끈을 남겨둔 것이기도 했다. 성격이야 어떻든 실력은 확실했으니까.

“그럼 결정체 분배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반반으로 하지.”

“딜량으로 계산하면 알스버그님이 훨씬 더 많은 데미지를 주었습니다만.”

아이샤가 계산기를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확실히 전문적인 레이드 팀이다 보니 별 장비를 다가지고 있었다. 지금 아이샤가 가지고 있는 것은 데미지측정기라는 것인데, 외도에게 준 충격량을 계산해서 수치로 바꾸어 주는 것이다. 백퍼센트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렇다할 기준이 없다보니 현재로선 그것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거기에 맞춰서.”

“후. 네. 그렇게 하죠. 그럼 파란색 결정체 하나에 붉은색 결정체 만개로 쳐주니 7:3으로 나누어서 결정체 7천개를 드리기로 하죠.”

“아니. 반대로 해야지. 이쪽에서 3천개를 주고 그 파란색 결정체를 갖는 걸로 해야지. 우리가 더 많은 데미지를 넣었으니까.”

“그건 안됩니다.”

그러자 뒤에 서있던 강원삼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준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왜지?”

“가스토르니스 원정은 우리가 먼저 시작했으므로, 현행법에 의해 우선권은 저희가 가집니다.”

레이드 팀들끼리 중간에 연합을 하거나 하는 일은 의외로 잦은 편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분쟁도 많았다. 때문에 그에 대한 중재를 위한 법률이 다수 있었는데, 이런 경우 처럼 먼저 선공을 하고 나중에 도움을 준 팀의 경우에는 선공을 한 쪽이 결정체에 대한 우선권을 가지도록 되어 있었다. 보통 상위등급의 결정체가 하위등급의 결정체보다 훨씬 희귀하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 놓은 법이었다.

“그런 법이 있었나?”

“응. 있어.”

막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레이드 팀을 운영해 본적이 있기 때문에 대충이나마 그런 부분은 알고 있었다.

준은 막스에게서 자세한 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원삼의 주장에서 허점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최초의 사냥에만 해당한다며. 이번건은 2차전이니까 동등한 상태에서 협상을 하는게 맞겠지.”

“곧바로 추격을 한 것이니 2차전이라고 볼 여지가 적습니다.”

“그건 그쪽 생각이고. 애초에 마나도 고갈되어서 마나회복하느라 여덟시간이나 때웠잖아? 거기다가 토르도 죽었다고 살아났고. 이정도면 리셋이라고 봐야하지 않겠어?”

준의 강력한 주장에 강원삼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가스토르니스는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1차전의 계속이라고 봐야할 여지도 있습니다.”

“그거 누가 데미지 입힌건데? 내가 한거잖아. 그만 우기고 재협상 하자고. 이런 문제로 시간 끌것없잖아. 붉은색 결정체 9천개를 주면 파란색 결정체를 넘기도록 하지.”

“9대1은 너무 욕심부리는 것 아닙니까?”

강원삼이 안경을 고쳐쓰며 입을 열었다. 아이샤와 토르는 남의 집 불구경하듯이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하고 있었다. 어차피 여기서 나오는 결정체는 전부 갤럭시 인더스트리로 들어간다. 그들은 건당 계약으로 레이드를 뛰기 때문에 결정체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 상태였다. 대신 먼저 엑조틱 웨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그럼 파란색 결정체를 우리에게 넘기던지. 딱 봐도 우리쪽이 딜량이 훨씬 높은데 그걸 못가져 간다는 게 말이 안되잖아.”

“법적 공방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저희 회사가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군요.”

“거기가 어딘데?”

“그... 굉장히 큰 기업입니다.”

“그러니까 그 큰 기업이 어디냐고. 거참 궁금해지네. 남 몰래 파란색 외도를 잡으러 다니고, 신무기를 시험하고 다니는 기업이 어딘지 알고 싶은데 말이야.”

“목숨이 두 개라도 되는 줄 아십니까?”

강원삼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그는 철저히 기업의 이득을 챙겨야 하는 입장이었다. 여기에서 결정체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되면 자신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다.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이쪽이 가져가는 비율을 높이고 싶어했다.

“협박이라... 토르. 이정도면 내가 이녀석 한대 때려도 되는거냐? 이거 녹화되고 있는 거 맞지?”

“어, 어떻게?”

강원삼은 흠칫 놀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바보냐. 그 안경에 라이브캠 설치되어 있는 거 다 안다. 그래서 우리도 촬영중이니까 허튼생각하지 말라고.”

준은 뒤쪽을 가리켰다. 에피알게나스가 델타폰을 꺼내서는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전투중에는 딱히 할일이 없는 그녀였기에 동영상 촬영을 시킨 것이다. 전투과정이 고스란이 찍혀 있으니 문제될 것은 없었다. 문제라면 전차를 사용했다는 것 정도인데, 반대로 말하면 저쪽도 신제품인 엑조틱 웨폰을 사용하고 있었으니 서로 영상을 깔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건 기싸움에 불과했다. 나도 너희들의 목을 조를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후. 알겠습니다. 결정체 8천으로 하죠.”

“현금으로 90억.”

“좋습니다. 그럼 그걸로 하지요. 계좌 찍어주십시오.”

“아. 잠깐. 법인계좌로 쏴줘.”

준은 스마트패널을 열어 델타스피릿의 계좌정보를 전송했다. 그러자 강원삼이 한숨을 쉬며 현금을 전송했다. 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준이 파란색 결정체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정산에 대한 것이 모두 끝났다.

“그럼 이만 헤어져야 겠군.”

“재미있었습니다. 포탄이 녀석에게 명중할때마다 저까지 몸이 떨릴 정도였다니까요.”

“바로 코앞에서 포탄이 터지는데 멀쩡하게 버티고 있는 너도 만만치 않았어.”

아무리 관통탄이라고는 해도 폭발의 충격은 토르에게도 그대로 전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충격파를 몸으로 버텨가며 끝까지 가스토르니스를 탱킹했다. 인간의 육체라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내구도였다. 물론 상당수는 그가 입고 있는 탄성강화수트의 덕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보아하니 엑조틱 웨폰의 일종인 듯했다.

“언제든지 연락해.”

준은 토르에게 델타폰을 건네주었다.

“이게 뭡니까?”

“델타폰이라고, 우리 회사의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있는 물건이야. 쓸만한 것들을 많이 구할 수 있으니까 가지고 있으면 도움이 될 거야.”

준의 말에 델타폰을 살피던 그가 모르겠다는 얼굴로 준을 쳐다보았다. 애초에 기계자체가 상당히 예전모델이라 조작법이 익숙하지 않음 모양이었다. 준은 간단히 델타폰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EP충전법이라던지 스토어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방법이라던지 하는 것들. 그리고 구현화 기능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었다.

“그, 그럼. 2D를 현실에 구현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준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토르는 재빨리 델타폰을 품에 감추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대체 저 녀석이 왜 저러나 하고 의아해 하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이건 비밀로 해주십시오. 아이샤가 알면 안되거든요.”

“뭘 하려는지 대충 감은 온다만... 알았다. 그걸로 뭘 하든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평생을 거쳐서 갚겠습니다.”

“살려준 것보다 이걸 더 고마워 하는 것 같군.”

“에피알게나스 님이 제 육체를 구했다면, 알스버그님은 제 영혼을 구한겁니다.”

“그, 그래. 그럼 나중에 후원계약 끝나면 알지?”

“네.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델타폰을 쥐어주기 전에는 절대 안된다던 토르가 진지하게 숙고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델타폰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준은 옛 소설의 한장면을 떠올렸다. 죽어도 설득되지 않은 한 장수에게 천리를 달릴 수 있는 말을 주니 크게 웃으며 기뻐했다는 이야기. 준은 지금이 그 순간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2차전을 묘사할까 하다가... 그냥 생략했습니다. 굳이 한번싸웠는데 두번싸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요.

오타나 내용 오류에 대한 지적은 환영합니다. 지금 너무나도 피곤하고 다섯시간만 자고 또 일어나야 해서 일단 수정은 내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내일도 또 읽어주세요ㅋㅋ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