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4 ----------------------------------------------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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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우리가 검둥이에게 습격을 당한 것으로 착각하고 화살을 날렸다는 건가?”
“하하하... 그런셈이지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설마 늑대인간을 소환하고 다니실줄은 상상도 못했지 뭡니까. 꽤 강해보이는 녀석이었는데 말이죠. 아, 저는 토르라고 합니다.”
“토르? 천둥의 신 말인가?”
준이 반문하자 그가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멋있지 않습니까? 제가 직접 지은 이름입니다.”
빠악!
“이 멍청아. 부끄럽게 좀 하지마.”
예의 몽둥이를 든 여성이 다시 토르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입을 열었다. 준이 그녀를 힐긋 보자, 그녀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후드를 내렸다. 드러난 얼굴은 예상대로 꽤 미인이었다. 붉은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린 그녀는 손에 든 지팡이를 어디론가 집어넣고는 두 손을 다소곳이 모으고는 입을 열었다.
“저는 상아탑 출신의 마법사 아이샤라고 합니다. 괜한 피해를 끼쳐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이 멍청이가 가끔 사고는 치지만 나쁜 녀석은 아니니까 부디 이해를 부탁드려요.”
“상아탑...!”
막스가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입을 열었다. 준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는 곳이야?”
“적어도 헌터라면 그 정도는 알아야 하는거 아니냐?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넌 대체 어디서 떨어진 인간이냐?”
“헌터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지.”
“그래도 자주 보긴 했을 거 아니냐.”
“그렇긴 한데. 설명이나 해.”
준이 재촉하자, 아이샤가 대신 대답했다.
“상아탑은 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비밀결사단입니다. 요즘은 그냥 엘리트 마법사들을 키워내는 아카데미 같은 역할을 하고 있죠.”
“비밀결사라면서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는건가?”
“어머. 말을 제대로 들으셔야죠. ‘최근엔’ 아카데미 역할을 하고 있다고요. 요즘처럼 이능이 활발한 시대에 비밀결사단 같은 걸 하다간 굶어죽기 딱 좋거든요. 상아탑은 재빨리 태세전환을 해서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랍니다.”
“성전기사단 같은 건가.”
“그쪽이랑 비교하면 좀 기분나쁘지만 비슷하긴 한 편이죠.”
성전기사단은 12세기에서 14세기 초까지 십자군 전쟁에서 활약한 조직이었다. 1300년경 이단으로 몰려 조직이 해체되었고, 이후로는 뿔뿔이 흩어져 어둠속에서 암약하다가 거대 금융세력으로 성장하여 세계의 경제를 쥐락펴락한다는 루머들도 있었다. 실제로는 몇몇 부자들이 가입되어 있는 무장단체정도였다. 그래도 꽤나 실력있는 헌터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원류가 기사단이다 보니 검을 주로 사용하는 이들이 많았고, 마스터니 그랜드마스터니 하면서 자기들끼리만의 직급을 두고 실력을 키우고 있었다.
여전히 조직의 대부분은 독실한 신도였고, 그러다보니 종종 광신으로 빠져 사고를 치는 경우도 잦았다. 그 때문에 성전기사단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은 편이었다.
“그래서. 상아탑의 마법사와 천둥의 신, 그리고 나머지 다섯분께서는 여기서 뭐하시는 거지?”
“우리는 가스토르니스를 잡으로 왔습니다.”
토르가 입을 열었다.
“음...?”
준이 가볍게 인상을 쓰자 아이샤가 가볍게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혹시 그쪽도 그 놈을 잡으러 온 건가요?”
“일단 그렇긴 하다만.”
그녀는 잠시 준과 그 일행들을 살펴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최대한 티를 안내려고 애를 쓰고는 있지만 그녀의 말투에는 한심하다는 느낌이 섞여 있었다.
“이런 말씀 조심스럽긴 한데. 그냥 돌아가세요. 파란색 외도는 보통의 헌터들이 잡을 만한 놈들이 아니에요.”
“보통의 헌터라... 대체 뭘 보고 그렇게 판단하는지 모르겠군.”
“물론 저 특이한 소환수를 데리고 다니는 건 인정합니다만, 그렇다고 비행형 파란색 외도를? 그건 상급헌터 수십명을 데리고 와도 어려운 일입니다.”
“일단 자신들부터 돌아보지 그래? 그쪽도 일곱 명 뿐이다만.”
“우리는 다릅니다. 최고의 실력자와 최고의 장비를 갖추고 있어요. 방금의 그 소환수, 화살 몇 발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죠? 파란색 외도는 그런 화살 수백발을 맞고도 멀쩡하고 반격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강하다는 자신감은 좋지만,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 현명함도 갖추고 계세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샤는 공손한 태도와 표정으로 독설을 퍼부었다. 아무생각없이 들으면 진심으로 자신들을 걱정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뜯어놓고 보면 결국 ‘니들은 실력이 없으니 꺼져’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에 일일이 발끈하기엔 준도 꽤나 성장을 했다. 준은 느긋한 태도로 팔짱을 끼고는 입을 열었다.
“그런가? 그럼 잘 됐군.”
“네? 제 말을 잘 이해못하신...”
“아니. 그쪽이 그렇게 강하다면, 굳이 우리가 잡지 않아도 녀석을 없앨 수 있는 거 아닌가? 나로선 손도 안대고 코를 풀 수 있는 기회니 마다할 필요가 없지.”
“아. 그러면 돌아가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니. 우리도 같이 가겠다.”
“네? 녀석은 위험합니다. 자칫 잘못 말려들었다가는 사단이 날 수도 있습니다.”
토르가 끼어들었다. 녀석은 정말로 이쪽을 걱정하는 듯 했다. 이정도면 정말 뛰어난 연기자거나 아니면 진심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우리도 가스토르니스를 잡을 수 있다. 내가 굳이 양보하려 하는 건, 굳이 그놈을 누가 잡든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이상 이쪽을 무시하는 발언은 삼가줬으면 좋겠군.”
준이 단호하게 말하자 토르가 안절부절하더니 아이샤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이쪽을 설득시켜주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아이샤는 붉은 머리칼을 한번 쓸어넘기고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 준을 막는 다면 결국 싸움이 벌어질수밖에 없음을 직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쪽이 방해가 됩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뒤에서 막스가 발끈하며 뭐라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이샤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세웠다. 가까이서 보니 새빨간 결정체가 박힌 마법사용 지팡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그쪽을 막아야겠어요.”
상황은 돌연 급변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두 일행사이에 맴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준의 앞주머니에 있던 시미가 고개를 쑥 내밀더니 입을 열었다.
“뒤질래여? 감히 누구에게 그런 소리를 하는거에요?”
갑자기 등장한 시미의 존재로 인해 분위기가 묘하게 변했다. 시미의 도발에 웃음이 터진 막스가 끅끅대면서 웃음을 참고 있었고, 준은 한숨을 쉬었다. 토르는 신기한 듯 준에게 머리를 들이밀고는 시미를 쳐다보았다.
“요, 요정? 얘도 소환수인가요?”
“아니. 일단 요정도 아니지만.”
“이, 이름이 어떻게 되니?”
토르가 거친 숨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수염을 덕지덕지 붙이고 있는 삼십대의 사내가 고개를 들이밀자 시미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시, 시미요오...”
“시미쨩! 다이스키!”
빠각!
“커헉!”
이번에는 제대로 후려갈겼는지, 토르가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는 신음을 흘렸다. 방금 상급탱커를 때려눕힌 아이샤는 붉어진 얼굴을 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녀는 바닥에서 바둥거리는 토르의 등을 꾹 밟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쨌든 저희는 당신들과 함께 할 수 없습니다.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점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대답은 ‘노’다. 우리를 막기 위해서는 그 잘난 실력이라도 보여보든가.”
“하아. 어쩔 수 없군요. 슬랩스. 이분들 다치지 않게 좀 부탁드려요.”
그녀의 말에 팔짱을 끼고 있던 사내 하나가 천천히 준의 앞으로 다가왔다. 역시 후드를 뒤집어 쓴 사내였는데, 등에는 활을 매고 있었고, 몸이 날렵한 것으로 보아선 레인저 계열인 듯 했다. 원거리와 근거리 딜링 양쪽에 능하고, 빠른 몸놀림으로 적을 교란하는데 능한 직업군이었다. 상황에 따라 원딜과 근딜 둘 다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딜이 어중간하다는 약점도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 검둥이를 공격한 화살을 보면 공격력도 상당한 듯 싶었다.
“내가 해보지.”
장민성이 앞으로 나섰다. 준은 고개를 저었다. 현재 그는 중급에 겨우 발만 걸친 상태였다. 한 대라도 때릴 수 있으면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의 차이가 있었다.
“괜히 외도를 만나기도 전부터 힘을 뺄 필요는 없어.”
“나도 내가 약한 건 안다. 하지만 상급헌터의 실력을 한 번쯤 확인해 보고 싶었어.”
“나보다 셀텐데?”
“그럼 더 환영이지.”
“그럼 그러시던가.”
준은 길을 터주었다. 펠로우쉽에 소속된 이상 일격에 죽거나 하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치유할 수 있었다. 저쪽도 죽이고 싶어하는 것 같지는 않으니 준은 장민성의 기를 한 번 꺾을 겸 자리를 내어주었다. 최근 너무 과할 정도로 훈련에 매진하는 것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아마 동갑내기인 준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장민성이다. 사용하는 무기는 검.”
“슬랩스다.”
서로는 가볍게 통성명을 하고 검을 부딪혔다. 슬랩스는 짧은 두 개의 단도를 사용했다. 왼손의 단검은 역수로 쥐는 파이팅 자세가 상당히 특이했다.
“타핫!”
팟!
풍운보를 시전한 장민성의 몸이 휘청이며 빠르게 슬랩스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그는 의외의 움직임에 잠시 놀란 듯 했지만 재빨리 몸을 틀며 검을 피했다.
후웅!
첫 일격이 빗나간 장민성은 칫, 하고 어깨에 힘을 실어 그대로 내질렀다. 베기에 이른 찌르기. 부드럽게 연계되는 그 솜씨는 하루이틀의 훈련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었다.
“잘하는 군.”
푹!
“커헉.”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장민성의 복부에 슬랩스의 단검이 파고들었다. 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칼날을 돌려 손잡이로 때린 때문이었다.
털썩.
장민성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아이샤가 입을 열었다.
“이제 아시겠죠? 실력차를 인정하시고 이만 돌아가세요.”
“아직 인데?”
“네?”
“우아아아!”
“무슨?”
정신을 잃은 줄 알았던 장민성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자, 슬랩스가 깜짤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반쯤 눈이 돌아간 상태에서도 검의 궤적은 또렷했다. 슬랩스는 잠깐이지만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중급 언저리에 겨우 발을 얹은 녀석에게 공포를 느꼈다는 사실에 그의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스릉-
두 개의 단검을 교차해 막 공격을 하려는 순간 준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거기까지.”
턱!
“크아아.”
“자자. 그만하십시다.”
쿠르베가 재빨리 끼어들어 미쳐날뛰는 장민성을 뒤에서 껴안았다. 하지만 날뛰는 녀석을 진정시킬 수가 없어 결국 막스까지 끼어들어야 했다. 슬랩스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준을 노려보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했다.
"네 놈이 나설 생각이냐?”
슬랩스가 슬쩍 도발했다. 멋대로 싸움을 중지한 준에게 화가 난 듯 보였다.
준은 고개를 저었다.
“흥. 싸울 용기가 없다면 꺼져라. 괜히 귀찮게 만들지 말고.”
“슬랩스. 그래도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
관객 모드로 근처바닥에 앉아 있던 토르가 입을 열었다. 슬랩스는 대답대신 준을 노려보았다. 준은 가볍게 입술을 핥고는 입을 열었다.
“골렘이랑 싸워본 적 있나?”
“골렘? 그 느려터진 돌덩어리들 말인가? 그런 놈들은 백마리가 와도 문제없다.”
“그래? 그럼 이 녀석도 쉽겠군. 대흉근.”
쿠웅!
준이 허공에 손을 내젓자 3미터짜리 거대한 골렘 한 마리가 뚝 떨어졌다. 슬랩스의 두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대흉근의 눈이라고 추정되는 두 구멍에서 은은한 초록색의 빛이 퍼져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맙소사! 초록색 외도라니!”
아이샤가 신음처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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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편으로 끝입니다. 후후...........메이플 하느라 이렇게 된건 아닙니다.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