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32화 (23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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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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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큰 문제없이 순조롭게 끝났다.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플랫폼에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문제였다. 사실 핵심은 이쪽이었다. 준은 그 문제도 떠맡는 걸로 해결지었다. 다른 행성으로 보내든, 아니면 이곳에서 남아있게 하든 이제 그들의 생사는 준에게 달려있었다. 만약 준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들을 우주미아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할 때에 인권탄압에 대한 문제는 오롯이 준이 뒤집어 써야 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새크리파이스였지만, 그 부분에 대한 부담때문에 일부러 다른 PMC를 동원하여 그들을 옮기려고 한 만큼 대충 처리하기는 힘들었다.

“일단 식량을 배급하도록 하지. 얼마나 나눠줘야 할까?”

“밀가루 백포대 정도면 될겁니다. 급한대로 아껴먹으면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겠죠.”

“너무 적은 건 아닐까?”

“반대로 너무 많아도 안됩니다.”

“음? 왜지? 이왕이면 좋은 인상을 심어주면 나중에 그들을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킬때도 잘 협조해 줄 것 같은데.”

“그들을 이곳에 완전히 정착시킬 것이 아니라면, 적당히 굶주리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래야 이곳을 떠나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글쎄. 죽음을 불사하고 이곳에 남겠다고 한 사람들인데 그정도로 움직이려고 할까?”

“그렇다고 해도 그 이 이상 보급을 하게 되면 우리쪽의 손해가 너무 커질 우려가 있습니다. 굳이 우리가 그들의 사정까지 헤아려 줘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닌데 말이야. 어차피 우리는 델타폰으로 보급을 해야하는 상황이잖아? 밀가루를 주느니 그냥 제대로 된 음식을 주는게 낫지 않을까? 어차피 가격차이도 별로 안난다고.”

“흠... 알겠습니다. 허면 그에 들어가는 EP는 어떻게...”

“양이 많을 테니까 이걸 가져가. 거기에 저장된 EP는 내 경험치와 연동되어 있으니까.”

준은 그렇게 말하며 제임스에게 자신의 델타폰을 건네주었다. 어차피 준은 델타폰이 없어도 크게 불편한 점이 없었기 때문에 별 상관이 없었다. 복제품을 하나 더 만들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델타폰은 어차피 자신의 통제하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몇개가 유출된다고 해서 별 상관은 없었다. 그 자리에서 해지시켜버리면 되는 문제였으니까.

식량배급이 이루어지자, 불안해 하던 사람들이 빠르게 안정감을 되찾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인원구성의 대부분은 노인들과 어린아이들이었다. 나이가 들대로 들어 더이상 다른 곳에서 살 자신이 없는 사람들고, 버려진 아이들이 무리를 이루어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인원구성을 보자 준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저 사람들. 다른 행성으로 보내도 제대로 살긴 힘들 거 같은데...”

노인의 숫자와 아이들의 숫자는 대략 반반정도. 모두 합해 약 200명 가량은 되어보였다. 그들은 오랜만에 먹는 제대로 된 식사에 정신없이 빠져있었다. 마치 누가 훔쳐가기라도 할 것 처럼 자신의 품에 그릇을 감추고 먹어대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곧 문제가 터졌다.

“으아아앙!”

마구 음식을 먹어대던 아이 하나가 배를 부여잡고 바닥을 구르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에 굶주리다가 과식을 하니 당연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다른 일들로 머리가 복잡한 준이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여기 병원이 있나?”

병원은 커녕 의사도 없었다. 남아있는 의약품이라도 찾아오라고 사람을 보냈지만,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루나가 그 아이의 곁에서 손을 잡고 진정시키고 있을 때, 그 곁으로 에피알게나스가 다가갔다.

“흡?”

고통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아이가 에피알게나스의 모습을 보더니 돌연 울음을 멈추고 입을 벌렸다. 그러자 그녀가 천천히 무릎을 꿇고는 아이의 배에 손을 올렸다. 작은 빛이 그 손에 어리나 싶더니, 배를 앓았던 아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안아파요?”

“다행이네.”

“호, 혹시 천사에요?”

“천사가 뭐지?”

“그, 그게 신의 일꾼 같은 건데... 보통 하얗고 날개가 달렸는데...”

“나는 날개가 없으니 천사는 아닌 것 같아.”

에피알게나스는 아이와 진지하게 대화를 시작했다. 어째서 사람들이 자꾸만 자신을 천사라고 부르는지 이번기회에 알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후. 어쨌든 다행이군. 덕분에 한숨덜었어.”

“저도 이건 생각하지 못했군요.”

“앞으로는 조심해야겠어. 차라리 네 말대로 밀가루를 배급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준의 말에 제임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 역시 사람들이 저렇게 기뻐하는 걸 보니 제 의견이 너무 냉정한 결정은 아니었나 하고 되돌아보게 됩니다.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아이들이 저렇게 웃는 걸 보니 나쁜 결정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뭐,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겠지.”

준은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헌데 묘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아이고 배야...”

“나 죽네.”

갑자기 델타스피릿의 사람들이 배가 아프다며 바닥을 뒹굴기 시작한 것이다. 준은 그 중에서 가장 요란하게 법석을 떨고 있는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어디가 아픈데?”

“배, 배가... 아니. 준이잖아? 저쪽으로 가 천사님을 가리지 말라고.”

“적당히 해 인간아!”

준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막스가 툴툴거리며 일어섰다. 다른 사람들도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일어났다.

그 이후에도 몇 사람이 배를 붙잡고 나뒹굴었지만 전부 에피알게나스가 치료를 맡았다. 그녀가 손만 대면 기적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걸 보더니 사람들이 절로 그녀 곁에 모여들었다.

“손 한번반 잡게 해주십시오.”

“이 아이에게 축복을 내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오오... 천사님. 저에게도 축복을...”

그녀는 그 상황에서도 얼굴하나 안 변하고 조용히 축복을 내려주었다. 딱히 뭔가 있는 건 아니고, 그저 말뿐이었지만 그것 만으로도 사람들은 거의 뒤집어질 듯이 기뻐했다.

이러다가 신흥종교가 탄생할 판이라 준은 에피알게나스를 향해 다가갔다.

“이제 그만하고 돌아와. 어디까지 할 셈이야?”

“저를 필요로 해주고 있어요. 도움을 주는 건 기쁜 일이죠.”

“정작 본인은 별로 기뻐하고 있지 않는 것 같은데.”

그의 말대로 에피알게나스는 딱히 감정이랄 것을 드러내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 점때문에 더 신비로워 보이는 측면도 있었다. 그녀의 생각을 읽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에피알게나스를 플랫폼의 식당에서 데리고 나오자, 사람들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제서야 사람들이 다시 원래대로 식사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계약이 끝나고 관리자를 포함한 새크리파이스의 직원들이 플랫폼을 떠났다. 한명이 남아 플랫폼의 기술적인 관리를 돕는 것을 제외한 전원이 떠난 것이다.

이제 플랫폼을 관리하는 것은 델타스피릿의 책임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담당하려다보니 생각보다 일손이 많이 필요했다.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도 한 명 뿐이라 정신없이 바쁠 수밖에 없었다.

회의를 통해 준을 포함한 소수만이 이스카야 행성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파란색 외도의 능력이나 힘에 대해서는 사전정보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 부딪혀 보면서 정보를 모을 생각이었다. 만약 생각보다 할만하면 그 숫자만으로 레이드를 진행할 생각도 있었다.

플랫폼에서 셔틀이 빠져나왔다. 탑승한 사람은 준, 막스, 장민성, 에피알게나스, 시미와 검둥이, 그리고 나머지 직원중에서 가장 실력이 좋다고 여겨지는 한 사람을 뽑았다.

“쿠르베. 긴장되나?”

“아닙니다. 단지 함장님과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영광을 얻어서 기쁜 것 뿐입니다.”

쿠르베는 이십대 후반의 헌터였다. 과거의 셀럼을 보는 듯한 힘 스탯이 30이 넘는 탱커형 전사로, 일행중에서는 준을 제외하고 가장 힘과 체력이 높았다.

대련을 했던 장민성의 말로는 방어에도 능하고, 민첩성에 비해서 공격를 피하는 솜씨도 좋다고 했다. 스탯만으로는 모두 표현하기 힘든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막스도, 장민성도 탱커이기는 했지만 단순 방어력에서는 쿠르베를 넘기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탱커면서도 동시에 석궁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알았다. 물론 니들건이 있기에 어설픈 원거리 공격은 하지 않느니만 못했지만, 그의 석궁은 좀 달랐다. 크기도 사람의 키만했고, 장력도 엄청나 10cm의 철판도 우습게 뚫어버릴 정도의 관통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정도면 파란색 외도의 시선을 끄는 데는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멕시코 요새까지 1분 남았습니다.]

플랫폼에서 루나가 통신을 보내왔다. 자동조종을 걸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준은 느긋하게 조종석에서 몸을 눕혔다.

잠시 후, 셔틀이 부드럽게 대지에 착륙했다.

“엉망이군.”

막스가 입을 열었다. 뉴멕시코 요새는 전성기때 대략 일만명 가까이를 수용할 수 있었던 대형 요새였다. 외도를 막기 위한 높은 방벽과, 작은 문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고 그 안쪽에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폐허가 되어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부터 20킬로미터 정도인가.’

준의 목적인 파란색 외도가 위치한 곳은 이곳으로 부터 약 20킬로 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있었다. 너무 가까이에서 접근하면 녀석의 시선을 끌 우려가 있어 일부러 약간 먼 곳에 착륙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셔틀에서 내린 것을 확인하고, 준은 셔틀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보던 쿠르베가 나지막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일전에도 거대한 막사를 인벤토리에 넣는 장면을 본적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게 인벤토리라는 겁니까?”

“아. 그래. 다른차원에 물질정보를 전송하는 거야.”

“엄청 편해보이네요.”

쿠르베의 현재 레벨은 7. 펠로우쉽에 있는 만큼 그도 인벤토리를 사용할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준과 가까운 사람에게만 인벤토리를 허가해준 상태였다. 제임스의 제안에 따라 일정 직급 이상인 이들에게는 10칸의 인벤토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책을 바꾸긴 했지만, 여전히 인벤토리를 가진 이들은 전과 변함이 없었다.

“나중에 직급에 따라서 일정 칸을 배분해 줄 생각이니까 열심히 하라고.”

“네.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쿠르베의 군기가 바짝 든 모습에 준은 내심 미소를 지었다. 비록 수형자 출신이긴 하지만 자신이 먹여 살려야 할 직원이라는 생각이 들자 왠지 애정이 갔다. 이런 이들이 현재 델타스피릿에 서른명이 넘게 있었다.

준은 그들을 위해서도 이번 원정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킁. 킁.

일행이 먼 거리를 움직일 채비를 하고 있을 때 검둥이가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준이 입을 열었다.

“뭐라도 있는 것 같아?”

“네. 진한 냄새가 여기저기에서 느껴지네요. 아무래도 외도의 숫자가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요새 안에까지 들어와 있는 건가?”

“아예 죽치고 눌러앉아 있는 것 같은데요?”

“끙. 귀찮지만 어쩔 수 없지.”

생각같아서는 셔틀을 타고 그냥 파란색 외도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녀석에게 발각 될 뿐이었다. 거의 20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외도와 싸우면서 지나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11시쯤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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