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29화 (229/540)

0229 ----------------------------------------------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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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루나가 있어서 안된다고 했어요.”

“응? 뭘?”

“아이 만드는 거요. 그러니까 너무 겁내지 마요.”

“요것봐라. 그럼 알면서 그랬다는 거야?”

“아하하. 시미는 아무것도 몰라요.”

“풋. 알고보니 거짓말 쟁이였잖아?”

“아니에요. 시미는 거짓말 몰라요.”

시미는 능청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루나는 그녀의 볼을 쭉 잡아당겼다.

“으아웅아아.”

“거짓말쟁이는 벌을 받아야지.”

시미를 괴롭히고 있는 루나를 향해 준이 다가왔다. 이미 그가 다가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모른 척 시치미를 떼며 시미를 데리고 노는데 집중했다.

“루나.”

“뭐에요?”

‘으... 이게 아닌데.’

루나는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날선 대답에 벽에다 머리를 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마음과 다른 말이 나오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사과는 안할게. 솔직히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고, 모르는 일로 사과하는 건 아닌 것 같아.”

“그래서요?”

루나는 고개를 돌려 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약간 긴장한 얼굴로 루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약간은 당황하고, 조금은 우물쭈물하고 있었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한껏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그냥. 내가 널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

“알아요.”

“알고 있었어?”

준은 약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걸 모르면 내가 왜 여기있겠어요.’

루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런 면이 참 바보같다 싶으면서도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능숙하지 않은 면이 좋았다. 항상 노력하는 모습이 예뻤다. 진실 된 모습이 고마웠다.

“미안해요. 괜히 고민하게 만들어서.”

루나는 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어쨌든 잘못한 것은 자신이었다. 사과할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었다.

“어어...?”

준은 급변한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얼빠진 소리를 흘렸지만, 이내 그녀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의 가벼운 입맞춤이 두 번, 세 번 이어졌다.

불쑥 시미가 입을 열었다.

“이제 다음에 그거 할거에요?”

“아?”

“흠?”

준과 루나가 화들짝 놀라며 떨어졌다. 서로에게 집중하다가 그만 시미를 깜빡한 것이다. 두 사람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결국 그날은 별 일없이 지나갔다. 딱히 하고 싶어도 루나가 임신중이라 뭘 할 수도 없었다. 혹시라도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결국 준은 그날도 독수공방하며 제작에만 매달려야했다. 온갖 잡생각을 떨치기 위해서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최고였다. 그렇게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 준은 단 이틀만에 프로그래밍 기술을 초급에서 중급으로 올릴 수 있었다.

기술

프로그래밍(중급) :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입니다. 사용자는 반복된 표절을 통해 빠르게 프로그래밍 기술을 익혔습니다. 이제 프로그래밍을 통해 구현화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숙련도0%)

“음... 이거 욕인건가?”

준은 어쩐지 시스템이 자신을 돌려까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빨리 숙련도를 올리느라 파일을 복제하는 식으로 했더니 그점을 정면으로 언급한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표절이라니. 뭐 아닌건 아니지만, 저작권은 확실히 지켰다고?”

애초에 저작권의 소멸된 것들만을 소스로 사용했으니 틀린말은 아니었다. 어쨌든 준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구현화 기능에 대한 설명을 읽어내려갔다.

구현화 : 프로그래밍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현실세계에 투영합니다. 지속시간이 길어질수록 사용되는 경험치의 양이 많아집니다.

“음... 설명만으로는 모르겠는데...”

설명이 지나치게 간단했다. 그것보다 프로그래밍을 통해 도출된 결과라는게 어떤 걸 말하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일종의 홀로그램 같은건가?’

그러니까 보통 프로그램의 결과값은 디스플레이에 투영된다. 그것을 마치 진짜처럼 현실공간에 투영하는 것이 홀로그램이었다. 결국 기본적으로 홀로그램과 큰 차이가 없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물론 홀로그램 기술이 뛰어나긴 하지만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실험해 보면 어떤 건지 확실히 알 수 있겠지.’

준은 그렇게 생각하고 간단한 프로그램을 돌렸다. 사과를 출력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구현화 기능은 온오프 기능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은 구현화를 켰다.

그러자 준의 눈앞에 붉은 색의 사과하나가 떠올랐다.

“오. 이거 진짜 같은데?”

준이 신기해하며 사과를 만지려고 손을 뻗으려는 순간 근처에 있던 검둥이가 손을 뻗어 사과를 낚아챘다.

“응?”

“형님. 설마 동생을 두고 혼자 드시려고 한겁니까? 이 동생은 한없이 슬픕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사과를 두 쪽내고는 한 입 베어물었다.

아삭, 하는 소리와 함께 검둥이는 사과를 씹어먹었다. 우물우물하며 씹어먹는 모습에 준이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자 검둥이가 깜빡했다는 듯 준에게 나머지 반쪽을 내밀었다.

“드세요.”

“아... 응. 그래.”

준은 얼떨떨한 얼굴로 사과를 베어물었다. 입안에 퍼져나가는 과즙이 생각 이상으로 달콤했다. 준은 깜짝 놀라며 손에 든 사과를 살펴보았다. 어느모로 보나 일반적인 사과였다. 구현화를 취소하자 그대로 사과가 사라졌다. 그러자 검둥이가 고개를 깜짝 놀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게 어디갔지?”

그는 코를 킁킁 거리며 주변을 탐색했다. 하지만 방금전까지 주변으로 달콤한 향을 퍼뜨리던 사과는 깜쪽같이 사라진 상태였다.

“우아아? 내가 헛것을 본건가? 형님. 제가 꿈을 꾼 것 같습니다. 아주 달콤한 꿈을요.”

준은 검둥이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며 프로그래밍을 돌려 다른 것을 만들어 보았다. 이번에는 게임이었는데,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흔한 fps게임이었다. 그러자 준의 방안이 갑자기 전장으로 변하며 엄청난 굉음이 울려퍼졌다.

구오오오-

준이 고개를 들자 머리위에서 폭격기 한 대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시커먼 알 같은 것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뭐, 뭡니까? 이건?”

콰앙!

검은 알이 부서지기 일보직전의 건물에 떨어졌다. 그러지 엄청난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준을 덮쳤다.

“큭!”

준은 몸이 밀려나는 것을 느끼며 바닥을 굴렀다.

“크앙!”

검둥이가 당황하며 늑대인간으로 변했다. 사방에서 총탄이 빗발치고 있었고, 그 총탄이 스칠때마다 실제로 체력이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지, 진짜인가?”

준은 바닥에 엎드린 채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구형 라이플을 살폈다. 가늠좌를 겨눈 채,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독일 군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단발형 라이플에서 쏘아져 나간 탄환이 적의 머리를 관통하며 편지봉투가 열리듯 터져나갔다. 검둥이는 으르렁 거리며 적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거 장난 아닌데...”

준은 총탄이 떨어질때까지 사격을 가하고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적들의 대 공습을 방어하는 시나리오였다. 그만큼 적들의 공세는 거세었다. 준은 차분히 적들의 머리에 총탄을 한 발씩 먹이고는 일단 뒤로 물러섰다.

-야. 임마 뒤로 빠져.

-형님. 이게 어떻게 된겁니까?

-몰라. 이게 게임인 것 같아.

-네?

-하여튼 일단 시키는 대로 해.

준이 몸을 숨길 만한 곳으로 물러서자, 아군쪽에서 쏘아보낸 박격포가 적들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콰앙! 쾅!

폭격에서 살아남은 포대가 불을 뿜었고, 적들은 서서히 진군을 멈추고 물러서기 시작했다. 이대로 끝인가 하고 생각하던 찰나에 적군에서 무시무시한 굉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쿠르르-

“티거다!”

“젠장! 일단 물러서!”

아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준은 천천히 건물의 잔해를 무너뜨리며 접근하는 적 전차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보병들 사이로 밀고들어오는 전차의 위용은 그야말로 절대적인 포스를 풍기며 포신을 움직였다. 그 방향이 준 자신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은 준이 혀를 찼다.

“빌어먹을.”

콰앙!

‘해제.’

준이 구현화를 해제하자 순식간에 원래 자신의 숙소로 배경이 변했다. 검둥이가 천장에 머리를 박고는 몸을 다시 인간형태로 돌아왔다. 그는 여전히 어리둥절 한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뭔가 귀신에 씌인 듯한 표정이었다.

“혀, 형님. 이게 대체...”

그제서야 이 모든 것이 준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걸 깨달은 검둥이가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 재미있는 걸 얻었군.”

“대체 무슨 짓을 벌이시는 겁니까? 갑자기 사과가 사라지질 않나. 전쟁터에 던져지질 않나.”

“프로그램을 실제로 현재에 구현하는 것 같아. 어디까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확인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물건 같은데...?”

이걸 델타폰과 연동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혁신적인 물건이 될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어떤 게임이든 영상이든 델타폰이 가지고 있는 디스플레이 크기의 한계가 있었다. 물론 지금의 제작기술로 델타폰을 스마트패널처럼 접이형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전보다 훨씬 더 유용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런 식의 업데이트를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구현화라는 기능은 대단한 것이었다.

물론 문제라면 구현화는 사용하는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경험치를 소모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것은 그냥 ‘소모’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한다고 해서 준에게 경험치가 들어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굳이 거기서 얻는 경험치가 없어도 그 자체만으로도 델타폰의 이용가치를 현격하게 높이는 기술인 것이다.

“이건 좀 무섭군요...”

어지간해서는 별 말을 하지 않는 검둥이가 혀를 내둘렀다. 지금까지 준의 곁에서 온갖 말이 안되는 것들을 지켜봐왔지만, 이 구현화라는 기능은 그야말로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단순히 3D영상을 체험하는 수준을 넘어서 음식의 맛과 향기까지도 표현하는, 오감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능력인 것이다.

준은 델타폰에 구현화 기능을 설정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어플리케이션에 구현화 기능을 설정할 수 있어?

-가능합니다. 설정하시겠습니까?

-부탁해.

준은 일단 설정을 마치고 검둥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야. 델타폰 꺼내서 어플 하나 돌려봐.

“딱히 게임은 안하는데요. 어플도 받은거 없고.”

“지금 아무거나 다운 받아서 해봐.”

“넵. 그런데 EP는...”

“이걸로 해.”

준은 인벤토리에서 결정체 열 개를 꺼내 주었다. 녀석은 다른 사람과 달리 경험치 대신 결정도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험치를 델타폰에 사용한다던가 하지는 못했다. 때문에 직접 결정체로 EP를 충전하여 사용해야 했다.

검둥이가 게임 어플을 하나 받아 돌리자 주변이 2D의 도트형태 그래픽으로 변했다. 자신의 몸도 2D형태가 된 것을 보니 어쩐지 헛웃음이 나왔다.

[오오! 이거 신기합니다.]

검둥이가 두팔을 들었다 내렸다 하면서 입을 열었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뚝뚝 끊어지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다가 말풍선이 머리위에 떠올랐다. 그것이 진짜 초창기 도트그래픽의 게임 캐릭터 같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ㅋㅋㅋ]

준의 머리위로 ㅋㅋㅋ라는 글자가 떠다녔다. 준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 작품 후기 ============================

2D를 현실에 구현하다니... 아스카짱을 소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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