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28화 (22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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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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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스토어에 새 상품을 올리자 빠르게 늘어나는 경험치를 보자 좀 더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새 영상물을 올리는 것은 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였다. 저작권이 걸려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나중에 이게 문제가 된다면 준은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었다. 아직까지는 많이 팔리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으나, 후에 델타폰이 이슈가 되기 시작하면 이부분에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태클이 들어올 것이다.

‘이건 제임스와 상의를 좀 해야겠군.’

법관련 문제에 있어서는 제임스가 해박했다. 실제로 법에 대해서 잘 안다기보다는 문제될 소지를 사전에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은 탁월하다고 보는 편이 맞았다.

상황을 봐서 저작권은 직접 돈을 주고 해결하거나, 아니면 관련 영상들을 제거하는 쪽으로 가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19금 영상을 못보게 되었을 때 알카트뢰즈 죄수들의 반응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그쪽만은 해결을 보고 싶었다.

이제 남은 것은 프로그래밍 기술을 이용한 어플 제작이었다. 일전에 몇 가지 게임을 시험삼아 넣었던 것이 나름 인기가 있어 후속작을 계속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게임을 제작하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 저작권이 없는 옛날 게임들을 컨버젼해서 내놓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사이즈가 작은 델타폰에서도 무리없이 조작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예전 모바일 게임들이었다.

준은 인터넷에 접속해서 오래 된 게임들 몇 개를 다운 받았다. 지금까지 파일이 남아있다면 꽤나 명작이었음에 틀림없으니 재미가 없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그것을 델타폰으로 이식하는 것은 전부 시스템에서 맡아서 하기 때문에 준에게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몇 개의 게임을 올렸다. 이미 최종컨텐츠까지 완료된 게임들이기 때문에 한동안은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게임은 돈을 벌자고 올리는 게 아니라 무료한 밤의 시간을 보내기 좋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프로그래밍 숙련도를 좀 올려볼까?’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현재 초급의 프로그래밍 기술은 기본적으로 구동가능한 모든 어플들을 제작할 수 있었다. 때문에 게임이나 델타OS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틸 등 제작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돌연 궁금해졌다.

‘중급에 가면 뭘 만들 수 있는거지?’

준은 기술창을 열어 프로그래밍 기술을 확인했다.

기술

프로그래밍(초급) : 사용자는 특정 동작을 가능하도록 지정하는 것만으로도 델타OS에서 구동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원본파일이 있다면 그를 복제, 변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숙련도 11%)

지금까지 만든 어플 자체가 많지 않다보니 숙련도는 낮은 편이었다. 준은 눈을 감고 이것저것 제작을 시도했다. 일단 기본적인 개념이 없다보니 시작은 남의 파일을 멋대로 가져와 복제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했다.

숙련도는 생각보다 빠르게 올라갔다. 레벨이 높기 때문인지, 아니면 등급제한이 상급까지 풀려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다른 프로그램들을 여러개 카피하다보니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90퍼센트까지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거 뭐야? 갑자기 무슨 어플들이 이렇게 많이 올라오는 거야?

-주인장 열심히 일하는 모양이다. 태클걸지마라.

-야. 그런데 이거 하나같이 다 쓸모없어 보이는데? 백신 프로그램은 왜 올리는거야? 여기에도 바이러스가 있는건가?

-글쎄. 필요없으면 안사면 되지. 난 혹시 몰라서 하나 삼. 가격도 싸네 1EP밖에 안하잖아.

-나도 사야되나... 주인장이 아무 생각없이 올리진 않았겠지?

-나도 사야겠다.

-나도.

댓글들을 보며 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무생각없이 만드는 대로 올렸다고 하면 무슨 반응이 나올지 몰라 그냥 잠자코 있었다. 혹시라도 바이러스를 누군가 정말로 만든다고 해도, 델타OS의 보안을 뚫고 들어올 수 있을리 없었다. 델타 자체는 몇세대를 훌쩍 뛰어넘는 슈퍼컴퓨터의 잔재이니 만큼 현세대의 기술력을 뚫고 들어가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래고 개 중에 아주 쓸모없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게임을 제외하고도 일상생활에 쓸만한 어플들이 다수 있었다. 예를 들면 달력 어플 같은 것은 실시간으로 출소를 할 수 있는 날짜를 계산해 주는 것이다. 물론 출소날이 한참이나 남은 이들에게는 우울한 어플이겠지만 하루하루 나갈날만 손꼽는 이들에게는 꽤나 쓸모있는 어플이었다.

그외에도 지도라던가, 위치추적 어플 같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이 있었기에 반응들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뭐 해요?”

시미가 심심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함선 생활이 영 심심하다는 듯 하루종일 검둥이와 돌아다니다가 막 준의 숙소로 들어온 참이었다. 검둥이도 피곤한 듯 침대 맡에서 잠들어 있었다. 함선에 들어온 이후로도 준은 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루나가 서운할 법도 하지만 그렇다고 시미와 검둥이를, 특히 시미를 다른 곳에서 재운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아빠 일한다.”

“준이 아빠에요?”

시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크게 놀랐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마냥 진지한 얼굴이었다. 준은 이 녀석에게 농담이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상기하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거짓말이야. 왜? 무슨 할말이라도 있어?”

“거짓말 하면 나쁜 사람이에요. 거짓은 노예의 종교라는 말도 몰라요?”

“누가 그런 헛소리를 하고 다니는 거야?”

“막심 고리키요.”

“끙. 됐고. 심심하면 가서 검둥이랑 놀아.”

“부탁할게 있어요.”

“뭔데?”

준은 들고 있던 델타폰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시미가 침대에 반쯤 누워있는 준의 가슴위로 쪼르르 올라가서는 입을 열었다.

“나도 아이를 갖고 싶어요.”

“또 그 이야기냐...? 만드라고라 소개시켜준다니까 싫다며.”

“준이 아니면 안돼요.”

“나는 안 돼. 나에게는 루나가 있잖아.”

준은 한숨을 쉬며 그녀의 머리를 톡톡 쳤다. 시미는 볼을 부풀리더니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루나는 되고 왜 나는 안되는데요?”

“그거야 당연히...”

임자가 있으니까라고 이야기 하려던 준은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일반적인 인간의 정서를 알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녀는 식물이고, 식물은 일부일처제 따위는 성립할 수 없는 구조였다.

준은 곰곰이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우리는 종이 다르잖아. 넌 식물. 난 동물. 같은 동물 사이에도 종이 다르면 수정이 안되는데 너는 더 힘들지.”

“하지만 생긴건 닮았잖아요.”

“비슷하게 생겼다고 다 똑같은 건 아니야.”

“그렇군요...”

시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뭔가 실망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준은 어쩐지 불길함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시미가 갑자기 성체화 하더니 준에게 달려들었다.

“그럼 일단 되나 안되나 시험해봐요.”

“야 임마.”

“준. 하루종일 숙소에서 뭐하는...”

벌컥.

준이 시미를 막 떼어놓으려고 하는 순간, 숙소 문이 열리며 루나가 들어왔다. 하루종일 숙소에서 꼼짝하지 않는 준이 궁금했던 모양이었지만 타이밍이 아주 좋지 않았다.

쨍그랑.

루나의 손에 들려 있던 쟁반에서 떨어진 커피잔이 큰 소리를 내며 깨졌다. 준은 완전히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 지금 뭐하는...?”

루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자 시미가 방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응. 아이만들려고.”

“아니야!”

준이 시미를 밀쳐내며 벌떡 일어났다. 루나가 준을 차가운 눈동자로 노려보고 있었다.

“남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하루종일 숙소에 쳐박혀서 시미와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요?”

“무, 무슨 소리야. 이 녀석이 멋대로 달려든거라고.”

“아하. 그러니까 멋대로 달려들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다는 거죠?”

“아무짓도 안했다고. 하필이면 네가 그 타이밍에 들어온거야.”

“이제 저에게 책임을 전가하시는 건가요?”

“그... 그게 아니라.”

뭔가 말을 하면 할수록 말리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루나의 표정이 점점 냉랭해졌다.

“자, 잠깐. 지금 뭔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하아. 대체 저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상대로 무슨 짓을 하려고...”

“저 녀석이 멋대로 달려든거라고. 난 진짜 아무것도...”

“시미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아요! 설령 시미가 먼저 그랬다고 해도 준이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미, 미안... 내가 잘못했어.”

“뭘 잘못했는데요?”

“응? 아... 그러니까. 그게...”

“됐어요. 시미 이리와. 언니랑 가자.”

“웅... 같이 해도 되는데...”

“아니야. 일단 나가자.”

루나는 성큼성큼 다가와 시미의 손을 잡고 숙소를 빠져나갔다. 준은 멍하니 그 모습을 보다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또각. 또각.

빨랐던 루나의 걸음걸이가 조금씩 느려졌다. 영문을 모른 채 이끌려가던 시미가 루나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준이랑 아이만드는 거 싫어요?”

“그래. 언니는 시미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시미에게 화 났어요?”

루나는 시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언제 화를 냈냐는 듯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니. 화 안났어. 화난 척 한거야.”

“거짓말 한거에요?”

“음. 그래. 거짓말 한거야.”

“거짓말 나쁜데요. 거짓은 노예의 종교래요.”

“그리고 진실은 자유의 신이지. 고리키를 아는거야?”

“책에서 봤어요. 루나도 아는 사람이에요?”

“그냥저냥.”

“친해요?”

“아니. 그 사람은 수백년 전에 죽었어.”

“네? 정말요? 왜요?”

“음... 글쎄? 병에 걸려서 죽었던가?”

“안됐네요. 살아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시미가 진지하게 안타까워하자 루나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여러군데에서 많은 지식을 쌓고 있는 시미였지만, 가끔 이렇게 간단한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때가 있었다. 따지고 보면 그녀가 세상에 나온 것이 1년밖에 되지 않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왜 거짓말을 했어요? 준이 곤란해 하는데.”

“그러게... 내가 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사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시미가 공격적으로 준에게 들이대는 것이 처음도 아니었고, 준이 시미에게 별다른 생각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은 자신도 모르게 덜컥 겁이 났다. 상황은 파악했지만 그냥 웃으면서 넘어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너무 리얼하게 한 셈이니 준에게 다소 미안한 감정도 들었다.

‘이런 걱정을 할 때가 아닌데...’

루나도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준에게 안길때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가졌을 때, 그리고 준이 기뻐해줄때는 세상 모든 행복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헌데 그녀의 마음속에 자꾸만 질투심이 차올랐다. 알카트뢰즈에 있을때는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다.

‘언젠가 이럴 거라는 거 몰랐던 건 아닌데...’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서은설이라는 여자가 등장했다. 자신보다 먼저 준을 만났다는 것부터 경계심이 일었다. 그래도 자신은 사실상 준의 아내나 마찬가지였다. 정식으로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아이를 낳게 되면 더욱 확실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그렇게 까지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에피알게나스라는 여성이 나타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녀의 존재는 그런 것까지 잊게 만들 정도로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그 어떤 사람이라도 그녀 앞에서 평온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준이라고 과연 그러지 않을까? 여자인 자신조차도 정신을 놓고 바라보게 만드는데.

“후...”

루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시미가 가만히 손을 꽉 쥐었다.

============================ 작품 후기 ============================

어제는 글이 잘 안써지는 바람에 결국 못 올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어요. 공지라도 올려야 했는데 써야지써야지 하다가 그냥 잠듬요 ㅠㅠ

12시 쯤에 하나 더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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