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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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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하긴.”
여전히 위험하다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도는 높았지만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았다. 무엇보다 준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었던 것이다.
현재 준이 가진 결정체의 숫자는 10만개가 넘는다. 혹시 몰라 경험치로 환산하지 않고 가지고 있었는데 여러모로 경험치로 존재하는 것 보다는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경험치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었고,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현금처럼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번거롭다는 점이 아무래도 문제가 되었다. 소량을 판매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대량매각은 직접적으로 업체와 접촉하지 않는 이상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거래는 어쩔 수 없이 당국의 눈에 띄게 된다.
물론 현재로서는 당장 돈이 필요할 일은 없지만, 결국에 돈은 반드시 필요했다. 월급도 언제까지 결정체로 지급할 수도 없었고, 함선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결국에는 모두 현금으로 사용해야했다. 이번 기회에 이 일로 현금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던 준은 제임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잠깐만. 그런데 이거 결정체 거래잖아? 문제가 안되는 건가?”
현행법상 사적인 결정체 거래는 불법이었다. 반드시 자격이 있는 업체를 통해야 하는 것이다.
“아. 제가 깜빡하고 말씀을 안드렸군요. 이번 의뢰주가 SCI, 그러니까 새크리파이스 결정체 산업입니다. 그쪽에 넘기는 것은 불법이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너무 눈에 띄지 않을까? 거래규모가 상당한데.”
“그건 제가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정상적인 판매방식은 아닙니다만, 적당히 빠져나갈 구석은 있으니까요.”
엄청나게 걱정되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믿음이 가는 말투였다.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녀석들은 얽히지 않는 곳이 없군.”
“아무래도 이 근방은 새크리파이스의 영역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다른 기업들이 발붙이기가 좀 힘들겁니다.”
연합 전체를 놓고보면 새크리파이스는 탑급에 들어가는 기업은 아니다. 물론 대기업이라고 불러도 충분한 기업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훨씬 더 어마어마한 규모의 기업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재계 순위로보아도 100대 기업의 말석에 들어가는 정도이니 손꼽히는 파인애플사나, 갤럭시 인더스트리에 비교할 바는 못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 지역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특히 수라드 행성 인근은 거의 대부분 새크리파이스에 의해서 먹고산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으니, 오히려 얽히지 않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이 일은 추진하는 걸로 하자. 대신 준비는 철저히 해 둬. 실제 파란색 외도를 만난 것은 시어도어 대령뿐이었으니까,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잖아. 게다가 비행형 외도라고. 현재 우리가 가진 무기로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은 없어. 그리고 루나. 혹시 녀석의 위치파악이 가능할까?”
“파란색 외도의 경우는 위성으로도 위치탐지가 가능해요. 그건 문제 없을거에요. 하지만 여전히 녀석이 도망치거나 할 경우에는 잡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어요.”
“그건 셔틀을 이용해서 따라 붙으면 될거야. 그러고 보니 셔틀에도 무장을 좀 달아야겠군.”
반중력 셔틀은 단순 수송선에 불과하기 때문에 무장이 없다. 때문에 개조를 통해서 통할만한 무장을 달아야 했다. 그로 인해 무게가 늘어나게 되면 탑승인원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다소 문제라면 문제였다.
“아예 공격헬기를 하나 새로 만드는 건 어떨까?”
“그 생각도 해보지 않은 건 아닌데... 지금 가진 경험치가 그리 여유롭지 않아. 적어도 한대에 수십만은 들여야 할 텐데, 그만한 여력은 없어. 일단 가진 물건을 개조하는 쪽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아.”
알바트로스를 만드느라 거의 대부분의 경험치를 사용했다. 물론 느긋하게 기다리면 한 달에 한 대에서 두 대 정도는 뽑을 수 있는 경험치가 쌓일 것이다. 그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무턱대고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일단 한 번 트라이 한 이후, 문제가 되면 그 방법은 차후에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회의를 마친 준은 숙소로 돌아왔다. 당장 결정해야할 굵직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나니 딱히 준이 할일이 없었던 것이다. 어차피 의뢰지역까지 가기 위해서는 며칠은 걸린다. 알카트뢰즈였다면 그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사냥을 하거나 혹은 던전탐사를 했겠지만 우주선안에서는 하릴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시간을 그냥 버릴 수는 없었다. 때문에 준은 그 시간동안 기술숙련도를 올리는데 주력했다. 현재 준이 가지고 있는 기술의 숫자는 거의 300여개를 넘었다. 물론 대부분은 매크로 어택에 물려있어서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게 되어 있었다. 대신 매크로어택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전체 숙련도가 올라가도록 되어있었기 때문에 그쪽이 훨씬 편리하다고 할 수 있었다. 때문에 준도 종종 투기장에 들러서 다른 직원들과 대결을 하곤 했다.
체술이나 전투 경험등은 사실 준이 보통 직원들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 된 기술을 몸에 익힌 것이 아니라, 델타에 의지한 단발성 기술들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또 준이 기술을 쓰기 시작하면 그것을 버텨낼 수 있는 이들이 없었다. 현재 준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막스도 준에게는 제대로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야 훈련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은 준은 대결을 할 때는 기술은 봉인한 채 오로지 체술만을 가지고 대결을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준을 상대할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탯에서 너무나도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어느정도 상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볼칸이나 막스 정도였다. 그것도 버틴다는 수준이지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준과의 대결을 마다하지 않았다. 강한 상대와 겨룰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실력의 향상을 가져오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투기장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사실인데, 서로 손속을 겨루다 보면 적게나마 상대방의 경험치가 오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원인은 불명이었다. 그것이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레벨이 오르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시어도어 대령의 던전핵을 먹으면서 생겼던 간섭때문인지 시스템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준은 시스템이 모른다는 부분에서 이 현상이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무리한 능력치 뻥튀기 때문에 델타에 미세한 오류가 생겼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되는 것 같지는 않으니 괜찮으려나.’
델타를 움직이는 것은 근본적으로 컴퓨터다. 약간의 오류만으로도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있으니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당장 걱정을 해도 방법이 없으니 이문제는 천천히 해결책을 찾아야 할 문제였다.
어쨌든 현재 상태로는 크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덕분에 자신과 대결을 하려는 이들이 줄을 서있었고, 준은 그것을 핑계로 마음껏 구타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으니까. 저쪽에서도 원하는 것이니 상사의 일방적인 폭력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흐음... 오늘은 좀 쉬어야 겠군.”
준은 침대에 몸을 눕혔다. 아직 잠들 시간은 아니었지만 정신적으로 피로감이 상당했다. 갑자기 생각 이상의 것들을 너무나도 많이 알아버린 것이다. 준은 누워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델타포럼에 접속했다.
델타폰은 준이 알카트뢰즈를 떠난 이후에도 꾸준히 팔리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유입되었고, 사이트의 분위기를 어지럽히지 않는 선에서 관리하려면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쏟아야 했다.
준은 눈을 감고 누워 게시판을 읽어 나갔다. 최근에는 수라드 행성의 헌터들이 신규 유입되면서 서로 바깥의 정보를 교환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들이었다. 뉴스같은 것들도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핫 뉴스 하나가 준의 눈길을 끌었다.
[바쉬르 행성에서 새크리파이스의 함선 하나가 해적과 교전 중 폭발. 당국은 진상조사를 위해 조사단 파견을 계획중.]
그 글에는 자세한 설명과 함께 사건의 추이가 죽 나열되어 있었다. 그 일이 있은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상당히 빠른 반응이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준은 낯익은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쉬르 탐사대원 중 일인인 브랜든 스타크가 해적과 내통한 것으로 추정 됨. 본인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으나 각종 증거가 빠르게 확보되어 실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임.]
그리고 추가적으로 몇장의 사진이 게제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얼굴이 가려진 브랜든의 모습과 그가 자신들과 함께 연구실로 이용되던 공간에 진입하는 사진이 있었다.
“자업자득이지.”
준은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똑같은 방법으로 당했으니 적절한 처벌이었다. 딱 준이 원하던 결과였고, 그 결과대로 일이 진행되자 찜찜하던 마음도 사라지고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몇 장의 추가된 사진에는 알바트로스의 모습도 찍혀 있었다. 파괴되기 직전 전송된 영상에서 추출한 것이었다. 거리는 상당히 멀었지만, 영상은 또렷했고 알바트로스의 외양도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끙. 색깔이라도 다르게 칠해야겠군.”
이 모습 그대로 플랫폼으로 향한다면 그대로 범인으로 몰릴 판이었다. 준은 제작기술을 열어 알바트로스의 개조 탭을 열었다. 준의 눈앞에 거대한 알바트로스가 미니어처 형태로 떠올랐다. 준은 거기서 기존의 은색이었던 외양을 하얀 색으로 바꾸고, 임펄스 추진기의 모양을 살짝 바꾸었다. 원형이었던 것을 육각형 형태로 바꾼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능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색만 바꾸는데는 경험치가 많이 들지 않았지만 모양을 바꾸는데는 약 1만의 경험치가 들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 정도면 같은 함선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 것이다. 두 기체를 비교하면서 보면 상당히 흡사했지만 색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풍기는 이미지가 상당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우주선의 도색은 보통 상당히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사고를 친 뒤 하루만에 색깔이 바뀌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걸릴 염려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추진기의 모습을 바꾸었으니 그 정도면 완벽한 위장이 될 수 있었다.
‘외양은 이거면 됐고.’
솔직히 말하면 에피알게나스의 폭탄발언 이후로 약간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외양을 바꾸어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늦지 않게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슬슬 새 제품을 올려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제작레벨이 오르면서 어지간한 물건은 다 만들 수 있었고, 스토어에 올릴 수 있는 경험치 한도도 상승한 상태였다. 이제는 알카트뢰즈 뿐만이 아니라 수라드 행성에서도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품의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무엇이 좋을까 한참을 생각하던 준은 굳이 쓸데없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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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좀 늦게 올라갈겁니다. 오늘 병원에 가야되서 늦으면 두시 이후에 올라갈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