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25화 (22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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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알게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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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준은 에픽퀘스트를 읽으며 내심 기뻤다. 앞으로 레벨을 올리기가 점점 어려워 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경험치 원이 생긴 것이다. 오리진의 조각을 얻음으로서 경험치를 얻는다면, 그 양이 만만치 않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 애초에 델타도 그 조각의 일부였던 만큼 그것이 가진 힘도 상당할 것이다.

물론 에피알게나스가 전해준 소식이 암울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다가올 사실이라면 그 전에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하면 될 일이다.

바쉬르 행성에서 1광년이 떨어진 위치에 도착한 알바트로스는 엔진을 끈 채로 조용히 유영하고 있었다. 일단 새크리파이스의 함선을 박살 낸 이상 그 뒤의 일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상황을 지켜봐야했다.

준은 함교에 앉아 제임스에게 말을 건넸다. 일단 이런 문제는 그의 전공인 만큼 조언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한 부함장이기도 했다.

“그쪽에서 우리 정체를 파악했을까?”

“겉모습만으로 추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겁니다. 외형이 보통의 화물선과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고요. 근처 해적선이라고 생각하고 수색을 강화하긴 하겠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늘어난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 둔 게 있어.”

알바트로스는 준의 제작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함선이었다. 그런 만큼 얼마든지 개변조가 가능했고, 외형을 바꾸는 일 정도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경험치가 많이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새크리파이스의 표적이 되는 것에 비하면 싸게 먹히는 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시다면 큰 문제는 아닐겁니다. 그보다는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뭔가?”

“에피알게나스 양 말입니다만...”

제임스는 목소리를 낮추어 오퍼레이터 석에 앉아 있는 그녀를 가리켰다. 루나의 바로 옆자리였다.

“저 녀석이 왜.”

“조심하십시오. 속을 알 수 없는 여자입니다.”

“흠... 낯선 사람이라 경계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굳이 우리를 속일 이유는 없지 않을까?”

“함장님은 사람을 너무 잘 믿는게 탈입니다.”

“그렇게 보이는 건가?”

“네. 솔직히 말하면 속여먹기 딱 좋은 타입입니다.”

“끙... 그래도 나름 나아졌다고 생각하는데.”

“그나마 나아진 것이 그거라면 좀 슬프군요. 함장님께서 어쩌다 알카트뢰즈까지 오게 되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거 농담인거지?”

“농담입니다.”

준은 고개를 저었다. 농담을 정말 재미없게 하는 녀석이었다.

“어쨌건 조언 고마워. 하긴 내가 생각해도 낯선 사람인데 너무 믿은 감이 있지. 외계인이라는 사실은 어느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런만큼 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고.”

“그렇습니다. 일단은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참. 그리고 이거 말입니다.”

제임스가 준의 앞에 스마트 패널을 꺼내보였다. 디스플레이에는 신규계약건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이게 뭐야?”

“델타 스피릿 앞으로 온 계약건입니다. 저번에 말씀하신 것도 있어 당분간은 일체 계약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보고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플랫폼 철거에 대한 용역입니다.”

“음... PMC가 이런 일도 하는 건가? 액수도 상당한데? 설마 골치아픈 일은 아니겠지?”

준은 그 계약건을 꼼꼼이 살폈다. 델타스피릿은 아직 햇병아리 기업이다. 규모도 작고 실적도 없다. 헌데 그런 기업에 거의 10억 단위의 계약건이 들어왔다는 것은 상당히 뒤가 구리다는 이야기였다. 당장 돈이 궁하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만한 일이라면 하지 않는 것이 이득이었다.

정 월급이 부족하면 외도가 자주 출몰하는 행성에 내려가 대규모 레이드를 벌이면 되는 일이다. 경험치만 집어삼키고 결정체를 얻지 못했다고 우기면 그만이었기 때문에 큰 부담도 없었다.

“물론 골치아픈 일입니다. 오래된 플랫폼을 철거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니까요.”

“굳이 철거할 필요가 있어? 그냥 내버려 둬도 되잖아.”

“아마 이유가 있을 겁니다. 예를들면... 그렇지요. 그곳에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들이 떠나길 거부한다던가 하는 일이 있겠군요.”

“설마. 콜로니도 아니도, 플랫폼에서 떠나길 거부한다는 거야? 그곳은 사람이 오래 살기에 적당한 곳이 아닌데.”

현재의 기술로도 몇몇 곳에 콜로니가 만들어진 경우는 있었다. 대체로 반지 형태의 고리로 만들어져 있는데 주로 상당히 부유한 이들의 별장처럼 운영되는 경우였다. 그만큼 고가였고, 들인 돈에 비해 가성비가 좋지 않았다. 그런 콜로니를 하나 만들 돈이면 새 행성에 얼마든지 더 좋은 정착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래된 플랫폼의 경우 50년이 넘는 물건도 있습니다. 거기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도 상당히 많지요. 게다가 자원 관련 플랫폼들은 거의 공장처럼 운영되기 때문에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군.”

사람이 모이면 그곳에는 계급이 생긴다. 특히나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연합의 경제체계에서는 어느행성이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빈곤층이 대량으로 양산된다. 그러다보니 플랫폼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고, 후에 플랫폼의 운영을 중단할 때가 오면 그런 사람들이 골칫거리로 떠오르게 된다. 때문에 철거 협박을 하면서 그들을 전부 다른 행성으로 보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주선을 보유한 기업이 필요한 거로군.”

“네. 따지고 보면 이정도 규모의 우주선을 유지하는 PMC의 숫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헌데 일이 일이다보니 여기저기에서 전부 거절을 당한 모양입니다.”

“남들이 안하는 걸 굳이 우리가 할 필요가 있을까? 혹시 그 사람들이 불쌍해서 도와주자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준이라고 동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계약건은 엄연히 다르다. 자선기업도 아니고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일을 받게 되면 나중에 엄청난 손해를 떠안게 된다. 그리고 그걸 모를 제임스가 아니었다.

“아닙니다. 다만 이 플랫폼이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어차피 철거할 거라면, 우리쪽에서 받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합니다만.”

“플랫폼을? 그걸 어디다 쓰게? 철거하기 직전이라면 거의 고철이나 마찬가지일텐데.”

“이 플랫폼은 과거에 결정체 정제소로 쓰이던 곳입니다. 핵심부품들은 빠져나갔지만, 알스버그님의 능력이라면 얼추 복구가 가능하겠지요.”

“해봐야 알겠지만 설령 된다고 쳐. 그래도 결정체 사업은 허가받은 기업만 할 수 있어. 우리가 거기에 끼어들 수 없다는 말이야. 불법이라도 저지르자는 거야? 나야 이미 빨간줄 한번 그였으니 상관없다만, 다른 사람들은 생각이 다를텐데.”

“아니오. 결정체 사업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럼 어쩌자는 거야?”

준의 질문에 제임스가 다른 자료를 펼쳤다. 그것은 철거예정된 플랫폼이 관장했던 행성에 대한 정보였다. 그 정보들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이거 뭐야...? 파란색 외도?”

“네. 원래 이곳은 많은 레이드 팀들이 사냥을 하던 장소였습니다. 결정체 수입도 꽤나 많아 아예 정제소를 지을 정도였지요. 헌데 3년 전 파란색 외도가 나타나면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파란색 외도 하나 때문에 행성 전체가 마비됐다는 거야? 녀석들이 강하다고는 해도 그 정도는 아닐텐데.”

“행성을 멸망시킬 정도의 외도는 아니었습니다. 헌데 문제는 녀석이 비행형 외도라는데 있었습니다. 녀석이 곳곳들 돌아다니며 헌터들을 사냥하기 시작했고, 소문이 퍼지자 위험을 느낀 레이드팀이 철수를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외도가 존재하는 행성은 이곳 말고도 있었으니까요. 덕분에 정제소까지 지었던 기업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지원도 차츰 끊기고 사람들로 북적대던 곳이 지금처럼 휑하니 아무도 없는 빈 행성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래서 그 파란색 외도를 잡고 그 행성을 다시 부흥시키자?”

“플랫폼을 손에 넣게 되면, 그 가치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겁니다. 지금이라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플랫폼이 얼마짜린데...”

알카트뢰즈에 있던 플랫폼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수조를 가볍게 넘어간다. 그나마 우주공간이라 구조자체를 간단하게 만들 수 있기에 그 정도로 그치는 것이다.

“쓰지 못하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봐야 짐밖에 되지 않습니다. 적당한 가격을 제시하면 그쪽에서도 받아들일 겁니다.”

“적당한 선이라는 게 대체 얼마인데.”

“흠. 글쎄요. 현재로서는 최소 1000억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

“처, 천억...”

준은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준의 호들갑스러운 반응에 제임스가 오히려 의아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없으십니까? 그럼 일단 담보대출을 진행할까요?”

“자, 잠깐만. 일을 갑자기 그렇게 추진하지 말라고. 그정도 돈을 갑자기 그렇게 턱하고 내놓을 수 있을리 없잖아.”

“그렇게 큰 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제임스는 오히려 준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네가 클라이드 밑에서 일하다보니 금전감각을 잃었나 본데, 보통은 엄청나게 큰 돈이란 말이다.”

“지금까지 알스버그님이 벌어들인 경험치를 생각해보면 글쎄요. 그다지 큰 돈은 아닐거라고 생각됩니다만.”

“그건 경험치지. 현금은 없다고.”

“결정체는 없으십니까?”

“있긴 있지만...”

“몇개나요?”

“십만개 정도.”

“그거면 됐습니다. 결정체는 오히려 현금보다 나은 대우를 받으니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겠군요.”

“자, 잠깐. 일단 회의를 열자. 나혼자 결정하기엔 너무 큰 건이야.”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이건 큰 도박이었다. 파란색 외도를 잡은 기억이 있긴 하지만 당시의 시어도어 대령은 반에너지장을 극단적으로 펼칠 수 있는 능력자였고, 실질적으로 무력은 턱없이 낮았다. 시미와 비슷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파란색 외도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준은 ‘무한의 우로보로스’를 떠올렸다. 당시 거의 50여미터를 넘는 크기의 뱀을 코앞에서 마주쳤을때의 공포가 생생히 떠올랐다. 과연 지금이라면 그 녀석을 잡을 수 있을까?

“할 만할 것 같은데?”

막스가 그렇게 말했다.

“내 생각도 그렇다.”

볼칸이 거기에 동의했고,

“네? 파, 파, 파란색 외도요?”

서은설은 어쩔 줄 몰라했다.

“으음... 내가 안본사이에 스케일이 커졌군. 하긴 이 우주선부터가 이미...”

장민성은 혀를 내두르며 한숨을 쉬었다. 호랑이 길드도 그동안 꽤나 성장했다고 생각했지만 준의 성장속도는 그의 상상력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였다.

“뭘 걱정하는거야? 파란색 외도라고는 하지만 우리쪽에도 충분한 화력은 있잖아.”

막스가 준의 어깨를 치며 입을 열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너무 낙관적인거 아니야? 한번 이겼다고 또 이길 수 있을거라는 보장은 없어. 게다가 시어도어 대령은 그리 강력한 외도가 아니었고.”

“그거야 그렇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적은 하나라는 거지. 저번과 달리.”

볼칸이 짧게 대답했다. 준은 그제서야 자신이 너무 우로보로스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파란색 외도에 대해서 막연한 공포감이 오히려 그의 눈을 가린 것이다.

“전차도 아직 남아있고, 위험하면 치료해줄 힐러도 있지. 거기에 15레벨에 이른 네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 작품 후기 ============================

으아... 오늘은 좀 피곤한듯 전 이만 자러갑니다. 오류 기타등등은 내일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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