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24화 (22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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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알게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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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와 같은 것이 4천개나 이 우주 어딘가에 흩뿌려져 있을 것을 생각하니 뭐랄까,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최고급 한정판 시계가 알고보니 양산형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의 느낌 같았다.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가 델타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건가?”

가만히 듣고 있던 막스가 입을 열었다. 에피알게나스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신체개조프로그램과 델타가 융합되면서 만들어진 델타는 준의 것이야. 다른 조각이 있다고 해서, 같을 수는 없어.”

“그렇군. 그렇다면 네가 가진 알파는 생명유지장치와 융합된 물건인건가?”

준의 말에 에피알게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학습이 빠르네. 맞아.”

“그 치료능력이라던가 하는 것도 전부 진화한 알파의 능력이겠군. 혹시 그외에 다른 능력도 있어?”

“일단은 치료능력에 특화되어 있어. 어떻게 진화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것까지 내가 미리 다 알수는 없거든.”

“오리진의 제작자들이라고 해도 모르는 건가?”

“말했잖아? 오리진은 신의 마이너 카피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라고. 아무리 일부라고는 해도 알파는 그 조각의 일부야. 내 능력으로는 그것을 파악할 수 없어.”

에피알게나스는 고개를 저었고,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델타가 심상찮은 물건이라는 것은 이미 처음 얻었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발달된 기술이라고 하기에는 현 세대의 기술력과 아득한 차이가 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진실은 준이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커다란 이야기였다.

신이라 불리는 슈퍼컴퓨터. 오리진. 델타는 그것의 일부였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쪽의 목적은 그 조각들을 모두 회수하는 것입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에피알게나스는 잠시 그의 얼굴에 시선을 두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천천히 휴게실의 작은 현시창으로 다가갔다. 창밖에는 점으로 보이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의 기억에 있는 풍경과는 사뭇다른,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이제 곧, 이곳에도 엄청난 수의 외도들이 들이닥치게 될 거야.”

“이미 그런지 80년이 넘었는데.”

새삼스럽다는 듯 준이 입을 열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진짜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어.”

“그게 무슨 소리야?”

준이 입을 열자 그녀가 몸을 빙글 돌렸다. 그녀의 머리칼 끝에서 별이 부서져 내렸다.

“쟤 저거 진짜...”

서은설이 뭐라 궁시렁 거렸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에 신경쓰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루나마저도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그런 감상마저 잊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태양을 잡아먹는 외도를 상상할 수 있겠어?”

“농담도 그 정도면 무서운데.”

준의 너스레에 에피알게나스는 빙그레 웃었다. 그 미소에는 알 수 없는 섬뜩함이 담겨 있었다. 준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우리에게는 오리진이 있었고, 오리진은 그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그리고 우리가 물었지. 외도에게서 승리를 얻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냐고. 어떤 답이 나왔을 것 같아?”

“별로 듣고 싶지 않아 지는구만...”

막스가 인상을 구기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대답이 무엇일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대답은 필패. 외도는 결국 백 년 이내로 우리가 사는 은하계를 잡아먹고 말것이라는 거였지.”

“허면 다른 은하로 가면 되잖아. 너희들의 기술력이라면 문제없었을 거고, 굳이 우리가 사는 우주로 올 필요가 있었을까?”

은하와 은하의 거리는 멀다. 한 은하가 멸망한다면, 다른 은하로 가면 되는 문제였다.

“우리도 그런 생각을 했지. 하지만, 그래봐야 멸망의 시기가 뒤로 늦쳐질 뿐이었어. 근본적으로 놈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문제였지.”

“그 해답이 우리 우주로 오는 것이란 말이지?”

“이 우주는 엑조틱 에너지의 밀도가 낮아. 그만큼 외도의 능력도 약해지지. 그렇다면 이곳에서 힘을 모아 외도를 상대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던 거야.”

“이미 우리우주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말이군.”

“웜홀은 수시로 열리고 있었고, 그 뒤의 세계를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다만 우주선이 지나갈 만큼의 초대형 웜홀을 생성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인 것은 틀림없었어. 사소한 계산 미스도 용납될 수 없었으니까. 결국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에피알게나스는 무거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대부분의 함대는 증발하고, 그녀가 타고 있던 우주선의 사람들 까지도 모두 사망했다. 살아남은 것은 그녀가 유일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리진의 일부가 넘어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루나가 입을 열었다.

“그 정도의 웜홀을 열었다면 차원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지 않나요?”

“맞아. 억지로 구멍을 넓혔으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란 힘들지. 최근들어 외도가 더욱 많아졌다는 생각을 해본적없어?”

에피알게나스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비록 알카트뢰즈 한정이라고는 하지만 유난히 외도가 많아졌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던전이 많아진 것은 시어도어 대령 때문이기는 했지만, 사실 그것을 제하더라도 최근 외도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아마... 모든 던전이 그가 만든 것은 아니었을 테지.”

볼칸이 입을 열었다. 준은 문득 던전 하나를 떠올렸다. 그 던전은 특이하게도 동굴이 아닌 평범한 땅 위의 세계였다.

“그럼, 너희들이 이곳에 오게 됨으로서 외도의 출현빈도가 더 많아지게 됐다는 건가?”

준의 질문에 에피알게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리고 더욱 강해지겠지.”

“후...”

준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결론에 이르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자리의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준은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의외네. 내가 밉지 않은거야? 나때문에 너희들의 우주가 위기에 처했을지도 모르는데? 적어도 욕 정도는 들어도 할말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에피알게나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만큼 준의 행동이 그녀의 예상밖이었던 것이다.

“단지 이유를 듣고 싶은 것 뿐이야. 만약 그 이유가 합당하지 않다면, 그때가서 욕을 해도 늦지 않으니까.”

“이쪽 인간은 대체로 참을성이 좋은 편인가봐.”

“아니. 꼭 그런 이유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볼칸이 볼을 씰룩이며 입을 열었다. 무언가 말하고 싶어 견딜 수 없어보이는 모습이었다. 곁에서 막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보탰다.

“저 녀석도 남자니까.”

확실히 저런 미인을 앞에두고 화를 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죽을죄를 졌다고 해도 용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까.

서은설과 루나의 눈초리가 매서워지는 것을 느끼며 준이 입을 열었다.

“아니거든.”

“무리해서 거짓말 안해도 돼요. 저라도 그랬을 것 같으니까요.”

루나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무리 준이라고 해도 이런 뻔한 속임수에 넘어가지는 않았다. 여기에 속아넘어가서 맞장구라도 쳤다간 나중에 그녀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랐다. 지금은 허벅지에 바늘을 찔러가면서라도 참아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아니라면 아닌거야. 괜한 소리들 하지 말라고. 그리고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저 녀석의 말을 더 들어보자고.”

준이 대충 분위기를 정리하자,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분명 우리가 옴으로서 균열은 커진게 맞아. 하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야. 어차피 우리가 아니더라도 균열은 점차 커지고 있으니까. 우리가 만든 균열은 전체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영향력만을 끼칠 뿐이야.”

“균열이 커진다... 어째서지?”

“우주가 충돌하고 있는 중이거든.”

그녀의 말은 거기서 끝을 맺었다. 그 이상의 말은 사실상 별다른 의미도 없었다. 다들 이 초우주적인 대 재앙에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준은 간략하게 사실을 정리했다.

다른 우주에서 웜홀을 통해 외도와 함께 엑조틱 에너지가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헌터의 등장시기와 외도의 등장시기가 유사하다는 점은 아마 이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그 근본원인은 두 우주가 서로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에서 생긴 균열이 바로 웜홀이고, 외도는 그 웜홀을 통해서 이쪽으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감히 어떻게 인간의 손으로 우주의 충돌이라는 초거대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

결국 그 속의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지엽적인 일에 불과한 것이다. 그저 넘어오는 외도를 죽이고, 죽이고, 죽여서 조금의 유예기간을 만드는 것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델타의 힘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이정도로 스케일이 커져버리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군. 그냥 외도를 죽이면 된다는 거 아닌가?”

준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할 수 있는 일 따위는 없었다. 그저 해왔던 대로, 준은 델타를 성장시키고 외도를 죽이는 것 그것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었네.”

“그런가?”

“어차피 우주의 충돌이라는 사건은 아주 오랜시간에 걸쳐서 일어나는 거야. 우리의 인식범위를 아득히 뛰어넘는 시간이 지나서야 그 충돌이 끝나고 두개의 우주가 하나가 되겠지. 그때가 되면 인간이라는 종족이 살아남아있을지도 의문스러운 때가 될 거야. 그 사실 자체에는 겁먹을 필요가 없지.”

“우주라는 건 대단하구나...”

서은설이 입을 벌린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주가 충돌한다니 무언가 엄청난 대 사건 같았지만, 아니, 오히려 너무나도 큰 사건이기 때문에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단지 문제라면 그 충돌때문에 균열이 커지고 그로 인해 더욱 강한 외도가 등장한다는 것 정도였다. 결국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는 건, 그 외도를 제거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었다. 우주를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래서 결론이 뭐라는 거야?”

긴 시간의 대화가 끝나자 막스가 답답하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섞이다 보니 그로서는 제대로 맥락을 쫓아갈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오리진의 조각을 모으고, 외도를 죽이면 된다는 거지.”

그리고 긴 이야기를 마친 에피알게나스가 한 마디로 정리했다. 그 순간 준의 머리속에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퍼졌다.

-퀘스트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에픽퀘스트, ‘오리진의 조각’이 생성됩니다.

사용자는 알파와 접촉함으로서 오리진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0광년 안의 조각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조각을 모을때마다 경험치를 습득합니다. 조각의 형태는 다양합니다. 이는 생물일 수도 무생물일 수도 있습니다. 조각을 습득하고 나면 그것의 본체였던 것은 모든 힘을 잃고 사멸합니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11시쯤 올라갑니다.

이제 저의 패턴을 다들 아시겠지만, 이 이야기는 11시 전에는 안올라간다는 거고 더 늦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한편은 더 올라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뭐 그렇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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