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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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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조종간을 크게 잡아당겼다. 이런 상황에서 일일이 자동운행에 의존하다가는 미사일 맞고 골로가기에 딱 좋았다. 저게 느려보여도 초속 10킬로미터 이상으로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에 눈깜빡 할 사이에 도착할 것이다.
우웅-
알바트로스가 회피기동을 하며 관성으로 인해 우주선이 크게 흔들렸다.
“꺄악.”
서은설이 휘청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함교가 이정도라면 숙소에 있는 이들은 아주 죽을 맛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때를 대비해서 훈련을 한 적이 있으니 알아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방해전파 발신해.”
“네.”
준의 명령에 제임스가 방해전파를 송신하기 시작했다. 수폭은 유도기능이 달려있었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방해전파를 쏘지 않아면 회피고 뭐고 그냥 얻어맞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쏘는 쪽에서도 당연히 방해전파를 막아내는 방식으로 초광속 통신 기법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엑조틱 에너지를 사용하는 그 통신방법은 보통의 방해전파로는 완전히 무력화 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완전히’ 막을 수 없을 뿐, 약간의 오차는 생긴다. 그리고 우주공간에서는 그 약간의 오차가 엄청난 차이를 만들 수 있었다.
“카운트 다운 들어갑니다. 아무거나 꽉 잡으세요!”
서은설이 외쳤다. 어차피 계산은 컴퓨터가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 숫자를 보고 외칠 뿐이었다.
“10, 9, 8, 7...”
준은 서은설이 다섯을 헤아리는 시점에서 조종간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기우뚱!
“으읍!”
일순간 알바트로스의 동체가 크게 상승했다. 그 순간 준은 임펄스 엔진의 추력을 최대한으로 높였다.
“1, 0. 폭발합니다.”
쿠웅!
현시창을 가득 메우는 빛과 함께 알바트로스의 동체가 크게 흔들렸다. 대기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궤도에서의 폭발이다 보니 후폭풍은 없었지만 단순 폭발력만으로도 기체의 외부에 균열을 일으킬 정도의 위력이었다.
거기다가 수폭이 폭발하며 내뿜는 엄청난 방사선과 열기를 모두 차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이 함선에 있는 사람들이 그정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곳에는 루나가 있었고, 그녀의 뱃속에는 준 자신의 아이가 있었다.
때문에 준은 폭발과 동시에 자신의 모든 마나를 총동원해서 EX필드를 끌어올렸다.
쩡-
준의 몸에서 퍼져나간 육각형 형태의 에너지장이 알바트로스 전체를 감쌌다. 시어도어 대령을 죽이고 얻은 그 능력은 델타의 시스템에 공식적으로 등록되어 있는 기술은 아니었다. 하지만 준은 불안정 하지만 그 능력을 일부 끌어다 사용할 수 있었고, 지금 그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화악!
엄청난 빛과 함께 순식간에 폭발이 알바트로스를 휩쓸고 지나갔지만, 생각보다 그 충격은 훨씬 감쇄된 상태였다. 방사선 계측기도 잠시 오르는 듯 하더니 다시 정상상태로 돌아갔다.
“피, 피해는 전무! 후폭풍은 없습니다!”
서은설이 외치자 함교에 있던 사람들이 큰 소리로 환호성을 외쳤다. 뒤늦게 함교로 막스와 일행들이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준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디스플레이에 집중했다.
“적 기체의 기종은?”
“페르미급 탐사선입니다. 전장 150미터에 항행거리로 따지면 중거리 탐사선에 해당합니다. 주로 폐함선을 수거하는 업무를 맡기 때문에 무장은 빈약한 편입니다. 이미 두 기의 수폭을 사용했고, 남은 것은 양전자포 1문 뿐입니다.”
처음 준이 이곳으로 달려올 때 함선이 기운 이유도 원거리에서 수폭이 폭발한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때 터진 것은 거의 150킬로미터 바깥에서 터진것이라 거의 피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턴이로군.”
양전자포는 대부분의 함선에서 주포로 사용하는 물건이다. 하지만 그 위력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전력을 잡아먹는 물건이었고, 일단 한 번 쏘고나면 냉각하는 데에만도 상당한 시간을 소모했다. 때문에 전투력을 극도로 끌어올린 전함에는 양전자포를 서너 개씩 달고 다니면서 번갈아 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제임스. 주포 예열 부탁해.”
“옛써! 함포 로즈마리, 기동합니다.”
딸깍!
그는 투명한 플라스틱 뚜껑을 열고 손바닥만한 붉은색 버튼아래에 있는 스위치를 올렸다. 함교를 비롯한 함선 전체의 전력의 80퍼센트가 양전자포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생명유지장치가 일시 정지합니다. 임펄스 엔진의 출력이 20퍼센트로 낮아집니다.”
서은설의 입에서 얼핏 암울해보이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포를 사용하기 위한 정식절차로, 원자로의 규모가 작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70미터급 함선에 양전자포가 달려있다는 것부터가 다소 오버스펙인 부분이 있었다.
“전력공급은 순조롭습니다. 70퍼센트, 80퍼센트, 85퍼센트... 적함에서 중력펄스반응! 도약을 준비하는 듯 합니다. 탈출 10초전. 9초전...”
“어딜 도망치려고. 제임스. 발사해.”
“아직 전력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괜찮아. 지금 보낼테니까.”
준은 그렇게 말하며 쾅 소리가 날 정도로 발을 굴렀다. 그러자 준의 발밑에서부터 엄청난 스파크가 일더니 순식간에 양전자포, ‘로즈마리’의 전지팩에 전력이 가득차올랐다. 일순간 모든 마나를 쏟아부어 알바트로스에 흐르는 전력의 흐름을 빨리한 것이다. 전자기장 제어의 힘이었다. 고장의 위험은 있었지만, 적이 도망치게 놔두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판단이었다.
“98퍼센트. 99퍼센트. 100퍼센트! 충전완료되었습니다!”
“발사!”
쿵!
준의 명령과 함께 제임스가 붉은색의 버튼을 내리쳤다.
콰앙!
수킬로그램의 양전자 덩어리가 엄청난 속도로 페르미급 탐사선을 향해 날았다. 거의 수천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적 함선에 겨우 수초만에 도달한 양전자 포탄은 그대로 적함선에 들이받으며 거대한 규모의 쌍소멸 반응을 일으키며 대폭발을 만들었다.
번쩍!
그 빛은 지상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눈부셨고, 반사체 처리가 되어있는 알바트로스의 현시창 너머에 있는 준까지도 눈을 찡그리게 만들 정도였다.
“엄청나군.”
“휘유~ 이거 돈주고도 못보는 광경인걸.”
볼칸과 막스가 입을 열었다. 실제로 함대함 전투를 목격하는 것은 처음인 것이다.
“운이 좋았어.”
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함대함 전투는 사실 선공필승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먼저 적을 발견하는 일이 중요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이 양전자포의 존재 때문이었는데, 가공할 거리를 순식간에 도달해서 일격에 적을 파괴시키는 그 위력 때문이었다. 무리해서라도 준이 알바트로스에 양전자포를 단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운 좋게 첫발이 빗나갔고, 그런 실패를 한 적에게 다음은 없었다.
“일단 현 위치를 이탈. 워프드라이브 기동해. 냉각은 나중에 하자.”
“네. 알겠습니다. 워프드라이브 기동합니다.”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휴...”
일단 워프를 시작한 이상, 어떤 우주선도 알바트로스를 추적할 수 없었다.
준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는 긴 숨을 내뱉었다. 어쨌든 첫 전투를 무사히 끝낸 것이다.
“흐음. 1광년을 가는데 네시간이나 걸리는 거야?”
“야. 너. 그쪽.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무거나 만지면 안된다고 했잖아.”
준의 말에 콘솔을 만지작 거리던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싱긋 웃었다. 그 미소에 준은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그것은 준 뿐만은 아니었던지 함교내부에 일순간 정적이 돌았다.
“와... 쟤 뭐야...?”
“준?”
서은설과 루나의 시선이 동시에 준에게로 향했다. 방금전까지는 전투의 흥분에 정신이 없어 미처 불청객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숨을 돌린 지금, 그녀들은 새로운 초강적의 등장에 신경이 바짝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이 친구가 이번에 우리가 바쉬르 행성에 내려간 이유야. 사실 여자라는 건 생각지 못했지만.”
“후. 일단 소개라도 시켜줄래요?”
루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존재감에 저도 모르게 위축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 이전에, 아예 그녀는 근본부터 다른 종족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잠깐만 그전에 퀘스트부터 확인하고.”
준은 머릿속에 전해지는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했다. 완전히 바쉬르 행성을 빠져나오면서 퀘스트 완료조건은 달성한 모양이었다.
퀘스트, ‘최후의 생존자를 찾아라’를 완료하셨습니다.
바쉬르 행성에 불시착한 고속탐사정의 잔해에서 생존자를 구출했습니다. 기여도를 분석합니다... 사용자는 총 83퍼센트의 기여도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 135,000을 얻습니다.
생존자 구출(1/1)
“오. 이거 생각보다 짭짤한데?”
준은 이번에도 거의 대부분의 경험치를 가져갈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바쉬르 행성으로 가는 것부터가 일단 준의 우주선과 셔틀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전투도 사실상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이들이 활약할 여지가 적은 편이었다. 그나마 시미는 활약이 꽤 되는 편이라 10퍼센트에 가까운 경험치를 받았고 나머지가 고만고만한 선에서 경험치를 나눠먹었다.
그래도 막스의 표정으로 봐서는 그다지 적다고 여기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얼마받았냐?”
“오천.”
막스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천이면 그의 기준으로 몇시간만에 끝난 퀘스트 치고는 상당히 높은 경험치를 얻은 것이다.
물어보니 볼칸도 비슷하게 받은 모양이었다. 시미는 거의 1만 6천에 가까운 경험치를 받았다.
“아직 진화는 먼건가?”
“시미 더 자랄 수 있어요?”
시미가 자신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초록색 윗 등급에는 파란색이 있다. 거기까지만 해도, 시미의 능력은 어지간한 국가는 혼자힘으로 때려부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가질 것이다. 만약 거기서 한 단계 더 위인 남색 외도까지 올라선다면 거의 행성파괴급의 외도가 탄생한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시미도 준과 마찬가지로 등급이 오를수록 천문학적인 경험치를 필요로 한다. 최소한 현재 파란색 외도가 되기에 필요한 경험치는 백만을 가볍게 넘는다고 추정되었다.
대강 퀘스트완료를 마친 준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여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준은 잠시 루나와 서은설을 바라보고는, 그 옆에 있던 ‘그녀’를 바라보았다.
‘음... 괜한 생각하지말자.’
하지만 하면 안되는데 하고 생각할수록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확실히 너무 눈에 띄는 걸.’
루나만 해도 상당한 미인이다. 적당히 꾸미면 여느 미인대회에 나가서도 초반탈락은 면할 정도는 될 것이다. 서은설도 눈에 확띄는 미인은 아니었지만, 꽤나 매력있는 타입이었고 성격도 준과 잘 맞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이 ‘그녀’의 곁에서면 좀 너무하다싶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 두사람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었다.
준은 생각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이쪽은 내가 이번에 바쉬르 행성에서 데리고 온 사람이야. 아마도, 외계인인 걸로 추정돼.”
“진심?”
“외계인이라고요? 설마 다른 문명권의 사람이라는 뜻인가요?”
두 사람의 표정은 백팔십도 달랐다. 서은설은 농담하지 말라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루나의 표정은 마치 황금이라도 발견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타문명에 대한 조사는 계속해서 이루어져왔지만 지금까지 단 한건도 발견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준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의 존재가 인류의 인식을 한 단계 더 발전하게 해줄 계기가 되어줄 수 있었다.
“확실한 건 아니야. 그리고 이름은...”
“나르 에피알게나스 리무야르 아웬드나.”
“...들었지?”
생각보다 긴 이름이었다.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랍형제들에 비하면 그리 긴이름은 아니었다. 참고로 그쪽 패밀리는 막스만 나온 상태였고, 나머지는 아직 알카트뢰즈에서 출소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준은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럼 뭐라고 부르면 되지?”
“알파.”
"알파?"
준은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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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