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18화 (21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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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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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최후의 생존자를 찾아라.

바쉬르 행성에 불시착한 고속탐사정의 잔해에서 생존자를 찾아야합니다. 그는 생명유지장치 속에 잠들어 있습니다. 그를 깨우는 것은 오직 델타의 소유자만이 가능합니다.

생존자 구출(0/1)

[글쎄... 솔직히 말하면 나도 모르겠어. 어떻게 1년이 넘게 방치되어 있는 함선에 생존자가 있을거라고 말하는지. 생명유지장치가 있다고 해도, 전력보급없이 1년 이상은 버틸수 없을텐데.]

[네말대로 외계인의 함선이라면 그런 기술이 있다고 해도 이상한 건아니지.]

볼칸이 입을 열었다.

[하긴... 나만이 깨울 수 있다고 하는 걸 보면, 확실히 보통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꺼야. 헌데 처음에는 몰랐는데 말이지, 뭔가 좀 신경쓰이는 단어가 있는데?]

[무슨 소리야?]

막스가 되묻자 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곳에 불시착한 우주선 말인데. 그거 300미터가 넘는 크기거든. 재어보지는 않았지만 눈대중으로만해도 순양전함의 뺨을 후려칠 정도인데...]

[그런데?]

[퀘스트 로그를 읽어봐. 고속탐사정이라잖아.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어. 전혀 모르겠다.]

막스의 뻔뻔한 대답에 준이 혀를 내둘렀다.

[무식한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나 무식한 거 처음알았냐 함장님아?]

[끙. 어쨌든 고속탐사정은 보통 우주선 중에서도 작은편이야. 큰게 100미터를 넘지 않고 보통은 장거리 항행을 위해서 50미터 이하의 크기로 잡는 편이지. 이제 무슨 소리인지 알겠지?]

[흠. 그러면 저건 사실 다른 함선에 비해서 큰 편이 아니라는 거지?]

막스가 커다란 바위뒤에 몸을 숨긴 채 머리만 살짝 내밀어서는 대형 함선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그가 살면서 단 한번도 본적없는 압도적인 크기의 우주선이었다.

[저거보다 더 크단 말이야? 외계인 놈들 스케일 한번 크군.]

[저렇게 큰 탐사선이 이런 곳 까지와서 불시착을 했다라...]

볼칸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우리가 모르는 사정이 있는 것 같아. 일단 안에 들어가서 조사하다보면 무언가 나올지도 몰라.]

[놈들이 쓸만한 건 다 훑어서 가져갔을텐데.]

볼칸은 언덕 위로 시선을 던졌다. 지금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위에는 새크리파이스의 탐사대가 있는 쉘터가 있었다.

[무언가 남아있길 바래야지.]

준은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숙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미의 정신교란이 먹히는 거리는 100미터. 눈앞의 경비대원과의 거리는 대략 300미터 가량. 놈들에게 들키지 않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재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준은 경비대원이 몸을 돌려 자신에 등을 보이자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풍운보는 마치 바람에 움직이는 구름처럼 부드럽게 움직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 이름처럼, 이동시에 소음은 그리 크지 않았다.

타탓-

준은 빠르게 움직여 다음 바위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런 식으로 시미와 함께 이동한 준은 적 경비대의 근거리까지 접근한 다음 정신교란을 시도했다.

[음...?]

경비대원은 잠시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자 그의 곁에 있던 다른 경비대원 하나가 입을 열었다.

[왜 그래?]

[아니. 현기증이 잠시 일어서.]

[그럴만도 하지, 하루에 열두시간씩 순찰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라고. 그러고보니 나도 좀 피곤한 것 같은데.]

[솔직히 하루에 열두시간은 좀 너무하지 않냐? 갤럭시 쪽 애들은 삼교대가 정착되었다고 하는데.]

[그런 대기업이랑 비교하면 안돼지. 솔직히 거기는 재계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가는데. 우리회사가 그런 사정까지 봐주겠냐?]

[우리회사도 대기업 아니었냐.]

[대기업이라고 다 똑같냐. 사람 갈아넣기로는 재계 수위에 꼽힐걸.]

[끙. 나도 갤럭시 그룹으로 들어갔어야 되는건데.]

[아서라. 그런 기업은 아무나 들어가냐. 엘리트들도 물먹기 바쁜데.]

[하긴... 그래도 여기는 월급은 안밀리니까.]

두 사람이 떠드는 사이 준과 일행은 천천히 그들의 곁을 스쳐지나갔다. 경비대원들은 바로 눈앞에서 준이 스쳐지나가는데도 전혀 인식을 못한채 자신들끼리 대화하기 바빴다. 그 모습이 신기했던지 막스가 경비대의 눈앞에서 손을 휘저었다.

[응?]

[왜 그래?]

[아, 아니. 뭔가 눈앞에서 움직인 것 같아서... 잘못본거겠지.]

[아무래도 헛것이 보이는 걸 보니 정말 피곤한 모양이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던지.]

[누구 짤리는 꼴 보고 싶냐?]

[크크.]

준은 경비병들의 앞에서 춤을 추고 있던 막스의 뒷덜미를 잡아끌었다. 그는 압도적인 준의 힘에 질질 끌려가면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정말 신기하네. 시미의 능력인거지?]

[이쪽으로만 특화되어 있는거야.]

[그래도 대단한데? 혹시 녀석들을 만지면 어떻게 되는거야?]

[생각도 하지마.]

[내가 바보냐. 그런 짓은 안한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막스는 입맛을 다시며 자기들끼리의 대화에 열중해 있는 경비병들으 모습을 보았다.

막스때문에 잠시 지체되기는 했지만 일행은 별 무리없이 우주선의 갈라진 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안은 밝았다. LED전구가 죽 이어져 함선내부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던 것이다.

[불을 안켜도 되니 오히려 들킬 확률은 낮겠군.]

어둠속에서 라이트를 켜고 돌아다니면 쉽게 눈에 띈다. 차라리 이렇게 내부가 밝아버리면 누군가 나타났을때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쪽에는 적의 눈을 교란할 수 있는 시미가 있었다. 아무리 밝다고 하더라도 들킬 염려는 별로 없었다.

준은 고개를 움직여 통로를 자세히 살폈다. 확실히 어둠속에서 보던 것과는 풍경이 많이 달랐다. 벽은 틈새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끈하게 형성되어 있었고, 재질은 금속이라기 보다는 상아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신기하군... 이런 금속은 본적이 없다.]

볼칸이 입을 열었다. 준은 잠시 벽을 살피면서 그 영상을 알바트로스로 전송했다.

[루나. 보고 있어?]

[네. 보통의 금속은 아니네요. 그냥 보기에는 일종의 강화플라스틱 같은데... 샘플을 보내주실수 있나요?]

[잠깐만. 검둥아. 이거 좀 뜯어낼 수 있겠냐?]

준의 말에 늑대 인간형태로 변이한 검둥이가 발톱을 세워 벽을 할퀴었다. 하지만 벽에는 조금의 흠집도 낼 수 없었다.

“이거 경도가 굉장한데요...? 다이아몬드보다 더 높은 것 같아요.”

검둥이의 발톰으로 잘라낼 수 없는 것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현세대 반응장갑은 물론, 우주선의 외피를 싸고 있는 초합금이라고 해도 검둥이가 발톱을 세워 찔러넣으면 두부처럼 썰릴 정도였다. 하지만 이 회색의 내벽은 그런 검둥이도 흠집을 낼 수 없을 정도였다.

[흠... 그렇다고 때려부술수도 없고... 일단 돌아다니다가 잔해 몇조각을 주워서 보내줄게.]

준은 돌아다니다가 벽이 부서진 곳에서 몇조각을 주워 루나에게 보내주었다. 경도가 높다고 해도 일정이상의 충격을 받으면 부서지기 마련이었고, 불시착한 함선은 여기저기가 부서지고 갈라져 있어 그런 잔해들을 구하기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어디있는 지 알고 움직이는 거야?]

[맵 확인해 봐. 반짝거리는 곳에 생존자가 있는거야.]

[퀘스트라는 거 엄청 편리하구만.]

막스의 말에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퀘스트 시스템 자체는 준이 의도와는 관계없이 생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경험치를 미끼로 델타가 준에게 주는 일종의 임무인 셈이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퀘스트가 준의 의도와 대부분 합치했기 때문에 큰 괴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확실히 달랐다. 준은 이 함선에 생존자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적이 없다. 만약 퀘스트가 준의 의도를 읽고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라면 이 퀘스트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퀘스트로 인해 준은 델타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자신을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거부할 생각은 없었다. 퀘스트가 주는 경험치는 상당히 달콤한 보상이었고, 당장 준에게 해가되는 것이 아니라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델타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이런 퀘스트는 반드시 해결해야했다.

‘생존자라...’

외계의 함선이라 생각되는 곳에 생존자가 있다. 그가 누구이던 간에 그는 준의 의문을 상당수 풀어줄 수 있으리라 기대되었다.

저벅. 저벅.

그때 통로 반대쪽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준과 일행은 황급히 길이 꺾어지는 곳에 몸을 숨겼다. 은색 수트를 입은 사람 하나가 준 일행을 스쳐지나갔다. 준은 반투명한 고글 안쪽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브랜든?’

그는 함선 스팅스의 항해사로 준을 고발한 인물이었던 브랜든이었다. 비록 마리엘 쿤 함장의 협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공범임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흠... 어쩌면 당연한건가.’

어쨌든 이 곳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당시 탐사대의 생존자는 자신과 셀럼, 그리고 브랜든이 유일했고, 셀럼은 행방불명, 그리고 자신은 알카트뢰즈에서 1년 가까이 처박혀 있었다. 결국 남은 것은 브랜든이었고, 입이 가벼운 그를 바깥으로 돌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무언가 불만인 듯 투덜거리고 있었지만, 바깥까지 소리가 흘러나오지는 않아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기껏 날 감옥으로 밀어넣고는 겨우 이런 곳에서 지내는 건가.’

입맛이 썼다. 부귀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호의호식 정도는 해야 나중에 준도 마음편하게 복수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지금 모습은 아무리 잘 봐줘도 스팅스에 항해사로 있을 때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것 같지 않았다.

[조용히 따라가자.]

일단 준은 그의 뒤를 밟았다. 그가 향하는 방향이 준이 목적지로 삼는 곳과 같은 방향인 것이다. 그가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길도 모르고 헤매는 것보다는 그쪽이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게다가 지금 브랜든을 놓치고 싶지 않기도 했다. 지금 당장은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기에 내버려 두고 있지만 준은 그를 그냥 두고 떠날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든 그와의 결착은 봐야하는 것이다.

“젠장.”

브랜든은 욕설을 뱉었다. 어차피 우주복을 입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는 바깥으로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시원하게 욕설을 뱉고나자 약간은 기분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방금전의 통화내용을 떠올리자 다시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기껏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반강제적으로 한 일이긴 하지만, 준을 희생시켜서 마리엘 함장이라는 끈을 잡았고 이제 승진하는 일만 남았던 것이다. 하지만 승진과 함께 자신이 배치된 곳은 아무것도 없는 이 바쉬르 행성이었다. 물론 이런 탐사를 업으로 하는 이들이야 별생각이 없겠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은 일반인이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적도 없고, 중간관리자로 행세하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기에 짐덩이 취급이나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마리엘 함장에게 호소해도 그는 조만간 다른 곳으로 전출시켜주겠다는 약속만 반복할 뿐 그 약속이 실행 된 적은 없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이런 행성에 있다보니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딱히 할일도 없고, 그렇다고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할 수 도 없었다. 말만 관리자였지 자신의 위치는 밑바닥이나 다름없었다. 탐사대원들 뿐만 아니라 일대를 순찰하는 일반 경비대원들 조차도 자신을 잡일꾼 취급할 정도였다.

그는 지금도 탐사대원의 요청에 의해 부족한 장비를 챙겨가는 중이었다. 거절을 해도 되지만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쉘터안에서 드러누워 천장을 보는 것 외에는 다른 할일도 없었다. 차라리 잡일꾼 취급을 받더라도 이쪽이 나았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매사에 신경질 적으로 변했고, 그런 브랜든과 친하려 하는 사람도 없다보니 그는 거의 외톨이처럼 1년 가까이 지내고 있었다.

“차라리 예전이 훨씬 나았어...”

그는 준의 얼굴을 떠올렸다. 자신의 손으로 절벽밑으로 떨어뜨린 녀석. 나름 열심히 일해서 좋게 보고 있던 녀석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그를 고발했다. 그것뿐이라면 괜찮았을 것이다. 자신도 살아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보다는 준을 고발하는데 잠시의 주저함도 없었다는 데서 오히려 더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잘 있으려나.’

3년 형을 받았다고 했으니, 아직 출소 하려면 2년 이상이 남았을 것이다. 그는 잠시 면회라도 갈까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와서 그의 얼굴을 볼 면목도 없었다.

============================ 작품 후기 ============================

참 애매한 시간에 올리는 듯 ㅎㅎ

내일은 사정상 하루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주말 잘 보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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