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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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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내부에는 기동을 위한 필수적인 시설 외에도 사용가능한 공간이 꽤나 많았다. 그것이 우주시대 이전의 바다를 항해하는 함선들과의 차이점이었는데, 그 큰 이유중 하나는 함선의 형태가 굳이 납작한 형태가 아니어도 되기 때문이었다.
비록 착륙장 제한 때문에 완전히 자유로운 형태로 만들 수는 없었지만, 보통은 직사각형 형태의 다층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70미터라는 비교적 작은 크기의 함선이라고 해도 그 내부는 엄청나게 넓었다.
사실 알바트로스의 경우에는 그 공간을 채우는 것 만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화물선이라면 컨테이너를 실을 공간을 넓게 잡으면 되지만 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순양전함으로서 사용하기 위해서 함재기 등을 넣기에는 또 비교적 작은 크기였다.
하지만 그 애매한 크기가 지금으로서는 최적이었다. 어차피 델타스피릿의 헌터들은 대 외도 전에 익숙한 이들이고, 그들에게 함재기에 조종하라고 시킬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준은 당분간은 행성을 돌아다니면서 결정체를 수집하고 델타폰의 확산에 신경 쓸 생각이었다.
현재 알바트로스는 대략 100명의 승조원에게 모두 독실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외에 마스터를 위한 커다란 식당과, 루나를 위한 연구실, 그리고 델타스토어를 통해 물건을 팔기위해 밥이 관리하는 대형창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도 공간이 남아 준은 일부공간을 직원들의 체력단련을 위한 공간으로 개조했다. 헌터들은 수련을 통해서 얼마든지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었고, 그것은 펠로우쉽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실전처럼 대결을 하더라도 죽음의 위험이 없는 펠로우쉽간의 대결은 훈련치고는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아무리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눈앞에서 흉기가 자신의 심장을 찌르고 들어오면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끼게 마련이고, 그런 극한 훈련이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펠로우쉽 사이에 대련을 적극권장하기 위해서 아예 투기장을 따로 만들었다. 혹여나 각 승무원들 간의 다툼이 생기거나 할 경우 투기장에서 대결을 하는 것만으로도 갈등이 해결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있었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함선이다 보니 상당히 애착이 갔다. 아직 기동한지 한달이 되지 않는 신품이지만 벌써 우주선 곳곳에는 준의 손때가 상당히 묻어 있었다.
그외에도 알바트로스의 특징이라면 워프드라이브의 기동에 결정체가 필요없다는 것이다. 물론 공짜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일이 정제한 엑조틱 에너지를 엔진에 주입할 필요는 없고, 준의 경험치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식이었다. 준에게 경험치가 남아있는 이상, 알바트로스는 반영구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함선 스팅스처럼 중간에 엔진누수로 인해 항해 도중에 엑조틱 결정체를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임펄스 엔진을 가동하기 위한 원자로의 전력도 마찬가지였다. 현재는 효율상 원자로를 상시가동하고 있지만 만약 사고로 인해 원자로를 폐쇄해야 하는 순간이 오게 되면, 준은 엑조틱 에너지를 이용해 임펄스 엔진을 가동시킬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함선의 신뢰성은 극단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대부분의 우주선이 원자로 정비에 애를 먹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비에 들어가는 품이 훨씬 덜 드는 것이다. 이래저래 편리함으로 따지자면 현세대의 어떤 함선도 알바트로스를 따라올 수 없었다.
치이익-
식당칸에는 마스터가 스테이크를 굽고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식당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긴급상황이라면 델타폰에서 보급을 받겠지만 평시에는 지금처럼 마스터의 손으로 직접 만든 요리로 식사를 했다.
실제 델타폰에서 나오는 요리에 비해 그의 손을 거치면 요리의 맛이 한층 더 좋다는 것은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준은 여전히 그 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마스터는 그저 손맛덕분이라고 할 뿐이었다. 그래도 와인같은 것은 그냥 델타폰에서 보급한 물건들로 사용했다.
무상으로 제공되는 와인은 델타스피릿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 중 하나였다. 어차피 많이 들어간다고 해봐야 자신의 전체 경험치에 비하면 미미한 정도였다. 100명이 하루에 한 병을 마친다고 해도 겨우 1000정도의 경험치가 빠진다. 준이 하루에 가만히 앉아서 들어오는 경험치가 최근들어 3만에 이른다는 걸 생각해보면 거의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네 말대로라면 저 녀석들 새크리파이스의 탐사대일 것 같은데, 괜찮겠어? 만약 서로 충돌하기라도 한다면 이만저만 곤란한게 아니라고.”
막스가 스테이크를 씹으며 입을 열었다. 먹으면서 말하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해도 그는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대로야. 직접적인 충돌은 피해야 하겠지.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움직일 생각이야. 외계함선이라고 해도, 새크리파이스에 소유권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바쉬르 행성은 연합소유고 거기에 떨어진 물건이라면 연합기업들의 공동소유거든.”
“그래서? 그게 뭐?”
막스가 반문하자 제임스가 끼어들었다.
“즉, 그 함선의 정체가 정말 외계인의 것으로 밝혀진다면 새크리파이스는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 모두를 정부출자 주축기업에게 공개해야한다는 겁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것을 원할리는 없겠죠. 즉, 어떻게든 우리가 관여되었다는 것을 감추고 싶어할 겁니다.”
“그러니까 설령 부딪힌다고 해도, 연합전체와 맞상대를 할 필요는 없다는거지.”
준의 설명이 끝나자 막스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봐야 결국 새크리파이스와는 적대적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거잖아. 설마 연합 100대기업안에 들어가는 놈들과 척을 지겠다는 거야?”
“안들키면 돼. 알바트로스는 은폐장 생성이 가능하니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 나타나지만 않으면 돼. 밑에서야 갑자기 누가 나타난다 한 들 강화수트를 뒤집어 쓰고 있는데 알게뭐야.”
“새크리파이스가 그리 만만한 놈들인 줄 아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알아낼 걸.”
“당연히 아니겠지. 그러니까 그만큼 조심해야지. 그래서 소수만 움직일거야. 나랑 너, 그리고 볼칸 까지.”
“어째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건데?”
“여기서 레벨로만 따지면 3위에 위치하신 분께서 왜이러실까.”
“마스터랑 밥이 있잖아. 보니까 마스터는 EP를 모아서 레벨업 엄청 했더만!”
"아, 그랬었나?"
두 사람은 퀘스트에 직접 참가하지 않았음에도 벌써 10레벨을 찍고 준에게 인벤토리 100개씩을 받은 상태였다. 그만큼 스토어를 통해서 벌어들이는 경험치가 엄청나다는 이야기였다.
“그럼 잘 됐네. 이번 기회에 경험치를 얻어서 너도 10레벨을 만들라고."
“음? 그게 무슨 소리야?”
“이번 일은 퀘스트가 걸려있거든.”
“뭐? 난 아무것도 안뜨는데?”
“그야 그렇겠지. 개인 퀘스트니까.”
“쳇. 그럴거면 왜 말한거야. 괜히 배만 아프게.”
“함께 움직이면 경험치를 같이 받으니까 너무 걱정마.”
준의 말에 막스가 고개를 디밀고 입을 열었다.
“정말이냐?”
“침 튀어.”
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수저를 내려놓았다.
덜컹- 하고 셔틀 내부가 흔들렸다. 준은 셔틀의 운전대를 잡고 서서히 알바트로스를 빠져나왔다. 디스플레이에는 루나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평소와 별 다를바 없는 표정을 하고 반복적으로 궤도상황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통신 오퍼레이터인 서은설은 안면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다 걱정하는 마음은 별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표현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도착지점은 맵에 표시해 두었습니다.”
공식적인 채널이라 그런지 서은설이 경어를 사용했다. 어색한 느낌도 들었지만 이정도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다들 기다리고 있어. 지원요청하면 곧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병력들 대기시켜두고.”
“알겠습니다.”
준은 그녀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셔틀을 몰아 궤도로 진입했다. 반중력 엔진을 탑재한 셔틀은 조용히 빨려들듯이 바쉬르 행성의 대기안으로 스며들었다.
삼십여분의 지그재그 운행 끝에 셔틀은 목적지에 도달했다. 도착한 곳은 불시착한 우주선이 있는 곳에서 약 1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더 이상 가까이 갔다가는 눈에 띌 우려가 있었기에 약간 떨어진 곳에서 셔틀을 착륙시켰다.
기이잉-
덜컹!
셔틀의 입구가 열리고, 준은 오랜만에 도착한 바쉬르 행성의 땅에 발을 내딛었다. 준과 막스, 그리고 볼칸 이 세명은 모두 강화수트를 착용한 채였다. 그 뒤로 시미와 검둥이가 쪼르르 달려나왔다.
그 둘은 강화수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준은 검둥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괜찮냐?]
외부스피커를 통해 나온 목소리에 검둥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별 이상 없습니다. 형님. 시미도 멀쩡해요.”
“기분나쁜 행성이에요오...”
하지만 시미는 습기라고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바쉬르 행성의 환경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외도라고는 하지만 외부의 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녀였다. 신체에 치명적인 정도는 아니었지만 컨디션 자체는 확연히 알카트뢰즈에 있을 때보다는 좋지 않아보였다.
그나마도 성체화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것이었다. 만약 미니사이즈였다면 그녀 말대로 금세 ‘말라버렸’을 것이다.
[따라와. 다들 풍운보는 익혔지?]
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준이 먼저 땅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하자, 볼칸과 막스가 뒤를 따랐고, 그 뒤를 거대한 늑대로 변신한 검둥이와 그 위에 타고 있는 시미가 쫓았다.
[저기다.]
일행이 함선의 잔해에 도착한 것은 차 한잔 마실시간이 지나서였다. 순식간에 10여킬로미터를 주파한 그들은 언덕위에서 몸을 낮춘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멀리 수백미터에 달하는 함선의 잔해가 보였고, 반대편 언덕위에 탐사대용 쉘터로 보이는 건물들이 십여동 가량 늘어서 있었다. 건물의 크기로 보아선 대략 백여 명 정도의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 형태였다.
준은 ‘천리안’을 이용해 함선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함선의 외부를 순찰하는 경비대로 보이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능성은 두가지 였다. 함선의 내부에 있거나, 아니면 마침 오늘이 쉬는 날이거나. 후자라면 경비병의 눈을 속이기만 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시미. 정신교란을 좀 부탁해. 검둥이는 사이즈 줄이고.]
-네. 형님.
늑대형태에서는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는 펠로우쉽 통신을 통해 대답했다. 준은 시미를 앞세우고 조심스럽게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성체화 한 시미의 정신교란 범위는 거의 100미터에 육박한다. 최대한 들키지 않게 접근한다면 그 뒤로는 그리 어렵지 않게 함선 안으로 숨어들어갈 수 있었다.
[준. 그런데 퀘스트는?]
[아직 안뜬거야?]
[아무것도 안 떴는데?]
막스의 말에 준은 잠시 움직이는 것을 멈추었다. 시미와 검둥이를 데리고 퀘스트를 해결하러 다닐때는 굳이 별 다른 조건없이도 같이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었다.
‘왜 퀘스트 공유가 안되는 거지?’
준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혹시나 싶은 마음에 일행에게 파티를 걸었다. 그러자 잠시후 막스가 입을 열었다.
[아. 이제 된다. 파티원에 속해 있어야 되는 거였던 거 같은데?]
[레벨업을 하면서 바뀐건가. 어쨌든 편리해졌군.]
예전에는 함께 던전에 들어가거나 하는 식으로 적 엑조틱 에너지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면 퀘스트 공유를 할 수 있었지만, 이런 일반 퀘스트는 파티를 걸어줘야 공유가 되는 모양이었다. 이러나 저러나 준에게는 퀘스트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나 편리해진 기능이었다.
[그런데 이거 대체 무슨 퀘스트야?]
막스의 말에 준은 다시 한번 퀘스트 목록을 확인했다.
============================ 작품 후기 ============================
음... 가능하면 오늘 안에 한편 더 올릴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