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5 ----------------------------------------------
외계인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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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이런거까지 막을 수도 없고...”
준은 한숨을 쉬었다. 딱히 19금도 아니었고, 설령 그렇다고 쳐도 백과사전을 못보게 막을 수도 없었다.
준은 잠시 고민하다 시미의 앞에 앉았다. 그녀는 컵속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어지간히 부끄러운 모양인지 준과 눈을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저기...”
준이 입을 열자 물속에서 기포가 올라왔다. 그는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별로 부끄러워 할 필요없으니까. 그런거 보는게 이상한 것도 아니고.”
준은 어렵게 말을 꺼내었다. 평소에는 뻔뻔하게 굴던 시미도 지금은 얼굴을 내밀지 않고 있었다. 자신도 어릴적에 야동을 보다가 아버지에게 들킨적이 있기 때문에 지금 시미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스윽.
“저, 정말...?”
물 위로 머리만 내놓은 시미가 입을 열었다.
“그래. 이상한 것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난 변태풀이 아니에요...”
“그래. 미안. 농담이었어.”
시미는 시무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럼 앞으로는 안그럴거에요?”
“그래. 미안.”
평소에는 뻔뻔하게 굴면서 어째서 이런 걸 부끄러워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시미기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나도 생식활동 하게 해줄거에요?”
“그래그래. 원하면 다른 만드라고라 잡아다 줄게.”
“됐어요.”
퐁당.
시미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저 녀석이 뭘 원하는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호기심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정말로 번식기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이 그 대상을 자신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건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녀에게 확실히 현실을 일깨워줄 생각이었다.
톡톡.
준은 그녀가 잠겨있는 물컵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고는 입을 열었다.
“나는 인간이고, 넌 외도야. 그것도 식물형이라고. 우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우욱... 혀, 형님... 저 토해도 됩니까?”
뒤에서 검둥이가 갑자기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시끄러. 임마.”
“시미는 그런거 상관없어요! 준이 아니면 안된단 말이에요!”
불쑥, 그녀가 물위로 머리를 내밀고는 외쳤다. 준은 그녀의 머리를 손끝으로 잡고 들어올렸다. 시미는 잔뜩 볼을 부풀리고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팩 하고 돌렸다.
“넌 대체 내게 뭘 바라는 거냐.”
“준의 꽃가루요.”“난 꽃가루 같은거 없어.”
“네? 어, 없어요? 준 혹시 씨없는 수박인거에요?”
“아니거든?”
준이 볼을 씰룩이며 입을 열었다. 시미가 입을 열었다.
“고, 곤란한데... 이렇게 된 이상 접붙이기라도...”
“내말을 뭘로 들은거냐! 그리고 사람은 접붙이기를 못한다고!”
“루나랑은 했잖아요.”
“그건 그거랑 달라!”
“뭐가 다른데요?”
“그건...”
준은 일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니라고 말해야하는데, 또 그걸 설명하자면 말하기 곤란한 것들을 이야기 해야했다. 준은 뒤를 돌아보았다. 검둥이가 웃겨죽겠다는 듯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소리죽여 웃는 그 모습이 얄미워 녀석의 뒷덜미를 잡아들고는 시미의 앞에 앉혔다.
“니가 해결해. 네가 바람을 넣는 바람에 이렇게 된거니까.”
“형님. 책임을 남에게 미루는 건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입니다. 그리고 시미는 처음부터 저랬습니다만.”
“끙...”
아무래도 그냥 넘어가기는 힘들 것 같았다. 루나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더욱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이미 연장자 3인방과 제임스, 그리고 검둥이와 시미는 루나의 임신소식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뭐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으니 검둥이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시미를 향해 입을 열었다.
“형님은 어린아이에겐 취미가 없어.”
“시미는 어린아이가 아닌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성체화를 시작했다. 다자란 그녀는 열여섯 살 정도는 되어보였다. 그녀는 가슴을 쭉 내밀고는 어떻냐는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좀 어려보이긴 하지만 충분히 예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검둥이는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시미의 신체 특정부위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쯔쯔. 형수님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 형님은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한...꽥!”
“애한테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준은 검둥이의 목덜미를 잡고 흔들었다.
“캑. 상처받은 소녀에게는 진실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
“그렇다고 남의 취향을 까발리기냐?”
“그, 그런 거구나.”
시미가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루나에 비해 빈약하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다시 고개를 든 그녀의 눈동자가 결의에 찬 듯 반짝였다.
“시미. 노력할게요! 꼭 루나를 뛰어넘는 가슴이 되고 말겠어욧!”
“뭐, 뭐가 된다고?”
준이 소리를 지르든 말든 아랑곳 하지 않고 시미가 검둥이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럼. 어떻게 해야 커질 수 있는거에요?”
시미의 질문에 준에게 멱살을 잡혀있던 검둥이가 입을 열었다.
“당근을 많이 먹으면 돼.”
“역시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하는 거군요.”
“당근이 어째서 고기... 아. 뭐. 됐다.”
준은 고개를 저었다. 시미의 입장에서는 당근이나 감자같은 것이 고기나 마찬가지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당장 펍으로 달려갈 기세로 문을 벌컥 열고 뛰쳐나갔다.
갑자기 시미가 사라지지 집안에 고요함이 맴돌았다. 준은 검둥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시미에게 당근을 먹이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이걸로 당분간은 조용할 겁니다.”
“...너 상당히 시미를 잘 다루는 구나.”
“저 녀석의 행동패턴 정도는 이미 익히고 있습니다. 그동안 폼으로 보모역할을 맡은게 아니거든요.”
“그래. 내가 그 동안 널 너무 과소평가 한 것 같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검둥이의 등을 두드렸다. 녀석은 감동받은 얼굴로 준을 바라보았다.
“헌데... 이건 뭘까?”
준은 델타폰의 갤러리를 펼쳤다. 준의 것이 아니라 검둥이의 물건이었다. 거기에는 루나의 사진이 잔뜩 찍혀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녀가 한동안 레이크시티에 거주했을 때 찍힌 사진들이었다. 대부분은 평범한 사진이었지만 개중에는 탈의 중에 찍혔거나, 물에 온몸이 젖은 사진이라던가, 수영복 사진이라던가 하는 야릇한 사진들이 뒤섞여 있었다. 준이 찍은 것은 아니니, 이런 짓을 할 녀석은 검둥이 밖에 없었다.
“...흠. 누님의 사진이군요.”
“어째서 루나의 사진이 이렇게 많은 거지?”
“글쎄요. 저에게 물어보셔도.”
검둥이는 그렇게 말하며 조심스럽게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몰리고 있는 곳에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 검둥이의 눈이 번득였다.
“혹시라도 집을 부수면 다시는 못 돌아올 줄 알아.”
하지만 이어지는 준의 목소리에 검둥이는 계획을 수정해야했다. 그는 재빨리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척.
"용서해주십시오.”
“사진은 왜 찍은거냐? 너도 생식활동이 하고 싶으냐?”
“그, 그게 아니라 누님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만 저도 모르게 셔터를 누를수밖에 없었습니다.”
검둥이는 마치 혀에 꿀이라도 발라놓은 것처럼 입을 털었다. 준은 화가나면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멋대로 남의 사진을 찍어대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형님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전 그저 순수한 의도로 누님의 사진을 남겨두고 싶었을 뿐입니다.”
“준. 이거봐! 누가 게시판에 사진을 올렸는데?”
벌컥!
그때 집의 문을 열며 막스가 뛰어들어왔다. 그가 펼쳐든 델타폰에는 루나의 사진집이 익명으로 포럼에 올려져 있었다.
준은 그것을 보고는 검둥이를 다시 돌아보았다. 그 녀석은 어느새 창문을 깨고 달아나있었다.
준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니가 뛰어봐야 벼룩이지.”
결국 검둥이는 저녁시간 전에 준의 손에 잡혀야 했고, 그날은 하루종일 개잡는 소리가 레이크시티에 울려 퍼졌다고 한다.
밴디트 발호가 끝난 이후,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준은 그 동안 장민성에게 부탁하여 델타폰을 수라드 행성에서 팔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판매실적은 괜찮았다. 세 달간 수라드 행성에서만 팔린 델타폰의 수가 일천 대를 넘어선 것이다.
물론 알카트뢰즈에 비하면 그 전파 속도는 느린 편이지만, 환경의 차이를 고려하면 그리 늦는 것도 아니었다. 알카트뢰즈는 델타폰이 필수인 환경이었지만, 수라드 행성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델타폰의 원가는 EP30 정도였고, 그 원가대로 판다고는 하지만 300만원에 이르는 돈이었다. 그 값을 주고 델타폰을 샀다고 쳐도, 또 니들건이라던가 하는 물건을 사기위해서는 추가로 결정체를 지급해야했다.
준은 여전히 무기 종류에 대해서는 고가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때문에 니들건만 해도 150EP였고, 니들리스 해머와 스패너는 각각 100EP를 받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델타폰을 구입한다손 쳐도 추가로 들어가는 돈이 워낙 많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급률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니들건의 필요성에 대해서 다들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수개월동안 알카트뢰즈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불릿타임의 수장이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 야쿠츠 소장은 결국 권고사직형태로 전역을 하고, 다른 노장군이 자리를 꿰차고 들어왔다. 클라이드 소장은 의외로 자리를 보전할 수 있었는데, 나름대로 밴디트의 발호를 피해없이 잘 막아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듯 했다. 덕분에 클라이드는 오히려 올라간 셈이었다. 뒤에서 제임스가 온갖 공작을 벌인 보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우웅-
준은 몸을 뒤로 눕히며 팔을 쭉 뻗었다. 워프엔진이 서서히 가동을 멈추며 우주선의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함교는 2단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위층에는 함장인 준의 자리가, 그리고 그 곁에는 제임스가 부함장으로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함교의 가장 앞, 전면 현시창 바로 앞에서 양자컴퓨터를 관리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루나였다. 임신 6개월의 무거운 몸이었지만,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좀이 쑤신다며 오퍼레이터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막스는 탐사대 팀장이자 델타 스피릿의 일등항해사로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이번에 새롭게 맞춘 델타스피릿의 정복을 입고서는 레이더 망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새컨드 오퍼레이터의 자리에 있던 서은설이 입을 열었다.
“바쉬르 행성에 곧 도착합니다. 모두 지지대를 꽉 잡으십시오.”
끼이잉-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중력버블이 사라지며 몸을 앞으로 잡아당기는 듯한 관성력이 작용했다. 하지만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때문인지 약간 몸을 휘청거리는 것을 제외하면 넘어지거나 하는 사람은 없었다.
“도착했군.”
준은 현시창 앞에 보이는 거대한 메탄행성을 바라보았다. 준이 델타를 얻었던 곳, 바쉬르 행성이었다.
============================ 작품 후기 ============================
사실 써 놓은게 엄청많은데... 그냥 다 삭제하고 우주선에 태워보냈습니다.
오늘 10시전에 한편 더 올리겠습니다. 그럼 푹 주무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