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13화 (213/540)

0213 ----------------------------------------------

사업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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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무슨 뜻이지?”

야쿠츠 소장이 은근한 말투로 물었다. 아무래도 준에게 무언가 숨겨둔 수가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준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미래연구소 말인데. 데이터 정리를 잘 해뒀더라고.”

“으음...”

준의 말에 야쿠츠 소장이 낮은 신음을 흘렸다. 그정도면 되었다 생각한 준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어차피 상호간에 더 자극해봐야 좋을 것도 없었다.

결국 야쿠츠 소장은 별 소득없이 물러갔다. 솔직히 말해 니들건의 판매가 밴디트들의 발호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것은 사실이다. 또한 니들건 뿐만이 아니라, 델타폰의 여러기능들이 그들의 보급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했다. 이번사태의 핵심인물의 시어도어 대령이라는 점에서 불릿타임은 독박을 뒤집어 쓸수밖에 없었다. 단지 야쿠츠 소장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면피를 하기 위한 대상으로 준을 노렸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시도조차 무위로 돌아가자, 더 이상 그가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준은 느긋한 모습으로 와인을 들이키고는 펠로우쉽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펠로우쉽 부대를 해체한다고 해서 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한가지 경험을 공유한 사이였다. 다름아닌 ‘퀘스트’가 레벨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준에게 퀘스트가 떨어졌을때, 그것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가능한한 그의 곁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을 것이다. 때문에 준이 가석방 심사를 받았고, 곧 떠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간적으로 존경한다던가 하는 이유가 아니라, 순전히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는 사실때문이었다.

그리고 준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PMC란 돈을 위해 모인 용병집단이다. 그것이 돈이 아니라 경험치가 되었을 뿐인 모임일지라도, 펠로우쉽에 소속된 인물들에게 경험치란 돈보다도 소중한 것이다.

일반 상점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들을 판매하고, 언제든지 그것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도 언제 어떻게 위험한 상황에 빠질지 모르는 헌터들에게는 상당한 메리트였다.

때문에 준이 어딜 가든 따라가겠다는 사람의 숫자는 점점 늘고 있었다. 현재 그들은 모두 원래 자신의 도시로 돌아갔지만 델타포럼내에서 서로 활발히 의견을 교환하며 앞으로의 일을 논하고 있었다. 굳이 준이 무엇을 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세력화 되고 있었던 것이다.

끼익- 끼익-

오랜만에 레이크시티로 돌아온 준은 펍의 테라스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테라스 바로 앞의 호숫가에서는 시미와 검둥이가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었고, 준을 비롯한 몇몇 헌터들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어쨌든 겉보기로는 둘 다 미소년 미소녀였기 때문에 팍팍한 알카트뢰즈 생활에서 환기가 되는 그림을 연출하고 있었다.

우우웅-

그때 멀리서 셔틀 한대가 레이크시티의 착륙장에 내려앉았다. 준이 반중력셔틀을 만든 이후, 레이크시티에는 반경 100미터에 이르는 커다란 착륙장이 새로 생겼다. 준은 자신의 것 하나, 그리고 제임스와 루나가 타고 다닐 수 있도록 또 하나를 제작했다.

지금 레이크시티에 내려앉은 것은 제임스였다. 준과 함께 일하기로 하면서 펠로우쉽 계약을 맺은 그는 이전보다 정력적인 태도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오늘 온 것도 예의 사업체 문제로 온 것이다.

준은 밥과 마스터, 그리고 막스를 불렀다. 기왕이면 다 같이 모여서 기업화 문제를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다.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아니. 그냥 쉬고 있었어.”

최근 준은 던전 탐사를 쉬고 있었다. 일단 큰 문제를 해결한데다가 이미 경험치는 2백만 가까이 모여있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굳이 던전에서 얻는 경험치는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밴디트 사태 이후로 펠로우쉽의 숫자는 더욱 늘어 3천을 돌파했고, 델타폰은 거의 필수품처럼 여겨질 정도로 팔려나갔다.

델타폰에서 델타폰을 팔 수 있게 되면서 그 보급속도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지금 팔리는 속도로 보아선 한달 내로 2만대 이상의 델타폰이 팔려나갈 것으로 예상되었다. 델타폰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팔린다고는 하지만, 실제 알카트뢰즈 내에서 하층계급을 이루고 있는 이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가격임을 생각해보면 거의 필수품 수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다보니 가만히 앉아서 들어오는 경험치의 양도 꽤나 많이 늘었다. 지금도 하루에 만 단위씩 경험치가 들어오고 있었다. 거기다가 던전핵도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던전핵을 먹음으로서 짧은 시간동안 부스트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준은 다른 헌터들이 던전핵을 구해오면 결정체 100개라는 가격에 사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모인 던전핵이 벌써 열 개가 넘었다.

예전이라면 던전 하나에 백여 명이 들어가도 힘들었을 곳이지만, 저번 협동퀘스트 이후로 다수가 레벨업을 한 때문인지 예전보다 던전을 돌파하는 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 곳에서 나온 던전핵은 대부분 준에게로 흘러들어왔다. 어차피 가지고 있어봐야 위험하기만 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부수기 보다는 준에게 넘기는 쪽이 이득이었기 때문이었다.

제임스는 잠시 준의 앞에 걸터앉아 기다렸다. 잠시 후 연장자 3인방이 모이고 제임스가 스마트패널을 넓게 펼쳤다.

“일단 파티마제국쪽에 PMC 형태로 업체를 등록했습니다. 업체명은 델타 스피릿입니다.”

“좀 유치하지 않아?”

준의 말에 제임스가 고개를 저었다.

“이쪽 업계 기준으로 보면 그렇게 유치한 것도 아닙니다. 블랙파이어라던가, 와일드캐츠라던가 하는 이름들 보다는 훨씬 낫지 않습니까?”

“하긴... 불릿타임도 유치하기로는 만만치 않지.”

네이밍센스가 이상한 것은 이쪽의 전통인 모양이었다.

“일단 파티마제국에서는 별다른 문제없이 등록됐습니다. 그리고 용병업체 특성상 초국가적 단체의 취급을 받기 때문에 조직내부의 정보는 기밀로 분류되어 보호를 받을 겁니다.”

PMC라고 하면 보통은 각종화기로 무장한 사적단체를 말함이었다. 하지만 준이 세운 PMC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었다. 즉, 헌터들로 무장된 용병단체였던 것이다. 이런 개념이 생소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각 국가에서는 헌터들로 만들어진 부대를 운용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화기제한도 없었고, 무제한 적인 지원을 받았다.

일반 용병부대에도 헌터부대를 만들 수 있었다. 불릿타임에서 볼칸이 이끌던 부대가 그러했다. 대신 그들은 내부에서 일반 레이드 팀으로 따로 등록하는 형식으로 편법적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화기는 일체 휴대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준의 경우에는 딱히 별 문제가 없었다. 애초에 니들건을 화기로 분류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마나를 실어서 쏠 수 있는 무기라는 점에서 기존의 화살이나 자동석궁과 별 다를바 없는 무기였다. 단지 장탄량이 많고 그 위력이 훨씬 강하다는 것 뿐이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D1, D2전차였다. 야쿠츠 소장에게는 해체했다고 말했지만 당연히 그건 거짓말이었다. 현재 그 전차들은 준의 인벤토리 안에 보관되어 있었다.

헌데 묘한 것이 전차의 경우 상당히 애매한 선에 걸쳐 있었다. 헌터에게 금지된 것은 어디까지나 ‘총화기’였다. 그러니, 전차는 그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설마하니 헌터가 전차를 이끌고 사냥을 하거나 하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델타폰의 판매는 어떤 식으로 할 생각이지?”

“정식판매는 없을 겁니다. 어디까지나 이건 델타 스피릿내부에서만 사용되는 물건으로 한정합니다.”

제임스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어느정도 사전에 논의된 사항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것 뿐이다.

마스터와 막스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들은 이 회의에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는 것이지 실질적으로 의견을 내놓을 필요도, 그럴 능력도 없었다. 다만 물품판로를 담당하는 밥이 어느정도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 의견을 말할 뿐이었다.

“그렇게 되면 너무 판매속도가 늦지 않을까?”

정식판매는 없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델타폰은 델타폰을 낳는다. 즉, 기업입장에서 그 어떤 프로모션을 일체 하지 않고, 정식으로 판매활동도 하지 않으며 오로지 음지에서만 판매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준 입장에서도 법에 저촉될 우려가 없었다. 자기들끼리 자생적으로 번져나가는 것을 뭐 어쩌라는 말인가, 하고 오리발을 내밀기에도 편리했다. 게다가 만약 그 모든 것을 무시하고 강제로 죄를 뒤집어 씌워 법집행을 하려고 하면 파티마제국을 등에 업고 시위를 할 수도 있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아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제임스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제임스가 한 작업은 어디까지나 도망칠 구석을 마련한 것에 불과했다. 연합이 자신들의 카르텔에 엮여있는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차원의 힘을 휘두르려 할 때 최소한의 방어무기를 두른 셈인 것이다.

앞으로 생길 모든 문제를 미연에 차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이는 누군가 준을 법으로 옭아 매려할때를 대비한 작업이었다. 만약 누군가 힘으로 준을 억누르려 할 때는 힘으로 상대하면 된다.

그런 것까지 일일이 준비할 수는 없는 것이다. 때문에 이정도 준비만으로도 준은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그럼 향후의 사업방향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하는데. 막스. 졸지마.”

“아? 아. 미안. 어제 늦게까지 잠을 안잤더니 그만 깜빡 졸았구만.”

“대체 요즘 밤마다 뭘하기에 잠을 안자는거야?”

“그게 말이지...”

밥이 은근한 목소리로 입을 열자 막스가 인상을 쓰며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거 비밀이라고 했잖아.”

“에이. 어차피 알려질건데.”

“뭔데 들어나 보자.”

준이 묻자 막스가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진짜 별거아닌데...”

“막스가 요즘 요리를 배우거든.”

“끙...”

막스는 창피하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준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거봐. 저자식 비웃을거라고 했잖아.”

“아. 미안. 비웃는게 아니라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그래. 그런데 갑자기 왜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거야?”

“나도 요리 스킬을 익혀서 델타스토어에 음식을 올려보려고 그런다. 왜.”

막스의 말에 밥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저거 거짓말이야. 듣기로는 마스터쉐프챌린지를 보면서 감명을 받았다고 그러더라고. 그러면서 자기도 쉐프가 되고 싶다던가?”

밥의 말에 막스가 마스터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마스터! 그런 얘기까지 한 거요?”

“자네의 열정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을 뿐이라네. 흠.”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스터는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렸다.

가만히 듣던 준이 입을 열었다.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열심히 연습하다보면 언젠가는 될지도 모르지. 물론 그 전에 우주가 멸망할테지만.”

“아 쫌.”

막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씩씩대면서 사라졌다. 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어차피 막스가 없어도 회의는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는 진행되었다. 마스터도 지겹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돌아갔다. 저녁거리를 준비한다는 핑계였다.

결국 세 사람만이 남아 실질적인 계획들을 만들어 나갔다. 법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제임스가 처리하고, 새 상품을 스토어에 올리고 담당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밥이 맡기로 했다. 그러니까 PMC 델타스피릿 내에 유통팀과 법률팀이 만들어진 것이다. 마스터는 보급팀장을 맡게 된고, 실질적으로 병력을 지휘하는 것은 막스가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간단하게나마 얼개를 짜고 나니 저녁시간이 되었다. 마스터가 음식을 내오자, 언제 화를 내었냐는 듯이 막스가 다시 나타나 뻔뻔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 작품 후기 ============================

좋은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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