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2 ----------------------------------------------
사업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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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석방 문제에 대해서는 제임스에게 맡겨 두기로 했다. 일의 성공여부에 따라서 제임스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만약 그가 해결하지 못한다면 준이 직접 나설 생각이었다.
하지만 준이 나서게 되면 결국 무력을 동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나중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다분했다. 때문에 제임스가 조용히 해결해 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준은 펠로우쉽자리에 제임스를 추가했다.
현재 레벨이 되면서 펠로우쉽의 TO가 또다시 늘었기에 별 문제는 없었다. 제임스와 헤어진 준은 루나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오스트로스로 향했다.
루나도 할 일이 많았다. 그녀가 맡은 연구는 계속해서 진행되어야 했고, 새롭게 EX필드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참이었기 때문에 마냥 준과 함께 있을 수는 없었다.
셔틀을 타고 오스트로스로 내려서자, 목적지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검둥이와 시미가 자신을 반겼다.
“헝님. 오셨습니까?”
“준이다!”
다다다.
쿵.
거의 전력으로 몸을 부딪쳐 오는 시미를 안아들고서, 준은 인간의 모습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검둥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별일은 없지?”
“숨어있는 밴디트들을 처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일이 없습니다.”
“분위기는 어때?”
“좋습니다. 대부분 상당한 경험치를 얻고 레벨업을 한 상태라 사기도 높습니다. 사망자의 수가 꽤 많아서 다들 기쁨을 억누르고 있기는 하지만요.”
“뭐,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지.”
준은 검둥이와 시미를 데리고 펠로우쉽이 머무르고 있는 주둔지로 향했다. 그곳에서 막스와 만나 일단 펠로우쉽 군단의 해체 방법에 대해서 논했다. 어쨌든 대 밴디트 퀘스트를 하기 위한 일시적인 조직이었으니 퀘스트가 끝난 지금 해체하는 것이 옳았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아직 수형자였다. 지금이야 특수한 상황이니 관리소에서도 내버려 두지만, 시간이 지나면 펠로우쉽 군단에 대한 견제가 들어올 것이 당연한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승전축하파티가 끝나면 해산을 명령할 생각이다. 그래도 펠로우쉽끼리 동료의식이 생기기 시작했으니, 나중에 비슷한 문제가 생기면 또다시 금방 조직할 수 있을거야.”
막스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넌 이제 몇레벨이야?”
준의 질문에 막스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9레벨. 조금만 있으면 10레벨까지 갈 것 같다.”
어쨌든 펠로우쉽을 이끄는 대장역할을 맡아서 움직인 덕인지 경험치를 꽤나 많이 받은 모양이었다. 물론 4백만을 얻은 준이나 7십만을 받은 루나에 비해서는 낮았지만 그래도 다른 이들에 비해서는 꽤나 높은 경험치를 받은 셈이다.
“그럭저럭 괜찮네. 10레벨 올라가면 말해. 몇 가지 물어볼것도 있고, 인벤토리도 늘려줘야하니까.”
“10레벨이 되면 또 인벤이 늘어나는건가?”
“응. 100칸까지 늘어나는 것 같아. 벌써 루나는 해줬고.”
“뭐라고? 미스틸테인양이 벌써 10레벨을 넘었다는 말인가?”
“12레벨이던데.”
“이럴수가. 내가 제일 높은 줄 알았는데... 너 혹시 여자친구라고 편의를 봐준건 아니겠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루나가 궤도왕복선을 막은 건 알고 있잖아. 그 때문인 모양이야.”
“쳇. 나도 알지. 그냥 배아파서 한번 해본소리다. 그나저나 12레벨이라니... 경험치가 얼마나 필요한건가?”
“70만 정도 얻었다고 하던데. 너도 노력하면 금방 될거야.”
“뭐라고?”
“뭘 또 그렇게 놀라?”
“70만이나 되는 경험치를 얻었는데 겨우 12레벨까지 밖에 못갔다니.”
“원래 레벨업을 할수록 경험치 요구량이 늘어나. 너도 알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는 6만으로 9레벨까지 갔는데, 70만으로 겨우 12레벨이라니... 그럼 10레벨을 올리는데는 대체 얼마나 든단 말이야?”
“대략 10만 정도.”
“끄아아! 지금까지 얻은 경험치보다 훨씬 많이 필요하잖아!”
막스는 탁자에 머리를 박으며 괴로워했다. 코앞까지 다가왔다고 생각했던 레벨업이 사실은 아주 멀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유의미한 차이는 아닌것 같아. 내가 조만간 경험치 테이블을 정리해서 올릴게. 과연 그걸 올리는게 맞나 싶긴 하지만...”
“안 올리는게 낫겠다. 그냥 헛된 희망이라도 품고 사는게 낫지...”
“하하. 그래도 모르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모르겠다. 맘대로 해.”
막스는 고개를 저으며 툴툴거렸다.
펠로우쉽의 해산은 일주일 후 승전축하와 함께 이루어졌다. 같이 전투를 했던 불릿타임의 인사들도 상당수 참석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추모분위기 때문에 분위기가 상당히 가라앉아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들 먹고 마시며 즐겼다. 대부분은 자신들의 무용담을 자랑하느라 바쁜 모양새였고, 일부는 격해져서 서로 주먹질을 하며 싸우는 경우도 있었다. 불릿타임의 인사들은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펠로우쉽끼리의 대결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에게는 일상적인 모습일 뿐이었다.
야쿠츠 소장이 입을 열었다.
“저렇게 두어도 괜찮은가? 자칫 잘못하다가는 유혈사태로까지도 번질 수 있을텐데.”
“우리들끼리는 괜찮다. 혹시라도 불릿타임쪽 사람이 엮이지만 않으면 말이지.”
그와 한 자리에 앉아 있던 준이 입을 열었다.
“흠. 그렇다면야... 내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헌데 어려운 결정을 했군. 아무리 수형자들의 집단이라고는 하지만, 이정도 규모의 부대를 해산시킨다는 것은 힘들텐데.”
“어차피 각자의 목적을 위해 뭉친 집단일 뿐. 잠시 군대의 형식을 빌린 것 뿐이지.”
“솔직히 말하면, 이 문제로 꽤나 설전이 오갔다네. 만약에 펠로우쉽 부대가 알카트뢰즈를 점령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말이지.”
“범죄자 집단이긴 하지만, 대부분은 수형기간을 채우고 석방되길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굳이 그런 무리수를 던질 이유는 없지. 몇몇 장기수들 사이에서 그런 말이 나오긴 하는 것 같다만. 애초에 내가 그럴 생각이 없으니까.”
“하긴 이번에 가석방 되기로 결정이 되었다고 했던가?”
“생각보다 빨리 결정이 나서 놀랐지. 하지만 그래도 1년은 채워야 하기 때문에 아직 몇달은 더 기다려야 한다더군.”
“어쨌든 꽤나 인상적인 활약이었다. 좀 더 욕심을 부릴 법도 한데 물러서는 것도 놀라웠고.”
“뭐, 이런 곳에서 욕심을 부려봐야 딱히 얻을 것이나 있을런지.”
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야쿠츠 소장은 은근히 준이 무력시위를 해주길 바라는 모양새였다. 그래야만 불릿타임의 실책이 줄어들고, 모든 잘못을 준에게 덧씌울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 돌연 펠로우쉽 부대를 해체한다는 소식이 부리나케 달려온 것이다.
거기다가 발빠르게 준의 가석방 소식까지 전해지자, 야쿠츠 소장입장에서는 초조해질수밖에 없었다. 결국 시어도어 대령의 문제가 불거지게 되면 가장 큰 피해는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제임스가 일을 잘하는 군.’
클라이드 소장 입장에서도 준에게 죄를 덧씌우는 것 보다는, 불릿타임의 치안유지 실패를 공격하는 것이 더욱 손쉬웠다. 제임스는 클라이드 소장에게 준의 가석방을 조건으로 향후의 조언을 해주었고, 소장은 빠르게 공격의 화살을 불릿타임쪽으로 돌린 상태였다.
“헌데 해체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무장해제도 이루어지는 거겠지?”
“무장해제라면 무얼 말하는 거지?”
“자네의 부대가 가지고 있던 장비들 말일세. 솔직히 전차가 튀어나왔을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네.”
야쿠츠 소장은 어떻게든 준을 공격할 꼬투리를 찾고 싶어했다. 전장에서는 동료였지만, 싸움이 끝난 이후에는 결국 적으로 돌아설수밖에 없는 관계였다는 것은 두 사람 다 서로 잘 알고 있었기에 준도 그 부분에 대해서 뒤통수를 맞았다는 듯이 굴 필요가 없었다. 그저 야쿠츠 소장의 공격을 어떻게든 받아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미 그런 장비들은 모두 없앴다. 개중에 소화기를 지닌 이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밴디트들에게 노획한 물건이고, 저에게 책임소지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겠지.”
“글쎄. 어쨌든 펠로우쉽 군단은 자네의 통제하에 놓여 있는 이들이 아닌가?”
야쿠츠 소장도 준에 대해서 정보를 긁어모았다. 그 와중에 델타폰의 성능과, 펠로우쉽의 정체 등에 대해서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가 생각하기에 펠로우쉽은 언제든지 준의 명령에 의해서 움직일 수 있는 일종의 예비군 같은 형태였다.
무엇보다도 개개의 평균 실력이 중급헌터에 이를 정도라는 것은 상당한 위험요소였다. 천명이 넘는 헌터를 일괄적으로 통제하는 곳은 어지간한 레이드 기업들에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이미 말했 듯, 그들의 의사에 따른 일이다. 나는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아.”
“흠... 그런가.”
야쿠츠 소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눈앞의 와인을 들이켰다. 이곳에 제공되는 음식들은 전부 델타폰에서 제공된 것들이다. 물질재조합기술을 이용하는 ‘배달요리’의 특성상, 요리의 맛과는 전혀 관계없이 가격이 책정된다. 때문에 마스터는 스토어에 올리는 음식들은 가능한한 최고의 재료들을 엄선해서 만든 요리만으로 구성하고 있었다.
특히 야쿠츠 소장이 마시고 있는 와인은, 오히려 바깥에서 제값을 주고 사먹는 것보다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좋군.”
“델타폰에서 구입할 수 있다. 와인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꽤 좋은 물건이라고 하더군.”
“그런가. 헌데 혹시 이 곳에 있는 와인 전체가 이것과 같은 건 아니겠지?”
소장은 주위를 난장판이 되어있는 축하파티장의 모습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펠로우쉽 병사들은 와인을 무슨 물이라도 되는양 목구멍에 들이붓고 있었다.
“왜 아니겠어?”
“허허. 이런 최고등급 와인을...”
야쿠츠 소장은 와인애호가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와인의 맛을 즐길줄은 알았다. 그런 그가 보기에 눈앞의 와인은 상당히 높은 등급의 물건이었고, 그것을 음료수처럼 들이키는 병사들의 모습이 내키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목숨을 걸고 싸운 병사들에게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준의 말에 야쿠츠 소장이 혀를 찼다. 그가 보기에 범죄자들이 과한 호사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니들건은 어쩔 셈이지?”
“글쎄. 그건 총기도 아니고, 사냥을 도와주는 보조무기일 뿐인데.”
“화력으로서는 충분하지 않은가. 이번 밴디트들의 발호에 니들건이 관계가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니.”
“그보다 앞서 결정체 폭탄이 더 문제였다는 생각이 드는데.”
준이 덜컥 결정체폭탄을 끌고 들어오자 야쿠츠 소장의 얼굴이 미미하게 굳었다. 그 역시 미래연구소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이는 불릿타임에서 관할한 일이었고, 알카트뢰즈를 총괄하는 자신이 모를리가 없었다. 따지고 보면 이건 전부 불릿타임에서 사고를 치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준에게 사실을 왜곡해 덮어씌우려고 해봐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건 던전핵에 변이한 외도들에 의해서 만들어 진 것아닌가. 그게 자네의 잘못을 없애주지는 않아.”
“글쎄. 과연 그럴까?”
준은 와인잔을 흔들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에게는 미래연구소의 데이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수없이 만은 관계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 사이에 시어도어 대령의 이름도 당연히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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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기 전에 다음편을 들고 돌아오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