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11화 (21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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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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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

“저를 고용해 주십시오.”

대놓고 자신을 부하로 삼아달라는 제임스의 말에 준은 약간 당황했다. 그의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할바가 없었다. 성질더러운 클라이드의 밑에서 오랫동안 주요업무를 맡아왔다는 것만으로도 행정과 정치 양쪽에 능하다는 것은 입증된 셈이다.

“고용이라니. 내가 무슨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곧 가질 거 아닙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는거지?”제임스의 말대로 준은 사업체를 꾸릴 생각이었다. 그에 대해서는 밥과도 어느정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당연한 것을 물어보시면 뭐라고 해야할지... 일단 델타폰을 정식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정식 사업체가 필요하잖습니까. 지금이야 알카트뢰즈 한정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시겠지요.”

“확실히 그렇긴 하지.”

“델타폰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기존의 그 어떤 물건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기술력의 총합체이지요. 유지비가 비싼편이기 때문에 통신용으로서는 그다지 메리트가 없습니다만 그 외 다른 부분은 하나하나가 엄청난 이슈를 불러모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간단히 생각해봐도 극한상황을 대비한 비상용 기기로서 사용한다고 해도 압도적인 사용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통신이 가능하고, 보급이 가능하다는 점은 확실히 메리트가 있지. 혹은 원거리를 항행하는 함선에 하나씩 비치해 두는 식으로 쓰임새를 만들 수도 있겠군.”

“그렇습니다. 거기다 여전히 헌터들에게는 굉장히 유용한 기계라는 점도 큰 메리트가 있습니다. 굳이 알카트뢰즈가 아니더라도 헌터들은 항상 극한 환경속에 처해지는 경우가 많고, 수많은 생존도구들을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수요는 엄청나게 많은 것으로 예상됩니다.”

“네 말대로, 나는 델타폰을 가지고 사업을 할 예정이야. 헌데 그것과 내가 너를 고용해야 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거지?”

솔직히 준은 제임스가 괜찮은 인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단지 능력만으로 따지면 당장 준이 먼저 나서서 영입할 1순위 대상자였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클라이드 소장 밑에서 오래 있었던 만큼 그도 비리와 연관이 되지 않았을리 없다는 것이다.

“그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만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된다는 거야?”

제임스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델타폰의 전망이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 물건은 팔지 못할 겁니다.”

“음? 왜지?”

“기본적으로 통신기기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통신기기에 대한 심사기준은 까다롭습니다. 특히나 초광속 통신이 가능한 물건의 경우는 승인을 받는 다는 것 자체가 대기업이 아닌 이상 힘들지요. 아니, 그걸 떠나서 여러 가지 기술테스트를 통과해야하는 인증시험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런 기기가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까요?”

“흠... 기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델타폰을 분해해 본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런 이들이 없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분해해봤자 별다른 것이 나올 리가 없었다. 델타폰에 적용된 물리적인 기술은 사실 200년전의 것이고 핵심은 델타OS에서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대체하는 것은 사실, 준으로서도 그 매커니즘을 파악할 수 없는 고도의 기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제임스가 지적하는 부분도 그 지점이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 너무많습니다. 델타폰의 성능은 하드웨어를 초월하는 스펙을 보입니다. 이것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심사기관에서 테스트를 통과시킬 리가 없습니다.”

“애초에 그런 건 기업비밀이잖아. 결과적으로 나오는 스펙만 확실하면 됐지 굳이 그런 것까지 납득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일반적이라면 그렇겠지만... 이 물건은 반드시 해명이 필요합니다. 현대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많고, 범죄에 악용될 위험성이 너무나도 높습니다. 막말로, 물질전송을 이용한 총기판매나 마약거래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을 무슨수로 막을 수 있겠습니까?”

“내가 그럴 계획이 없다고 해도 믿지 않겠지.”

“그렇습니다. 굳이 그런식으로 판매를 해야겠다면 기술공개가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해야합니다. 아니,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연합정부에서는 어떻게든 델타폰의 기술공개를 요구할 겁니다.”

“뭐, 그건 나도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긴 해.”

준이라고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을리가 없다. 다만 아직까지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단계였기 때문에 실질적인 부분까지 접근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제임스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설령 그런 문제를 해결했다손 치더라도 통신사에서 가만히 있을리가 없습니다. 어떻게든 로비를 하든 뭘하든 해서 출시를 막으려고 하겠지요.”

현재 연합의 통신사는 모두 세 군데, 호라이즌과, GT, 그리고 텔레뱅크였다. 셋 다 연합을 세운 주축 기업들을 모기업으로 가진 곳이기도 했다. 그런 대기업들이 새로운 통신기기를 파는 업체를 시장에 받아들일리가 없었다.

“애초에 통신사가 필요없는데.”

“그러니 더욱 막으려 들겠지요. 온갖 음해와 공작이 이루어질겁니다. 오히려 델타폰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만 더 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게 좋겠나?”

“저를 고용하면 됩니다.”

“끙. 결론이 그건가?”

준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델타폰의 판매는 무리가 되는 지점이 많았다. 10만의 인구에 불과한, 그것도 소장이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알카트뢰즈에서 판매를 하는 것에도 상당한 신경을 써야했다. 밥이 적극적으로 뇌물을 뿌렸고, 그것도 모자라 시어도어 대령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뒷배경에 신경을 썼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시어도어 대령의 계획을 앞당기게 만들긴 했지만, 어쨌든 델타폰 자체는 현대의 오파츠에 해당하는 물건이라 쉽사리 견제당하기 쉬웠다.

“잠시 고민할 시간을 주겠어?”

“얼마든지요.”

준은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는 척했다. 사실 이미 제임스를 고용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어차피 그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었고, 연합내부의 사정을 잘아는 제임스는 준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꺼림칙한 부분도 있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펠로우쉽의 인간들의 거의 대부분이 범죄자 출신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리 큰 문제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제임스가 낸 문제가 상당히 흥미롭기도 했다. 준도 연합에서 어떤 식으로든 방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연합 정부는 각 기업에서 대표로 내놓은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들은 철저히 기존권력에 충성한다. 때문에 준이 델타폰 같은 획기적인 물건을 들고 나오게 되면 어떻게든 그 기술의 비밀을 밝혀 대기업으로 그 정보를 넘기려 할 것이다.

처음에는 자기들끼리 분석해서 연구하겠지만, 결국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준을 직접 협박하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준이라고 해서 그 비밀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놈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알아내려고 하겠지.’

죽이겠다는 협박 정도면 귀여운 짓일 것이다. 아마도 주변인들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할 것이고, 루나가 타겟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라면 루나의 레벨이 12까지 오른데다가 새롭게 얻은 기술이 상당히 강력하다는 데 있었다.

붕괴 스킬은 중급헌터의 방어력으로는 절대로 막을 수 없었고, 어지간한 상급헌터가 맞더라도 상당한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가 상급헌터를 상대로 이길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방심할 때 일격을 날리는 것 정도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준은 생각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방법은?”

“절 고용하기로 결정하신 겁니까?”

“그래. 대답이 마음에 들면 그렇게 하지.”

“흠. 좋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제임스는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준과 델타폰, 그리고 펠로우쉽이 움직일 방향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골자는 간단했다. 펠로우쉽을 하나의 PMC로 독립법인을 만들고 자체 군용 병기로서 델타폰을 유통하자는 것이다. 군용병기는 특성상 비밀유지가 쉬웠고,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물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승인을 받기가 한결 수월했다. 통신목적이라고는 해도 기존의 법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해도 정부의 눈을 피하기는 힘들텐데.”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자신하는 이유가 뭐지?”

“파티마제국은 그런 문제에 있어서 자유로운 편이니까요.”

“파티마제국?”

준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기업을 파티마제국 둠으로서 기술공개에 대한 압박을 회피합니다. 파티마제국은 아시다시피 왕실이 남아있는 왕정제 국가이고, 주요 산업은 석유를 비롯한 자원생산입니다. 그 외 통신 등 모든 첨단산업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시피 하지요. 사실상 다른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그쪽으로 관심도 없지요. 설령 델타폰을 들고 들어간다고 해도 다소 관심을 보일 수는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압박을 하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너무 나이브한 생각아닐까?”

“파티마제국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아니.”

“가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오로지 자원산업입니다. 그들이 보기에 델타폰에서 들어올 수익은 그리 크지도 않고 눈에 들어올 정도로 대단해 보이지도 않을 겁니다.”

“그건 그렇다 쳐. 하지만 어떻게 파티마 제국으로 가지? 그들은 외국인에게 상당히 배타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굳이 준이 갈 필요는 없습니다. 사업체는 연합의 법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서류로만 존재할 겁니다. 어차피 기술공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인만큼 거기까지 가서 살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라는 건가?”

“허점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지요.”

제임스는 그렇게 말하며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연합법의 회피를 위해 파티마제국에 적을 둔다는 것은 그럭저럭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어차피 국가에 애정이랄 것이 딱히 남아있지 않은 준이었다.

“좋아. 그 문제는 너에게 일임하지. 하지만 너도 알고 있겠지? 그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단 내가 여기서 나갈 수 있어야 해.”

“가석방 문제도 제가 힘을 써보겠습니다.”

“넌 이미 해고된 몸이잖아. 클라이드 소장이 네 말을 들으려고 할까?”

“아마도 절 죽이려고 하겠죠.”

“헌데 무슨 근거로 그런 자신감을 보이는 거지?”

“절 죽이지 못한다면, 제 말을 들어야 할테니까요.”

“뭔가 구린 것들을 잔뜩 가지고 있나보지?”

“사실 제가 살아남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것 뿐입니다. 클라이드 소장도 아마 머리가 식으면 절 해고한 걸 후회하겠지요. 아마 다시 복직시키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나에게 오려는 거지?”

“알스버그님은 저런 사람 밑에서 일하고 싶으십니까?”

“하긴. 그런데 어쩌다 클라이드 소장 밑에까지 가게 된거야?”

“출세하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하다보니 여기에 와있더군요. 사람일이란 건 자기 뜻대로는 안되는 법이지요. 그래도 알스버그님을 만났으니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뭐, 어쨌든 잘 부탁해. 일은 믿고 맡길게. 아직 월급같은 건 줄 수 있는 사정이 안되는 건 알고 있겠지?”

“나중에 한꺼번에 몰아서 받겠습니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제임스와 악수를 나누었다. 어쨌든 향후의 거취에 대해서 어느정도 청사진을 잡을 수 있는 대화였다. 그의 말대로 파티마제국에 적을 두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하던 그건 좀 더 시간이 지나서 결정해야할 문제였지만 그런 방법을 제시할 줄 안다는 것 만으로도 그에게 필요한 인재라는 것은 확실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하나 뿐입니다. 내일은 꼭 두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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