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0 ----------------------------------------------
사업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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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성은 비교적 믿을만한 녀석이고, 녀석들 통해서 일단 바스라 행성에 델타폰을 퍼뜨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격상 물건판매를 잘 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러웠지만, 또 막상 시키면 잘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준은 셔틀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장민성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녀석에게 답신이 오지 않았다.
‘자고 있는 모양이군.’
몇시간 전에 연락했을 때 한밤중이라고 했으니 그럴법도 했다. 일단 녀석이 깨어나면 아마도 곧바로 연락이 올테니 그때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준은 다시 쉘터로 들어가서 루나가 쉬고 있던 소파로 향했다. 루나는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지 꽤나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해?”
“앗?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준이 바로 옆에 다가올때까지도 전혀 낌새를 채지 못하고 있다가 준이 말을 걸자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아까부터 좀 이상한 것 같은데.”
“후...”
그녀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태도로 한숨을 쉬었다. 확실히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해봐.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거야?”
“고민이라고 해야하나...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던 게 있어서요.”
“뭔데?”
“하지만 지금 말할 건 아닌거 같아요. 좀 더 확실해 지면 그때가서 말씀드릴게요.”
“나쁜 일이라도 있는 건 아니지?”
“그런건 아니에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려운 일이 있으면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이야기 해. 내가 비록 신분은 수형자이지만 그래도 도울 수 있는 만큼은 도울테니까.”
준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입을 열었다. 답답하긴 했지만, 그녀가 말하지 않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워요. 말할때가 되면 제일 먼저 준에게 이야기 할게요.”
루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피곤한 듯 준에게 기대었다. 준은 그녀를 안은 채 조용히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녀가 잠이 드는 것을 확인한 준은 시스템에게 메시지를 넣었다. 아무래도 그녀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그녀가 입을 열지 않으니, 본인에게 캐묻는 것도 무리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현재 루나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
-질문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몸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냔 말이야.
-펠로우쉽의 육체정보는 프로필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런거 말고, 예를들면... 그래. 예를 들면 종양이나, 뭐 그런거라도 있는 거 아냐?
-암세포나 용종세포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래? 다행이군. 딱히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란 말이지?
사실 펠로우쉽에 들어 온 이상, 어지간한 신체의 병은 진행되지 않는다. 나노단위로 몸속에 흡착되어 있는 델타시스템이 사용자의 신체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다. 죽기직전의 상처를 입은 사람도 살려내는 펠로우쉽 시스템인 만큼 암세포를 온몸에 달고 있어도 죽지는 않는다.
물론 현대의학도 거의 대부분의 암을 치료가능 할 정도로 발달되어 있는 상태였다. 암중에서도 아주 일부인 급성췌장암 정도만이 생존율 90퍼센트에서 머무르고 있을 뿐이었다.
-네. 다만 다른 생명신호가 감지됩니다.
-음? 뭐 촌충이라도 있는 건가?
-인간의 태아입니다. 대략 3개월 쯤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뭐?
순간적으로 온갖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너무 많은 생각이 떠오르자 오히려 멍하니 그녀의 얼굴만 바라보게 되었다. 어느새 잠든 채 고른 숨을 내쉬고 있는 그녀는, 준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선물을 뱃속에 안은 채 그 꾸러미를 풀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이야 딸이야?
-여성체입니다.
-딸이로군.
준은 뒷목이 간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시스템이 한 말이니 만큼 틀림없이 사실일 것이다. 기쁘다기 보다는 얼떨떨한 감정이 먼저 들었다.
시기로 따지면 그날 밤에 생긴 아이일 것이다. 단 한 번에 덜컥 아이가 생기다니 뭔가 공교롭다는 생각도 들고,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족을 만든다던가 하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딸이라니...’
준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무언가 가슴 저 밑바닥을 간질거리는 느낌에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가기 시작했다. 좋다 나쁘다를 생각하기에 앞서, 본능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미소였다.
‘루나는 아직 확실히 모르는 거겠지?’
확실해지고 나면 이야기 한다고 했으니, 그녀도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매달 와야 할 소식이 없어 약간 불안한 모양이었다.
“기다려야 할까?”
입이 근질거려서 미칠 것만 같았다. 지금 루나의 뱃속에 아이가 있고, 그 아이가 예쁜 딸이라는 것을 당장 본인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뭘요...?”
정신을 차려보니 루나가 눈을 뜨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준은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준의 혼잣말에 깬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잠들지 않았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뭘 기다린다고 했잖아요.”
“아마도... 택배 같은 걸거야.”
“말하기 어려운 거면 말하지 않아도 돼요. 그런 속보이는 거짓말을 하면 괜히 불안해 진단 말이에요. 제가 알아서는 안되는 어떤 비밀이 있나 싶어서...”
“비밀이라면 루나도 있잖아.”
준은 일단 슬쩍 떠보았다. 그녀가 어디까지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무, 무슨 비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아요.”
“정말이야?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야?”
준이 재차 묻자 루나의 약간 안색이 변했다. 그의 태도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준. 설마...”
루나는 준이 무언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가 시스템을 통해서 자신의 몸속에 있는 태아의 상태를 확인했다는 사실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비슷한 무언가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사실 근거없는 추측이었지만, 또 묘하게 들어맞은 것이기도 했다.
“아아.”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이렇게 된 거 전부 터놓고 이야기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낼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것뿐이었다.
“우연히 알게 된 것 뿐이야. 대체 언제 이야기 할 생각이었어?”
“...확실한 건 아니었어요.”
“하긴 확실했다면 그런 짓을 하지는 못했겠지.”
준은 루나가 목숨을 걸고 화물선을 움직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제 아무리 루나가 무모한 짓을 벌이는 것에 익숙하다고 해도, 뱃속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그런 일을 벌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어떻게 안거에요?”
“시스템에 물어봤지.”
“저기 혹시...”
루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준이 말을 이었다.
“확실해. 시스템이 한 말이니까 거짓말은 아닐거야.”
“정말이군요.”
루나는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는 준을 슬쩍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봐?”
“준은 기분이 어때요?”
“글쎄... 어떨까?”
“솔직하게 말해줘요.”
“아직 모르겠어. 방금 알게된 사실이라 혼란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싫지는 않은 기분이야. 솔직히 말해서 조금 이르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기쁘지 않냐고 물어보면 그것도 거짓말이겠고. 으음... 좀 횡설수설하는 느낌이긴 한데. 어쨌든 그렇다는 이야기지.”
“...정말 솔직하게 말하네요.”
루나는 쿡, 하고 소리내어 웃고는 그렇게 말했다. 준은 머리를 긁적였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
“아직은 저도 그래요.”
걱정 반, 기대 반. 두 사람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딸이래. 널 닮아서 아주 예쁠거야.”
“스포일러 금지에요.”
루나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루나의 취향에 좀 더 가까운 미끈하게 생긴 은빛의 셔틀이 완성되고, 준은 그녀와 함께 셔틀에 탑승했다. 우선적으로 할 것은 루나를 제대로 된 병원에서 검진을 받게 하는 것이었다. 알카트뢰즈에도 의료시설이 있긴 했지만 플랫폼에 있는 것이 좀 더 시설이 좋았기에 일단 다시 대기권을 넘어 우주공간으로 올라섰다.
플랫폼의 통제실 쪽은 통신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궤도왕복선의 폭발로 인해 EMP효과가 일었고, 일부 통신망이 파괴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준은 제임스에게 연락해 착륙장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생각보다 금방 돌아오셨군요.]
[제임스! 기쁜 소식이 있는데 들어...윽.]
[좀.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닐거에요?]
[무슨 일입니까?]
[아, 아무것도 아니야. 어쨌든 문좀 열어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통제실에서 특별한 지시가 없었다면 착륙장을 여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을 겁니다.]
통화를 마치고 한 십여분쯤 기다리자, 플랫폼의 제 2격벽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준은 그곳으로 셔틀을 움직여 서서히 안으로 들어갔다.
기사를 직업으로 가진 덕분에 우주선은 부드럽게 착륙장 안쪽으로 안착했다. 병원에서 임신확진을 받은 그녀는 당분간 플랫폼에서 있기로 했다. 어차피 오스트로스의 장비도 죄다 가지고 왔기 때문에 연구에도 큰 지장은 없었다. 루나를 숙소에 데려다 주고 준은 제임스를 만났다. 일전의 약속 건과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포럼에 올린 글은 잘 봤다. 녹화 방송까지 올려놨더구만.”
“하하. 약간 편집을 했을 뿐입니다. 헌데 몸 상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군요.”
“아아. 서너시간 지나니까, 다시 돌아오더군. 바람빠진 풍선이 된 기분이야.”
실제로 준은 15레벨이 되면서 이전보다 체력이나 마나가 훨씬 많이 상승한 상태였다. 하지만 던전핵을 먹고 변이하는 순간의 그 폭발력을 떠올리면 아무래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이래서 마약을 끊지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헌데 왜 이렇게 어수선 한거야?”
플랫폼의 분위기는 아직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궤도왕복선은 폭발했고, 플랫폼에는 더이상의 위험은 없었다. 사건이 끝난지 거의 한나절이 지났는데도 아직 플랫폼의 사람들은 뭐가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이런말 하면 좀 그렇지만. 제가 해고되었거든요.”
클라이드 소장은 다혈질에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었다. 게다가 플랫폼의 업무처리를 거의 대부분 제임스가 맡아서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업무인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그가 사라지니, 플랫폼의 수장이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된 것이다.
현재 궤도왕복선이 폭발하면서 생긴 손상을 수리하는 일 조차도 지지부진한 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흠. 곤란한데. 그럼 계약은 어떻게 되는거지? 일단 문서화 시켜놓긴 했으니 문제없이 진행되겠지?”
“글쎄요. 그런 문서따위 종이조각에 불과한 지라...”
준은 인벤토리에서 자신의 가석방을 약속한 계약서를 꺼내었다. 제임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수형자는 연합법상으로 자연인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은 별 효력이 없습니다.”
“역시... 수틀리면 그냥 찢어버릴 셈이었던 건가?”
“너무 고깝게 생각하진 말아주십시오. 저로서도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끙. 그럼 현재로서는 소장이 약속을 지키게 할 방법은 없는건가?”
“있긴 합니다만...”
“뭐지?”
“그 전에 먼저,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 작품 후기 ============================
준(은)는 루나에게 임신공격을 시전합니다.
크리티컬!
일격에 성공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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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다들 눈치가 엄청 빠르십니다.
제가 힌트를 너무 많이 드린듯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