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6 ----------------------------------------------
15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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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과 루나가 지상으로 내려온 것은 준이 하늘로 올라간지 네시간이 지나서였다. 마지막에 마나가 부족해 루나의 마나까지 동원해 아슬아슬하게 착지한 두 사람은 허허벌판인 사막에 내려서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물론 알카트뢰즈 전체가 사막이긴 했지만, 사막에도 지형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이곳은 준이 전혀 알지못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맵을 띄워봐도 사방 5백킬로미터 내에 익숙한 지형이 없었다.
“여기가 어디야?”
“음... 약간 계산에 착오가 있었나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맵을 확인했다. 가장 가까운 도시인 루크레시아까지는 약 2천 킬로미터가 떨어져 있었다.
“약간이 아닌것 같은데...?”
준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루나를 쳐다보았다. 착지할 곳을 선정한 것은 다름아닌 루나였다. 그녀의 계산에 맞추어 움직인 만큼 제아무리 오차가 나봐야 수백킬로미터 이상이 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실수에요. 뭐, 이렇게 된 이상, 느긋하게 드라이브나 하는 건 어때요?”
“이럴땐 모른 척 하고 넘어가는 게 남자다운 일이겠지?”
“조금씩 교육한 보람이 느껴지네요.”
루나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자 준이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 태양은 아직 중천에 떠 있었고, 지상은 뜨거운 열기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기 때문에 준은 서둘러 험비를 꺼내들었다.
쿠웅-
개조로 인해 이전보다 훨씬 커진 험비를 보며 루나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크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저 위에 달린 건 기관총인가요?”
“약간 개조를 했어. 멋있지 않아?”
“남자들이 좋아할 법한 디자인이긴 하네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있는 디자인이라고.”
준은 강력하게 험비의 멋짐에 대해서 설명했으나, 루나에게는 그다지 먹히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녀가 남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일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여성이었고, 취향도 그쪽에 가까운 편이었다.
“무식하게 크고 깡통같이 생겼...지만 전 이런 디자인도 좋아해요.”
루나는 준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끼며 재빨리 태세전환을 했다. 모름지기 취향이라는 것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몸소 실천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지? 일단 타. 에어컨도 있으니까 시원할거야.”
철컥.
준이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자, 루나가 고맙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그래도 다음부터는 이렇게 안해줘도 돼요.”
“뭐, 이번만 하는거야. 아무래도 예전보다 더 커졌으니 타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루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량에 올라탔다. 확실히 실내도 넓어지고 예전보다 더 쾌적해진 느낌이었다.
궁궁궁.
준이 시동을 걸자 험비의 거친 엔진임이 들리며 몸이 떨려왔다. 예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엔진 때문인지 진동과 소음도 훨씬 더 커진 상태였다.
“흠... 이건 좀 손을 봐야겠네.”
준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차량을 출발시켰다. 확실히 서스펜션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주행중의 승차감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물론 일반적인 승용차에 비할바는 못되었지만, 기동력 좋은 오프로드 차량으로서는 썩 괜찮은 편이었다.
“참. 물어볼게 있는데.”
“뭐에요?”
“이번에 내가 15레벨로 올라가면서 새로운 기능하나가 생겼거든. 펠로우쉽 전체에 기술을 하나 선택해서 판매할 수 있게 됐어. 이왕이면 네 의견을 좀 들어보고 싶은데.”
“기술을 판매한다고요? 그럼 다른 사람들이 준이 올려둔 기술을 익힐 수 있다는 거죠?”
“뭐, 그렇지. 그래서 이왕이면 효율좋은 놈으로 하나 올릴 계획이거든.”
“준이 가진 기술이 뭐가 있는데요?”
“흠... 말로 하기에는 좀 많은데...”
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시스템에게 질문을 했다. 모르는 건 물어보는게 제일이었다.
-시스템. 내 기술목록을 루나에게 보여줄 수 있어?
-가능합니다. 지금 기술목록을 공유하겠습니까?
-응. 그렇게 해줘.
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루나의 시야에 알림표시가 떴다. 그녀가 그것을 열자, 한눈에 볼 수 없을 만큼의 기술목록이 주르륵 펼쳐졌다.
“...이게 다 몇 개에요?”
“전부 341개. 그새 또 늘었네. 342개. 지금 다들 한창 레벨업을 하는 중이라서 그런 것 같아.”
“잠깐만요. 그러니까 준은 펠로우쉽 대상자들의 기술을 전부 익힐 수 있다는 말인가요?”
“아. 내가 이야기 안했었나?”
“네.”
“그럼 지금 이야기 할게. 난 펠로우쉽 대상자들의 기술을 전부 익힐 수 있어. 사실 그게 펠로우쉽을 늘린 이유이기도 하지.”
“하아. 이미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알면알수록 기가막히네요. 하긴, 이걸 다 익히고 있으니 그렇게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지르는 거겠지만.”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다른 기술이라고는 해도 중복되는 효과들이 많아서 전부 다 익히지는 못해. 그럴 필요도 없고. 어쨌든 목록을 읽어보고 하나만 선택해서 알려주겠어? 나도 골라볼테니까.”
“읽는 데만도 한참이나 걸리겠네요.”
그래도 그녀는 그다지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애초에 텍스트를 읽은 것은 그녀에게 일상이었고, 게다가 실제로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보니 나름 의욕도 생겼다. 준은 그녀가 조용히 집중하는 것을 느끼고는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괜히 집중에 방해가 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준은 미처 못했던 작업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준이 15레벨로 올라서면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역시 델타의 영향력 범위와, 펠로우쉽의 기술판매였다. 하지만 그것외에도 준이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다름이난 기술의 승급이었다.
현재 준의 주력 기술은 당연하지만, 제작기술이었다. 지금까지는 중급에 머물러 있던 제작기술을 15레벨이 되면서 드디어 상급으로 승급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다가 이미 험비를 개조하면서 승급에 필요한 숙련도는 채웠기 때문에 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승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준이 제작 탭을 열자, 곧바로 시스템메시지가 울려퍼졌다.
-제작기술이 조건을 충족하여 상급으로 진화합니다. 카테고리의 제작물품들이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새로운 제작품들이 추가되었습니다. 델타스토어의 경험치 한도가 상승합니다.
“오. 델타스토어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나.”
“네?”
한참 목록을 읽고 있던 루나가 준의 혼잣말에 반문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혼잣말이니까 신경쓰지마.”
“네. 헌데, 이거 정말 고르기 어렵네요. 좋은 기술들이 상당히 많은데요?”
“참. 미리 말해두는데 포지션에 관계없이 이득을 볼 수 있는 기술들을 선택해야 하니까 그것도 신경을 좀 써줘. 하나밖에 선택할 수 없으니까 탱커나 딜러나 똑같이 비슷한 효율을 내는 편이 전체적으로 이득이니까.”
“그렇지 않아도 생각하고 있었어요. 역시 그럴거면 체력이나 공격력을 올려주는 기술보다는 마나에 관계된 기술을 선택하는게 나을 것 같아요. 제작기술이 좋긴 하지만 그건 여러명이 가지고 있으면 효율이 떨어지니까 논외로 하고요.”
루나가 생각하는 것도 준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마나와 관련된 기술을 올릴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생각도 비슷해. 그래도 다른 좋은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일단 전체적으로 한 번 훑어보고 이야기하자고.”
“네. 준도 하던 작업 마저해요.”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금 설명을 읽어나갔다. 일단 이번 승급으로 인해 델타스토어에 올릴 수 있는 물건의 경험치 한도가 100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그정도면 발전기 까지는 손쉽게 올릴 수 있었다.
그 이상 되는 물건들은 여전히 밥의 통신판매를 이용해야겠지만, 그래도 한결 수고가 덜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일단 발전기의 수요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일일이 생산해서 통신판매를 통해서 넘기기에는 준도 이제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100이 넘어가는 것들이래봐야 대부분 차량 종류니까 비싸서 수요도 많지 않을거고.’
하지만 아직은 섣부른 예측이었다. 이번 퀘스트를 완료함으로서 상당수의 펠로우쉽들의 레벨이 상승했을 것이고, 그만큼 사냥의 효율도 올라갈 것이다. 그러다보면 쉽게 이동할수 있는 차량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수 있었다.
준은 일단 제작경험치가 100이 넘지 않는 모든 물건을 전부 스토어에 올렸다. 기존에 밥이 취급하던 물건들도 상당수 섞여 있었기 때문에 밥에게는 손해가 될 수 있었지만, 어차피 그동안 많이 팔만큼 팔았고, 이득도 상당히 본 상황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밥. 이번에 델타스토어에 물건을 좀 더 올렸으니까. 가지고 있는 물건들 있으면 빨리 처분해. 가격은 좀 낮춰야 할거야.
-준? 아직 위에 있는 건가?
-아. 아니 지금은 지상에 내려와 있는 상태야. 사정이 있어서 도착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긴해.
-일단 알았다. 그리고 막스에게도 연락을 해보는게 좋을거야. 그쪽도 뒤처리 하느라 정신없는 것 같으니까.
-아아. 그렇지 않아도 하려고 했어. 하여튼 그렇게 알고 난 이만.
밥은 별다른 불만이 없는 듯했다. 사실 이제와서 준이 하는 일에 토를 달 이유도 없었다. 어차피 그의 입장에서는 이윤을 낮게 잡아서 팔면 재고를 처리할 수 있었고, 준이 새롭게 레벨업을 한 만큼 새 물건이 입고 되면 그만큼 더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막스쪽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펠로우쉽들의 피해가 큰 만큼 그쪽도 나름 혼란스러울 것이다. 사실 그런 뒤처리 때문에 막스에게 대장역할을 맡긴 것이기도 했다. 다행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이곳의 수형자들 대부분은 가족이 없었기 때문에 삼백명이나 되는 희생자들에 대한 처우문제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막스가 할일은 그들의 위령제와 함께 승전을 기념하는 행사를 치루는 일 이었다.
물론 그외에도 산적한 일은 많았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물리는 일들은 결국 준이 처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막스는 펠로우쉽 내부의 일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준은 복잡한 생각을 한쪽으로 밀어두고, 제작기술 탭을 열었다.
엔지니어링(상급)
모든 실패는 성공이라는 목적지로 향하는 지름길입니다. 사용자는 수없이 많은 숙련과정을 거쳐 뛰어난 기술을 손에 넣었습니다. 기계를 자신의 몸처럼 다루며 어떤 물품이든 손쉽게 제작, 수리 할 수 있습니다.(숙련도 1%)
공구, 엔진, 통신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난 물건들은 기술판정에 페널티를 얻습니다.
“오...”
준은 나지막이 감탄사를 흘렸다. 기존에도 카테고리를 벗어난 물건들을 제작한 적도 있지만, 이번에는 확실하게 시스템에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물론 상급의 기술력 그대로 제작할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도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이득이었다. 쉽게 말하면 기계식으로 움직이는 물건들은 대부분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제작하는데 실패했던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물건들도 드디어 만들 수 있게 되겠군.’
기술수준이 낮아도 일상생활에는 유용한 물건들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것들을 제작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이었다.
“후.”
준은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상급의 엔지니어링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지금으로선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카테고리에 예시로 올라와 있는 물건들을 보면 어느정도 유추가 가능했다.
준은 일단 공구쪽을 열었다. 그곳에는 산소-수소토치나, 레이저 절단기, 미세공정용 CNC등이 들어가 있었다. 거기에다가 델타에 비할 수는 없지만, 현세대 급의 3D프린터도 있었다. 그러니까, 양자단위의 완전 초미세공정에 들어가는 기계가 아닌 이상, 어지간한 공구들은 전부 존재한다고 보면 되었다.
공구 카테고리에 있는 것만으로 해도, 중급의 제작품들은 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였다.
다음은 엔진이었다. 엔지니어인 준이 가장 기대하는 분야였다.
“대박...”
이미 중급에서 어지간한 엔진은 모두 제작할 수 있는 상태였다. 결국 남은 것은 원자력, 연료전지, 핵융합, 이온엔진, 임펄스 엔진, 반중력 장치, 워프엔진 정도였다. 준이 예상한 것은 그중에서 원자력과 연료전지, 그리고 이온엔진 정도였다.
헌데 상급의 제작에서는 이 모든 것을 제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단순히 말하자면 이런거다.
준은 우주선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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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좋은 주말 되세요.
불금에 이은 불토! 활활타올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