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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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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펠로우쉽 추가기능이었다. 현재 펠로우쉽은, 준이 멋대로 피라미드라고 부르고 있는 계층구조와, 경험치의 10퍼센트를 떼어가는 십일조, 그외에 설정을 건드릴 수 있는 기능들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새롭게 하나의 기능이 더 붙었다. 다름아닌 ‘스킬판매’였다. 이는 델타OS와 연동되는 기술로 기본적으로는 펠로우쉽 기능창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굳이 델타폰이 없어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준은 이를 강제로 델타스토어에서만 구입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이왕이면 델타폰의 보급률을 늘이려는 생각때문이었다.
‘어디보자...’
기술판매.
펠로우쉽 대상자들은 사용자가 설정한 스킬에 대해서 일정 경험치를 지불하여 습득할 수 있습니다. 판매가능한 하나의 슬롯이 개방됩니다. 일단 설정된 기술은 변경할 수 없으니 신중히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레벨에 따라서 판매가능한 슬롯의 수가 늘어납니다. 기술에 따라 특정 직업이나, 레벨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외 판매할 수 있는 기술의 종류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일단 무슨 기술이라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메리트였다. 다시 말해 준이 보급하고 싶은 기술이 있다면 일단 가격을 책정하고 올리면 된다. 물론 그 기술을 펠로우쉽의 몸에 적용하는데는 상당한 경험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마냥 공짜로 풀수는 없었다. 각 기술마다 ‘원가’가 존재하고 준은 거기에 일정 수준의 이익을 붙여서 팔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판매할 수 있는 기술의 수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그가 지정한 대상에게 무한정 기술을 퍼다주거나 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흠... 어떤 기술이 좋을까.’
현재 준이 가진 기술은 수백개에 달했다. 아직 펠로우쉽 창에서 미처 다 배우지 못한 기술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중복되는 것들이고, 정말 유용한 기술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펠로우쉽이 반쯤은 준의 사병화 되어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의 전체적인 능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을 선택하는 것이 나았다.
‘제작기술은 그다지 효율적일 것 같지 않고.’
제작기술은 그 하나만 놓고보면 고효율의 기술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한 사람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히 높은 효율을 발휘할 수 있었다. 굳이 2천명에 이르는 펠로우쉽 전체가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단 하나만을 선택 가능하다면, 전투쪽 기술을 판매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하지만 거기에도 생각해 봐야할 문제가 있었다.
‘전투기술에도 근거리나 원거리 전용이라는 한계가 있어. 결국 단순 공격기술은 일부의 헌터들에게만 유용하겠지. 그렇다면 직접적인 공격 스킬 보다는 패시브쪽이 더 유용할테고...’
준은 고민에 빠졌다. 머리속으로 수많은 기술들의 능력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딱 어느것이라고 정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으음...”
그때 루나가 눈을 떴다. 준이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을 보며 그녀는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위도, 아래도 없는 무중력 공간속에서 조금은 불안할 법한데도 그녀는 전혀 그런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있었다.
“아. 기여도 계산이 끝났네요?”
루나에게도 시스템메시지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얼마나 나왔어?”
“그게...”
루나는 눈을 깜빡이며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꽤나 놀란 눈치였기 때문에 준은 생각보다 그녀의 기여도가 상당히 높게 나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치, 칠십만...”
“와. 축하해. 꽤 많이 나왔네?”
“자, 잠깐만요.”
루나는 잠시 심호흡을 하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칠십만이라는 수치는 그녀가 상상조차 해본적없는 수치였다.
5레벨까지 오르는데 들어가는 경험치가 채 500이 들지 않는다. 그 천배가 넘는 수치의 경험치를 한 번에 받은 것이다.
“그럼 레벨이 어떻게 되는거야?”
준도 꽤나 궁금했다.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는 사람에 따라서 서로 달랐다. 물론 큰 틀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12레벨...”
“한꺼번에 거기까지 오른거야?”
“네...... 대체 이게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어요.”
“아마 목숨을 걸고 우주선을 막으려 한 것에 대한 보상이 아닐까? 덕분에 플랫폼을 지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니까.”
“이런 보상을 바랐던 건 아닌걸요. 게다가 전 이렇게 살아있구요. 사실 저보다 훨씬 더 위험한 곳에서 전투를 벌였던 사람들도 있는데.”
“복잡하게 생각하지마. 그만큼 중요한 일을 해냈다는 거니까.”
실제로 대부분의 펠로우쉽 병사들은 목숨을 걸고 전투를 벌였다. 1천의 병사중에서 삼백에 가까운 사망자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치열함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희생자는 밴디트들이 아니라 변이외도들과의 싸움에서 생긴 피해였다. 그만큼 서른에 가까운 외도들의 힘은 강력했다.
“잠깐만요. 그럼 준의 기여도는 얼마나 되는거에요?”
루나가 문득 궁금한 듯 입을 열었다.
“60퍼센트가 조금 넘는데.”
“그, 그러면 얼마나 되는거지...?”
루나는 혼란스러운 얼굴이 되어 머리속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계산이래봐야 아주 단순한 산수였지만, 갑작스레 엄청난 숫자를 마주하게 되자 좀처럼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4백만이 좀 넘는데.”
“...그런 수치를 잘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군요.”
“그래봐야 겨우 1레벨 오른 것 뿐이야.”
“그럼 몇 레벨이 되는거에요?”
“15레벨. 별로 차이도 안나. 레벨이 오를수록 기하급수적으로 필요한 경험치가 늘어나거든.”
“그러면 레벨업에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네요?”
그녀는 질린 듯한 표정이었다. 7십만이라는 수치에도 놀랐지만, 자그마치 4백만이라는 경험치를 얻고서도 겨우 15레벨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레벨업은 꿈도꾸지 말라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거의 행성급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레벨업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군요.”
“딱히 그런 것도 아니야. 생각해보면 알카트뢰즈의 인구는 엄청 적은 편이잖아. 10만이라니. 어디 작은 소도시 정도에 불과한 정도일걸.”
“인구는 적어도 한사람 한사람이 전부 헌터잖아요. 단순 비교는 할 수 없어요.”
“그렇긴 하군.”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10만의 헌터는 어지간한 국가에서도 동원하기 힘든 숫자였다. 연합 정도나 되니까 범죄자만으로도 이정도의 숫자를 모을 수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10레벨을 넘었는데, 뭐 특별한 거라도 있어?”
준은 그 점이 궁금했다. 보통 5레벨 단위로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변화를 보이다보니 그녀의 능력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흠... 일단 인벤토리가 많이 늘었어요.”
“얼마나?”
“100칸 까지 늘일 수 있대요. 물론, 준이 승인을 해줘야 하지만요.”
인벤토리 시스템은 델타만이 사용가능한 기능이다. 그러다보니 펠로우쉽 멤버가 아무리 레벨업을 한다고 해도 준이 허용하지 않으면 독자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었다. 델타의 파생에 불과한 펠로우쉽의 한계였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백칸의 인벤토리를 공유했다. 현재 준이 사용하고 있는 큐브의 수가 거의 5000개에 달하고 있었기 때문에 백개 정도의 여유분을 빼놓는 정도는 그리 큰 문제도 아니었다.
“또 뭐 다른거 없어?”
“그리고... EX필드라는게 생겼어요. 수치는 겨우 1뿐이지만요.”
“역시. 펠로우쉽에도 생기는 구나.”
“이게 준이 말했던 항력과 비슷한 거였죠?”
루나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EX필드의 존재는 펠로우쉽 사이에서도 아는 사람이 극히 적었다. D2전차에 1000이라는 수치의 EX필드가 있었지만 실제 전차를 운용하는 이들은 그것의 존재를 알고 있지 못했다.
“그렇긴 한데, 사실상 항력과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해. 별 차이도 없고. 애초에 엑조틱 에너지를 원천으로 사용하는 델타이니 만큼 가능한 일인 것 같긴한데... 어떻게 만드는 지는 모르겠어.”
“제가 연구해봐도 될까요?”
“상관없긴 한데, 가능하겠어? 현상만 가지고 그 원리를 알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텐데.”
“항력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물리학계에서 계속되고 있어요. 물론 엑조틱 에너지에 근거 하는 만큼 별다른 진척은 없지만... 그래도 뒤져보면 쓸만한게 있지 않을까요?”
“그 비밀을 알아내면 좋긴 하겠지만... 뭐. 큰 기대는 하지 않을게.”
“준. 이번만 말할테니까 잘 들어요. 여자친구가 무슨 일을 할 때는 설령 속마음이 전혀 다를지라도 응원해줘야 하는거에요.”
루나는 약간 화가 난듯한 얼굴을 하며 준의 볼을 꼬집었다. 원래는 옆구리를 꼬집으려 했지만, 아직 변이한 육체는 그녀의 연약한 손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으... 알았어. 화이팅. 분명 잘 될거야. 자. 하이파이브.”
“오바도 하지 말고요.”
“끙...”
“그 어쩌라고 하는 얼굴 좀 어떻게 안될까요?”
“...잘못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준은 결국 포기하고 두손을 들었다. 루나가 킥킥 대더니 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가벼운 입맞춤으로 시작했던 것이 한 번, 두 번이 되고 결국 다시금 불타오르기 시작할 무렵. 준은 가까스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녀를 떼어내었다.
“...왜 그래요? 뭐, 이상한 거라도...? 혹시 입냄새라도 나나요?”
“아니. 그런게 아니라. 이제 슬슬 내려가봐야 할때가 된거 같아서. 더 시간 끌다가는 정말 여기서 평생 머무를 수도 있을 것 같아.”
준은 프로필의 스탯이 100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 동안은 마나가 부족해 관성제어를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15레벨로 오르면서 모든 체력과 마나가 회복된 상태였다. 만약 완전히 본래의 몸으로 돌아가게 되면 지상까지 내려갈 마나의 총량이 부족하게 되어서 정말 위험해 질수도 있었다.
“뭔가 약간 아쉽네요.”
“뭐가?”
“이제 내려가면, 다시 둘만 있을 시간이 줄어들것 같아서요.”
루나는 솔직한 마음을 내비쳤다. 준은 펠로우쉽 군단을 이끄는 수장이다. 형식상으로 병력을 지휘하는 것은 막스가 맡고 있었지만, 큰 틀을 짜는 것은 어디까지나 준인 것이다. 그런 그들이 힘을 합쳐, 시어도어 대령의 계획을 저지시켰다. 그들 사이에는 힘든 싸움을 이겨냈다는 승리감과 함께 서로에 대한 동료의식이 싹트고 있었다. 과연 그들이 이 전투가 끝난 이후에도 예전처럼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십중팔구는 스스로 조직화를 꾀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준은 그런 행위를 굳이 막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준과 그들은 목숨을 걸고 함께 싸운 동료였다. 그들을 그냥 내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이미 레벨업으로 어느정도 보상은 주어졌겠지만, 준도 그들도 이미 너무나도 깊게 연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 집단을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되면 이전보다 더욱 바빠지게 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전에도 자주 만나지 못했는데, 이제는 더욱 만나기 힘들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지 만나러 갈게. 네가 원한다면.”
“정말인가요?”
“못봤어? 널 만나기 위해서 궤도를 돌파한 사람이라고 내가. 이런 남자는 전 우주 어디를 돌아봐도 없을걸.”
“풋.”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남들은 농담처럼 하는 말이겠지만, 눈앞의 남자는 그것을 실제로 해보였다. 때로는 가볍고, 어리숙하고, 답답하게 하는 면이 있지만 준은 루나에게 세상 그 어떤 사람보다도 믿음직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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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6~7시 사이에 올라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