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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그라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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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디인 겁니까?]
[아아. 위성궤도를 돌고 있어. 궤도에서 바라보는 알카트뢰즈도 썩 나쁘진 않군.]
[농담이라고 하기에는... 실제로 맨몸으로 궤도진입을 하는 것을 본 지라 믿지 않을 수가 없군요.]
[본건가?]
[네. 어쩌다보니... 아마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설마 생중계라도 한 건 아니겠지?]
[포럼에 들어가보시면 알겁니다. 저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 짓이긴 하지만... 대기권을 돌파하는 인간의 모습이 찍힐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끙... 골치아프게 됐군.]
[뭐, 이렇게 된 이상 유명세를 즐겨야 할 것 같은데요. 이제와서 없던 일로 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얼굴일도 가릴 걸 그랬군...]
[아직까지도 신비주의를 고수할 생각이라면 그만 포기하십시오.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유명해져서 나쁠 것도 없지 않습니까.]
[난 스타가 되고 싶은게 아니야. 그냥 조용히 살고 싶었던 것 뿐이라고.]
[그런 것 치고는 일을 너무 크게 벌인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만.]
[하긴... 어쨌든 플랫폼이 무사하다니 다행이군. 클라이드 소장만 있었다면 날려도 별 상관없었겠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고마워 할겁니다.]
[됐어. 그런 인사라면 나중에 루나에게 하라고. 이만 끊지. 그렇지 않아도 소식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글쎄. 볼 일이 있을까 싶긴 한데...]
[싫어도 다시 만나셔야 할겁니다.]
[뭐, 대충 무슨 일이 있을지 예상가긴 하지만 어쨌든...]
준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쨌든 당면한 문제는 해결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번일로 깨끗이 플랫폼이 날아갔다면 모르겠지만, 루나가 목숨을 걸어서 막아낸 시점에서 차후의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클라이드 버냉키 관리소장이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인해 가장 큰 위기를 느낄 인물이었다. 지난 수십년 간 겉으로나마 별 문제없이 유지되던 알카트뢰즈에서 반란사태가 일어났고, 그로 인해 수만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다. 물론 그 대부분은 밴디트들이었지만, 불릿타임의 사상자와, 일반 수형자들, 그리고 수도의 각 시설물들에 대한 재산피해등은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였다.
그렇다면 그동안 별 신경쓰지 않고 있던 연합정부에서도 이 일을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감추려해도 이런 큰 사건을 감출 수 있을리 없고, 클라이드 소장도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그냥 가만히 앉아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리라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그는 어떻게든 자신의 책임을 다른 누군가에게 돌리려고 할 것이고, 아마도 그 대상은 불릿타임과 자신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시어도어 대령이라는 원죄가 있는 불릿타임은 또 어떻게든 그 책임을 다른 누군가에게 돌리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아마도 준이 될 것이다. 관리소와 불릿타임 양측에서 책임을 덧씌우려고 한다면 과연 어떻게 상대해야할까.
이런 복잡한 일은 준에게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당장 일어난 일도 아니라 어떤 식으로 헤쳐나가야 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준은 비교적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었다. 아무리 델타에 의해서 강력한 힘을 손에 넣었다고 한들, 자신은 반년 전만 해도 사회의 가장 하층에 존재하는 평범한 엔지니어일 뿐이었다. 기관을 다루는 일에는 능숙하지만, 그 외의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할 줄아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밥이나 막스, 마스터를 자신의 사람으로 끌어들이려는 것도 그런 결핍에서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이런 복잡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제임스가 괜찮은 것 같은데...’
하지만 그는 클라이드 소장의 비서였다. 비록 서로 교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느정도 교감이 있었다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적대적 관계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아직 제임스가 클라이드에 의해서 해고됐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그때 루나가 입을 열었다. 아무도 없는 우주공간에서 그녀는 준을 바라보는 것 이외에는 다른 할일이 없었다. 아니 다른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편이 더 옳은 표현이었다. 그리고 루나는 그것이 썩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자신의 머리속에 가득 들어차 있던 수많은 연구들이 지금 이순간만큼은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굉장한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공간, 누구의 눈치도 신경 쓸 필요도 없는 둘만의 공간. 그 사실이 그녀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었다.
“아. 앞으로의 생각. 이제 어떻게 될까 하고... 아무래도 소장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방법이 없을 거에요. 알카트뢰즈 내에서만 일이 끝났으면 괜찮았을 테지만, 실제 플랫폼 폭발 기도가 있었던 만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겠죠. 감사팀이 내려올거고, 아마 그의 커리어는 여기서 끝날거에요.”
“그렇게 잘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너무 걱정마요. 만약 문제가 생기면 그때가서 또 고민해도 될 문제에요.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잖아요.”
“웬일로 그렇게 긍정적인거야?”
“모든 일이 잘 끝났는데, 그런 걱정은 잠시 뒤로 미루어도 되잖아요. 오랜만에 둘이 함께 있는거니까...”
루나는 그렇게 말하며 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너무 속내를 보인 것은 아닐까, 하고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착각이었다. 준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그런가... 하긴 조금은 기뻐해도 되겠지.”
준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등을 조용히 쓰다듬었다. 그녀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천운이었다. 수많은 행운과 행운이 겹쳐,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그렇다면 조금은 기뻐해도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는 그녀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두 사람은 그렇게 조용히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우주공간을 유영했다. 준은 EX필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신경쓰며 조용히 고개를 들어 알카트뢰즈를 바라보았다.
우주에서 보는 행성의 모습은 경이로울 정도로 거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각의 움직임으로 인한 대 협곡이 마치 칼로 죽죽 그은 듯한 느낌으로 여기저기 있었다. 그 크기가 어림잡아 수천킬로미터는 될거라고 생각하자, 준은 새삼스레 자신이 저지른 일을 체감했다.
‘맨몸으로 날아서 여기까지 오다니...’
막상 일을 저지를 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저 가능할거라고 생각해서 행동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모든 흥분이 가라앉고 나니, 우주공간을 유영하는 자신의 모습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이 정도면 대단하다고 해도 되는 거려나...?’
아닌게아니라 인류최초라고 해도 될 만한 위업이다. 만약 델타의 업적시스템이 이런 것을 카운팅 할 수 있었다면 각 스탯에 +100정도는 해줘도 될 정도로 대단한 일인 것이다.
‘그러고보니 전투는 어떻게 됐을까?’
아직 밴디트들과 외도들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준이 막스에게 막 메시지를 보내려는 순간 머리속에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퍼졌다.
-협동퀘스트, ‘오스트로스 사수’를 완료했습니다.
사용자와 조력자들이 힘을 합쳐 적들을 물리쳤습니다. 적들은 이제 두번다시 오스트로스를 침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보조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던전핵 파괴(53/50)
밴디트 처치(5101/5000)
사용자의 기여도를 계산합니다...
준이 우주공간에서 자기자신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동안, 지상에서는 펠로우쉽과 불릿타임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것이 이제 막 끝난 모양이었다.
‘피해가 컸어...’
준은 펠로우쉽의 명단에서 회색으로 변한 이들을 보며 낮은 한숨을 쉬었다. 총 천여명의 부대원 중에서 사망한 자들의 숫자만 3백이 넘었다. 거의 대부분은 이번 전투에서 사망한 이들이었다. 그만큼 외도들과의 싸움이 힘들었다는 뜻이다.
-수고했다.
-어? 형님. 살아계셨네요.
-준이다. 나만 빼고 날아간 준이다.
시미와 검둥이의 메시지에 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살아있었군. 그 폭발에서 살아남다니, 아니 너라면 살아있을거라고 생각했지.
막스도 메시지를 보냈다.
-하하.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살아있을거라고 했잖아. 마스터는 죽었을 거라고 하더라고.
-그야... 메시지를 보내도 확인을 안하니.
-아. 그건 미안해. 나도 정신이 없다보니 메시지를 확인할 겨를이 없었어.
준은 대화창에 밀려있는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괜찮냐? 살아있는거냐? 제발 대답 좀 해, 같은 메시지들이 수없이 쌓여있었다.
-루나는 안전한거지?
-저도 살아있어요.
준에게 안겨 있던 루나도 메시지를 보내었다. 펠로우쉽 대화창에는 순식간에 다행이라는 말로 가득찼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느라 다들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도, 준과 가까운 사람들 중에서는 사망자가 없는 듯 했다.
-그래서, 지금 어디있는거야?
막스가 입을 열었다. 준이 뭐라고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짧게 대답했다.
-머리위에.
-어디? 안보이는데?
-한 3만 킬로미터 쯤 위에 있을거야.
-우주선이라도 타고 있는거야?
-그런건 아닌데...
그걸 또 일일이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준은 시어도어 대령이 사용했던 안티에너지필드를 자신이 사용했고, 그것이 극한환경으로 부터 자신과 루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것 정도만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괴물 같은 놈. 아니 이미 괴물인가?
막스의 말에 준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너도 봤냐?
-그야 봤지. 등뒤에 날개까지 달고 아주 외도 일보직전이던데. 설마 정말 외도가 된 건 아니겠지?
-뭐, 반쯤은 그런 것 같긴 한데. 정신적으로는 멀쩡하니까 괜찮겠지.
-그거 문제 있는거 아닌가?
-글쎄.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준이 그렇게 이야기 하자 검둥이와 시미가 곧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아아. 어쩐지 형님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듭니다.
-그럼 이제 시미랑도 가까워진거에요?
-됐고. 한 몇시간 있다가 회복되면 내려갈테니까 그동안 정리들 하고 있어.
준의 말에 다들 알겠다며 통신을 마쳤다. 준은 약간 피로감을 느끼며 긴 한숨을 쉬었다. 사람이 많아지니 일일이 신경써야 할 곳이 많았다.
“응?”
준은 어느새 같은 눈높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루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항상 그녀를 내려다 봐왔던 준이라, 어쩐지 지금 상황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제 다 끝난 거죠?”
“응? 아아. 대충. 안부 전할 사람들은 다 전했고, 특별한 문제도 없는 것 같고.”
“아무래도 준은 눈치가 없는 것 같으니까...”
“무슨 소리...어?”
그는 자신의 뒷목을 감싸오는 루나의 손길을 느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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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휴재 한거 아니에요! 오늘 올린겁니다. 아직 12시 전이에요!!!
참고로 내일은 2편더 올릴 겁니다. 지금부터 써야하긴 하지만... 정말이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