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98화 (19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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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그라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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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라락!

석유화덕에서 뜨거운 불이 치솟아 올랐다. 마스터는 그 불에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구어 올리브유를 둘렀다. 그 위에 미리 해동 시켜두었던 두꺼운 안심을 올리자 치이익 하는 소리와함께 기분좋은 냄새가 피어올랐다. 그 옆의 화덕에는 대충 썰어놓은 브로콜리와 양송이를 볶아주고, 마지막으로 파인애플 하나를 커팅해서 야채를 덜어내고 그 위에 다시 볶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간단한 스테이크를 접시에 내어 펍의 외부테라스에 있는 식탁에 올리자, 그 앞에서 턱을 괴고 있던 밥이 입을 열었다.

“이건 너무 대충이잖아요. 차라리 델타스토어에서 사먹는게 낫겠구만.”

“장인의 손맛이 들어간 요리와 기계로 대량생산되는 물건이 같겠나?”

“같은데요.”

리플리케이터, 그러니까 물질재조합장치로 만들어진 물건은 원본과 원자단위에서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에 그 맛이 다를 리가 없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분자의 운동 차이 정도인데, 그런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로 거시세계의 음식맛이 차이가 날거라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먹어보기나 해.”

“네에.”

밥은 투덜거리며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두껍게 썰어 입안에 집어넣었다. 향긋한 냄새가 입안에 가득 퍼지는 것을 느끼며 밥은 투덜거렸다.

“나참. 별로 들어간 것도 없어보이는데 이 향은 대체 뭡니까?”

“말하지 않았나? 장인의 손맛이라고. 제법 괜찮지?”

“쳇. 실력으로는 못까겠구만 정말.”

그는 투덜거리면서도 게걸스럽게 음식을 입에 밀어넣었다.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도 않은 채 마구 삼켜대는 밥을 보면서 한 마디 할 법도 한데, 마스터는 그저 무뚝뚝한 얼굴로 그의 맞은 편 자리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볼 뿐이었다.

“잘 하고 있으려나.”

“쩝. 알아서 하겠죠. 우리가 걱정해봐야 뭐 달라질 것도 없을텐데요.”

두 사람의 업무는 보급이었다. 그러다보니 전투가 시작되기 전 까지는 무척이나 바빴지만, 전투가 시작된 이후로는 전혀 할 일이 없었다. 이번 전투가 마지막이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준비할 일도 없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전투는 얼추 끝나가는 것 같더군요.”

준이 전체 펠로우쉽을 향해 내리는 메시지는 이들에게도 들려오고 있었고, 자세한 사정은 오프리 윈스턴이라는 헌터가 올리는 실시간 영상과 사진들을 통해 확인하고 있었다.

“최신 뉴스가 어떤 건가?”

“직접 확인해도 되잖습니까?”

“늙으면 기계를 조작하는 일이 힘들어져.”

“나하라에서 조리사들 훈련시키는 것 보니까 아직 백년은 더 살겠더구만 무슨...”

마스터, 아이작 패튼의 나이는 현재 58세였다. 22세기의 평균연령은 100세가 넘었고, 별다른 사고가 없다면 아직 60년은 더 살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 50대 후반은 요즘시대에 중년의 초입이라고 불러도 될 나이였다. 거기다가 마스터는 펠로우쉽을 통해 5레벨까지 찍은 상태였다. 20대 초반보다도 더욱 왕성한 정력을 자랑할 정도인 그가 늙은이인척 하는 것은 엄살치고도 아주 지독한 엄살이었다.

“그나저나 이번 일이 끝나면 준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그야... 좋게 끝난다면 아마 특사로 나가지 않을까요? 밴디트들의 발호에서 알카트뢰즈를 지킨 영웅, 준 알스버그. 벌써부터 머리에 딱 표제가 떠오르는 것이 높은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지 않습니까?”

“그것도 수형자 출신의 헌터가 이룬 업적이니 홍보하기 딱 좋은 대상이로군.”

“잘만 이용해 먹으면 돈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쯧. 머릿속에 돈 생각밖에 없는 건가?”

“직업이잖습니까.”

“그나저나 자네는 그를 따라가겠지?”

“그러겠지요. 제 사업이라는 게 델타폰 없이는 성립이 안되는 거니까요. 비록 준이 좀 싸가지가 없지만 나쁜 녀석은 아니잖아요. 은근히 호구같은 면도 있고. 제가 그 덕분에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아십니까?”

“돈이야 먹고 살만큼만 있으면 되지.”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도인 같은 소리를...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겁니다.”

“그거야 자네 생각이고. 그렇게 돈을 쌓아둬서 뭐하려고 그러나.”

“그야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죠.”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멀리 하얗게 반짝이는 작은 점이 눈에 보였다. 플랫폼의 크기가 워낙 크다보니 대낮에도 보일 정도였다.

“그러고보니 저기 가족이 있던가?”

“네. 딸만 둘 있습니다. 제 엄마와 같이 살고 있죠.”

“흠. 안됐군.”

“뭡니까. 그 반응은?”

“아니. 이런 세상에 딸을 키우기 어렵다는 뜻이었네. 별다른 의미는 없어.”

마스터는 옅은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 미소에 밥이 인상을 구겼다.

“저에게 딸이 있다는 게 그렇게 웃긴 일입니까? 왜요? 아주 대 폭소라도 하시지 그러십니까?”

“이런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군.”

“쳇. 제 딸들은 아주 미인입니다. 정말 다행히도 저를 하나도 닮지 않았거든요.”

“유전자는 못속이는 법이지. 지금이야 그렇지만 마의 16세를 넘기는 순간... 흠흠. 아무것도 아니네.”

마스터는 밥의 눈초리가 점점 매서워지는 것을 느끼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밥이 툴툴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마스터는 어쩔 생각입니까? 어차피 여기에는 볼일도 없잖습니까?”

“그렇지. 그 아이와 헤어지는 것도 영 마음이 내키지 않고.”

마스터는 시미와 꽤나 정이 든 사이였다. 처음에야 요리재료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가끔 주방에 들린 그녀의 씻은 물을 받아가면서 제법 대화도 나눈 사이였다.

“한 번 정을 들인 사람 곁을 떠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그녀석은 참 운이 좋아. 하긴 그 운이라는 것도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것은 아니려나.”

마스터는 준의 약간은 날카로워 보이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 얼굴에는 수없이 많은 고초를 겪은 듯한 흔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표정은 항상 밝았다. 그것이 신기해 막스는 처음부터 그에게 약간의 관심을 두고 있었다.

“사람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려 들면서도 때로는 지나치게 누군가에게 의존하기도 하고, 앞에선 의심했다가도 뒤돌아서서는 철썩같이 믿어버리지. 어리숙하다는 말이 참 잘어울리는 녀석이야.”

“호구라니까요. 그녀석은. 펠로우쉽만 아니었으면 뒤통수 여러번 맞고 다녔을 성격이라고요.”

“어쩌면 그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일 수도 있겠지.”

마스터의 판단은 꽤나 정확했다.

“하지만 그 점이 사람을 안심하게 만들지.”

“그렇죠. 그 녀석은 절대로 내 뒤통수를 때리지 않을 것 같다는 믿음 같은 게 생기더라구요. 그러다보니 벗겨먹자는 생각보다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니까요.”

밥은 처음 준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수없이 많은 범죄자들을 지켜봐온 그의 눈에 준은 새파란 애송이나 다를바 없었다. 상점에서 그를 처음 보았을 때 그는 준이 오래버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바로 돌아와 자신과 흥정을 시작했을 때, 그는 의외로 준이 속이 단단한 녀석이라는 생각을 했다. 약해 보이는 겉과 달리 그의 정신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는 이런 황무지에서도 마치 자신의 고향인 것 마냥 적응해버리는 것만해도 그러했다.

준의 입장에서야, 새크리파이스에서의 생활보다 훨씬 나았기 때문에 그랬던 거지만 밥이 보기에는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가 돌아오면, 해야 할 일이 많겠어.”

“제 딸들에게 소개시켜 줄까 생각중입니다.”

“아서게나. 미스틸테인 양보다 더 예쁘다면 모를까.”

“뭐, 안될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눈에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씌었군. 그렇게 자랑하는 딸들 얼굴이나 좀 보지. 사진정도는 가지고 있겠지?”

“마침 집에 놓고 왔네요. 안타깝게도.”

“델타폰에 있을텐데?”

“없습니다.”

밥은 단호하게 자신의 들고 있던 델타폰을 꺼내어 화면을 열어보였다. 헌데 그 순간에 속보로 오프리 윈스턴의 새 글이 올라왔다.

“음?”

밥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낌새가 이상함을 느낀 마스터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가?”

“궤도왕복선이... 플랫폼을 향해 쏘아졌다고 하네요.”

“밴디트들이 타고 있는 건가? 몇 대나 출발한 거지?”

“다행히 단 한 대라네요. 별일은 없겠죠?”

“한 대라면 그 안에 뭐가 타고 있던지 상관없겠지. 헌데 준이 결국 막지 못한 건가...?”

“그게...”

막스는 자신이 보고 있던 델타폰을 뒤집어 마스터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짧은 클립형태의 동영상이 있었다. 다름아닌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는 준의 모습을 멀리서 찍은 장면이었다.

“CG는 아니겠지?”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는 장면이다 보니 마스터의 입에서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 뿐만 아니었다. 그 글이 올라온 델타포럼에는 실시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리플을 달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현재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하나 섞여 있었다.

“이게 뭐지...?”

델타포럼에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그것은 지금까지 올라왔던 글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다름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는 영상을 그대로 링크시켜 둔 것이다.

그것은 현재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전투상황을 찍은 것이 아니라, 컴컴한 우주공간을 찍고 있었다. 그 영상은 주기적으로 다른 장면으로 전환되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커다란 화물선의 모습이었다. 겉면에 큼지막하게 ICARUS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 우주선은 알카트뢰즈를 배경을 빠르게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초후, 두 번째 영상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대기권을 뚫고 상승하고 있는 궤도왕복선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두 개의 영상이 번갈아가면서 계속해서 전송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대체 뭔가 싶었다. 밑에 달리는 댓글들도 마찬가지였다.

-저거 궤도왕복선 아까 발사된 거 같은데? 그걸 중계해 주는 건가?

-저 각도면 플랫폼에서 찍는거라고 봐야겠지? 어차피 지상에서는 위성을 조작할 수 없잖아.

-그럼 저 화물선은 뭐임? 왜 저기 같이 찍혀 있는 거임?-나도 모름. 내 마음대로 상상해보자면 저 궤도왕복선과 저 화물선이 서로 부딪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게 무슨 고속도로라도 되는 줄 아냐? 궤도라고는 해도 그 범위가 얼마나 넓은데 우주선 두 개가 부딪힌다는 거야?

-그건 그렇긴 한데... 아니 그럼 뭐하러 저 두 대를 같이 연결해서 찍고 있는거야?

-글쓴놈 설명 좀 해라.

현재 많은 사람들은 지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외도와의 전투 영상을 보기 위해서 많이 몰려가 있는 상태였다. 때문에 현재 이 게시글에는 생각보다 그리 많은 사람들이 머무르고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글쓴이로 보이는 이가 댓글을 달았다.

-저는 제임스 맥어보이라고 합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알카트뢰즤 관리소장인 클라이드 버냉키의 수석비서관입니다. 지금은 짤렸지만... 어쨌든 이 영상은 현재 플랫폼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궤도왕복선을 찍은 것입니다. 추정컨대 저 왕복선에는 전술핵 수준의 파괴력을 낼 수 있는 폭발물이 실려있습니다.

“뭐라고?”

밥은 목덜미를 스쳐가는 오한에 몸을 떨었다. 플랫폼에는 가족들이 있다. 이 글이 사실이라면 그의 가족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려있는 셈이었다.

그는 그 글이 거짓말이길 바랬다. 그런 생각을 한 것이 그 뿐만은 아니었는지 그 밑에는 믿을 수 없다, 말도 안되는 낚시 하지 마라라는 댓글들이 실시간으로 달렸다. 제임스는 일일이 그런 댓글들에 반응하지 않고, 자신이 할말만을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이카루스호가 저 궤도왕복선의 앞을 가로막을 겁니다. 큰 실수가 없다면, 아마도 궤도왕복선은 저 화물선과 함께 폭발할 것입니다.

-아까 멋대로 상상한놈 나와. 형이 사과한다. 개새끼 존나 명석한 새끼.

-그럼 어쨌든 문제는 없는 거네?

-이거 팝콘튀겨놓고 구경만 하면 되는 건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의 댓글러시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곧 벌어질 우주쇼를 기대하며 글타래에 몰려들었다. 하지만 곧 제임스가 올린 글에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어야 했다.

============================ 작품 후기 ============================

다음 편은 두어시간 후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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