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94화 (194/540)

0194 ----------------------------------------------

파멸

*

*

*

막스는 야쿠츠 소장이 영 대하기 불편했다. 직급으로나 뭘로 보나 자신은 상대도 되지 않을 만큼 까마득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펠로우쉽의 총대장으로 지휘를 맡게 되어 같은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말투가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의외로 야쿠츠 소장은 말투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느낌이었다. 이미 펠로우쉽을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리더라고 여겨지는 막스에 대해서도 같은 급으로 존중을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 비하면 한결 나아진 태도였다.

“전차전은 무리없이 승리할 수 있겠군.”

거대한 창을 투척하는 이브시리즈를 펠로우쉽의 D2전차가 무력화 시키고 나자, 불릿타임의 전차들도 여유가 생기며 조금씩 적을 압박했다. 거기다가 이브시리즈를 잡고 돌아온 D2전차들이 후방에서 약하나마 화력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반응장갑을 탑재한 T-303 팬저제네럴이라고 해도 후방 장갑에는 취약한 부분이 있었다. D2전차가 뒤에서 포격을 하자 보통이라면 도탄되거나 경미한 피해로 그칠 공격들도 조금씩 충격을 누적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저기 저 괴물들이오. 저걸 뚫고 지나가야만 준에게 도달할 수 있소.”

막스가 입을 열자 야쿠츠 소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연이은 궤도폭격의 충격으로 밀려난 변이외도들이 준에게 접근하지 못하자 고개를 돌려 연합군쪽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골렘 4마리와 검둥이였다. 하지만 서른에 가까운 변이외도를 상대로 골렘들과 검둥이는 제대로 된 공격은 하지 못하고, 연합군쪽으로 오지 못하도록 시간만 끌고 있는 상황이었다.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전격전으로 몰아쳐야겠군.”

“같은 의견이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빠르게 명령이 하달되었다. 선봉은 펠로우쉽이 맡고 그 뒤를 불릿타임이 보조하는 식으로 전개하기로 결정이 되었고, 막스의 신호에 따라 일거에 몰아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니들건을 손에 쥐고 빗발치는 총탄을 맞아가며 돌진하는 펠로우쉽 부대의 위용에 밴디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반격을 가했다. 그 와중에 상당수의 병사들이 체력을 소진하고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그 희생을 바탕으로 다수의 병사들이 밴디트를 완벽하게 포위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보통이라면 여기에서 전투를 끝내는 것이 정상이지만, 밴디트들은 마지막 하나가 죽을때까지 항복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포로로 잡혀봐야 그들에게 남은 것은 죽음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타앙!

마지막 하나 남은 밴디트가 자신의 턱밑에 총구를 들이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으로 밴디트들은 완전히 소탕되었다.

와아아!

완벽한 승리였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직 적 외도가 남아있었고, 무엇보다도 시어도어 대령이 왕복선을 출발시키기 직전이었다.

연합군은 쉴틈도 없이 골렘들과 검둥이가 버티고 있는 변이외도들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와아아!

준이 있는 곳에서도 연합군의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고개를 돌리는 대신 시어도어 대령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제 다 끝났다. 연합군이 승리한 이상, 외도들도 얼마버티지 못할 거다. 그만 포기하는 게 어때?”

“이해를 못하는 군.”

“무슨 소리지?”

준은 알 수 없는 시어도어 대령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현재 왕복선에 타고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모든 변이외도들은 뒤에서 골렘과 검둥이를 상대하고 있었고, 원흉인 시어도어 대령은 자신이 붙잡아 두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플랫폼에서 착륙장을 열어주지 않는 이상 제대로 진입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준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

헌데 시어도어 대령은 전혀 낙담하거나 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아니 이미 모든 것을 초탈한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었다.

“슬슬 끝난 건가?”

시어도어 대령은 고개를 들어 하얀 점처럼 보이는 플랫폼을 쳐다보았다. 한참동안이나 궤도폭격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사용할 수 있는 텅스텐 탄자를 모두 소모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되게나. 마지막이 될테니.”

대령은 넓게 펼쳤던 실드를 모두 거두고는 등을 돌렸다. 준이 재빨리 니들건을 쏘았지만, 더이상 그의 몸에 상처를 입힐 수는 없었다.

“젠장!”

준은 니들리스 스패너를 꺼내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믿을 것은 오로지 육체적인 힘 뿐. 준은 마지막 남은 스탯을 모두 근력에 투자했다.

-근력이 40을 넘었습니다. 특수기술 ‘초월’이 개방됩니다. ‘염동력’이 보다 강화됩니다.

초월(초급) : 사용자는 초월적인 힘을 얻어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습니다. 사용자의 육체가 더욱 강인해 집니다. 체력과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염동력’의 힘이 강화됩니다.(숙련도 0%)

“좋아.”

준은 염동력을 이용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니들리스 스패너를 모두 들어올렸다. 염동력은 마나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도 사용가능했다.

수십개의 니들리스 스패너가 뒤돌아선 시어도어 대령을 향해 날아들었다.

티티티팅!

모든 공격이 시어도어 대령의 실드에 막혀 튕겨나갔다. 마나가 실리지 않은 공격으로는 녀석의 몸에 자그마한 흠집조차 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을 감행하며 녀석의 머리위로 뛰어올랐다.

“시미! 음파공격을!”

“아이참. 그런 건 미리미리 말하라고욧.”

시미는 투덜거리며 준의 앞주머니에서 빠져나와 그대로 성체화 했다. 그리고 준과 함께 시어도어 대령을 향해 쇄도하며 그녀는 큰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아!”

콰라라라!

시미의 음파공격에 대기가 물결치며 시어도어 대령을 향해 폭사되었다. 시어도어 대령은 그제서야 몸을 틀며 고개를 들었다. 음파의 물결이 시어도어 대령을 덮쳤고, 육각형으로 펼쳐진 실드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벗겨나갔다.

“좋아! 먹힌다!”

초록색 외도인 시미의 음파공격이 파란색 외도인 시어도어 대령의 실드를 무력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준은 초월 스킬을 발동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준의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근육으로 뒤덮인 몸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거의 2미터 가까이 자란 준은 자신의 변화를 느끼며 허공에서 강하게 발을 굴렀다.

콰직!

염동력을 이용해 만든 발판을 강하게 박차며 준은 니들리스 스패너를 강하게 휘둘렀다. 온몸의 근육이 꿈틀거리며 반응했고 힘 스탯 57이라는, 지금껏 어떤 인류도 가진적없는 어마어마한 힘이 실린 공격이 시어도어 대령의 미간에 직격했다.

쩌엉!

대기가 멈추고, 시간이 멈추었다. 한 사람은 허공에, 한사람은 대지에 발을 딛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여전히 허공에 발을 딛고 있던 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겨우 닿은건가...?”

쩌적!

말과 함께 시어도어 대령의 실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시어도어 대령은 무거운 얼굴로 조용히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쨍그랑!

털썩.

이윽고 시어도어 대령의 실드가 사라지고, 준은 바닥에 착지했다. 시어도어 대령의 이마에서 한줄기 핏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는 공허한 눈빛으로 준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전히 귀찮은 녀석이군.”

쿠웅!

그의 커다란 몸이 쓰러지자, 준도 그 자리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거의 2미터에 이를 정도로 거대해졌던 준의 몸이 바람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하하... 결국 쓰러뜨린 건가.”

준은 자신이 해놓고서도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적은 완전한 상태의 파란색 외도였다. 그런 적을 비록 시미가 도왔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쓰러뜨린 것이다.

“연이은 궤도폭격에 실드가 많이 약화되어 있었던 건가...”

그저 희박한 확률이었을 뿐이다. 백여미터나 되는 넓이에 강력한 항력장을 펼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했을 것이고, 이미 수차례 궤도폭격을 막아낸 시어도어 대령이 약해져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 희박한 확률이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그것이 보기 좋게 성공한 것이다.

“어쨌든 끝났군.”

“준? 저거 아직 남았는데요?”

시미가 다가와 여전히 불꽃을 뿜어대고 있는 궤도왕복선을 가리켰다. 준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아. 관계없어. 어차피 사람이 타고 있지도 않고. 궤도에 올랐다가 그냥 우주미아가 될 뿐이겠지.”

“그런가요...?”

“애초에 허가도 받지 않은 왕복선이 플랫폼에 착륙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말을 하고 나니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시어도어 대령이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있을리가 없었다.

허면 대체 왜 대령은 왕복선을 궤도로 쏘아보내기 위해서 이토록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인가? 아무도 타고 있지 않은 빈 왕복선이 그렇게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

준은 불현듯 드는 불길한 예감에 시어도어 대령을 향해 다가갔다. 그는 아직 숨이 붙어 있었는지, 눈을 뜬 채로 왕복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 인거지?”

“...이미 말하지 않았나? 모든 것은 끝났다고.”

“그러니까 대체 무슨...”

콰아아아아!

그 순간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왕복선이 엄청난 불길을 내뿜으며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기 대체 누가 타고 있는거야!”

준은 시어도어 대령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그의 얼굴에 대고 외쳤다. 대령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아무도?”

“그래... 이대로 끝인거다.”

시어도어 대령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의 동공은 치솟아 오르는 궤도왕복선에 고정되어 있었다.

탁탁탁!

루나와 제임스는 빠른 속도로 플랫폼의 통로를 달리고 있었다. 제임스가 숨을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미스틸테인 양! 대체 무슨 일인지 설명이라도 해주십시오!”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제 생각이 맞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요!”

“대충이라도 무슨일이 일어날 것인지 알면 제가 도울 방법이 있을 겁니다.”

“미안해요. 나중에 설명할게요. 그보다 이쪽 길이 맞는 거겠죠?”

“네. 헌데 현재 착륙장이 잠겨있어서 수송기를 구한다고 해도 바깥으로 나가지는 못할겁니다.”

“일단 거기까지 가죠.”

“헉. 헉. 네. 알겠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믿어보죠.”

제임스는 거의 숨이 넘어갈 것 같았지만 필사적으로 그녀와 함께 달렸다. 그녀가 이토록 급하게 움직이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착륙장에 도착하고, 거기에는 마침 플랫폼에 들어와 있던 화물선 한대가 정박해 있었다. 전장 60미터 정도 크기의 핸디사이즈 화물선이었다.

“다행이네요. 저거라면 충분할 것 같아요.”

“허억. 허억. 허억. 대,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제임스는 바닥에 거의 주저앉은 상태로 숨을 몰아쉬었다. 거의 3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쉬지도 않고 뛰어온 상황이었다.

휙!

루나는 입고 있던 하얀색 가운을 벗어던지고는 팔을 걷었다.

“잘 들어요. 제임스가 할일은 당장 착륙장의 문을 여는 거에요. 그동안 제가 저 함선을 움직일 게요.”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여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남은 왕복선은 단 한기에요. 시어도어 대령은 아마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걸 이 플랫폼까지 날리려고 할 거에요.”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어차피 착륙장에는 들어오지도 못하고 궤도를 떠돌다가 사라질 겁니다. 그가 설령 외도라고 한들, 인간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이상 우주공간에서 플랫폼으로 침투해 들어올 수는 없어요.”

“만약에, 만약에 말이에요.”

루나가 가볍게 침을 삼키고 말을 이었다.

“애초에 플랫폼에 들어올 생각이 아니었다면요?”

“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럴거면 왜 왕복선을 날리... 설마. 왕복선을 플랫폼에 충돌시킬 셈이라는 겁니까?”

“네. 억측이라고 해도 좋아요. 하지만 지금까지 시어도어 대령이 보인 행동으로 봐선 단순히 플랫폼을 장악하려고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설령 그렇다고 해도 궤도왕복선 정도의 크기로 플랫폼에는 별다른 타격을 입힐 수 없습니다. 한 십여 기 정도가 동시에 들이 받는다면 모를까요. 그 경우에도 궤도에 이상은 생기겠지만 금방 수복할 수 있을 정도의 문제만 일으키고 말겁니다.”

“아니... 한기면 충분해요.”

루나는 착륙장의 머리위, 거대한 유리창 바깥의 알카트뢰즈 행성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 안에 결정체 폭탄이 가득 실려있다면 말이죠.”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다섯시에 올라갑니다.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겠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