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93화 (19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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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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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폭격의 여파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는 준과 시어도어 대령만이 남아있었다. 준을 쫓던 외도들은 충격파에 밀려 한참이나 뒤로 떠밀려나 있었고, 일부는 끓어오르는 대지위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어쨌든 알겠어. 이걸로 왕복선을 지킨 거로군.”

준은 인벤토리에서 니들건을 꺼내들었다. 마나가 없다고 해도 방아쇠를 당기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준은 니들건을 실드를 넓게 펼치느라 무방비 상태인 시어도어 대령에게 발사했다.

푸슛!

퍽.

니들건의 탄자가 시어도어 대령의 어깨에 틀어박혔다. 궤도폭격을 막을 정도의 실드를 펼친 당사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손쉽게 탄자가 그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으음...”

“실드 안쪽에서는 항력을 만들어 낼 수 없는건가?”

준은 연달아 니들건을 발사했다. 손가락 굵기의 대못들이 연달아 시어도어 대령의 몸에 틀어박혔다.

시어도어 대령은 공격이 명중할때마다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며 신음을 흘렸다. 마나가 실리지 않은 공격이라 그런지 치명상은 입히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준.”

“응? 왜?”

시미가 입을 열었다. 준이 의아해 하며 대답하자 그녀가 머리위를 가리켰다. 준이 무심코 고개를 들자, 하얀 빛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궤도폭격이었다.

콰아아앙!

“큭! 젠장! 이 자식들! 대체 몇발이나 날리는거야?”

준은 황급히 제임스에게 통신을 연결했다. 그러자 잠시의 신호음 끝에 딸깍하고 통화가 연결되었다.

[제임스. 궤도폭격을 중지해!]

[클라이드 소장님의 판단입니다. 제가 막을 수 없습니다.]

“젠장! 꼴이 우습게 됐군.”

준은 시어도어 대령을 향해 니들건을 겨눈 채 입을 열었다. 지금 시점에서 대령을 죽이게 되면 저 무자비한 궤도폭격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녀석들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대체 꿍꿍이가 뭐지? 인간들을 죽이는게 목적이라면 굳이 이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가능하잖아. 그게 아니라 알카트뢰즈의 지배권을 원한다면 이렇게 까지 플랫폼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고.”

“알카트뢰즈가 무엇을 위해 만들어 졌다고 생각하나?”

준의 질문에 시어도어 대령이 입을 열었다. 되돌아온 질문에 오히려 말문이 막힌 것은 준이었다.

“뭐냐니... 감옥이지. 헌터 범죄자를 가두는 곳.”

“이곳은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공간이다. 통신은 플랫폼을 통해서만 외부로 연결되고, 이곳으로 오는 수형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조차도 가족들이 없는 자들로만 이루어져있지. 예외라면 가족이 이곳까지 함께 이주해 오는 경우 정도랄까.”

“그건... 확실히 이상하군.”

지금까지 서로의 가족사에 대해서 그다지 묻지 않았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곳에 있는 누구도 가족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없었다. 알카트뢰즈에 유난히 밴디트들이 많이 생기는 것도 어쩌면 이곳을 빠져나가더라도 자신을 맞아줄 가족들이 없기 때문인 것일 수도 있었다.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거지?”

“비밀스러운 공간, 무연고의 헌터들, 그리고 통신이 완벽히 차단된 환경. 이것들을 조성한 이유는 단순하지. 알카트뢰즈는 감옥을 빙자한 거대한 실험실이니까.”

“이제와서 그런 식상한 이야기 하지 않아도 대충은 알고 있어. 미래연구소가 이런 곳에 지어진 이유가 그것때문이겠지. 사람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해도 아무도 모르니까.”

“준 알스버그. 제군은 아무것도 모른다.”

“뭘 알려나 주고 그런 소릴 하던가.”

준의 말에 시어도어 대령이 뺨을 실룩거렸다. 조금이지만 그의 포커페이스가 흔들리는 것을 본 준은 다시한번 니들건을 고쳐쥐고 위협을 가했다.

“확실하게 말하지만, 이 거지같은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여기서 네놈을 죽여줄테니까 이제 그만 두라고.”

“우리는 아주 장기간 동안 연구를 행했다. 네가 본 것은 그중 아주 일부에 불과하지. 한가지 질문을 해볼까? 과연 던전이 알카트뢰즈에서만 생성되는 것이 우연일까?”

“던전이 우연히 발생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다. 최소 주황색 이상의 외도들이 잠자고 있는 던전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새로운 결정체 생산기지를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니까.

“그래. 우리는 그것을 웜홀발생기라고 불렀지. 결정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특이외도가 필요하고, 전 우주를 뒤져서 찾는 것보다는 직접 만들어 내는 쪽이 편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가져온 결과는 참혹했다.”

“던전핵 때문인가?”

“그래. 그로 인해 수없이 많은 연구원들과 군인들이 목숨을 잃었지. 나는 실험의 중지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우리 중에 일부는 그것을 가지고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다. 네가 본 미래연구소의 칼 레이건이라는 자도 그런 자였다.”

“그자 역시도 던전핵에 오염되었지.”

“그것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이었지만... 뭐, 그때는 나도 이미 던전핵에 몸을 빼앗긴 다음이었으니 뭐라고 할 수도 없었지.”

“의외로군. 외도가 된 인간은 보통 이성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데 말이지.”

준이 지금까지 만난 거의 모든 던전핵의 보유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기 어려워했다. 극단적인 욕망에 기반한 행동을 하거나,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정서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시어도어 대령은 침착한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푸른색 오라만 아니라면 그가 외도라는 사실조차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지. 외도화 되면서 감정이 상당히 거세되었으니까. 그 덕에 다른이들에 비해 비교적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이코패스가 되었다는 걸 이렇게 장황스럽게 이야기 하는 이유가 뭐지?”

“나는 이 연구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힘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자칫 잘못하면 세 번째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어.”

쿠웅!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와중에 다시한번 궤도폭격이 내리꽂혔다. 이번에는 시어도어 대령의 머리위가 아니라 이 곳에서 1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었다. 궤도와 거리가 있다보니 아주 약간의 오차만으로 이정도의 차이가 나버렸다.

드드드-

땅이 흔들리며 두 사람의 목소리도 그 속에 파묻혔다. 지진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궤도폭격이 이루어진다면 정말로 지각이 영향을 받아 대지진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세 번째 재앙이라고?”

“첫 외도의 출현과, 첫 특이외도의 출현. 그때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겠지. 그때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한 놈들을 짧은 시간에 양산해 낼 수 있게 된다. 네가 보았을 ‘이브’시리즈도 그 연구의 일환이었지. 만일 그런 녀석들이 계속해서 생산된다면 그 여파로 인해 최소한 수억명, 많게는 수십억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시어도어 대령의 말은 너무 거창한 이야기여서 마치 허무맹랑하게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직접 외도들을 상대해본 준은 그의 말이 실현 가능한 이야기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당장 눈앞의 시어도어 대령만 해도 파란색 외도였다. 다만 육체적으로 강력한 것이 아니라, 실드를 펼치는 능력을 지닌 정도라 위험성이 떨어질 뿐이었다. 만약 ‘무한의 뱀’ 우로보로스 같은 존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면 현재 인류의 능력으로는 놈들을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말했듯이. 이 알카트뢰즈는 극단적으로 폐쇄적인 공간이다. 모든 것은 이곳에서 시작해서 이곳에서 끝난다. 심지어 연구결과 조차도 외부로 반출되지 않을 정도지. 어쩌면 그중 일부는 새어나갔을 수도 있겠지만, 확신하건대 대부분의 연구자료는 이곳에 존재한다.”

“설마...”

“이곳이 사라진다면. 그 모든게 사라지겠지.”

콰아아아---

그 순간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궤도왕복선의 꽁무니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준은 그 강렬한 화염에 순간 기겁했지만 대부분의 화염은 준의 곁에 오기전에 모두 사라지고 있었다.

실드는 왕복선의 바깥에 쳐져있었기 때문에 실드로 인한 효과는 아니었다.

“너냐?”

준은 자신의 몸 주위를 둥둥 떠나니고 있는 물방울 들을 보며 고개를 숙여 시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극히 보기 힘든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저 강렬한 열기를 오로지 물속성이라는 패시브 만으로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가끔 잊어버리긴 하지만 이 녀석도 초록색 외도였지.’

결정도가 1만이 넘는 초록색 외도의 힘은, 저 거대한 왕복선의 불꽃마저도 막아낼 정도였다.

준은 내심 고마움을 느끼며 다시한번 시어도어 대령을 향해 입을 열었다. 준은 이제 어느정도 대령의 속셈을 파악할 수 있었다.

“플랫폼을 장악해서 궤도폭격을 할 셈이로군.”

“멋대로 생각하게. 설명은 이만하면 충분한 셈이니.”

준은 이를 악물었다. 어쩌면 그가 이렇게 길게 설명한 것도, 저 왕복선이 점화를 할 시간을 벌기위해서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준은 큰 소리로 외쳤다.

“시간만 충분이 들이면 얼마든지 연구소들과 자료들을 찾아 낼 수 있어! 던전핵의 보유자들도 모두 제거할 수 있다고! 네가 원하는 것이 진정 이런 실험을 그만두게 하려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이 있단 말이다!”

준은 귀를 찢을 듯한 소리와 함께 불을 토해내는 왕복선을 곁눈질로 흘겨보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그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지만, 대령은 용케 알아듣고는 입을 열었다.

“그런 효율 나쁜 이야기에는 그다지 동의하기 힘들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따다당-

궤도폭격이 이루어지는 와중에서도 밴디트와 연합군의 전투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중간중간 땅이 거세게 흔들리며 충격파가 일때마다 전투가 멈추기는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서로의 무기를 겨누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양측의 숫자는 연합군 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이었다. 불릿타임 7천에 펠로쉽 1천의 연합군과, 시어도어 대령의 부하들이었던 전 1연대 소속군과 밴디트가 합쳐진 북부군의 수는 채 3천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준이 전차로 밀고 들어가면서 상당수를 깔아뭉개다 보니 도망친 녀석들도 제법 있었다.

그러다보니 전황 자체는 치열했지만, 분위기는 거의 소탕전 정도로 느껴지고 있었다. 어디선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던 변이외도들의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외도들이 시어도어 대령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걸로 얼추 마무리 되려는 모양이군.”

야쿠츠 소장은 전황이 마음에 드는지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띄고 있었다.

“아직 끝난게 아니오. 궤도폭격이 계속 이어지는데다가, 시어도어 대령이 왕복선을 타고 플랫폼으로 가버린다면 이런 국지적은 승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소.”

막스가 입을 열었다. 명색이 총대장이다 보니 그는 일단 뒤로 물러서 야쿠츠 소장과 함께 전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흠. 그자에게서 소식은 없나? 상황파악이 안되니 이쪽에서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야쿠츠 소장은 더 이상 준과 펠로우쉽 군단을 무시하지 못했다. 적어도 지금까지 보여준 실력만으로도 단 1천의 펠로우쉽 부대가 7천의 군부대를 압도할 만큼의 화력을 뽑아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일반 병사들이 총탄을 무수하게 퍼부어 겨우 한 명을 죽인다면, 펠로우쉽 부대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조준사격을 해서 놈들을 정확하게 쓰러뜨렸다.

총탄에 직격해도 죽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위였지만, 사정을 잘 모르는 야쿠츠 소장이 보기에 펠로우쉽 부대의 용기가 대단해 보일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많이 늦었네요. 투척하고 도망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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