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91화 (19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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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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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세워봐!”

“네.”

키이잉-

준의 명령에 시미가 전차를 세웠다. 준은 가만히 왕복선들이 고개를 쳐드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지금 눈에 보이는 왕복선을 모두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레일건을 쏘는 것도 앞으로 두 발 정도가 한계였고, 그것을 사용하고 나면 남은 마나가 없어 시어도어 대령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대흉근과 골렘 형제들 만으로 과연 그를 상대할 수 있을까?

현시점에서 그 자의 능력을 알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더욱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은 고개를 들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가 많지 않았다. 저들을 플랫폼으로 올려보내지 않고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궤도폭격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을까?’

알카트뢰즈의 지반이 과연 궤도폭격을 버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가 아니라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약 그것이 지반에 문제를 일으켜 대지진을 일으키게 되면 오스트로스를 중심으로 엄청난 파급효과가 일어날 것이다. 아직 수도에서 대피하지 못한 이들도 많았고, 이 자리에 있는 불릿타임과 펠로우쉽의 병사들에게도 위험할 수 있었다.

준은 순간적으로 계산을 끝냈다.

“운이 좋기를 바라는 수밖에.”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저들을 막아야 했다.

준은 델타폰을 들어 제임스의 번호를 찍었다. 짧은 신호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준 알스버그?]

[그래. 나다.]

[지금 상황에서 내게 전화를 한다는 건... 결국 그걸 하자는 건가?]

[방법이 없어. 놈들의 움직임이 너무 빠르다.]

[알았다. 이미 허가는 되어 있으니 곧바로 시행하지.]

뚝.

제임스는 추가로 묻거나 하지 않았다. 이런 시급을 다투는 일에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이 더 정확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준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천리안을 통해 시야를 확장시키자, 플랫폼에서 무언가가 분리되는 듯한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볼 수 있었다.

-전원 곧 있을 충격에 대비해 몸을 낮추도록.

준이 전체 메시지를 보내자 한창 밴디트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던 이들은 싸움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고, 영문을 모르는 불릿타임들도 그런 펠로우쉽의 움직임에 맞추어 전투를 중지했다.

그리고 다음순간 하늘에서 한줄기 빛이 내려오더니 그대로 땅으로 내리꽂혔다.

드드드드드-

바닥에 내리꽂힌 텅스텐바는 순식간에 수십미터의 크레이터를 만들며 사방으로 충격파를 날렸다. 허공으로 치솟아 오른 흙과 바위들이 하늘을 자욱하게 뒤덮었고, 사위가 순식간에 어둠으로 가득찼다.

수킬로미터 밖에서도 느껴지는 땅의 흔들림에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자들도 부지기수. 반경 수킬로미터 정도로 여겨지는 충격파의 범위 안 쪽에서는 멀쩡한 건물들이 하나도 없었고, 두 발을 딛고 서있는 인간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 엄청난 파괴의 현장에서, D2전차는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

“후우.”

준은 해치를 열자마자 쏟아지는 먼지와 흙더미에 기겁하며 재빨리 뚜껑을 닫았다. EX필드로 보호받고 있는 D2전차의 경우 충격파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몇 번을 구르는 바람에 여기저기 타격을 받긴 했지만 다행히도 뒤집어지지 않은 덕에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다.

“앞이 안보이니 정확한 위치를 가늠할 수가 없네.”

준은 루나가 띄워준 맵에 의존하여 방향을 잡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의 길을 막고 있던 건물들이 죄다 무너져 내려 걸리적거리는 것들이 없다는 점이었다.

준은 펠로우쉽의 체력창을 보았다. 다행히 폭발의 반경안에 있던 이들이 없었던 탓인지 사망한자는 없었다. 준과 가장 가깝던 검둥이와 골렘들도 체력의 약 30퍼센트 정도만 날아갔을 뿐 생명에는 이상이 없는 정도였다.

준은 검둥이와 골렘들에게 일단 자신의 위치를 찍어주며 계속해서 따라오라고 명한 후, 시어도어 대령이 있을거라 예상되는 지역으로 계속 전진했다.

그렇게 약 10여분 쯤 달리자 드디어 흐릿했던 시야가 어느정도 트여지고 발사대의 상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준의 눈앞에, 거대한 첨탑처럼 굳게 서 있는 한 기의 궤도왕복선이 들어왔다.

플랫폼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궤도폭격이 행해지고 왕복선들이 파괴된 것을 확인 했을때는 잠시나마 환호성도 터졌다. 하지만 여전히 건재한 한 기의 왕복선에 사람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위성이 송출해주는 영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버티고 있는거지?”

클라이드 소장이 입을 열었다. 궤도폭격의 위력은 좁은 지역에 한정해서 전술핵 수준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항력으로 모든 에너지를 되튕겨내는 외도라면 모를까, 순전히 금속으로 만들어진 궤도왕복선이 멀쩡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앞에는 굳건히 서있는 왕복선 한 대가 여전히 플랫폼을 향해 조준되어 있었다.

그나마 한 대라는 점이 다행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아직 완전히 안심할때가 아닌 것이다.

“저, 저놈들... 기어코 올라올 셈인가?”

클라이드 버냉키의 음성이 거칠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돌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통제실 전체가 떠나가라 큰 소리로 외쳤다.

“궤도폭격을 재차 실시해!”

“안됩니다! 하나 이상은 지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가 있습니다!”

그러자 통제실로 돌아와 있던 제임스가 황급히 그를 뜯어말렸다. 그는 착륙장의 입구를 확인하고 급히 통제실로 돌아오느라 아직 숨이 거칠어져 있는 상태였다.

“닥쳐! 이곳의 주인은 나다! 만약 저 놈들이 올라온다면 대체 어떻게 책임 질거지?”

“하지만 남은 것은 단 한기입니다. 게다가 착륙장의 입구도 완전히 닫아두었으니 진입은 불가능합니다.”

“확신할 수 있나?”

“네.”

“마치 자네가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듯 말하는 군.”

“그건...”

클라이드의 목소리가 차갑게 느껴졌다. 제임스는 그제서야 자신이 그의 뜻에 반해 항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클라이드가 자신의 뜻을 거역하는 일을 얼마나 싫어하는 지 잘알고 있는 그였기에 더욱 그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제임스. 넌 해고다. 당장 통제실에서 꺼져!”

“그, 그건... 어떻게 지금 상황에서.”

철컥.

클라이드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어 제임스의 이마에 겨누었다. 결국 제임스는 한숨을 쉬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쾅!

“젠장!”

제임스는 복도의 벽을 후려치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런 그의 뒤로 다가서는 사람이 있었다. 루나였다.

“저기... 괜찮나요?”

“그럴리가요. 아주 기분이 더럽습니다. 이번 일 때문에 지금까지 쌓아왔던 제 커리어가 박살났으니까요.”

하하, 하고 힘없는 웃음을 터뜨리는 제임스를 보며 루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에서 물어볼 말은 아닌 것 같지만, 현 상황에서 궤도폭격이 얼마나 위험한 건가요?”

“알카트뢰즈는 지반이 상당히 약합니다. 일반적인 행성에 비해서 지반아래에 비교적 얕은 위치에 마그마가 흐르고 있어요. 그 때문에 쉽게 대륙판이 움직이며 지진이나 화산등이 자주 일어납니다. 물론 대부분은 안전합니다만... 만약 판이 이동하며 지각의 아래쪽이 약해져 있는 곳에 궤도폭격이 이루어진다면...”

“지각이 갈라지면서 마그마가 뿜어져 나오겠군요.”

“그 뿐만 아닙니다. 지각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가서 충격을 주기 때문에 판 이동이 극단적으로 격렬해질 가능성도 있어요.”

“하지만 방금은 괜찮았잖아요. 이 지역은 비교적 안정적인 곳 아닐까요? 오스트로스가 이곳에 지어진 것도 비교적 지진이 없는 곳이라는 이유 때문인데.”

“그렇긴 합니다만... 네. 부디 아무일이 없길 바래야겠죠. 제 걱정이 기우이길요.”

“헌데 꽤 의외네요. 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저도 인간입니다. 비록 클라이드 소장 밑에서 많이 무감각해지긴 했지만, 저 아래 살고 있는 인간의 수만 10만이 넘어요. 그들이 대형 지진 아래에서 얼마나 살아남을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현재 플랫폼에 수송기가 몇 대나 남아있죠?”

“글쎄요...? 아마도 거의 없을 겁니다. 현재 남아있던 수송기는 준에게 넘겼고, 겨우 한두 대 쯤...? 설마 행성의 사람들을 구조할 생각입니까?”

“아니에요. 다만 이야기를 듣다보니 한 가지 불길한 생각이 들었을 뿐이에요.”

“그게 무슨...”

“자세한 이야기는 가면서 해요.”

준은 전차에서 내려 왕복선을 향해 다가갔다. 그것은 아직 점화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언제라도 발사 할 수 있는 상태로 꼿꼿히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 속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이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준은 본능적으로 그들이 던전핵의 소유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나하나 내뿜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지만, 개중에서도 독보적인 기운을 가진 이가 사람들의 뒤쪽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얼굴은 준도 익히 알고 있었다.

“시어도어 대령...”

“결국 여기까지 왔군.”

그는 늘 보던 무표정한 군인의 얼굴을 하고 준을 쳐다보았다. 그 얼굴은 묘하게 화석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왜 이런 짓을 벌인거지?”

“넌 이해할 수 없다.”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준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를 무엇보다도 분노케 만드는 것은, 시어도어 대령의 얼굴에서 그 어떤 욕망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해야 할 일을 할 뿐.”

“알카트뢰즈의 인간을 싸그리 죽여버리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그것이 외도로서의 너 자신에게는 충실한 목적이겠지.”

준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시어도어 대령은 분명히 던전핵의 보유자였다. 그의 몸에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은은한 푸른 색 오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건 과정에 불과한 일이다. 굳이 너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고 생각된다만.”

“웃기는 군. 대체 어떤 일을 벌이기에 십만이 넘는 사람들을 죽이겠다는 생각을 한 거지? 네가 벌이려는 그 대단한 일이 대체 무엇이기에 사람의 목숨을 그리 하찮게 여기냔 말이다!”

“하하하하!”

준의 말에 갑자기 시어도어 대령이 웃음을 터뜨렸다. 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 웃음에는 명백하게 비웃을 의도가 담겨 있었다.

“성인군자 같은 소리를 하는 군. 과연 제군은 그 명제에서 자유로운가? 제군은 그리도 인간의 목숨이 귀중해 그렇게 살인을 저질렀던가?”

“개소리마. 나는 이유가 있었어.”

“나 역시 그렇다. 제군에 비해 그 숫자가 다소 클 뿐이지. 말이 너무 많았군. 더 이상 날 귀찮게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스윽.

시어도어 대령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주변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변이를 시작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최소 노란색 이상의 외도였고, 초록색 외도도 여섯이나 섞여 있었다.

준이 홀로 상대하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숫자였다.

‘젠장... 수가 너무 많아.’

골렘들과 검둥이가 곧 도착할테지만, 그렇다 해도 적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얼추 서른에 가까운 녀석들이 모두 변이외도라는 사실은 시어도어 대령이 파란색 외도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랄 일도 아니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뵈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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