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90화 (19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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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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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놈들!”

클라이드 소장은 플랫폼 내 통제실에서 위성화면을 보며 책상을 내리쳤다. 어떻게든 놈들을 막으라고 상당한 금액을 지불했다. 불릿타임은 그렇다 치고 준 알스버그를 위시한 펠로우쉽이라는 단체들에게까지 엄청난 결정체를 쏟아부었다.

헌데 결국 수도의 방비가 뚫리고 발사대까지 놈들이 진입한 것이다. 만약에 놈들이 플랫폼까지 올라오게 되면 이곳에서 방어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애초에 플랫폼은 통제기관일뿐, 실질적인 무력은 모두 불릿타임에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왕복선이 출발하게 되면 이곳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리지?”“30분 정도입니다.”

제임스가 대답했다. 현재 플랫폼의 통제실 내부에는 중요관리자들과 몇몇 외부인사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알카트뢰즈 연구소 출신의 재원인 루나 미스틸테인도 있었다.

“일단 착륙장 입구를 모두 폐쇄해. 한 놈이라도 들어올 수 없게 하란 말이야.”

“이미 조치를 마쳤습니다. 한 놈도 플랫폼 안으로 들어올 수 없을 겁니다.”

제임스의 말에 클라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완전히 안심되지는 않는지 불안한 표정으로 책상을 반복적으로 두들겼다.

“감히 이곳까지 차지하려 들다니...”

클라이드 소장은 자신이 너무 사태를 만만하게 보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설령 오스트로스가 점령당한다 하더라도, 플랫폼을 자신의 통제하에 둔 이상 걱정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귀찮기는 하겠지만 결국 땅위에 있는 녀석들이 할 수 있는 행위라고는 한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헌데 그런 클라이드를 비웃기라도 하듯 놈들은 발사대를 점령하고 왕복선을 띄우려고 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플랫폼에는 이렇다할 무기체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기관총이나 미사일 따위 가지고 있어봐야 쓸데도 없었고, 전함이라도 나타나면 아무리 강력한 무기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었다. 애초에 플랫폼은 도로, 철도, 수도나 다름없는 사회기간망 중 하나였지 공격용이 아니었다. 세상에 무기를 구비해 놓은 공항이나 역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멋대로 들어오려는 외부함정들을 무작정 받아들여야만 하는 구조는 아니었다. 간단하게 착륙장의 해치를 닫아버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오갈데 없는 왕복선은 다시 지상으로 내려가거나, 아니면 궤도에서 하릴없이 떠있거나 하는 수밖에 없었다.

헌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왕복선을 발사시키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혹시 몰라 제임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당장 착륙장 해치 재확인하고, 내 권한 없이는 문을 열지 못하도록 설정하라고해.”

“알겠습니다. 당장 조치하겠습니다.”

제임스가 고개를 숙이고는 통신패널을 들어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클라이드 소장은 그것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소리를 질렀다.

“가서 네 입으로 직접 명령하란 말이다!”

“네. 그럼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제임스는 황망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는 재빨리 통제실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제임스가 사라지자, 통제실 안은 클라이드 소장의 신경질적인 소리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놈들! 대체 왜 내가 자리를 옮기기 전에 이런 짓을 벌이는 거야?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되잖아? 다음 소장이 왔을때라면 행성을 점령하든 폭파하든 아무 상관하지 않았을 텐데.”

클라이드 소장의 곁에서 사람들이 슬금슬금 물러섰다. 누구도 이런 상황에서 그의 투정을 받아주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보통이라면 상사의 눈에 들고 싶어하기 마련이었지만, 제임스가 어떻게 고생하는 지를 익히 보아왔던 사람들은 그런 시도조차도 하지 않는 것이다.

보다못한 루나가 입을 열었다.

“진정하세요. 아직 놈들이 출발한 것도 아니니까요.”

“네 년은 뭐야? 아 그 빌어먹을 어린놈의 여자로군? 대체 이 사태를 어떻게 책임 질 생각이지? 난 10만개의 결정체를 이번 일을 막기 위해 쏟아부었어. 헌데 그 펠로우쉽이라는 놈들은 대체 하는게 뭐야? 겨우 수도 하나를 막는 걸 못해서 이 사태까지 오게 만드는 건가?”

“...그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루나는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뱉으려는 자신을 가까스로 눌렀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 하기 때문에 그를 진정시킬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생각을 잠시라도 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녀는 그의 비서인 제임스가 새삼스럽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엉? 말해보라고! 놈들이 만약 플랫폼까지 쳐들어오면 어떻게 할거야? 네가 내 대신 총알이라도 맞아 줄건가?”

“소장님이 말한대로 놈들은 침입하지 못할 겁니다. 들어올 수 있는 방법도 없구요.”

“겨우 그런 말이나 하려고 여기 있는 건가? 뭐라도 수를 좀 내볼 생각은 없는건가?”

“일단은 지켜봐야지요. 뭔가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런 하나마나 한 말을 하려면 당장 여기서 꺼져!”

클라이드 소장의 분노를 온전히 뒤집어쓴 루라는 깜짝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뒤로물러섰다. 그가 예의바른 자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무례할 거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악물고 견뎠다. 여기서 나가게 되면 당장 위성에서 송출해주는 영상을 볼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던 그녀로서는 가만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왕복선 한 대의 꼬리에 불이 붙었습니다!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60....59....”

그때 통제실 오퍼레이터 한명이 큰소리로 외쳤다. 엉망진창으로 되어가던 통제실 내부의 분위기가 일순간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모두의 시선이 발사대에서 불을 뿜어내고 있는 궤도왕복선을 향하고 있었다.

콰아아아-

전차를 몰고 가던 준의 눈에도 멀리서 불을 뿜어내기 시작한 궤도왕복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쪽인가!”

얼추 2~3킬로미터는 되어보이는 거리였다. 발사대는 서로를 간섭하지 않기 위해 거리가 드문드문 떨어져 있었고, 시어도어 대령은 그중에서 3번 발사대에 있던 왕복선에 점화를 시작한 것이다. 양쪽에 커다란 연료통을 달고 있는 궤도왕복선은 가격도 저렴하고 얼마든지 재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도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여 현역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체였다.

연료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석유화합물도 저렴한 가격에 계속해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엔진효율이 더욱 높아진 현대에 와서는 더욱 많이 쓰이고 있었다.

투툭. 투툭. 툭.

점화하고 있는 연료통에서 하얀 부스러기들이 계속해서 떨어져 나갔다. 차가운 액체산소의 영향으로 인해 끼어있던 성에가 점화로 인한 열기에 녹고 있었던 것이다.

쿠르르-

준은 전차를 몰아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밴디트들을 무시하며 달렸다. 그 뒤로 검둥이와 펠로우쉽들이 니들건을 연사하며 뒤늦게 따라붙었다. 현대 그들은 발사대 안으로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최소 북부군의 숫자가 3천이 넘음을 생각해보면 비교적 소수인 펠로우쉽이 무턱대고 이렇게 적진 깊이 들어오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는 그런 전술적 판단을 할 여유가 없었다. 일단 왕복선의 이륙을 막아야 했다.

준은 어느정도 가까워졌다 싶자, 전차를 세웠다. 현재 왕복선과 준의 위치는 대력 2킬로미터. 만족할 만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이정도 거리라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은 인벤토리에서 레일건을 꺼내들었다. 이미 공격헬기를 파괴하면서 개인용 레일건의 장거리 저격능력은 입증된 상태였다.

비록 6mm의 작은 탄자이지만, 이런 작은 것 하나의 공격에 상처를 입어도 공중에서 분해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궤도탈출선이다.

철컥!

준은 하늘을 향해 기수를 들어올리고 있는 거대한 우주왕복선을 향해 레일건을 겨누었다. 총신위의 가늠좌를 얼추 맞추자, 준의 눈앞에 시스템에 계산해 준 조준선이 어지럽게 움직였다. 그것들은 빠르게 온갖 변수에 대해 연산을 하며 선과, 도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움직임을 보였다.

삐--

한가운데에 모여든 조준선에서 녹색 신호가 떠올랐고, 동시에 짧은 비프음이 들렷다. 준은 가볍게 방아쇠를 당겼다.

쾅!

음속을 아득히 돌파한 소형 텅스텐 탄자가 불꽃의 궤적을 남기며 2 킬로미터 바깥에 있는 우주왕복선의 연료탱크 하나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거리가 거리인지라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천리안과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어찌어찌 성공할 수 있었다.

“맞췄어요?”

시미의 물음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요.”

쓰윽. 쓰윽.

시미가 대견하다는 듯 준을 쓰다듬었다. 문제라면 시미는 준의 아래에 비스듬히 누워있었다는 것이고 그녀가 쓰다듬은 곳이 준의 허벅지라는 점이지만.

“어딜 만지는거야? 이 변태식물아.”

“왜요? 뭔가 만지면 안 될 곳이라도 있는 건가요?”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끙. 됐다. 내가 너 상대로 무슨 말을 하겠냐.”

준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천리안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았다.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었던 건지 엄청난 기세로 화염을 뿜어내던 연료통 하나에서 작은 불길이 치솟더니, 이윽고 순식간에 연료통 전체에 옮겨붙고는 시원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와아...”

시미도 순간 말을 잃고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50미터에 이르는 높이의 연료통이 불타오르는 장면은 엄청나게 장관이었다.

이윽고, 불이 붙은 연료통 하나가 엄청난 기세로 폭발했다. 검은 연기와 붉은 불꽃이 넘실거리며 피어올랐고, 한참후에 준이 있는 곳까지 소리를 전달했다.

콰아앙!

“휴. 이걸로 한숨 돌린 건가? 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던 준의 시야에 또 다른 왕복선의 후미에서 불꽃이 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한꺼번에 세 대의 왕복선이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젠장! 지독한 놈들!”

준은 남은 마나량을 확인하고는 재빨리 레일건에 탄자를 걸었다. 지금 모은 마나를 사용한다 치면 레일건을 사용할 수 있는 한계는 모두 다섯 발.

이 정도 거리에서의 저격이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절대로 실수가 없어야 했다.

쾅! 쾅! 쾅!

준은 연달아 세 발의 레일건을 발사했고, 모두 명중시키는데 성공시킬 수 있었다. 엄청난 화력으로 폭발하는 왕복선들을 보며 준은 마음 한켠으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백억짜리 물건들이 허무하게 불꽃 속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감상조차도 곧 사라졌다. 폭발하고 있는 왕복선들 사이, 또 다른 녀석들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 것이다.

“대체 이 놈의 발사대에는 왕복선이 몇 대나 있는거야?”

반중력장을 이용한 궤도수송기를 제외하고, 일반 로켓엔진을 사용하는 궤도왕복선은 가격대비 성능이 꽤나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절대로 싼 물건은 아니다. 아마도 눈에 보이는 저 것들이 마지막 왕복선일 확률이 높았다.

준은 레일건을 다시 어깨에 올렸다가, 고개를 저으며 그것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어느새 마나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금 고개를 쳐들고 있는 왕복선의 수는 최소한 열 개는 넘었다. 저것들을 모두 레일건을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달려요?”

준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시미가 입을 열었다. 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어느새 익숙해진 솜씨로 기어를 당기고 악셀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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