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89화 (189/540)

0189 ----------------------------------------------

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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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나이스 샷입니다. 형님!

전차 위에서 개 형태로 웅크리고 있던 검둥이가 메시지를 보냈다.

“쓸데없는 소리하지말고 가서 하나라도 잡아!”

-네. 형님.

타탓!

검둥이가 발에 땀나도록 녀석들을 향해 달렸다. 달려가는 녀석의 몸이 점점 자라더니 곧 3미터 이상으로 자랐다. 하지만 전방에 서 있는 15미터 크기의 외도에 비하면 마치 서너살 먹은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크기였다.

그러나 크기가 너무 크기 때문이었을까, 이브013이라 칭해진 개체들은 투창을 하는 것 이외에는 움직임이 매우 굼떴다. 장거리 사격용 외도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거대한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을 이용해 무거운 투사체를 멀리 던지는데 특화되어있는 개체다. 덩치가 크면 그만큼 움직임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촤악!

하지만 그만큼 검둥이의 공격도 잘 먹히지 않았다. 어차피 녀석의 임무는 외도들의 주의를 끄는 것이니 만큼, 큰 문제는 없었다. 검둥이의 경우 펠로우쉽 소속이기 때문에 마음껏 포격을 날릴 수도 있었다.

콰앙! 쾅!

그렇게 근거리에서 포격을 시작하자, 거대외도들의 조금씩 당황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근거리에 붙어 있는 검둥이가 쉴새없이 녀석들을 공격하며 시선을 끌고, 준과 나머지 전차들이 포격을 가하자 하나둘 씩 피해를 입고 쓰러져 갔다.

“이상한데...?”

신나게 방아쇠를 당기던 준이 이상함을 느낀 것은 거대외도들 중 절반이 쓰러질 때쯤이었다.

“뭐가요?”

시미는 한손으로 핸들을 쥔 채 준을 올려다보았다. 위치상 준의 다리가 시미의 어깨에 올려져 있는 모양새였다.

“저것들 방어가 너무 낮잖아.”

“그런데요?”

“생각해보라고. 너 같으면 저렇게 약한 놈들을 아무런 보호없이 세워뒀겠어?”

“글쎄요? 버릴 생각이었나보죠.”

“버리다니... 아무리 그래도 저 정도의 화력을 내뿜는 놈들이라면 보통 공이 들어간 녀석들이 아닌데. 게다가 던전핵도 2개씩이나... 잠깐만. 버린다고?”

준은 문득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황급히 루나에게 연락을 취했다.

-루나. 지금 상황 지켜보고 있어?

-네. 위성카메라는 정상작동 하고 있어요. 전투중에는 은폐가 안되나봐요.

-놈들의 주력이 보이지 않아. 대체 어디로 간건지 모르겠어.

-그럴 리가... 얼마전까지 있었는데요.

-다시한번 확인해봐. 이 거대외도들을 그냥 버려두고 갔을 리가 없다고. 이 녀석들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끼인 것 같아.

-설마. 저런 녀석들을 미끼로 쓴다고요? 지금껏 본적도 없는 외도에요. 게다가 전차도 있고, 헬기도 남아 있잖아요. 오히려 지금까지 보인 걸로 봐서는 이쪽이 주력이라고요.

-그러니까 더욱더 속을 수밖에 없잖아. 누가 자신들의 주력부대를 미끼로 던질 생각을 하겠어.

-...알았어요. 일단 위성을 돌려서... 아?

-무슨 일이야?

-바, 발사대 쪽으로 먼지구름이 보여요.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지만 놈들인 것 같아요.

-젠장. 알았어. 일단 관리소장에게도 말해둬.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하니까.

-통제실 쪽은 저만 있는게 아니에요. 이미 저 말고도 전부 알고 있어요.

-알았어. 일단 상황이 변하는 대로 연락줄게.

준은 황급히 야쿠츠 소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설령 시어도어 대령이 발사대쪽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눈앞의 거대외도를 두고 돌아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준의 연락을 받은 야쿠츠 소장은 황급히 불릿타임의 병사들을 움직여 발사대 쪽으로 향했다. 어차피 일반 병사들은 전차와 외도가 싸우는 와중에는 잉여병력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준은 나머지 펠로우쉽 부대들도 그들과 함께 이동하도록 했다. 시급한 것은 녀석들이 발사대를 점령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지만, 정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발사대나 왕복선등을 모두 파괴하는 것까지도 생각해야했다.

만약 놈이 왕복선을 이용해 플랫폼 까지 올라가버린다면 자신들은 그야말로 닭쫓던 개가 되는 셈이다. 하늘로 올라가버린 놈들을 무슨수로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아예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던 건가?”

준은 자신의 예상을 벗어난 시어도어 대령의 움직임에 입술을 깨물었다.

쾅! 콰앙!

준은 남은 포탄을 전부 쏟아붓고서는 전차에서 뛰어내렸다. 이동속도라면 전차에 탑승하는 것보다 준이 달리는 쪽이 훨씬 더 빨랐다. 비록 장거리로 가게 될수록 마나의 소모가 극심해지기는 하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했다.

타탓-

준과 함께 검둥이가 나란히 달렸다. 검둥이는 늑대인간 답게 준에 거의 필적하는 속도로 달라붙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시속 100킬로미터를 낼 수 있는 준이지만, 장거리로 움직일때는 그 속도가 떨어져서 대략 70킬로미터 정도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런 길이 좋지 않은 황무지에서는 눈부시게 빠른 속도였다.

“헥헥. 형님 무지하게 빠르시네요. 역시 형님입니다.”

“지금 아부할 때가 아니야. 뒤처지지 않게 따라붙기나 해.”

준은 검둥이의 시덥잖은 농담을 받아넘기고는 지도에 표시된 최단거리로 달렸다.

타타탕! 탕! 타앙!

준이 발사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북부군이 발사대를 점령한 다음이었다. 불릿타임도 허술하지만은 않았다. 놈들이 발사대를 노릴 것이 뻔한 이상 오백의 수비대를 발사대 쪽에 배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놈들은 피해를 감수하고 그대로 돌진해 순식간에 오백 방어병력을 몰살시키고는 발사대를 장악했다. 뒤늦게 도착한 불릿타임측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도 놈들이 이미 발사대의 방어거점을 장악한 채 기관총을 난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상황은?”

준이 묻자, 현장에 급파된 막스가 고개를 저었다.

“힘들어. 기관총도 문제지만 저 놈들도 만만치 않아.”

준은 발사대의 입구쪽에 날아다니는 드론들을 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녀석들은 일정간격을 사이에 두고 정교한 대열을 이루고는 이쪽을 향해 총탄을 쏘아대고 있었다. 그러다가 탄환이 떨어진 녀석들은 뒤로 빠지고 나머지는 다시 앞으로 나서는 방식으로 방어를 하고 있었다.

니들건의 사거리 보다 먼 곳에서 총을 쏘아대는 드론들을 펠로우쉽들이 상대하기란 힘든 일이었다. 그나마 불릿타임의 병사들은 총기를 이용해 하나씩 드론들을 격추시키고 있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저 날파리떼들은 모두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쪽에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발사대 안쪽에는 궤도 왕복선들이 잔뜩 있었고, 그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간단한 조작만으로 대기를 뚫고 플랫폼으로 날아갈 수 있었다.

비록 한번에 탑승할 수 있는 숫자가 적다고는 하지만, 무력이 충분치 않은 플랫폼에서 갑작스레 시어도어 대령의 습격을 받는다면 쉽사리 무너질 위험이 있었다.

플랫폼은 어디까지나 거점에 불과했기 때문에 방어무기 같은 것은 없었다. 착륙을 위해 날아오는 왕복선을 막기 위해 착륙장 자체의 문을 닫아버리는 방법은 가능했지만, 시어도어 대령이 저렇게 나오는 이상 무슨 방법을 강구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준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대흉근! 골렘 1,2,3호!”

쿠웅!

둥시에 네기의 골렘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준은 그들과 함께 후면에 전차를 끄집어 내어 시미와 함께 탑승했다. 골렘이 앞서 달리고 뒤를 전차가, 그리고 맨 뒤에 검둥이가 완전히 변이한 채로 달렸다.

-전부 따라와!

그리고 그 뒤를 펠로우쉽 부대가 뒤따랐다.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불릿타임은 어리둥절 했지만 곧 펠로우쉽과 함께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들도 이런 곳에서 시간을 끌다가는 문제가 커진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좌르르르르!

전기톱날이 돌아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엄청난 양의 탄환이 골렘들과 전차들에 쏟아지기 싲작했다. 하지만 골렘은 총탄에 상당히 강했고, 전차에는 EX필드가 덧씌워져 있었다. 애초에 전차를 기관총으로 멈추게 할 수도 없었다.

팅! 티잉!

총탄이 튕겨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준은 발사대의 정문을 향해 포신을 조작했다. 비교적 근거리였기 때문에 빗나갈 염려는 없었다.

준은 새롭게 제작한 고폭탄을 걸고서는 방아쇠를 당겼다.

콰앙!

콰드득!

단 한 발의 포탄에 발사대로 진입하는 첫 번째 철문이 가차없이 뜯겨나갔다. 그 뒤에서 놀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밴디트들이 보였다. 보아하니 뒤에서 드론을 조종하고 있던 놈들인 모양이었다.

타타타타!

준이 모는 D2전차의 동축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분당 600발을 쏘아대는 기관총의 불꽃앞에서 버틸 수 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콰르르르-

준은 콘크리트 바닥을 씹어먹을 듯 달렸다. 죽은 적들과 고장난 드론들이 뒤섞이며 전차의 궤도에 갈려나갔다.

“어디냐!”

준은 전차의 해치를 열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어도어 대령은 시간을 끌기 위해서 드론과 강화수트를 입은 적들을 배치했다. 그 중에 변이외도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자는 소수의 병력, 즉 강력한 변이외도를 이용해 플랫폼을 장악할 생각인 것이다. 플랫폼의 병력수를 생각해보면 변이외도 한 마리라도 진입하게 둘 수는 없었다.

-루나! 위치를!

-맵에 포인트를 찍어뒀어요! 빨리요! 놈이 출발하기 전에!

발사대의 구조는 복잡했다. 곳곳에 건물들이 가로막고 있었고 곳곳에서 강화수트를 입은 밴디트들이 출몰하고 있었다.

투웅!

수미터를 날아 전차의 위에 올라선 밴디트 하나가 준의 머리게 총을 겨누었다.

타앙!

총탄이 준의 이마에 튕겨나갔고, 준은 니들리스 스패너를 이용해 녀석의 허리를 후려쳤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강화수트라고는 해도 준의 매크로 어택이 실린 니들리스의 공격에는 일격조차도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적들은 계속해서 튀어나오고 있었고 이런 좁은 길로는 전차가 돌아다니기에 너무 힘들었다. 준은 이를 악물었다.

“시미. 일직선으로 밟아. 지금 이방향이야.”

“네에.”

시미는 그대로 액셀을 밟았다.

쿠오오오-

디젤 엔진이 굉음을 내며 그대로 일직선상의 건물을 들이받았다.

콰아앙!

그러자 콘트리트로 이루어진 건물이 단숨에 붕괴하며 전차가 그 틈으로 밀고 들어갔다. 건물 뒤에 숨어있던 밴디트들이 벌레떼처럼 흩어졌고, 그것들을 뒤따르던 펠로우쉽들이 니들건을 난사하며 처리했다. 대흉근과 골렘형제들은 전차의 앞에 있는 건물들의 잔해를 치워가며 전차가 움직이기 편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슈우웅!

콰앙!

어디선가 날아온 판처파우스트가 전차의 옆구리에 박혔다. 뜨거운 화염과 충격이 전차를 뒤덮었지만 EX필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준은 그것을 무시하며 그대로 달렸다.

일반 화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전차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작품 후기 ============================

일단 여기까지. 한편 더 투척하고 갑니다. 슬슬 끝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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