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85화 (18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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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릿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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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단독으로 오르트 탄약고로 갈 수도 없고...”

야쿠츠 소장이 펠로우쉽 군단의 지원을 거부한 이유는 잘 알것 같았다. 알카트뢰즈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수형자들의 도움을 받아 적을 물리쳤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위급상황임을 생각해보면 그런 자존심을 부릴때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야쿠츠 소장이 자신에게 오르트 탄약고의 공격을 명령했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의외로 간단하게 답이 나왔다.

“이 자식...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동부군이든 북부군이든 결국에는 밴디트일 뿐이고, 결국에는 지리멸렬하며 물러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생각하면 그가 동부전선에서 시간을 끄는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쟁에는 돈이 들고, 그중 핵심은 바로 보급이었다. 계속해서 탄약과 물자를 지급받을 수 있는 자신들에 비해 밴디트는 식량부터가 모자랄거라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에 이르자, 준은 시어도어 대령이 자신에게 밴디트들에게 식량을 팔도록 종용한 것을 떠올렸다. 결정체 폭탄의 수를 줄이기 위함이라는 핑계에 준은 그대로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밴디트들의 전투 지속력을 늘이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은건가...”

하지만 마냥 그렇게 생각할 수도 없는 부분이, 시어도어 대령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 그 덕에 결정체 폭탄의 수가 많이 줄어들었는지는 확인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식량을 델타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녀석들이 귀한 결정체를 폭탄에 모두 소모했을리 만무하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마냥 속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시어도어 대령은 화력보다 식량을 더 중시했을 뿐이고, 자신은 그 반대였으니까.

서로의 선택이 맞물렸고, 결과적으로는 동부전선의 고착화라는 결과가 일어났다. 그라고 이런 상황까지 가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연과 우연이 맞물리며 시어도어 대령의 선택이 좀 더 이득을 보게 된 것 뿐이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식량을 끊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밴디트들은 이미 상당한 비축식량을 만들어 두었을 것이고, 끊어봐야 손해보는 것은 자신이었다. 펠로우쉽의 식량도 델타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현재 밴디트들은 사력을 다해 전투에 임하고 있는 만큼 그들이 제공하는 경험치의 양도 엄청났다. 차라리 그 경험치를 이용해 아군의 전력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쪽이 그나마 손해를 벌충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준은 일단 야쿠츠 소장의 지시를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단독으로 시어도어 대령의 북부군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내가 직접 대화를 나눠봐야겠군.’

일단은 밴디트들을 정리하는게 가장 우선이었다. 준은 야쿠츠 소장의 델타폰 아이디를 검색해 보았다. 어지간한 곳에는 다 팔린 물건이니 만큼 야쿠츠 소장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다행히도 검색에 그의 이름이 걸렸다. 이름과 위치정보를 확인해 보니 야쿠츠 소장이라는 확신이 들어 연결을 시도했다.

뚜르르르-

잠시 신호가 가더니, 딸깍하고 전화를 받았다.

[누군가.]

탁한 목소리가 들렸다. 준은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펠로우쉽 부대의 관리자 준 알스버그라고 한다. 그쪽은 불릿타임의 야쿠츠 소장인가?]

[아아. 네가 소문의 그 수형자인가? 헌데 이 번호는 어떻게 알았지?]

[내가 관리자니 어려울 것도 없지.]

[흠.]

그는 상당히 불쾌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일일이 절차를 지켜 연락을 하기에는 시급을 다투는 문제였다. 그도 그것을 알고 있는지 그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전화를 한 이유가 뭐지?]

[동부군을 도와 밴디트를 정리하고 시어도어 대령을 제거하자는 이야기를 왜 거절한거지?]

[나보고 범죄자들과 함께 작전을 시행하라는 건가?]

[겨우 그 정도 이유라면 납득하기가 힘들다. 지금 상황에서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일텐데?]

[시간만 충분하면 얼마든지 놈들을 처리할 수 있다. 너희들은 명령대로 오르트 탈환에나 신경쓰도록.]

뚝.

야쿠츠 소장은 할 말은 다했다는 듯 전화를 끊었다. 막 뭐라고 입을 열려던 준은 상대방의 일방적인 태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젠장. 남의 말은 들을 생각조차 없군.”

이렇게 된 이상 단독작전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야쿠츠 소장의 명령을 들을 생각은 없었다. 준은 비교적 수월하다고 판단되는 동부군의 옆구리를 쳐서 놈들의 세력을 약화 시킬 생각이었다. 그로 인해 불릿타임과의 연계가 힘들어 지는 것 따윈 상관없었다.

일단 동부군을 괴멸 시키고 나서야 그 다음의 싸움이 성립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다름아닌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한 조건 때문이었다. 던전핵 파괴와 밴디트 처치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동부전선의 싸움에 참여해야만 했다.

-내일. 동부전선으로.

준은 펠로우쉽 메시지를 전원에게 보냈다. 바깥에서 결투를 하거나 훈련을 하고 있던 이들이 일제히 막사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떨어진 체력을 보충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전차 열대와 트럭 50대 가량을 추가로 수납할 수 있는 큐브를 만들기 위해 경험치 30만이 추가로 들었다. 남은 경험치는 이제 30만이 채 되지 않았다. 이것으로는 다른 전차들 까지 모두 강화를 할 수는 없었다. 아쉽긴 했지만 경험치는 계속 들어오고 있으니 그것에 기대봐야 할 듯 했다.

다음날 아침. 열 대의 수송기가 하루 종일 움직여 동부전선의 후방으로 펠로우쉽 부대를 내려놓았다. 일단 먼저 도착한 준은 대형막사를 설치하고 먼저 들어온 순으로 병사들을 쉬도록 조치했다.

그 사이 크리스 멜튼은 전차관리병으로 승진한 상태였다. 단 며칠동안이었지만 온갖 수모를 당한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었다. 전차관리병이라고 해봐야 별다른 기술이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름을 보충하거나, 무한궤도 사이에 낀 이물질 등을 제거하는 단순한 작업들 뿐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막사 청소보다는 나은 일이었기에 그는 기꺼이 그 일을 맡았다.

그 일도 고되고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는 것 보다는 나았다.

“형님. 저 왔습니다.”

준은 인간형태로 돌아다니는 검둥이를 보며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좀 씻어라 얼굴이 그게 뭐냐.”

준은 온갖 기름 때로 시커멓게 된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크리스를 따라다니면서 일을 시키다 보니 자연스레 그도 전차를 정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딱히 누가 시켜서 한 일은 아니었고, 나름 재미를 붙인 모양이었다.

“헤헤. 물이 아까우니까 아껴야죠.”

“물 많다. 물탱크 몇 개에 꽉 채워뒀으니까 걱정마.”

이미 출발하기 전에 수도에서 물을 충분히 채워둔 상태였다. 그정도면 천명이 며칠은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는 양이었다.

“그보다 형님. 전차 하나 남지 않습니까?”

“흠... 프로토타입 하나가 있긴 한데.”

“그거 저 주시면 안될까요?”

“네가? 왜? 넌 그냥 몸으로 싸우면 되잖아.”

“크리스 주려고요. 그녀석 말도 잘듣는데 선물하나 주고 싶더라고요.”

“흠... 겨우 며칠 고생한 보상으로 전차를 주겠다고?”

준은 못마땅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검둥이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보상이 아니라. 그 녀석 운전실력이 생각보다 좋더라구요. 이왕 부려먹을거라면 능력에 맞게 부려먹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기본적으로 전차관리병 직은 유지하고, 대신에 전투에 들어가면 그 녀석도 하나 몰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내 머리통으로 사격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어? 그녀석 펠로우쉽도 아니라서 데미지 다 들어간다고.”

“공격불가 옵션 있지 않습니까.”

검둥이의 말에 준은 잊고 있던 강화기술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강화를 통해서 무기에 공격불가 옵션을 걸 수 있었다. 그렇게 하면 펠로우쉽에 속해 있지 않은 이가 다루는 무기라 해도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게 조정할 수 있었다.

“그렇긴 한데... 별로 내키진 않는군.”

“어차피 하나 남는건데 통 크게 쏘시죠.”

“쯧. 알아서 해. 어차피 고철덩어리라 폐기하려고 한 물건이었으니까. 대신 관리는 확실하게 하라고.”

“네. 형님.”

준은 잠시 집밖으로 나와 전차를 꺼내었다. D1전차는 개량형에 비해 덩치도 작고 혼자서 움직여야 하다보니 대부분의 기능이 제한되어 있었다. 전자장비도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라곤 움직이는 것과 포를 날리는 것 뿐이었다. 동축기관총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제대로 조준이 안되어 눈대중으로 대충 쏠 수밖에 없었다.

준은 그것에 공격불가 옵션을 걸었다.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경험치가 없기 때문에 강화에 별 문제는 없었다.

“옛다. 가져가.”

“감사합니다. 형님.”

검둥이는 정말로 좋아하는 것 같았다. 자신이 직접 운전할 것은 아니더라도, 전차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썩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크리스가 운전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지만, 검둥이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쿠르르-

전차 자체는 운전만 할 줄알면 움직일 수 있도록 쉽게 개조되어 있었다. 기본적으로 전차 자체가 오토매틱이긴 하지만 그래도 초보자들도 움직일 수 있게 만든 것은 어디까지나 준의 공이었다.

준은 검둥이가 전차를 몰고 사라지는 것을 보다고 문득 다른 전차에도 강화를 걸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은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 만든 D2전차를 불러내었다.

“흠... 뭘로 하지.”

속성 강화창을 열어 쓸만한 것을 골라보았다. 개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두 개 있었다.

불 : 무기에 화염 데미지를 추가합니다. 화염으로 인한 범위피해와 지속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 실내에서는 사용을 금합니다. 150의 경험치를 필요로 합니다.

흙 : 무기에 흙 속성 데미지를 부여합니다. 무기의 날카로움을 감소시키는 대신 무게와 충격량을 높입니다. 무기의 내구도가 높아지고, 자가수복이 가능합니다. 200의 경험치를 필요로 합니다.

불 속성을 달면 대포의 화력을 더 높일 수 있었다. 흙 속성의 경우 화력보다는 운동에너지를 높이는 식으로 강화를 할 수 있었다. 고심 끝에 준은 흙 속성을 선택했다. 불 속성의 범위피해와 지속피해도 마음에 들었지만 흙속성의 자가수복이라는 능력이 더 끌렸던 것이다. 전차라는 것이 특성상 부품들이 쉽게 마모되고 부서졌을 경우 수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흙속성을 달고 있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자동으로 수리가 되기 때문에 이쪽이 훨씬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흙 속성 강화 부탁해.

-D2형 전차에 흙속성 강화를 하시겠습니까? 경험치가 15000필요합니다.

-200 아니었어?

-크기에 따라서 들어가는 경험치가 결정됩니다.

-끙. 그러면 확실히 그렇다고 적어두던가. 사람 헷갈리게.

준은 투덜거리며 강화를 시작했다. 그래도 만오천이라면 강화를 하는게 나았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강화가 완료되었다. 원래 사막색으로 도장되어 있던 D2전차의 색이 좀 더 어두운 흙색으로 물들었다. 이렇게 되면 위장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지만 자가수복이 가져다 주는 이점에 비하면 사소한 단점일 뿐이었다.

‘도장이야 새로 하면 되니까.’

당장은 페인트가 없었기 때문에 나중에 하기로 했다. 준은 막사 앞에 곱게 주차되어 있는 나머지 아홉 대의 전차에도 같은 방식으로 강화를 시전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집니당. 더 쓰고 싶지만 오늘은 정기검진 날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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