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84화 (18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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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릿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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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스 시장은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행정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그에게 주어진 권한이라는 것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었다. 군부대에 관한 지휘권도 없었고, 그렇다고 현재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할만한 능력도 없었다.

결국 오스트로스의 운명을 쥐고 있는 것은 그의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펠로우쉽 군단을 이끌고 있는 준 알스버그는 관리소에서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침이 내려온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그는 최대한 두 사람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오르트 탄약고가 점령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준이었다. 어차피 상대가 볼칸일면 굳이 시장실까지 찾아와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공식적으로 자료를 받는 편이 후에도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적었다.

“시어도어 대령이 준비를 오랫동안 한 모양이더군.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다.”

“대응은?”

“현재로선 없다. 솔직히 말하면 동부군과 상대하고 있는 병력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태야. 이제와서 발을 뺄 수도 없어. 어설프게 후퇴하다가는 손해만 보고 빠지게 되는 셈이지.”

“그래서?”

“불릿타임에서는 너에게 수도를 맡길 생각인 듯 하다.”

“급하긴 급한 모양이군. 수형자들에게 수도방위를 맡길 정도라면 그만큼 상황이 안좋다는 이야기겠지?”

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현재 불릿타임에 남아있는 병력은 총 7000정도였다. 시어도어 대령이 말아먹은 4000을 제외하면 그것이 남은 전력의 전부라고 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동부군과 싸우고 있는 병력은 약 6000. 천 명은 행정병과 보급병등, 지원병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싸울 수 있는 모든 전력이 동부전선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준은 말을 이었다.

“너무 무리한 출정이 아니었나 싶은데.”

“금방 끝내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두 배에 이르는 병력으로 단숨에 깨부수고 돌아오면 문제될 것은 없다고 판단했던거지.”

“헌데 상대가 생각보다 강했다... 적들의 전력분석에 실패했다는 거로군.”

밴디트들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것은 외도화 된 인간. 준이 변이외도라고 부르는 녀석들이었다. 그 녀석들에게는 일반적인 화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전투를 벌이기 전에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니들건이었다. 불릿타임은 니들건이면 변이외도를 상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것이 그들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되었다. 실제로 상대해보니 변이외도의 수가 서부전선에 비해 훨씬 많았고, 니들건으로 어쩌어찌 상대하고는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누적되고 있었다.

“불릿타임이 동부군에 발목이 묶인 상황에서 이대로라면 수도까지 점령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렇게 되면 10만 수형자의 목숨은 그녀석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너희들도 그걸 원하지는 않겠지?”

볼칸이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준은 고개를 저었다.

“글쎄... 과연 그럴까?”

“무슨 소리야?”

“어차피 수형자들은 이전과 별 다를바 없어. 밴디트들이 정권을 틀어쥔다고 해도 그들이 우리를 전부 죽이거나 할 이유가 있나? 특히 결정체에 대한 이권을 가지기 위해서 일으킨 전쟁이라면 오히려 더욱더 잘 대해줄 가능성마저 있지. 마치 전에는 살기가 좋았던 적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군. 수형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었는지 모르는 바는 아닐텐데.”

“그건...”

“이제와서 이런 이야기를 해도 별 의미없는 소리가 되겠지만. 수형자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들이 정권을 잡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릴!”

볼칸은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쳤다.

“왜?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도 없을거라는 내 말이 틀린건가?”

“그런...”

볼칸은 분노에 찬 눈으로 준을 노려보았다. 알카트뢰즈는 관리소와 불릿타임이 권한을 양분하고 있는 상태였다. 즉, 준의 말은 밴디트와 불릿타임을 직접적으로 비교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볼칸이 펠로우쉽에 소속되어있고, 준에 대한 호감이 강제적으로 생기고 있다고 해도 그런 발언까지 용납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준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이쯤하면 충분했다.

“뭐, 말이 그렇다는 이야기지. 한 번 해본소리니까 너무 화내지 말라고. 놀리는 재미가 있는 녀석이라니까.”

“전혀 재미없는 농담이었다.”

볼칸은 얼굴을 붉힌 채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도 준이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서부군을 와해시키고 이곳까지 올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걸 알고 있다고 해도, 준의 발언에 화가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정말 농담이라는 걸 모르는 녀석이군.”

“쓸데없는 소리말고 대책이나 논의해 보지.”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은 두 사람의 분위기가 험악해 지는 듯 하자 커피라도 가지고 오겠다며 자리를 뜬 상태였다. 어차피 그가 있어봐야 할일도 없었으니 현명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르트 탄약고에서 이곳까지 전력으로 진군한다고 해도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시간이 많다는 건 장점이지만, 펠로우쉽 군단에게는 그다지 장점이 아니야.”

준의 말에 볼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지? 준비할 시간이 많다는 것 좋은 일이잖은가.”

“우리는 급조된 군대니까. 시간이 많아지면 불안감도 커지게 되고, 딴 생각을 먹고 도주하는 녀석들도 늘어날 수 있어. 최대한 많은 전투를 벌이면서 소속감과 동료애를 키우지 않으면 하나의 조직으로서 움직이기 힘들어. 나름대로 신경쓰고 있긴 하지만 한계가 있지.”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동부전선으로 갈거야.”

“수도를 버려두고?”

“아까도 말했지만 시어도어 대령이 수도까지 오려면 시간이 걸려. 그 시간에 우리는 동부군을 박살내고 불릿타임과 연계해 북부군을 상대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 혼자 북부군을 상대할 자신이 없어. 델타포럼에 올라온 기사는 봤겠지?”

“그래.”

“녀석들은 거의 피해없이 탄약고를 먹었어. 거기다가 화력의 지원도 충분하지. 아무리 나라도 피해없이 막을 수 없다고.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면 시어도어 대령 하나만을 막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무슨 소리지?”

“시어도어 대령이 외도일 수가 있다는 말이야. 그리고 어쩌면 지금까지 만나본 적 중에서 최악의 적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 미래연구소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지?”

“미래연구소?”

“아. 모르면 됐어. 하여튼, 녀석이 외도와 깊게 연관되어 있음은 틀림없어. 내 생각이 맞다면 녀석은 최소한 녹색 외도, 그 이상일 수도 있어.”

“설마...”

“나도 아니길 바라지만. 최악의 상황은 가정해야 하니까. 참. 오르트 탄약고에 대한 정보는?”

“여기 있다.”

볼칸은 준에게 서류 한장을 넘겨주었다. 오르트 탄약고에 보관되어있는 병기를 간략하게 목록화 한 것이다.

그것을 찬찬히 읽어보던 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무기들을 두고 그동안 뭐했던 거지?”

“사용허가가 나지 않았을 뿐이다. 전부 운용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드는 것들이니까.”

“어딜가나 돈이 문제로군.”

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준은 볼칸과 동부전선으로 향하는 일로 갑론을박을 벌였다. 준은 강력하게 총기를 제공해주길 요구했지만 볼칸 역시 그 점에 있어서는 관리소측과 태도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준은 하는 수 없이 군용트럭을 지원받기로 했다. 정비소에 들어가 있는 놈들까지 전부 끄집어내니 어떻게 천명을 한 번에 수송할 수 있는 숫자가 맞춰졌다.

이동은 수송기로 하고, 적당한 위치에 도착한 이후에는 내려서 트럭을 이용하면 빠르게 전선으로 투입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문제가 생겼다. 불릿타임 측에서 펠로우쉽 군단의 지원을 거부한 것이다. 수도 외각에 막사를 펼쳐놓고 대기하고 있던 준에게 볼칸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소장님이 지원을 거부하셨다. 펠로우쉽의 지원은 안될 것 같다.

-대체 왜? 우리가 가서 도와주면 더 빨리 끝낼 수 있잖아?

-군인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그렇지만. 아무래도 자존심 문제인 듯 하다. 범죄자들의 도움은 받을 수 없다는 거겠지.

메시지를 보내오는 볼칸도 불만인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아군끼리 도와야 할 때였다. 적들은 시시각각 수도를 향해 조여오는데, 그깟 자존심 때문에 도움을 거절할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젠장. 그러면 어쩌자는 거야? 동부군이 밴디트를 끝낼때까지 기다리라는 건가?

-그것이...

-뭔데. 말해봐.

-소장님께서 오르트 탄약고의 탈환을 명령하셨다.

-뭐?

황당한 기분이었다. 북부군은 오합지졸인 서부군과 그 스케일이 달랐다. 정확한 정보는 없었지만, 일단 탄약고의 병기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병사들이 그 속에 섞여 있는 것은 확실했다. 아마도 시어도어 대령의 직속 부하들은 의도적인 작전 실패에서도 그대로 살아남아 전력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준은 군인과 밴디트의 연합군을 맞아 싸워야 했다. 제대로 병기를 운용할 수 있는 군대를 상대로 전차 열대밖에 없는 펠로우쉽 군단이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이야기였다.

-그 자식 미친거 아니야?

-말 조심하는 게 좋겠군. 혹시라도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러나.

-펠로우쉽 통신을 누가 듣는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하긴 그건 그렇군. 네 말대로 그 자식은 미친놈이 맞다.

볼칸의 거친 말투에 준은 깜짝 놀랐다. 그도 이번 일에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어쨌든 그 명령인가 뭔가는 나도 거부하겠어. 차라리 이쪽에서 수비를 하는 거라면 모를까 놈들을 상대로 선제공격은 위험해. 이길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피해가 클 것은 명백한 사실이니까.

-이긴다는 소리가 입에서 나오는 게 신기할 정도군.

볼칸의 말대로 현재 펠로우쉽 군단과 북부군의 전력차는 심각한 비대칭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준은 적들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조금 무리해서 경험치를 끌어모은 다음 각 전차를 업그레이드 하여 EX필드를 만들어 주게 되면 그것을 중심으로 전투를 전개할 수 있었다.

전차에 흠집조차 낼 수 없는 재래식 병기로 준의 군단을 깨부술 방법은 결국 변이외도들이 나타나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들조차도 전차의 포격에 피해를 입는다. 준이 했던 대로 마나를 실어 포격을 가하면 그 데미지는 최소 10만 단위.

거기다가 골렘과 검둥이, 그리고 시미의 합작이면 어떻게든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죽어나갈 펠로우쉽들을 생각하면 섣불리 전개할 수 없는 전투였다. 최소한 이쪽에서도 집중 타격을 당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수의 병력이 갖추어져 있어야 했고, 그를 위해서는 동부전선에 나가 있는 불릿타임의 7000병력이 너무나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일단 나중에 연락해.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지.

준은 통신을 끊고 생각에 잠겼다. 현재 막사 앞 연병장에서는 병사들의 훈련이 이어지고 있었다. 전차의 기동훈련도 거의 쉬지 않고 이어져 지금은 다들 숙련된 전차병이 되어 있었다. 천명에 불과한 소수의 전력이긴 하지만 파괴력으로만 따지면 불릿타임 전체와 맞먹을 정도였다.

충분히 동부전선을 옆에서 치고들어가 단숨에 전투를 끝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알카트뢰즈의 불릿타임을 담당하고 있는 야쿠츠 소장이 거부하는 이상 무턱대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자칫 잘못하여 오인사격이라도 당하면 아군끼리 싸우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후 북부군을 상대할 때도 연계가 되지 않을 것이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아침에 올릴게용. 어제보다 늦지는 않을거에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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