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81화 (18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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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릿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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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에 의해 크리스 멜튼의 펠로우쉽 계약이 해지되었습니다. 남은 경험치의 절반이 사용자에게로 회수됩니다.

“응?”

돌연 들리는 시스템메시지에 크리스가 당황하며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그러더니 얼굴이 사색이 되어 준을 바라보았다.

“뭐, 뭐야?”

“왜? 무슨 일이라도 생긴거냐? 펠로우쉽이 해제되었다던가.”

“이런 제길!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준은 대답 대신 천천히 사열대 아래로 내려가 크리스의 앞에 섰다.

크리스가 그런 준의 멱살을 와락 틀어쥐었다.

“무슨 짓이냐고 했다. 이 자식아.”

“무슨 짓은... 원하는대로 해준거지. 싸우기 싫다며? 그럼 펠로우쉽도 필요없잖아. 혼자 집구석에 앉아서 야동이나 보라고. 그러라고 있는 델타폰이니까.”

“이 자식이!”

준의 빈정거리는 말에 크리스가 주먹을 휘둘렀다.

탁.

하지만 준이 그 손을 쳐내자 크리스는 몸을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야 했다. 준의 손에 담긴 힘은 그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여기서 상황을 파악하고 뒤로 물러서는 것이 정상이었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준이 펠로우쉽의 계약을 해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정체를 추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는 지금까지 자신이 공들여 올려두었던 레벨을 모두 빼앗기고, 펠로우쉽이 해제되었다는 사실에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챙!

“빨리 말해. 어떻게 된 건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넌 여기서 죽는다.”

크리스가 칼을 뽑아들자, 그제서야 심각성을 깨달은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준의 정체를 추측해내고 있었다. 동양계의 외모에 어린나이에 높은 대우를 받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크리스의 펠로우쉽을 회수했다는 것만 봐도 준의 정체를 알아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쯧. 이정도로 힌트를 줬으면 빨리 눈치챘어야지. 무턱대고 칼부터 꺼내다니 정말 생각이라는 게 없는 녀석이군.”

“크윽! 죽여버린다!”

준의 말에 크리스는 대뜸 검을 휘둘렀다. 검이 번쩍 하고 빛을 발하더니, 순간적으로 크리스의 모습이 그 빛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그 기술을 똑같이 몸에 익히고 있는 준이었다. 이 기술자체가 그저 간단한 눈속임일 뿐임을 모를리 없었다.

휙. 턱.

준이 가볍게 검의 궤적을 피해 손을 뻗자, 그 끝에 크리스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멱살을 잡힌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준의 손을 풀어내기 위해서 발버둥 쳤지만, 그것은 마치 공업용프레스로 압착이라도 한 것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 어떻게. 내 힘 스탯은 30이 넘는데...”

“펠로우쉽이 해제됐잖아. 설마 그 힘이 그대로 남아있을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얼마나 힘들게...”

원래 크리스의 힘 스탯은 총 36에 달했다. 그 정도라면 준보다도 훨씬 더 높은 수치. 그러니 만큼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준의 손을 풀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펠로우쉽이 해제되면서 그동안 얻은 대부분의 힘들이 흩어져 버렸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도 준의 힘을 감당할 수준은 되지 못했다.

“너무 비통해 할 필요 없어. 어차피 원래부터 네 힘도 아니었으니까.”

“말도 안 돼...”

“그러고 보니 칼버릇이 나쁘던데. 어떻게 했더라...”

준은 크리스의 손에 들려있던 검을 낚아챘다. 방금 익힌 무기빼앗기 기술이었다.

“이, 이건?”

크리스는 자신의 기술에 자신이 당하자 더욱 당황한 모습이었다. 준은 크리스의 검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여보고는 입을 열었다.

“꽤 좋은 물건이네. 얼마주고 산거야?”

“이 자식! 당장 내놓지 못해?”

“아아. 어쩌면 다른 녀석에게서 빼앗은 것일 수도 있겠군.”

“크윽. 당장 내놓으란 말이다!”

준의 말에 크리스는 정곡을 찔린 듯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질렀다. 준은 검을 내어주는 대신 그의 멱살을 쥔 손을 놓았다.

“콜록. 콜록.”

갑자기 멱살이 풀리자, 크리스는 연신 기침을 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준의 손아귀 힘이 어찌나 강했던지 가볍게 멱살을 쥐었을 뿐인데도 목에 선명한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겨우 숨을 돌린 그가 준을 바라보았다. 준은 크리스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었다.

“무, 무슨...?”

“검을 휘둘렀을때는 그만한 각오가 되어있었겠지? 죽어도 할말은 없을거야.”

준의 말투에는 별다른 감정이 섞이지 않았다. 허나 크리스는 오히려 거기에서 차가운 살기를 읽었다. 문득 느껴지는 섬찟한 공포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잠깐. 난 그럴 생각이...”

“섬광베기.”

번쩍!

“으아아악!”

크리스는 소리를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행히도 그 덕에 앞머리만 살짝 잘리는 것으로 피해를 그칠 수 있었다.

“허억. 허억.”

대체 어떻게 된 노릇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자는 자신의 기술을 그대로 똑같이 사용하고 있었다. 자신의 기술로, 자신의 검에 목숨을 잃을 뻔한 그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준을 쳐다보았다.

이미 주위는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삼백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시선이 준과 크리스에게로 집중되어 있었다.

“왜 그렇게 봐?”

“저, 정말 죽일 생각인가? 보는 사람도 많은데. 델타의 주인이라는 자가 그래서는 안되잖아...?”

“이제야 눈치챘나보군. 멍청한 것도 정도껏이지.”

“그, 그럼 살려주는 건가?”

“아니.”

뎅겅!

준은 그대로 크리스의 머리를 날렸다. 예고도 없는 살인에, 지켜보던 사람들이 거친 숨을 들이켰다.

준은 검이 묻은 피를 크리스의 시신에 대충 문질러 닦고는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확실히 검 자체는 버리기에 아까운 물건이었다.

“자동분류.”

준이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자, 크리스의 시신이 조용히 빛으로 화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몸에 남아있던 잔여 경험치가 마저 준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사열대 앞은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준과 시선이 마주친 이들은 하나같이 몸을 부르르 떨며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범죄자들이 많은 집단이라고는 하지만 바로 눈앞에서 사람을 죽인 이와 눈을 마주치고 싶어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준은 그들을 향해 뭐라고 입을 열려다 고개를 저었다. 말솜씨가 좋지 않은 자신으로선 괜히 쓸데없이 긁어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날 델타포럼에는 크리스 멜튼의 사망에 대한 소식이 올라왔다. 지나치게 잔혹했던 준의 손속을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먼저 공격을 감행한 크리스의 실책에 대한 지적이 주류를 이루었다.

-멍청한 놈이 주인장도 못알아보고 칼질을 했다며? 죽어도 싸지.

-야. 근데 나 그 자리에 있었는데 주인장 진짜 개무서움. 말릴 새도 없이 그냥 목을 날려버리는데 어우...

-야. 괜히 여기서 주인장 깠다가 나중에 보복당하는 거 아닌가?

-그러게. 나도 몇 번 욕했는데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복수하려는 건 아니겠지?

-빨리 지우자.

-나도 있는데... 다 지워야겠다.

갑자기 델타포럼에 글삭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준은 집에 누워서 그 댓글들을 보면시 피식피식 웃고 있었다.

“덕분에 한동안은 조용하겠군.”

그렇지 않아도 자신에 대해서 욕하는 글들이 최근 많이 올라오는 것 같아서 신경쓰이던 차였다. 그것이 이번 일로 싹 사라졌으니 준은 개운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반쯤 장난처럼 펠로우쉽 군단에 지원했던 이들도 정신을 바짝 차린 것 같았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었다.

크리스 멜튼은 아무도 없는 황무지에서 눈을 떴다.

“어...? 여기는 어디지...?”

그는 제일 먼저 자신의 목을 매만졌다. 목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몸을 일으켰다. 검이 날아올 때 꼼짝없이 죽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멀쩡히 살아있는 것을 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된거지... 여기가 천국인가?”

“주제에 천국에는 가고 싶은 모양이군.”

“헉?”

그는 등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동물의 귀를 하고 있는 귀여운 소년하나가 서 있었다.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겠지만, 준에게 호되게 당한 뒤라 그는 소년을 경계하며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된거지? 여긴 어디고? 넌 누구냐? 혹시 그 자식이 보낸 사람인건가?”

“형님이 아량을 베풀어서 살려줬으니 앞으로는 착하게 살아라. 나같으면 콱 죽여버렸을 건데 참. 형님도 물러졌다니까...”

예전이라면 준도 가차없이 죽여버렸을 것이다. 적어도 그는 자신을 향해 검을 들이미는 녀석을 용서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헌데 크리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살려서 보낸 것이다. 검둥이는 그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존중하기로 했다.

‘역시 난 훌륭한 동생이야. 이렇게 형님의 마음을 잘 이해하니 말이야. 그나저나 이녀석 맛있어보이는데... 한입만 먹을까?’

-허튼 생각하지마라.

그때 준에게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검둥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답했다.

-하하. 형님. 제가 무슨 생각을 했다고.

-일어났으면 돌려보내. 쓸데없는 짓 하지말라고 하고.

-네. 알겠습니다.

검둥이는 답신을 보내고 크리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형님이 특별히 살려준 거니까 돌아가서 쓸데없는 짓 말고 밴디트들이나 잘 막아.”

“아... 고, 고맙습니다.”

크리스는 약간 얼떨떨한 기분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려보이는 소년이 자연스럽게 하대를 하고 있었지만 그다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에게서 자연스러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만. 저기 가면 수송기 한 대 있지? 그거 타고 돌아가면 될거야.”

“...알겠습니다. 헌데 제가 어떻게 살아있는 건지...”

크리스는 공손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죽었다 살아났더니 없던 예의가 자연스럽게 몸에 드러났다. 검둥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형님이 죽을죄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준다고 하셨다. 하지만 펠로우쉽은 한 동안 재가입 하지 못할테니가 그동안 자중하고 있으라고.”

“정말 제 레벨과 경험치가 전부 날아간 겁니까?”

“그래. 불만있어?”

“아, 아니 그럴리가요.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헌데 정말 재 가입이 가능한겁니까?”

“이 자식은 자기 좋을 대로만 듣는군. 한동안이라고는 했지만 꽤 오랫동안 안될거다. 한 3년 정도?”

“흐윽...”

털썩.

크리스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누구보다도 빨리 6레벨을 찍고 기술도 중급까지 올렸다. 거기다가 경험치도 1800정도나 저축해둔 상태였다. 너무 성급하게 7레벨을 찍고 싶었던 것이 패착이었을까.

준을 알아보지 못하고 무작정 덤벼든 것이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나마 목숨이라도 붙어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사내새끼가 울기는... 그동안 충분히 반성하고 있으라고. 만약 별 사고 안치면 조금 더 빨리 복귀할 수도 있을테니까.”

“그게 정말입니까?”

“그거야 나도 모르지. 형님마음인데.”

준이 크리스를 살려둔 것은 별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그가 자신에게 검을 휘두르긴 했지만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린아이가 칼을 휘두르고 달려든다고 진심으로 화를 내며 그 아이를 죽일 필요는 없었다. 다만 따끔하게 혼을 내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교정을 해주면 그만인 일이었다.

크리스와, 그 자리에 있던 300명이 환상을 본 것은 다름아닌 시미 때문이었다. 그녀가 정신교란을 이용해 환상을 일으켜 크리스의 죽음을 연출한 것이다. 그로 인해 준은 악명과 함께 악플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지원병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줄 수 있었다. 이곳이 적당히 놀다가 경험치만 받아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한 것이다.

“...이거뭐냐.”

“그것이...”

검둥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귀를 축 늘어뜨렸다. 그의 뒤에는 크리스 멜튼이 무릎을 꿇고 준을 향해 엎드려 있었다.

============================ 작품 후기 ============================

덥네요. 다들 건강 지킵시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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