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6 ----------------------------------------------
세파트 점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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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콘솔을 조작해 포탑에 날탄을 걸었다. T34의 포신에 맞는 76mm날탄은 본래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었지만, 이미 제작과정에서 고려되어 적당히 수정되었다.
이 ‘적당히’라는 부분이 전차 전체적인 부분에 적용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전차의 신뢰성에는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이미 언급 했듯이 준에게 중요한 것은 적을 타격할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공격무기였다.
그리고 준은 전차의 주포를 선택했다.
“아까 쓰던 무기는 안써요?”
포신을 움직여 골렘 1,2호와 싸우고 있는 백색의 인간형 외도들에게 조준하는 준을 향해 시미가 입을 열었다.
“레일건 말하는 거야?”
“아마도요?”
“그야 간단한 이유지.”
준은 그렇게 말하며 콘솔을 조작해 포신을 고정시켰다. 준이 레일건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별로 대단한 게 아니었다.
“실드를 못뚫으니까.”
“그럼 이건 할 수 있는거에요?”
“해봐야 알지.”
준은 그렇게 말하며 콘솔의 방아쇠를 잡았다. 그것은 마치 니들건의 손잡이와 비슷했고, 방아쇠를 당기면 발사되는 형식이었다. 원래 전차는 이런 식으로 발사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이렇게 만든 이유가 있었다.
준은 마나를 끌어 올리고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콰앙!
준이 앉은 좌석이 크게 들썩이며 자욱한 연기가 실내로 스며들었다. 원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설계변경의 문제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 것 같았다.
“쿨럭. 쿨럭.”
끼익. 쿵.
준은 머리위로 전차의 앞쪽 조종수용 출입문을 열었다. 그러자 바람이 전차 안으로 스며들어오며 환기과 함께 전면의 시야가 깔끔하게 확보되었다.
상황을 보니 초탄은 빗나간 모양이었다. 어차피 처음 공격에 명중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쪽은 빗나간 날탄에 꽤나 위협을 느낀 모양이었다.
네 마리의 인간형 변이외도 중 하나가 철퇴를 들고 준이 타고 있는 전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거 어그로 제대로 먹었네.”
정상적인 레이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그로라는 말은 어찌보면 넌센스였다. 하지만 상황자체를 설명하기에는 이보다 적절한 단어를 찾기 어려웠다. 따지고 보면 골렘들이 탱커였고, 준이 원거리 딜러를 맡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이즈가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크다보니 레이드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쿵. 쿵.
준에게 고개를 돌린 녀석이 철퇴를 들고 준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T34의 연사속도는 분당 10발. 3초마다 한발씩 쏠 수 있는 303전차에 비하면 굼벵이보다도 느린 속도였다. 준은 날탄을 다시 걸고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외도를 향해 다시한번 포격을 가했다.
후웅!
하지만 이번에도 빗나가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 포탄은 녀석의 머리위를 지나가 골렘 1,2호의 머리도 지나가고 그 뒤에서 싸우고 있던 버팔로의 머리에 꽂혔다.
콰앙!
열화우라늄으로 제작된 날탄이 엄청난 고열을 동반하며 버팔로의 실드를 뚫고 그대로 직접타격을 주었다. 실드를 모두 날린 건 아니었지만 최소한 녀석들의 육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준의 도박은 성공한 셈이었다. 보통의 전차였다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전차는 준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그 매커니즘은 니들건과 다를바가 없었다. 일반 공격도 실드를 뚫어내는 힘을 가지고, 거기에 마나까지 부여했으니 외도의 항력정도는 손쉽게 찢어발기는 것이다.
쿵! 쿵!
“크아아아!”
버팔로가 고통을 호소하며 바닥을 굴렀다.
이런 대구경 포탄의 위력은 기관총이나 결정체폭탄에 비해 압도적인 위력을 가진다. 폭발력으로만 따지면 C4 이상의 폭발력을 보이는 결정체 폭탄이 압도적이지만 날탄은 속도와 질량에서 나오는 운동에너지량이 어마어마하게 높았다. 폭발하지 않는 열화우라늄 탄자가 버팔로의 머리에 직격했다면 아무리 초록색 외도라도 멀쩡할리가 없었다. 꽤 아프다는 수준은 이미 넘어선 것이다.
“이크!”
버팔로에 정신이 팔린 사이 코앞까지 다가온 적 외도를 향해 세 번째 포탄을 날렸다. 그리고 빗나갈래야 빗나갈 수도 없을 정도로 다가온 외도의 몸 한가운데, 준이 발사한 날탄이 꽂혔다.
콰앙!
키에에엑!
인간형 외도가 펄쩍 뛰며 뒤로 물러났다. 실드를 믿고 달려들었던 녀석은 가슴 한가운데가 뻥 뚫린 채 고통을 호소하며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내가 만들긴 했지만 꽤 대단하군.”
준은 입을 오므려 휘파람을 휙 불고는 다음탄을 장전했다. 일격에 가슴이 관통될 정도의 공격력을 보였으니, 이런 식으로 몇 방만 더 날리면 확실히 녀석을 저세상으로 보내줄 수 있었다.
쾅!
크아아아!다시한번 포신이 불을 뿜었고, 철퇴를 든 쪽의 어깨가 박살나며 그대로 팔 하나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휴우. 화력이 어마어마 하구만.”
대흉근이 303전차의 고폭탄을 정타로 맞았을 때 소모된 체력이 약 2만 정도였다. 그에 비하면 열화우라늄제 날탄의 위력은 차원이 다른 화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실드를 뚫고 초록색 외도의 팔을 날려버릴 정도였으니 안 되어도 최소한 10만은 넘는 데미지를 단번에 입혔을 것이다. 인마살상용의 고폭탄과, 관통력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날탄의 차이였다.
“전차를 뽑아내다니...”
한편 최후방에서 전군을 지휘하고 있던 막스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덕분에 방금전까지 팽팽하던 분위기가 다시 이쪽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저 인간같지도 않은 것들이 괴물인지, 아니면 저 녀석이 괴물인지 나도 모르겠다.”
“나쁜 놈이 괴물 아닙니까?”
곁에 있던 배정현이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막스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너 오랜만에 맞는 말 했다.”
“크크크. 멍청한 것도 이럴 땐 쓸만하군.”
마흐무드와 무스타파가 낄낄거리며 맞장구를 쳤다. 막스도 웃음을 흘리고는 다시 시선을 전장으로 돌렸다. 1중대는 골렘이, 2, 3중대 쪽은 검둥이가 맹활약하고 있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수적으로 부족한 펠로우쉽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전황 자체가 준의 압도적인 무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막스는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양측합해 총 사천명의 병력이 동원된 전투였다. 그런 전투가 단 한사람의 존재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 녀석이 대체 어디까지 갈 건지 곁에서 지켜보고 싶군.”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마흐무드가 입을 열었다. 그나마 그의 부하들 중에서는 막스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머리도 가장 잘 돌아가고, 그만큼 아부에도 능했기에 그가 가장 아끼는 부하이기도 했다.
“그럼 그 녀석이 죽지 않도록 우리도 분발해야겠지? 예비대를 풀어서 도망치는 놈들을 잡고, 겸사겸사 뒤로 돌아서 후방을 친다. 마흐무드. 네가 무스타파와 함께 예비대 100인을 이끌고 움직여라.”
“네. 대장.”
마흐무드와 무스타파가 예비대를 이끌고 자리를 이탈했다. 결국 언덕위에는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막스와, 배정현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전 뭐합니까?”
“전황이나 살펴봐. 안경 좋은거 쓰고 있잖아.”
“이건 망원경 같은 게 아닌데요. 증강현실을 통해서 적의 정보와 약점을 알려주는 기계입니다.”
“그것 참 쓸모없는 물건이구나.”
“비싼건데...”
배정현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생각해보면 알카트뢰즈에 와서 제대로 써먹어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어차피 매일 보는 놈들만 보다보니 딱히 새로운 정보를 알아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쾅!
준은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녀석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녀석의 머리가 절반가까이 날아가자 녀석의 몸이 펄떡 거리며 바르르 떨었다. 어지간히 작은 동물들을 죽여도 뒷맛이 더러운 법인데, 10여미터의 대형 생명체를 자신의 손으로 끝장내고 보니 기분이 거의 최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진짜. 어디까지 커질 생각인거야. 이놈들. 적당히 하라고.”
준은 전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해치를 열고 녀석에게 다가가 자동분류를 시전했다. 그 거대한 육체가 차츰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이윽고 마지막 남은 검은 색의 던전핵 마저 서서히 분해가 되어 사라졌다.
“어. 이것도 되네?”
지금까지는 던전핵을 부수기만 했지 자동분류로 흡수할 생각까지는 못했다. 뭔가 그것을 몸속으로 받아들이기 싫다는 본능적인 거부감에서 였다. 하지만 막상 자동분류를 하고 나서도 별일이 없자 준은 괜히 지금까지 일일이 손으로 그것을 부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은 전차의 속도를 높여 골렘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최대 속력 53km를 자랑하는 T34의 디젤엔진이 거질 게 숨을 내뿜었다.
쿠르르르-
“오빠! 달려욧!”
준의 앞주머니에서 고개를 내민 시미가 두 팔을 쫙 펼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준은 녀석의 머리를 꾹 눌러 다시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콰앙!
“나이스 샷!”
짝짝짝.
시미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준이 날린 포탄이 정확히 인간형 외도 하나의 머리를 통째로 날려버린 것이다. 물론 그 일격을 위해 준이 날려버린 기회가 다섯 번 정도였다.
전차의 전장은 3미터. 보통 이정도 크기라면 눈치채지 못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지형의 아레쪽에 걸쳐 포탑만 내밀고있는 준의 탱크를 찾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사막색 위장이 되어있는데다가 은폐라는 특수효과를 발동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도달했다. 은폐 시간이 끝나가는 것이다.
준은 혹시나 싶어 입을 열었다.
“시미. 교란 좀 걸어 줄 수 있어?”
“너무 멀어서 안돼요.”
“하긴...”
시미의 교란은 적들의 신경에서 이쪽을 배제시키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가능한 사거리그 그리 넓지 않았고, 지금처럼 몇백미터 단위로 떨어져 있을때는 아무리 초록색 외도라고 해도 교란을 성공시키는 것이 불가능했다.
준은 일단 은폐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이동했다. 소리까지 감춰주는 것이 은폐효과였기 때문에 한참이나 지나 준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외도들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후였다.
콰앙!
준은 대흉근과 싸우고 있는 버팔로의 뒤에서 포탄을 날렸다. 날탄이 정확하게 버팔로의 항문부근에 명중하고, 날탄이 그대로 항문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순간 버팔로가 부르르 떨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비명조차 지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느낀 것이다.
“아... 미안.”
의도치 않은 공격에 준도 미간을 찌푸렸다. 시미가 입을 열었다.
“어차피 죽일 거면서 뭐가 미안해요?”
“아... 그러게.”
준은 머리를 흔들며 잡생각을 지웠다. 항문을 통째로 관통한 열화우라늄탄이 버팔로의 배를 뚫고 튀어나왔다.
“크아아아! 이 빌어먹을 자식이!”
그래도 덩치가 큰 만큼 즉사할 정도의 데미지는 나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준은 다시한번 탄을 걸고 발사했다.
콰앙!
분당 10발이라고 하면 6초마다 한발이었다. 마나의 소모도 그다지 걱정할 것이 못되었다. 준은 생각보다 전투가 순조롭게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차의 위력이 그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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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마신 커피가... 내가 뭔 짓을 하는 거야...
에라모르겠다 똥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