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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파트 점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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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있었군.”
위협적으로 그르렁 거리는 엔진음을 앞세워 이쪽을 향해 슬금슬금 움직이고 있는 전차를 보며 준이 입을 열었다. 통합정보센터가 증강현실을 통해 눈의 눈앞에 정보를 띄웠다.
[T-303 팬저제너럴. 초기형인 a1시리즈와 후기형인 a2k, a2f 버전이 있다. 이니셜은 용도에 따라 분류. 각 버전마다 탑재 무장과 장갑의 형태에 차이가 있음. GE에서 생산된 6세대 전차로 초기버전이 생산되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력전차로 사용되는 기체. 전차로서 가져야할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최대시속 80km. 모듈형 반응장갑과, 140mm활강탄에 인마살상용 ECL확산탄까지 탑재하고 있다, 동축기관총이 없는 대신 ECL기술을 응용해 근접한 적을 제거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원거리 조종과 자동조종이 가능한 AI시스템이 탑재 되어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사람이 운용해야 하는 6세대의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초기버전에 비해 개량을 거듭한 지금은 신뢰성도 높아 동세대 전차 중에서는 탑티어로 분류됨.
구형이 된 지금도 가격대 성능비를 기준으로 수위를 다투며, 대부분의 용병업체에서 주력전차로 사용 중. 현재 20년 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판매도 활발하다.]
“와. 멋있다...”
“이리 와. 아무리 너라도 직격으로 맞으면 위험해.”
준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전차를 바라보고 있는 시미를 불렀다. 순식간에 작아진 그녀는 가볍게 준의 앞주머니로 뛰어들었다. 숨쉬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콰앙! 쾅! 쾅!
세 대의 전차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포탄을 날렸다. 303탱크가 발사하는 ECL확산탄 같은 경우는 사방 이십여 미터에 인체에 치명적인 전자기 필드를 일으켜 사람을 살상하는 무기였다.
콰앙!
파지지직!
“으아아아!”
“가까이 가지마! 최대한 물러서!”
“하, 하지만 샌슨이...”
병사들은 자신의 곁에서 감전되어 죽어가는 이들을 보며 피눈물을 흘렸다. 폭발과 총탄에서 펠롱쉽들을 지켜주었던 갑옷도 전자기장의 안에서는 무력했다. 준은 포탄의 범위안에 있던 펠로우쉽 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며 재빨리 인벤토리에서 레일건을 꺼내들었다.
딸칵.
어깨에 총을 올린 준은 일단 자신을 향해 포신을 내밀고 있는 전차를 향해 소형 텅스텐 탄자를 걸었다. 거리는 약 800미터. 소형레일건의 사거리가 수십킬로미터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코앞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철컥.
최첨단의 무기인 레일건이 볼트액션식 탄창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아이러니를 느끼며, 준은 전자기장 제어를 펼쳤다.
파지직! 파직!
찌이이이잉-
척추를 타고 온몸을 흐르는 짜릿한 감각과 함께 준이 들고 있는 레일건을 향해 엄청난 전력이 전달되었다. 갑작스레 발생된 전자기장으로 인해 전하가 미친 듯이 널뛰었다. 사방으로 번개가 치고 전기구름이 준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그에 비해 레일건으로 전해지는 전류의 흐름은 지극히 안정적.
지잉-
전력이 가해지자 전자기 코일이 힘을 일정방향으로 유도하고, 찰나의 순간에 6mm의 작은 탄자를 마하 50의 속도로 발사했다.
콰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소닉붐이 일며 주위의 먼지와 돌들을 사방으로 흩날렸다.
콰아앙!
준을 향해 포신을 가열하고 있던 전차 한 대가 엄청난 빛과 굉음을 쏟아내며 폭발했다. 내부의 포탄들에 불이 옮겨 붙은 모양이었다.
“괜찮군.”
갑자기 전차 한 대가 폭발하자, 근처에 있던 다른 두 대의 전차가 준을 향해 포신을 돌렸다. 하지만 녀석들이 포탄을 준비하는 시간보다, 준이 레일건을 발사하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콰앙!
퍽!
두번째 전차의 전면 장갑이 종잇장처럼 찢기며 탄자가 전차를 관통했다. 뒤이어 유폭이 일어나며 폭발하고, 마지막 남은 전차 하나에서 확산탄이 날아들었다.
기이이잉-
준의 주변으로 전자기 필드가 펼쳐졌다. 하지만 이미 자신 주위의 전자기장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준에게 ECL확산탄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퍽킹! 대체 저 괴물은 뭐야!”
전차안에 탑승하고 있던 그라울리 중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시어도어 대령의 명령으로 전차의 조종을 위해 파견된 인물이었다. 이번에 수형자들이 조직화 되어 세파트 집결지로 온다는 소식에 그는 약간 들떠 있었다. 공을 세울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라울리는 평범한 연합의 시민이 그렇듯 그가 소속되어 있는 조직이 어떤 명분으로 움직이는 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자신의 자리를 보존할 수 있고 월급이 늘어나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특히나 이번에 시어도어 대령의 목적이 달성되면 직급과 함께 보수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 생각해 오히려 적극적으로 찬동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적은 그리 어렵지도 않은 상대. 전차 앞에서 헌터들의 무력은 일반인에 비해 그리 나을 것도 없었다. 다소 움직임이 재빠르다는 것 정도야 있겠지만, 그것은 넓은 범위를 타격하는 인마살상용 ECL확산탄이면 충분히 대응가능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첫번째 전차가 파괴되면서 불안감으로 변했다. 전차의 반응장갑을 단 일격에 뚫어버릴 정도의 무기를 수형자들이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해다.
“적 무기 반응 분석 결과... 레일건으로 생각됩니다.”
T-303에는 전차장과 부사수 두 명이 탑승한다. 부사수가 확산탄의 전자기장안에 있는 적의 동태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야! 갑자기 여기서 레일건이 왜 튀어나와!”
그로울리 중사가 소리를 버럭질렀다. 단독무장용 MMP미사일이라면 모를까 레일건은 차원이 다른 무장이었다. 사용전력이 어마어마해 내부에 원자력발전기를 돌릴 수 있는 대형기체가 아니라면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 무기가 레일건이 아니라 해도, 그에 상응하는 무장으로 봐야합니다.”
“젠장. 확산탄 날려!”
그로울리의 명령에 부사수가 콘솔을 조작하여 탄환을 교체했다. 기잉- 하는 소리와 함께 탄자가 교체되었고, 그 순간 바로 곁에 있던 전차 한대가 불길에 휩쌓였다. 이제 남은 것은 그로울리가 탄 전차 하나 뿐이었다. 최종병기라고 생각했던 전차가 이토록 쉽게 무너질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다.
“빌어먹을! 발사!”
콰앙!
ECL확산탄이 발사와 거의 동시에 적의 인근에서 폭발했다. 눈에 보일 정도의 전자기장이 탄착지점의 인근을 완전히 뒤덮었다.
“좋았어! 이걸로 뒈졌겠지!”
그로울리 중사가 환호하며 소리쳤다. 적이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살아남기란 힘들다. 그는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부사수의 외침은 그의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만들었다.
“적 생존 반응. ECL탄은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슨 개소리야! 저기서 어떻게 살아남는다는 거야!”
“모르겠습니다!”
“HE(대인유탄)로 교체해. 발사가 가능해지면 곧바로 쏴버리라고!”
“옛 써!”
부사수가 스위치를 돌리자 자동으로 탄두가 교체되었고, 약간의 딜레이 끝에 다시한번 준 알스버그를 향해 포탄을 날렸다.
콰앙!
하지만 두 번째 탄은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알 수 없는 거대한 골렘에 의해 가로막혔다. 녀석은 4미터가 넘는 덩치에 날렵한 몸을 하고서 직격으로 날아가는 포탄을 몸으로 막고서도 멀쩡한 모습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고폭탄과 같은 형태의 HE탄은 관통력이 떨어져 골렘과 같은 녀석들에게는 큰 피해를 주기 어려웠다. 차라리 날탄을 이용했다면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었을 것이다.
쿵쾅쿵쾅!
“적 골렘 접근! 15초 뒤면 접촉합니다.”
“젠장! 최대속도로 후진! 기동사격 개시!”
전차장의 외침에 부사수가 재빨리 기어를 변경했다. 그러자 맹렬한 엔진음과 함께 전차가 급가속하며 후방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콰앙!
“큭!”
그로울리는 전차의 곁에서 폭발한 무언가에 의해 충격파를 뒤집어쓰고는 옆의 콘솔에 머리를 박았다.
“으윽... 대체 뭐야?”
“레일건이 스쳐지나간 듯 합니다. 후진기동에는 이상없습니다. 적 골렘 계속 접근중!”
“계속 발사해!”
콰앙! 쾅!
분당 20발을 발사할 수 있는 T-303전차를 향해 달려오는 골렘의 수가 하나에서 셋으로 늘었다.
최대시속이 80킬로미터에 달한다고는 하지만 지형자체가 울퉁불퉁해서 최대속력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곧 잡힐 것이 분명한 상황. 전차장은 무전을 때리며 큰소리로 외쳤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뭔가 좀 하라고! 골렘은 너희들이 맡겠다고 했잖아!”
콰직!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T-303의 머리위로 거대한 무언가가 내려앉았다. 수십톤에 달하는 전차가 한 순간에 빈 캔 처럼 짜부라지며, 그 안에 있던 두 사람의 군인을 압사시켰다.
콰앙!
전차가 유폭으로 폭발하자 그 거대한 동체는 자신의 발밑을 바라보더니 콧김을 흥하고 뿜었다.
“미안. 밟아버렸군.”
그 존재는 전차를 툭 걷어차고는 거대한 몸을 일으켜 세 기의 골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날파리들이 잔뜩 모여들었구나.”
“쳇, 빗나갔나.”
준은 레일건을 치우고는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레일건은 마나소모가 큰 무기다. 연달아 매크로 샤워를 사용하며 마나를 다수 소모한 상태였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한 대남은 전차를 파괴하기 위해 마나를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대신 대흉근과, 골렘 1,2호를 보내어 전차를 쫓게 했다.
3호는 여전히 1중대를 돕고 있었고, 준은 슬슬 사기를 잃고 후퇴하는 밴디트들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후우웅-
콰직!
‘그것’은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나 도망치던 전차의 위로 떨어졌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전차가 짜부라들었고, 곧 유폭하며 폭발했다. 전차를 밟고 선 그것은 크기만 거의 10미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버팔로였다.
“뭐 저런 것이...”
통합정보센터에 등록되지 않은 외도인 것으로 보아 던전핵을 먹은 인간이 변이한 모습인 듯했다. 대체로 외도는 크기가 클수록 결정도가 높았다. 준은 순간적으로 저것이 파란색 외도가 아닐까 하고 긴장을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것은 진한 초록색 오오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정예급도 아니고... 덩치에 비해서 결정도가 낮은 편이군. 그렇다면 상대하지 못할 것도 없지.“
지금까지 밴디트들을 털면서 수없이 많은 던전핵 보유자를 만났다. 그 중에서는 노란색 외도도 많았고, 정예외도도 있었다.
그러니 초록색 외도가 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리고 현재 골렘들이 모두 초록색 외도로 진화한 상태인 만큼 전력상으로도 이쪽이 압도적이었다.
쿵. 쿵. 쿵. 쿵.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세파트 집결지 안에서 다른 놈들이 하나 둘 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미 완전히 변이를 마친 녀석들은 거대화 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준과 골렘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전차는 그냥 인사치레였군.”
준은 남은 체력과 마나를 체크했다. 패시브 기술 덕에 전투 중에도 체력과 마나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30퍼센트 까지 떨어졌던 체력은 조금 올라 32퍼센트를 가리키고 있었고, 마나의 양은 재활용 스킬 덕에 절반 정도 남아 있었다.
‘곤란한데...’
이미 모습을 드러낸 적들의 수는 모두 다섯. 대형 버팔로 한 마리와, 대형 인간 네마리였다. 인간의 형태를 지닌 놈들도 정상적인 형태는 아니었다. 눈코귀가 없고 오로지 입만이 쭉 찢어져 있었고, 몸은 전체적으로 날렵하되, 하얀색 형태로 미끈하게 빠져있었다. 손에는 각자 서로 다른 무기를 들고 있었는데 그 종류도 검, 창, 도끼, 철퇴 등으로 각자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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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인 다섯시쯤 올릴게요.
일단 밥좀 먹고. 헉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