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73화 (173/540)

0173 ----------------------------------------------

세파트 점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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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탕!

푸슛! 푸슛!

귀를 찢는 소총의 발사음에 비해 니들건의 발사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마나가 담긴 니들건의 화력은 소총탄에 비해 몇 배의 데미지를 뿜어내었다.

퍽! 후두둑!

니들건의 대못이 참호안으로 박혀들어갈때마다 땅이 뒤집어지며 밴디트들의 얼굴에 흙을 뿌려대었다. 조준사격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가 되자 펠로우쉽의 움직임이 더욱 자유로워졌다.

퍽!

이마 한가운데 대못이 관통된 밴디트 하나가 눈을 까뒤집으며 뒤로 쓰러졌다. 총탄을 몇 번은 맞아도 끄덕없는 펠로우쉽과, 니들건이 쏘아보낸 대못을 한 방만 맞아도 전투력을 잃어버리는 밴디트 들간의 싸움은 숫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쪽이 밀리지 않을 정도로 팽팽했다.

“고개 숙여! 엎드려서 쏘란 말이야!”

펠로우쉽 1중대장 바스라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적들이 니들건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온 이상, 무리해서 몸을 일으켜 달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적 진영의 한 가운데는 준 알스버그가 휘젓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참호전에서는 한 군데의 방어선이 뚫린다고 해도 곧바로 전체가 무너지거나 하지 않았다. 일단 몸을 숨길 곳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리 쉽게 등을 보여 도망치거나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스라는 1,2,3소대장에게 파티채널을 통해 명령을 내렸다.

-제자리에서 정지. 엄호사격. 탄창을 전부 비워도 좋으니까 녀석들의 시선을 최대한 끌어.

-라져.

-넵.

-오케이.

중구난방인 대답과는 달리 1,2,3소대의 반응은 재빨랐다. 그들은 엎드려 쏴 자세에서 곧바로 반쯤 몸을 일으키고는 쉴새없이 탄창을 비워대기 시작했다. 밴디트에 비해 펠로우쉽이 압도적으로 이점을 가지는 것중 하나는 바로 EP가 허락하는 한, 무한대로 탄환을 보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분당 200발이라는, 소총에 비하면 훨씬 느린 연사속도였지만 탄환이 한정되어 있는 밴디트에 비해 이쪽은 계속해서 보급이 가능했다.

쏴아아아!

1,2,3소대 100여명의 병사들이 쏘아대는 니들건의 탄자가 마치 소나기처럼 적 진영을 유린했다. 니들건 한 발 한 발의 파괴력은 소총탄의 몇 배에 달한다. 떨어지는 연사력을 커버하고도 남을 화력에 밴디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콰콰콰!

“아아악!”

“젠장! 내 눈!”

“커헉!”

이쪽에서 마음먹고 탄창을 비우기 시작하자, 밴디트들이 허둥지둥하며 참호 아래로 몸을 숙이기에 바빴다. 하지만 니들건의 무서움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5.56mm소총탄이 뚫을 수 없는 땅속을 관통하여 데미지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발사해!”

그러다 보니 1중대가 담당하고 있는 지역의 밴디트들이 화망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그 빈 공간으로 바스라와 그가 이끄는 십여명의 특공대원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바스라의 레이드 팀으로 이루어진 조직으로, 가장 손발이 잘 맞는 이들을 골라 그를 호위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타타탓!

허리를 최대한으로 숙인 채, 적들의 화망에서 벗어난 바스라 팀은 아군이 엄호사격을 하는 틈을 타서 왼쪽으로 빙 돌아 참호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사격!”

파파파박!

정면에서의 공격만을 생각하고 있던 밴디트들은 갑작스레 나타난 바스라 팀에 대항할 틈도 없이 온몸에 대못이 박히며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1중대가 첫 번째 참호를 점령할 무렵, 죽어 나자빠진 밴디트 들중 하나가 가지고 있던 결정체 폭탄이 폭발했다.

콰앙!

“크헉!”

“아악!”

콰앙! 콰앙!

그러자 다른 녀석들의 결정체 폭탄이 유폭되며 근처에 있던 펠로우쉽들이 폭발에 휘말려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운이 좋은 이들은 살아남았지만, 그 폭발에 휘말린 상당수의 병사들이 순식간에 체력을 소진하고 목숨을 잃었다.

바스라 역시 폭발에 휘말렸다. 운이 좋게도 아슬아슬하게 체력을 30정도 남기고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순간적인 데미지가 워낙 컸기 때문에 의식이 흐려지는 것 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바닥을 뒹굴면서 정신을 잃기 직전, 파티채널을 통해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

-대장!

-안 돼!

각 소대장 들이 엄호사격을 멈추고 바스라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달렸다. 나하라 출신인 이들에게 바스라의 영향력은 준 이상이었다. 그를 구하러 달려간 이들은 황급히 주변의 살아남은 밴디트들을 정리하고 그를 부축했다. 다행히 그가 죽음에서 아슬아슬하게 빗겨간 것을 확인한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재빨리 그를 후방으로 인계했다.

콰앙! 쾅!

“유폭인가?”

준은 1중대가 돌격하고 있는 위치에서 폭발이 이는 것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자신 혼자 이들을 상대했다면 저런 사태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준이라고 해도 EX필드 하나 믿고 수천명의 밴디트들을 상대하기란 무리였다.

골렘과 검둥이 만 밀어넣어서 싸우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작전 입안 단계에서 폐기된 사안이었다. 체력이 수십만에 달하는 초록색 외도라 할지라도, 수천의 밴디트들에게 집중된 공격을 받는다면 항력이 없는 골렘들은 얼마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그 공격을 분산해줄 이들이 필요했고, 그것이 천명의 펠로우쉽 병사들이었다. 어찌보면 총알받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펠로우쉽 병사들에게 갑옷을 맞춰 입힌 것이다. 공격력을 높이는 것보다는 방어력을 높여 조금이라도 더 데미지를 받아낼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총알받이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결국 죽어나가는 것은 사람의 목숨이다. 준은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눈앞의 적들을 쓸어버렸다.

타타타탕!

소총 십여 자루가 홀로 허공에 뜬 채로 적들을 향해 사정없이 총알을 난사하고 있었다. 탄창을 갈아끼는 것도 준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염동력을 이용해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사속도도 빠른데다가 명중률 또한 높았다.

준은 거의 일인 군단처럼 행동하며 저들의 참호를 하나하나 점령해 나갔다.

휘익!

콰앙!

“으아악!”

“크악! 내 다리가! 다리가!”

“어머니!”

플라즈마 수류탄이 적들의 진영에서 눈부신 빛을 뿜으며 폭발했다. 수십년의 생을 살아온 인간의 목숨이 플랑크 시간보다도 짧은 순간에 무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수십명의 사상자를 내었고, 준은 무심한 얼굴로 바닥을 구르는 적들을 향해 총탄을 쏟아부었다.

따다다당!

피가 강이 되어 흘렀고, 참호안은 죽은 시신과 찢겨진 팔다리로 가득찼다. 그런 준을 향해 총탄과 마법과 화살이 쉴새없이 날아들었다.

-체력이 50퍼센트 이하입니다. 주의해 주십시오.

준은 시스템메시지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남은 화력을 쏟아부었다.

콰앙! 쾅!

철컥! 철컥! 철컥!

남아있는 수류탄을 모두 소모했을 무렵 소총의 탄환도 모두 소모되었다. 준은 총을 모두 버리고 그 자리에 니들건을 채워 다시 난사를 시작했다. 니들건을 머리위로 띄워 사격을 시작하니 참호 안에 숨어 있어도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아, 악마 새끼!”

“저건 괴물이야!”

“도망쳐! 후퇴하라!”

준이 홀로 뛰어든 중앙은 전투가 시작된지 삼십여분이 지나자 완전히 초토화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준은 집결지를 코앞에 두고 방향을 틀어, 비교적 수가 적은 1중대 쪽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전체적인 구도로 보자면, 준이 홀로 돌격하는 중앙을 제외하고 좌측은 1중대, 우측은 2,3중대가 맡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가장 큰 1중대가 비교적 적은 수로 적을 상대하게 된 셈이었다. 그러다 보니 피해도 1중대가 가장컸고, 무엇보다도 그들을 이끌어야 할 바스라가 의식을 잃고 리타이어 한 것이 컸다.

쏴아아!

준이 지나가는 길목에는 니들건의 샤워가 쏟아졌다. 거의 딜레이없이 쏟아부어지는 니들건의 화력은 등을 돌리고 도망치는 것 조차 허용되지 않을 정도였다.

핑!

관자놀이에 정확하게 명중한 탄환이 준의 머리를 꺾었다.

“큭.”

-총탄에 의해 체력이 240 감소합니다.

준의 체력이 1만이 넘는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너무많은 공격을 허용한 상태였다. 니들건의 사거리는 100미터. 그것도 유효사거리로 따지자면 50미터로 비교적 짧다보니 그보다 멀리에서 쏘는 총격에는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은 좀더 버틸 수 있어.’

하지만 지금까지 죽어나간 사람들 때문에라도 여기서 후퇴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전황자체는 펠로우쉽 군단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우측은 이미 두 번째 참호까지 점령하며 순조롭게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었고, 남은 것은 고전하고 있는 1중대였다. 준이 그곳에 화력을 지원하는 순간 이 전투는 압도적으로 적들을 몰아세울 수 있었다.

“시미! 음파공격 부탁해!”

“네에.”

시미는 준의 앞주머니에서 빠져나오더니 순식간에 몸을 키웠다.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전장에 갑자기 나타난 시미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준을 향하던 탄환의 숫자가 확 줄어들었다.

“뭐, 뭐야? 저건?”

“여자가 왜 이런 곳에 있어?”

아드레날린이 온몸의 혈관을 도는 와중에서도 놀라움은 컸다. 밴디트들이 인간적이어서 사격을 멈춘 것이 아니었다. 낯선 상황에 잠시 정신이 팔린 것뿐이었다.

“흠. 흠.”

그리고 잠시 목을 가다듬은 시미가 적 밴디트들을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꺄하아아아아아!”

“커억!”

“윽!”

시미의 초음파 공격은, 원형으로 뻗어나가 사방 100미터 안의 적들의 고막을 터뜨렸다.

“응? 뭐야? 이자식들 왜 이래?”

“몰라. 이 소리 때문인가?”

범위안에 펠로우쉽 전사들은 갑자기 픽픽 쓰러지는 밴디트들을 보며 의아해했다. 공격불가 옵션 덕에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때문이었다.

“으윽. 나는 귀가 좀 아픈데...”

“나도.”

체력이 50퍼센트 이상 남아있던 이들은 귀를 틀어막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래도 밴디트들 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그들은 어느하나 할 것 없이 피를 토하며 목숨을 잃었다.

그 한번의 음파 공격에 적들의 사기는 완전히 꺾였다. 골렘이 전장을 휘저어도, 검둥이가 울부짖어도, 준이 온갖 공격을 퍼부어도 버티고 있던 밴디트들이 시미의 일갈에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다.

준은 시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이 녀석이 제일 사기였구만.”

“저는 사기 안쳤어요.”

“그래. 어쨌든 잘했다.”

준은 결정체 하나를 그녀의 입에 사탕처럼 물려주고는 후퇴하는 밴디트들의 뒤를 쫓았다. 지금 최대한 적들의 수를 줄여놓아야 더 많은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콰앙!

촤아악!

“큭!”

그러나 그런 준의 앞에 장렬한 폭발과 함께 땅의 뒤집어지며 흙이 우수수 쏟아졌다.

‘결정체 폭탄인가...?’

흙 때문에 눈앞이 흐려져 시야가 제대로 분간이 되지 않았다.

쾅!

“큭!”

이번에는 준에게 좀 더 가까운 위치에서 폭발이 일었다. 땅과 함께 준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폭발로 인해 1540의 체력이 감소합니다. 체력이 30퍼센트 이하로 감소했습니다. 후퇴하시길 권합니다.

“젠장.”

바닥을 구르며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준은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어느정도 시야가 확보되자 준은 그것이 결정체 폭탄으로 일어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쿠르르--

세파트 집결지 쪽에서 세대의 전차가 이쪽을 향해 포구를 돌린 채 그 위엄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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