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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델타-168화 (16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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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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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그로 인해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이 일에는 전혀 책임이 없는 누군가가 목숨을 잃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누군가가 준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었다.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느냐, 그들을 죽인 것은 다름아닌 당신이지 않느냐하고 원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뒤로 미루어야 할때였다. 후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가서 고민하면 될 문제였다. 벌써부터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준. 뭐하고 있어요?

막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무렵 루나에게셔 통신이 들어왔다.

-네 생각.

-거짓말이죠?

-들켰네. 그냥 곧 있을 전투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어.

-흠. 이럴땐 그렇게 솔직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눈치없는 건 내 특기니까.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별일이 있어야 연락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래서 무슨 일인데?

준은 피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흥. 눈치가 없다는 것도 거짓말인 모양이네요. 불릿타임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준이 움직인다는 이야기에 자극을 받은 모양이에요.

-그럴거라고 생각을 하긴 했는데. 괜찮을려나 모르겠네.

-무슨 뜻이에요?

-명색이 군대인데, 우리가 먼저 밴디트를 처리하면 그쪽에서도 얼굴이 서지 않잖아. 그래서 좀 무리해서 원정을 나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는 거야. 차라리 수도에 틀어박혀서 방어만 하는게 나을 텐데.

-그래도 일단 동부쪽의 밴디트들을 물리치면 한결 사태가 나아지는 거 아닌가요?

-그거야 이기고 난 다음의 이야기이지. 던전핵을 가진 이들이 있을 경우에는 화기만으로는 상대하기 어렵단 말이지.

-니들건이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일단 실드만 제거하면 화기도 먹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래서 더 문제야. 상대를 쉽게 보고 덤빌 수 있으니까. 밴디트들도 그정도는 알고 있을거고. 어쨌든 내 입장에서는 불릿타임이 잘 싸우기만을 바랄 수밖에. 대피 준비는 끝낸거야?

-네. 준이 수도로 오면 바로 출발할 생각이에요.

-늦기 전에 출발해. 만약 불릿타임이 지게 되면 수도는 바로 위험에 빠지게 되니까. 내가 도착하기 전에 점령될 수도 있어.

-그렇게까지 전황이 불리한가요?

-그냥. 예감이 안좋을 뿐이야.

-그 예감이 틀리길 바라야 겠네요.

-나도 그러길 바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준은 불릿타임이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다. 기술, 미래예지에 의해 느껴지는 감각은 100퍼센트 확실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릿타임이 움직였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느껴지는 예감은 어지간해선 빗나가지 않을 거라는 확신마저 들게 할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네요?

-뭐가?

-싸움을 앞두고 잔뜩 긴장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아아. 방금전까지는 그랬는데. 대충 정리했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까.

-실패할 수도 있잖아요.

-내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나보다 더 이 사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준. 가끔 보면 엄청 멋있는 거 알아요?

-그런가...

준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그녀에게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루나는 마치 그의 눈앞에 있는 것처럼 메시지를 보내왔다.

-정말로 좋아해요.

-고마워.

-쳇. 대답이 그거 뿐인가요?

-그... 굳이 말로 해야하는 건가?

준에게 아직 이런 식의 애정표현은 서툴기만 할 뿐이었다.

-흠... 아직 많은 교육이 필요하겠네요. 그럼 다음에 연락해요.

-아아. 그래. 다음에 보자.

준은 그렇게 약간 어색한 느낌으로 통신을 마쳤다. 그녀가 약간 화가 난 듯도 했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닭살 돋는 말을 할 자신도 없었다.

‘무리를 할 필요는 없겠지.’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애정표현을 할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억지로 하는 것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심이 담긴 말을 하고 싶었다. 그것이 그의 방식이었고, 준은 그게 옳다고 생각했다.

달은 곧 있을 전투와 상관없이 한없이 맑았다. 준은 붉어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서 고개를 숙였다.

서부지역의 밴디트들이 집결하는 장소는 레이크시티에서 약 5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세파트 고원지대였다.

그 정도 거리라면 밴디트들이 전열을 갖추고 진군하기 위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그다지 급한 일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동부전선의 불릿타임이 자칫 대패라도 하게 된다면 수도방위가 무력화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이쪽 지역을 정리하고 수도로 향할 필요가 있었다.

사흘 뒤, 준은 이틀에 걸쳐 천명으로 이루어진 펠로우쉽 군대를 세파트 고원으로 보냈다. 보급은 델타폰에 의해 문제없이 이루어졌다. 가장 문제는 식수였지만, 그 마저도 밥의 원거리택배에 의해 해결할 수 있었다.

웅성웅성.

일렬로 도열한 병사들은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대지에 덩그러니 서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약간 당황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계속 이렇게 있어야 하는 건가?”

“밥은 델타폰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잠은 어디서 자는거지?”

분위기에 취해 무작정 무기를 싸들고 날아오긴 했지만, 전쟁이라는 것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모두가 간과하고 있었다. 물론 개중의 일부는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개인용 텐트를 챙긴이들도 있었다.

“이럴 줄 알고 챙겨왔지. 나란남자 준비성이 철저한 남자.”

“야. 당장 택배 배달시키자. 이러다간 밤에 얼어죽겠다.”

사막일수록 일교차가 크다보니 벌써부터 걱정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성격이 급한 이들은 벌써부터 텐트나 오토쉘터를 구입하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잠시후 그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해야했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위에 바로 하루전에 자신들이 잠들었던 대규모 막사가 신기루처럼 나타난 것이다.

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건물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그런 건물이 홀연히 나타났으니, 모두가 얼이 빠진 것도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자, 잠깐... 이게 뭐야?”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준이 마지막으로 출발하며 레이크시티에 있던 막사를 전부 인벤토리에 집어넣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준이 건물을 챙겼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정작 건물을 소환하고 있는 본인조차도 스스로 만들어낸 기적에 입을 쩍 벌리고 있으니, 그렇지 않은 이들이야 두말할 것도 없었다.

“이야. 이거 대단하네.”

“자기가 해놓고 놀라는 거냐?”

가만히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막스가 입을 열었다. 그는 준이 막사를 인벤토리에 넣는 것을 함께 지켜보았다. 그러나 있던 것을 없어지게 하는 것 보다, 없던 것을 있게 만드는 것이 훨씬 더 기적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우왕좌왕 하며 눈앞에 벌어진 기적에 당황하고 있을 무렵 전체 펠로우쉽에게 준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

=알아서 자기방 찾아가서 쉬도록 해.

“오오. 이런 기능이?”

“전체 공지인가? 이렇게 하면 델타폰으로 공지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괜찮겠군?”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원래 배정받았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대형막사다 보니 한 방에 열 명정도가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물만 충분하면 샤워시설도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부족한 것은 화장실 정도였다.

화장실만은 어쩔 수 없이 바깥에서 해결해야 했다.

일단 막사의 물탱크에 물을 가득 채워 둔 상태이긴 하지만,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준은 따로 인벤토리에 물을 가득 채워 두었다.

‘이런 식으로 물을 쓰다가는 호수의 물도 금방 바닥나겠군.’

비록 레이크시티의 호수가 지하수와 연결되어 있다고는 해도, 일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펑펑쓰다보면 결국 모자라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물을 만들어낼 방법이 없을까...’

궁하면 방법을 찾기 마련이었다. 준은 마스터에게 통신을 연결했다.

-마스터. 물어볼게 있어.

-뭔가.

-혹시 요리 목록에 식수도 등록 가능해?

준이 생각한 것은 마스터의 요리 스킬을 이용한 식수 공급이었다. 델타스토어에 등록된 마스터의 요리는 별다른 재료없이 완성되기 때문에, 그곳에 물을 등록시킬 수 있다면 경험치를 소모해서 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글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부탁할게.

-기다려.

그렇게 십여분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마스터에게서 연락이 왔다.

-등록은 가능했다. 헌데 문제가 약간 있군.

-뭔데?

-꽤나 비싸다. 물이라는 게 생각보다 부피를 많이 차지해서인지 경험치 요구량이 높더군. 원가로 올리긴 했는데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는 힘들 듯 하다만.

-잠깐만 확인 좀 해보고.

준은 델타스토어를 열어 확인해 보았다. 마스터의 말대로 물은 상당히 비쌌다. 10리터짜리 한 병 들이에 1EP가 들었으니 사실상 1병에 10만원짜리 물이라고 생각하면 되었다. 그래도 준의 기준에서는 그다지 비싼 편이 아니었으니 의외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도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고마워. 내가 많이 사줄게.

-어차피 원가라 수익도 안난다만.

-그럼 조금 올려도 괜찮아.

-됐다. 물을 팔아서 돈을 벌 생각은 없으니까.

-어쨌든 고마워. 덕분에 도움이 됐어.

준은 시험삼아 물을 한 통 구입했다. 그러자 10리터짜리 대형 플라스틱 통 안에 물이 가득 찬 채로 준의 앞에 나타났다.

“뭐, 이정도면 나쁘지 않군.”

행성마다 다르긴 하지만, 지구의 물값이 한통에 약 3~4천원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많이 비싼 편인 건 맞았다. 하지만 알카트뢰즈 처럼 물이 귀한 곳이라면 10만원이라도 돈을 주고 살 사람은 꽤나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델타의 물질 재조합 기술은 엑조틱에너지의 소모가 크긴 하지만 이래저래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었다. 특히나 보급문제에 있어서 이보다 편리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준은 막사 안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식당에서 각자 델타폰을 이용해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을 보며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미 지원병들에 한해서 식사를 위해 결정체 3개씩을 지급하고 있었다. 혹시나 그것을 숨겨두고 밥을 굶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먼저 요리를 시키고 나면 그 사람에 한해서 결정체를 지급하는 형태로 보급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전원 식사를 거르는 일 없이 보급이 손쉽게 해결될 수 있었다. 천 명 단위의 사람들이 이동하게 되면 식사 관리가 매우 힘든 법인데, 별달리 힘들이지 않고 최고급 요리를 맛볼 수 있다보니 지원병들의 사기도 굉장히 높았다.

“햐... 이거 정말 비싸서 사먹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여기와서 먹어보네.”

“대체 주인장은 결정체를 얼마나 가지고 있길래 천명에게 매끼 결정체를 주고있는거야?”

“듣기로는 몇만개쯤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설마. 결정체가 그렇게 많으면 가지고 다닐 수도 없겠다.”

“못들었냐? 주인장이 아공간에 물건을 넣고 다닌다는거?”

“헐? 그럼 마법사인건가?”

“글쎄... 하는 짓만 봐서는 마법사 뺨을 후려치고 땅속에 묻어버릴 정도이긴 하지.”

“하긴. 이렇게 큰 막사를 갑자기 소환하는데 결정체 정도를 가지고 다니는 건 일도 아니겠지.”

대화가 흘러가자 다시 그들의 주제가 건물을 소환한 준의 능력에 대해서 옮겨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큰 건물을 무슨수로 소환 한 것인지 이해조차 할 수 없었다.

정작 당사자인 준도 자신이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해놓고 보니 별일도 아니었다.

‘경험치만 충분하면야...’

물론 그에 들어간 경험치가 수십만이라는 건 말할 필요가 없었다. 거기에 건물을 제작하는 경험치 까지 합하면 총 오십만에 달하는 경험치가 한번에 날아간 상태였다. 생각해보면 협동퀘스트를 완수해서 얻을 수 있는 기대 경험치 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너무 과소비를 한건가...? 에이. 그 정도는 또 벌면 되지.’

준은 쉽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경험치는 언제든지 얻을 수 있었기에 쓸 수 있을때 쓰는 게 맞았다.

============================ 작품 후기 ============================

눈이 슬슬 감기네요. 여러분들도 주무세요...

@선작추천코멘트쿠폰 주신분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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