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66화 (16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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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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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기술로 인해 건물을 짓는 일이 간단해졌다고는 하지만 최소 수백 명이 쉴 수 있는 막사를 짓는 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덕분인지 건축기술의 숙련도는 금세 올라, 순식간에 중급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단 하루만의 쾌거였지만 기쁨을 느끼기 보다는 허탈한 감정이 앞섰다.

“음... 중급 건축으로는 단체거주시설을 만들 수 있구나...”

준은 죽 늘어서 있는 단독주택 백여 동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저걸 만드느라고 들어간 경험치만 해도 일 만이 넘었다. 졸지에 삽질을 한 셈이 되었지만, 그래도 저게 아니었다면 중급까지 올라갈 수 없었을 것이니 투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휴. 나머지 작업은 내일하자.”

아무리 건축기술이 있다고 해도 집 한 채를 짓는데 들어가는 시간은 대략 10분 정도였다. 그걸 백여채를 지었으니 하루 종일 집만 짓고 있었던 셈이었다.

-그럼 쉬고 있어.

-넹. 전 이만 잘래요.

시미는 가볍게 나뭇가지를 흔들어 준을 배웅했다. 검둥이는 어차피 집에 가봐야 심심하다며 나무가 되어 있는 시미의 밑둥에 엎드렸다. 자주 붙어다니더니 죽이 잘 맞는 모양이었다.

가기 전에 대흉근과 골렘들을 시켜 새로 확장하고 있는 레이크시티의 건물들 사이로 배수로를 파도록 시켰다. 녀석들은 별 불만없이 일을 시작했다. 어차피 비가 오는 경우는 거의 없는 곳이지만, 그래도 가끔 내릴 때는 인근이 진창이 되기 때문에 배수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컸다.

펍으로 향하는 길에 델타포럼을 확인해보니, 레이크시티로 오는 길을 묻는 사람들이 바글대고 있었다. 애초에 지도에 나와있는 지역도 아니고, 거주하는 사람들이 극히 적다보니 이곳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 중에서 베스트로 올라간 글은 다름아닌 마스터가 직접 작성한 글이었다. 거기에는 레이크시티의 위치와 오는 법에 대해서 상세하게 쓰여저 있었다. 하지만 낚시글로 취급하고 믿지 않는 사람도 다수 존재했기에 준이 직접 그 글을 공지글로 옮기고 지도를 추가하여 좀 더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그리고도 소요가 멈추지 않았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레이크시티가 너무 멀다는 점이었다. 가장 가까운 나하라에서도 차량으로 세 시간 거리인데, 차량이 없는 이들은 걸어서 일주일 넘겨 와야했다.

이런 일을 추진해 본 일이 없다보니 생긴 실수였다. 준은 재빨리 공지글을 재작성 했다. 다행히도 펠로우쉽의 대부분은 현재 나하라 인근지역에 몰려있기 때문에 너무 멀리까지 가서 사람을 데려올 필요는 없었다.

일단 지원자 현황을 살펴보니 나하라가 역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카랑카, 스토크 정도였다. 그 이외의 도시들은 펠로우쉽이 없거나 아주 적었기 때문에 설령 지원자가 있다고 할지라도 준이 그곳까지 가서 그를 데리고 와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사흘 후 아침에 수송기를 보낼테니 각 도시의 지원병들은 자체적으로 목록을 작성해서 올리도록. 거기에 맞춰 보내야 하니까.

준의 글에 사람들은 빠르게 자신들끼리 지원자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준이 그들을 다스리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알아서 하도록 하는 편이 여러모로 편리했다.

펍에 앉아 마스터가 내어주는 맥주를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을 무렵 펍의 문을 벌컥 열고 뛰어들어오는 이들이 있었다.

“크... 큰일 났습니다!”

“바깥에 외도가! 거대한 외도가 있어요! 지금까지 본적도 없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놈들이 자그마치 네 명이나 있단 말입니다!”

소리치며 들어오는 두 사람은 최근 레이크시티에 정착한 이들이었다. 그러니 준이 데리고 다니는 대흉근과 골렘들을 직접 목격한 적도 없었다. 심지어는 시미와 검둥이에 대해서도 말로만 들었을 정도였다.

“시끄럽다. 호들갑 떨지말고 가서 밥이나 처먹어.”

다른 헌터 하나가 녀석들의 뒷덜미를 쥐고 빈자리로 데리고 갔다. 녀석들은 끌려가면서 계속해서 뭐라뭐라 소리를 쳤지만 다른 헌터들이 지나가면서 뒤통수를 한대씩 때리자 이내 잠잠해졌다.

“흠. 그러고보니 미리 대흉근의 존재를 알려야 할 필요가 있긴 하겠구나.”

전투에 돌입하면 대흉근과 골렘 형제들을 불러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펠로우쉽들에게 골렘의 존재를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다. 잘못해서 아군을 공격하려 들면 골치아픈 일이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대략 삼백 명 정도가 거주할 수 있는 대형 막사를 만들어낸 준은 뿌듯한 느낌으로 눈앞의 거대한 건축물을 바라보았다. 얼추 그정도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델타포럼에 올라온 지원자 명단을 본 준은 다시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얼추 천여명이 지원병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경험치를 준다는 말에 혹해서 모이는 이들이 상당히 많은 모양이었다.

“이런 식이면 수송기가 부족하겠는데.”

관리소에서 제공하는 수송기의 숫자는 얼추 열대 가량. 대당 약 서른 명 정도가 탈 수 있었기 때문에 몇 번에 걸쳐서 펠로우쉽들을 옮겨야 했다. 어쨌든 사람이 많을수록 준의 입장에서는 좋기 때문에 마다할 일은 아니었다.

“헌데 정말 괜찮을까? 놈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을텐데. 게다가 네 말대로라면 전차나 헬기가 나타날 수도 있잖아.”

준의 곁에서 건물이 올라가는 걸 감탄하며 쳐다보던 밥이 입을 열었다. 지원병의 물자를 담당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건물의 배치 정도는 확인해 둘 생각이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해결 방법을 찾았으니까.”

“무슨 지원이라도 받은거야? 우리쪽에도 무기를 주기로 했다던가.”

“지원을 받긴 했는데, 관리소에서 받은 건 아니고...”

준은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레일건을 꺼내들었다. 다분히 실험실에서 막 튀어나온 듯 한 그 모습에 밥도 약간은 놀란 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건... 왠 잡동사니야.”

“잡동사니라니. 이래봬도 레일건 되겠습니다.”

“레일건? 이렇게 작은 물건도 있었나?”

레일건 자체는 충분히 병기로서 가치가 있었고, 지금도 정식으로 무기체계안에 들어가 있는 물건이었다. 그 사거리와 효율성 덕에 어지간한 우주선에는 기본 무장으로 탑재되어 있었고, 레일건을 사용하는 육전병기도 심심치 않게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물건은 아직 현세대에서 실전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였다. 역시 가장 문제는 전력공급이었다.

배터리 문제는 항상 과학계의 난제였다. 20세기부터 이어져온 그 문제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했고, 꾸준히 용량은 증가해왔으나 획기적인 해결방법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용량자체는 과거에 비해 꽤나 늘어난 상태지만 그래도 레일건을 사용할 정도의 전력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군인이 지는 백팩의 전부를 배터리로 채워야 할 정도로 커다란 크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밥의 눈앞에 있는 물건은 배터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 과학의 위대한 발전이 있었던 것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그를 향해 준이 입을 열었다.

“아. 나만 쓸 수 있는거야. 마나를 이용해서 전력을 일으킬 수 있거든.”

“그런게 가능한 건가? 마법이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긴 하겠지만, 전류가 일정하지 않으면 이런 정밀기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텐데.”

“애초에 그게 가능한 기술이니까.”

전자기력 제어의 놀라운 점은 엄청나게 마나를 잡아먹는 기술인데도 불구하고, 전력을 일정수치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준은 시스템의 도움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루나 보다 훨씬 수월하게 조절할 수 이었다.

“레일건이라. 다음에는 양성자 건이라도 만들어보지 그래?”

밥이 질린다는 듯 입을 열었다. 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만든게 아니야.”

“뭐? 네가 아니면 이런 물건을 대체 누가 만드는 거야?”

“루나.”

“끙. 아주 커플끼리 별 짓을 다하는 구만.”

“누가 커플이라는 거야...?”

준은 순간 움찔하며 입을 열었다. 그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가 확실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닌건가?”

“아닌 건 아니지만.”

“역시 맞구만. 내가 촉이 좋다니까. 그래 언제 잤어?”

“...쓸데없는 소리말고. 이거나 봐.”

준은 대답을 회피하고는 레일건을 어깨에 올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날밤의 일까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시미가 여기저기 말을 하고 다니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던 참이었다.

쾅!

레일건에서 탄환이 뿜어져 나오며 엄청난 속도로 불을 뿜으며 날아갔다. 준은 흡족한 얼굴로 레일건의 궤적을 쫓아 준이 목표했던 물체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나무의 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보통의 나무와 헬기의 반응장갑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소형 레일건 자체의 위력은 확인 한 셈이었다.

“생각보다 반동이 적은데?”

밥이 흥미롭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아. 탄환의 무게를 줄이고 속도를 극단적으로 높였으니까. 아마 탄속이 최소 마하50은 넘을걸. 이 엄청난 소리도 그래서 나오는 거고.”

6mm급의 작은 탄환이 소닉붐을 일으키며 엄청난 굉음을 터뜨린다. 밥은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소리야 그렇다 치고, 속도가 높다고 해서 반동이 줄어드는 건가?”

“학교 다닐 때 뭐했냐. 운동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고, 운동량은 속도에 비례한다고. 그러니까 속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운동에너지와 운동량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생겨. 반동에 비해 위력이 강한것도 그래서이고.”

간단히 말해 탄환의 위력은 운동에너지(mv^2)에서 나오지만 반동은 운동량(mv)에서 나오기 때문에 반동이 낮은 것이었다.

“그런 어려운 건 모르겠고. 어쨌든 쓸만하다 그거로군.”

“그래. 이정도면 어지간한 병기가 튀어나온다고 해도 막을 수 있을거야.”

“그렇군. 허면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돼? 밴디트가 이쪽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북부나 동부의 밴티트가 움직이면 여기서는 막을 수가 없잖아.”

“그쪽은 군인들이 알아서 막아야지. 내가 홍길동도 아니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할 수도 없잖아.”

“홍길동이 누구야. 공간이동이라도 하는 건가? 난 들어본적이 없는데.”

“끙. 그런 사람있어. 어쨌든 녀석들이 움직이면 수도에 본진을 두고 있는 불릿타임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는 못할거야.”

준의 계획은 간단했다. 현재 세갈래로 나뉘어져 있는 밴디트들의 무리를 하나씩 각개격파 하는 것. 그들이 아무리 빠르게 밀고 내려온다고 해도, 이동거리가 있는 만큼 수도까지 진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테고, 그 사이 불릿타임이 시간을 조금만 벌어주게 되면 준과 펠로우쉽들이 얼마든지 녀석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렇군. 결국 군대에서 얼마나 시간을 벌어주느냐 하는 게 요점인 셈인가?”

“그런거지. 솔직히 별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래서 빠르게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어. 다행히 밴디트들이 서로 뭉쳐주는 덕분에 전투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을거야. 일단 한 번만 이기면 되는 거니까.”

“진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구만.”

“져서는 안되는 싸움이잖아. 솔직히 말해서 나말고는 이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다른 사람이 그런말을 했다면 뭔 개소리냐고 했겠지만... 지금은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어쨌든 파이팅 하세요. 난 다시 일하러 갈테니까. 아무래도 영 찜찜 하단 말이지... 적에게 보급을 하다니...”

밥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리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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