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5 ----------------------------------------------
협동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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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병력을 끌어모을 건 아니잖아? 그 동안 사냥 좀 하고 있지 뭐.”
“참. 그러면 이것도 좀 같이 시험해 줘.”
준은 그렇게 말하며 어그로발생기를 꺼내들었다. 루나에게 받은 이후로 시간이 나지 않아 한번도 실험을 해본적이 없었다.
“이게 뭔데?”
“어그로 발생기야. 여기에 출력을 설정하고 스위치를 올리면 가만히 서 있어도 외도들이 몰려들거야. 어쩌면 수치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티시스템 보다 편할 수도 있겠군.”
“알았어.”
“웬일로 그냥 하겠다고 하는 거야? 결정체라도 달라고 할 줄 알았더니.”
“이 녀석이 날 뭘로보고. 내가 그렇게 까지 양심이 없지는 않아.”
막스는 그렇게 말하며 어그로발생기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도 10개의 큐브를 사용할 수 있었기에 한 칸도 채 차지 하지 않는 기계를 넣기에는 공간이 차고도 넘쳤다.
준은 퀘스트에 대한 설명을 추가로 하고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일단 내가 지원자를 모집할테니까, 그때까지는 다들 개인시간을 보내고 있어. 사람들을 모으면 곧바로 수송기를 보내서 레이크시티로 집결할테니까 그때까지 막사를 좀 지었으면 좋겠는데. 방법이 없을까?”
“집이라... 그러고보니 건축기술이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군.”
마스터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레이크시티로 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 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건축이라고?”
준이 프로그래밍 기술을 배울때까지만 해도 없었던 기술이었다. 스킬목록을 열어보니 제작기술들 가운데 ‘건축’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준이 여기저기 뛰어다닌 사이 새롭게 오픈된 기술인 모양이었다.
“그 사람을 불러오면 되겠군.”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건축기술을 가진 사람의 프로필을 읽던 준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필의 상단 이름 란에 볼칸 탁시노스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었다.
“이 양반은 군인주제에 왜 건축기술을 가지고 있는거야?”
반쯤은 농담삼아 한 혼잣말이었지만, 생각해보면 레이크시티는 그가 진두지휘 하여 완성된 도시였다. 물론 전문가 수준이 아니라면 기술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겉핱기 식으로 건축을 익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데리고 와야하는 건가. 어지간히 귀찮군 이거...”
일단 볼칸은 불릿타임의 대위로 재직하고 있었다. 군인 신분인 만큼 요즘같은 때에 함부로 움직였다간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랐다.
하지만 건축 기술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꽤나 큰 일이었기 때문에 준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로그래밍을 지우고, 건축을 배우면 되지 않을까?’
지금 프로그래밍을 지운다고 만들어둔 게임이 지워질리는 없을 것이다. 비록 그것을 통해 쌓은 숙련도는 날아가겠지만, 애초에 수치 자체가 높지 않았으니 아쉬울 것은 없었다.
‘볼칸을 데리고 오는 것보다야, 이쪽이 훨씬 수월하지.’
게다가 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루나를 여전히 마음에 품고 있을 그를 불러 일을 시킨다는 것은, 그일이 있기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꺼려지는 것이다.
-시스템. 프로그래밍 기술을 지우고 건축을 배울 수 있어?
-가능합니다.
-무슨 제한 같은 건 없는 건가? 일단 지우면 일정 시간이 지날때까지는 배울 수 없다던가.
-없습니다.
-거참 시원시원해서 좋네. 어쨌든 그러면 이런 꼼수를 통해서 여러가지 제작 기술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프로그래밍 기술을 지운다고 게임이 날아가는 건 아니지?
-네. 이미 제작한 물건들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됩니다.
시스템의 답변에 준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로서 마음에 걸리는 것도 모두 사라진 셈이다. 비록 저가에 판매하고 있긴 했지만, 그런 게임들을 재미있게 즐기고, 또 공략집들을 올리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었다.
-오케이. 그러면 프로그래밍을 지우고 건축으로 교체할게.
-기술 변경작업을 시작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준은 시스템이 기술을 교체하는 사이 델타포럼에 접속했다. 그렇지 않아도 포럼은 밴디트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펠로우쉽과, 그들에게 발효된 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한 화제거리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오스트로스로 집결할 사람. 원정대 모집합니다.
-그걸 왜 니가 하냐. 주인장 올때까지 기다려야지. 보아하니 퀘스트를 받은 것도 그쪽인 것 같은데.
-그래. 기다려봐야지. 아직 보상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잖아. 밴디트랑 싸워보기나 했냐? 녀석들이 얼마나 상대하기 까다로운데. 난 결정체 몇 개 주고 말거면 안할거야. 아무리 펠로우쉽에 속해 있다고는 해도 죽지 않는 건 아니잖아.
-나도 그럼. 나는 보상을 아무리 많이 줘도 안나갈거임. 이제 겨우 중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힘을 얻었는데 괜히 개죽음 당하고 싶진 않음. 어차피 다음달이면 출소니까.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예전보다 몇배는 더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잖아.
-ㅇㅇ. 나도 같은 생각.
-그래도 퀘스튼데, 뭔가 대단한게 나오지 않을까? 솔직히 5레벨 이후로는 레벨도 잘 안오르잖아.
-나 지금까지 경험치 500이나 먹었는데도 아직 레벨업 못함. 이거 뭐임? 대체 경험치가 얼마나 필요한거야?
-사람마다 다르다고는 하는데, 경험자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6레벨 찍으려면 1000가까이 필요하다더라.
-미친. 1000이면 결정체를 백 개 가까이 먹어야 되잖아? 그거 돈주고 사려면 일억이 넘게 든다고.
-결정체는 돈 주고 못사는 게 함정.
-그러니까. 결국 사냥을 통해서 결정체를 먹어야 되는데... 야. 경험치 1000 먹으려면 한 세월이다. 퀘스트가 경험치를 얼마나 줄지는 모르겠지만 난 해야겠다.
대체적으로 퀘스트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은 사이 간간이 긍정적인 의견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준이 생각하기에 그건 어디까지나 델타의 불친절한 시스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보상이 얼마인지 정도만 알려줬어도 분위기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았을 것이다.
준은 일단 공지글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정보를 올렸다. 이곳에 글을 올리면 밴디트들도 볼 수 있겠지만 딱히 대단한 정보가 아니니 별 상관없었다
개중에서 중요한 내용이라고 하면 준이 병력을 끌어모은다고 하는 것 정도였다. 정말 중요한 정보는 펠로우쉽의 전체 메시지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고, 델타포럼에 글을 올리는 것은 펠로우쉽이 아닌 이들에게도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였다.
준이 올린 글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았다.
밴디트 발호. 지원병 모집. 퀘스트 전체 보상은 약 50~100만으로 추정. 기여도를 통해 경험치를 배분.
새 공지글이 올라오자 밑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100만이라는 경험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니 사람들이 흥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박. 경험치가 백만이면 대체 얼마인거야?
-돈으로 따지면 약 천억.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임. 어차피 돈으로 바꿀 수도 없는데.
-하긴 델타스토어의 물건은 대체로 비싸니까, 그정도까지는 안될거임.
-그래도 경험치 만 놓고 봐도 완전 장난 아닌데? 백만을 다먹으면 100레벨 쯤은 그냥 돌파하는 건 아닐까?
실제 백만이 넘게 경험치를 먹은 준의 레벨이 14인 것을 감안하면 현실과는 엄청난 괴리가 있는 말이었지만, 굳이 지금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었다.
-바보냐. 그걸 사람수대로 나누어야 하잖아.
-그래도 백만이면 꽤 나오지 않을까?
-기여도에 따라서 나온다고 하니까, 전투병으로 지원하면 꽤나 많이 나오긴 하겠지.
-재수 좋으면 몇 천 정도는 그냥 들어올 듯.
-눈딱감고 전투병으로 지원해볼까? 운좋으면 몇 억 정도는 그냥 버는 건데.
-그러네. 생각해보니까. 이거 꿀인 듯.
-가자. 레이크 시티로.
-가자. 레이크 시티로.
펠로우쉽 가입 열풍이 불 때처럼 엄청나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수의 펠로우쉽이 모일 것 같긴 했다. 그만한 수를 모두 감당하려면 상당한 크기의 막사가 있어야 했기에 준은 서둘러야 할 필요를 느꼈다.
-프로그래밍 기술을 지우고, 건축 기술을 익혔습니다. 지금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집 밖으로 나섰다. 현재 레이크시티는 숲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때문에 그곳에 건물을 짓다 보면 숲이 훼손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준은 지원병들의 막사를 숲 바깥쪽에 연결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녀석은 어디갔지?”
준은 시미를 찾았다. 맵을 확인해보니 검둥이와 함께 호수에서 놀고 있는 모양이었다.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가보니 성체가 된 시미와, 인간화 되어 있는 검둥이가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었다.
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거의 반라로 있는 시미의 모습이 영 못마땅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데서나 성체화 하지 말랬지?”
“여기는 집인데요?”
“그래도 조만간 사람들이 많이 올 텐데, 그렇게 무방비한 모습으로 있다간 무슨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준의 걱정에 그녀는 오히려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반짝이며 되물었다.
“무슨 일을 당하는데요?”
“그, 그건...”
말문이 막힌 준을 향해 검둥이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형님. 별 걱정을 다하십니다. 이 녀석을 덮치려면 적어도 상급헌터 몇 명은 와야 할걸요?”
“끙. 그래도 이 녀석은 전투형이 아니잖아. 힘은 보통 여자보다도 약하다고.”
루나에게 붙잡혀 꼼짝도 못하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니었다. 게다가 펠로우쉽끼리는 공격기술도 먹히지 않기 때문에 일단 붙잡히면 힘이 약한 그녀가 빠져나올 길은 별로 없어 보였다.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꽤나 곤란한 일을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검둥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시미를 등뒤로 꼭 끌어안았다. 그녀는 갑작스런 검둥이의 행동에도 의아해하기만 할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것보세요. 아무런 반응이...”
뻐억!
준은 시미를 끌어안고 있는 검둥이를 힘껏 걷어찼다.
풍덩!
몇미터를 날아 호수 가운데 빠진 검둥이가 허우적 대더니 물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는 얻어맞은 옆구리를 쓰다듬으며 볼멘소리를 했다.
“으으... 형님. 이건 오직 실험을 위해서...”
“그 속을 누가 모를 줄 알고. 어쨌든 이 녀석이 돌아다닐때는 가능한한 네가 꼭 옆에 붙어 있어.”
“저도 펠로우쉽이라 공격이 먹히지 않을텐데요?”
“데미지는 안 박혀도 물리력은 줄 수 있어. 지금처럼 걷어차거나 하면 일단 떨어뜨릴 수는 있으니까... 그리고 약간 조정을 할 필요는 있겠네.”
“조정이라면...?”
“아. 펠로우쉽끼리도 어느정도는 데미지를 줄 수 있게 하려고.”
“그런 것도 조절 가능합니까? 역시 형님은 대단하십니다. 절 가지세요.”
준은 녀석을 무시하고는 펠로우쉽 설정창을 열어 공격불가 옵션을 조절했다. 이렇게 저렇게 만져보니 최대 100퍼센트까지 설정할 수 있었다. 즉, 펠로우쉽끼리도 서로를 죽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가능하면 같은 편끼리는 그런일이 없어야 했기 때문에 준은 그 수치를 50퍼센트로 맞추었다. 이 정도면 죽이지 않는 선에서 충분히 응징을 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
건축(초급) : 건축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합니다. 실용적인 목적과 예술적인 감성을 충족하는 건출물은 거주지 그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숙련도 0%)
준은 일단 초급 건축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건물을 하나 시험삼아 올려보았다. 직사각형에 방 하나, 욕실 하나가 딸려있는 꽤나 실용적인 형태였다. 재료는 짚, 나무, 그리고 흙 정도였다. 벽돌과 시멘트로도 지을 수 있었지만, 인근에서 돌을 구하기가 쉽지가 않아 그냥 나무로 만들기로 했다.
시미가 레이크 시티 바깥에 새 숲을 하나 만들고, 준이 그 중에서 나무를 베어 집을 지었다.
-시미 마음이 아파요. 나무들이 울고 있어요.
커다란 나무가 되어 두 팔을 뻗고 있던 시미가 입을 열었다. 준은 막 베어넘기려던 나무를 보고는 찝찝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무생각없이 베어넘기던 나무에게 괜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정말이야?
-뻥인데요.
-확 베어버린다.
-이왕 벨 거면 준이 잠드는 침대로 만들어주세요. 그럼 이 한 몸 기꺼이 바쳐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시미가 수줍게 나뭇잎을 바르르 떨었다. 준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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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야 아프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