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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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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 레이크 시티에 내려 펍으로 들어가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황급히 모여들었다. 막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협동퀘스트라니? 우리가 오스트로스까지 가야하는 거냐?”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어. 시스템에서 요구하는 것은 녀석들이 수도로 진격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녀석들을 패퇴시키는 것이니까. 우리 쪽에서 먼저 공격을 할 수도 있겠지.”
“그렇겠군. 그러면 원정대를 꾸리게 되는 건가?”
“아. 일단은 펠로우쉽으로 구성된 이들을 중심으로 병력을 편성할 생각인데.”
“하지만 녀석들이 움직이려고 들지 모르겠군.”
그 점은 준도 고민되는 부분이었다. 비록 펠로우쉽으로 엮여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준의 명령을 따르는 부하들도 아니고, 퀘스트가 떴다고 해서 함께 밴디트들을 공격하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일단은 해볼 생각이야. 설령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더라도 사정을 설명하면 방어에는 나서지 않을 수 없겠지. 어차피 녀석들이 이 행성을 집어삼키게 되면 손해보게 되는 건 수형자들일테니까. 일단은 지원자를 중심으로 공격부대를 편성해서 움직이고 나머지는 수도방위로 돌리면 얼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데. 게다가 공격조로 나서면 나름 꽤 이득도 있거든.”
“이득이라고? 그게 뭐지?”
막스는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었다. 준과 관련된 일이라면 일단 제쳐놓고 가장 먼저 뛰어드는 막스도 이번 퀘스트는 내키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만큼 밴디트를 상대하는 것은 외도를 상대하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실력도 좋지만, 뒤가 없는 녀석들이라 그야말로 죽을때까지 사우려 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목숨을 걸어가면서 싸울 의향이 있었다. 준을 따라서 얻게 되는 보상이 적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판단의 밑에는 호감도 시스템이 작용하고 있었다.
그 시스템에 대해서는 준이 막스를 비롯해, 마스터와 밥에게도 이미 공개를 한 상황이었다. 혹시나, 만에 하나,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들이 준에 대해 가지는 호감이 일정수위를 넘어서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다.
“일단 적들을 제거하는데 얼마나 큰 활약을 했느냐에 따라서 기여도가 결정 돼. 그리고 그 기여도에 따라서 퀘스트를 완료했을 때 받는 보상이 커지지.”
“보상이라면 경험치를 말하는 거겠지?”
“그래. 내가 던전핵을 부술 때 보통 받는 경험치가 대략 1만 정도 되니까. 이번은 최소 그 오십 배 이상은 나올거야.”
“1만이라고...?”
막스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려는 듯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참다못한 마흐무드가 슬쩍 입을 열었다.
“그러면 던전핵 하나에 약 10억인가...?”
“EP로 따지면 그렇긴 한데, 실제로 돈으로 환산되는 가치는 아닌 만큼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 그래도 꽤 많은 양이긴 할거야. 레벨업에만 소진한다고 해도 단숨에 7~8레벨 까지는 올릴 수 있을걸.”
“엄청난데. 이 자식 지금까지 그런 꿀을 혼자서만 빨고 있었다는 거냐?”
“왜 배 아프냐?”
“엄청. 내가 너에 대해서 그동안 잘 못 생각한 것 같다. 이제야 알았어. 네 녀석은 건방진 게 아니야. 넌 엄청나게 겸손한 거였어. 이런 짓을 지난 몇 달간 해왔다는 거잖아? 대체 너 레벨이 몇이나 되는거냐?”
“그렇게 높지는 않아. 14정도.”
“생각보다 높지는 않은데? 그나저나 내가 묻기는 했지만 그렇게 막 이야기 해도 되는거냐? 그런건 보통 비밀로 감춰두는 거 아냐?”
준이 선선히 대답하자 오히려 찔끔한 것은 막스였다. 솔직히 이야기 해줄거라고 생각하고 던진 질문은 아니었던 것이다.
“감춰서 뭐하게? 그리고 중요한 건 레벨이 아니라 기술이야. 레벨이 높아봐야 스탯이나 체력 정도나 조금 오를 뿐이야.”
“그럼 기술은 뭔데?”
“호구조사하냐?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보면 알잖아. 내가 대체 무슨 능력으로 이런 물건들을 만든다고 생각하는거야?”
준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델타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현재 이 자리에는 막스 일행과, 마스터, 그리고 밥이 있었다. 그 외에 준과 펠로우쉽을 맺은 다른 헌터들도 근처에서 기웃거리고 있었지만 대화에 끼어들 정도로 친분이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무슨 새로운 정보가 없나 하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을 뿐이었다.
“흠. 직업 관련 기술인가 보군. 나도 델타 포럼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모으고 있는데, 확실히 그쪽이 꿀빨기에 좋은 모양이더라고. 이럴줄 알았으면 나도 기술 좀 배워둘걸. 어릴 때 엄마가 했던 말을 들었어야 했어. 그렇게 공장가서 기술이나 배우라고 하셨는데.”
“지금이라도 배워보던가.”
“다 늙어서 무슨 기술이야? 그냥 하던데로 살아야지.”
“뭐, 그건 그렇지. 어쨌든 경험치는 꽤나 많이 들어올테니까. 그 부분을 잘 어필하면 지원하려는 사람들도 꽤나 많아질거야. 그리고 어쩌면 생각보다 더 많이 나올지도 몰라.”
“정말이냐?”
“던전핵을 인간이 먹게 되면 외도가 되는 건 알고 있지?”
“그랑튀르처럼 되는 거지.”
막스는 실제로 그랑튀르와 준의 전투를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들은 적은 있었기에 외도화 된 인간이 얼마나 강력한지 대충은 알고 있었다.
“그래. 그런 녀석들을 죽이게 되면 그 몇 배는 나와.”
“그럼 그랑튀르를 죽이고 결정체를 헌터들에게 나누어 줬던 게 그런 이유에서 였냐?”
“당연하지. 내가 손해보는 짓을 할리 없잖아.”
당시 준은 던전에서 나온 결정체의 상당부분을 바스라를 포함한 헌터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나중에 그것 때문에 바스라가 준을 다시보게 되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나하라의 수형자들에게는 나름 인상적인 일이었다.
“이런 사기꾼 같으니라고.”
“설령 내가 그 자리에서 던전핵의 지분을 나누어 주었더라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을 걸.”
“뭐, 그건 그렇지.”
막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에 던전핵의 존재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 했던 들, 바스라를 포함한 수형자들이 준에게 고마워했을까? 오히려 던전핵에서 떨어지는 이득을 똑같이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준을 공격했을 것이다. 당시의 준의 행동은 물론 이기적인 욕심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최선의 방법이기도 했다.
“그러면 나하라의 사람들도 결국 이 사실을 알게 될 텐데, 괜찮겠어?”
가만히 듣고 있던 밥이 입을 열었다. 원거리택배 주문이 밀려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굳이 시간을 내어 와야할 정도로 이번일은 중요한 사안이었다.
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제와서 누가 상관하겠어?”
“하긴 그것도 그렇군.”
“일단 밥과 마스터는 전문 전투원이 아닌만큼 하던 일을 계속해 줘. 특히 막스는 보급때문에라도 훨씬 더 많은 물량이 밀려올테니까 아마 잘 시간도 없을 걸?”
“끙. 헌데 밴디트들 쪽에서 오는 주문은 어떻게 해야하지? 그쪽에 까지 물건을 보내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밥도 준처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사실 비싼 가격 때문에 막스의 원거리택배 물량은 팔할 이상이 밴디트들 쪽으로 가고 있었다. 인구수가 열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밴디트들은 거의 모든 물량을 막스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보아도 상관없을 정도였다.
“하던대로 해. 어차피 네 쪽에서 보내는 물건이 전투에 도움이 되는 물건은 아니니까. 그것보다는 그쪽의 결정체를 빨아들이는 쪽이 오히려 도움이 될거야.”
실제로 결정체 폭탄을 델타폰에 넣으면 그대로 EP로 환산이 된다. 일부 밴디트들 중에서는 그런 식으로 지급된 결정체 폭탄을 빼돌려서 델타폰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막스도 나름대로 적들의 화력을 낮추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나는 딱히 할 일이 없네만.”
“요리의 가격을 좀 더 올리는 쪽으로 생각해봐요.”
“그러면 아군의 보급도 힘들어 질텐데?”
“아군에 보급하는 물자는 내가 대금을 지불 할 테니까. 이번기회에 밴디트 놈들의 결정체를 죄다 흡수하는 걸로 하죠.”
“오오. 마스터 이번에 떼부자 되겠는데? 이것참 누구는 앉아서 돈벌고. 누구는 나가서 뼈빠지게 고생이나하고.”
막스가 부러운 듯 투덜거렸다. 보통이라면 밉상일테지만, 그런 말을 하면서도 그리 밉지 않은 것이 또 그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투 경험치도 꽤나 쏠쏠하니까 열심히 하라고. 기여도는 내가 계산하는 것도 아니고, 시스템이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거니까 속일 수도 없어.”
“쩝. 아무렴. 경험치를 얻기 위한 좋은 기회인데 허투루 할 수 없지.”
그렇지 않아도 그는 5레벨 이후 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를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레벨이 오르지 않아 초조해 하는 차였다.
생각난 김에 막스는 그 부분도 준에게 묻기로 마음먹었다.
“헌데 대체 5레벨에서 6레벨로 오르려면 경험치가 얼마나 필요한거야? 그동안 사냥한 결정체를 모아서 전부 경험치로 돌렸는데도 레벨업이 될 생각을 안하던데.”
“얼마나 모았는데?”
“음? 한 이 백 정도?”
“대체 그 동안 뭐했길래 그거밖에 못 모은거야?”
이백 이라면 겨우 결정체 스무 개 정도였다. 준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버는 경험치가 하루에 몇 만에 달했다. 만약 준이 조금이라도 경험치를 떼어줄 수 있었다면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을 순식간에 10레벨로 올려줄 수도 있었다.
“그거야 너니까 그렇게 생각하는거지. 우리는 네 명이서 사냥 결과를 나눠야 하잖아.”
“참. 그랬지.”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명이서 하루에 스무마리의 특이외도를 잡는다고 해도, 한 사람당 떨어지는 결정체 수는 다섯 개 정도였다. 그걸 꼬박꼬박 모은다고 해도 최소 나흘 정도는 걸렸다. 문제는 항상 그렇게 많은 수의 특이외도를 사냥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한 마리씩 사냥하다보니 이제는 외도를 찾는게 더 일이 될 정도다.”
이제 5레벨에 오른 막스 일행은 전원이 중급헌터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준이 했던 것처럼 어그로 시스템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시간이 오래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준은 문득 파티시스템에 생각이 닿았다.
“파티시스템을 쓰면 훨씬 더 사냥이 수월할텐데?”
“파티시스템? 그게 뭐야?”
“이번에 펠로우쉽을 확장하면서 새롭게 나온건데... 잠깐만 확인 좀 해보고.”
준은 펠로우쉽의 설정 창에 들어가 파티시스템 부분을 확인해 보았다.
‘그때 잠깐 켜보기는 했던 것 같은데...’
확인해보니 OFF로 설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생각해보니 한 번 켰다가 문제가 될 것 같아 다시 껐던 기억이 났다. 파티를 활성화 하게 되면 한 번에 여러마리의 외도를 상대해야하고 그러다 보면 어그로 관리가 쉽지 않아 갑자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가 있었다.
그것을 생각해서 일단 어느정도 펠로우쉽들이 경험이 쌓인 이후에 사용할 수 있도록 꺼두었던 것 같았다.
“일단 파티시스템을 활성화 해두었으니까. 확인해봐.”
“알았어.”
가만히 설명을 읽어나가던 그는 어그로시스템에 대한 부분을 보고는 이마를 탁 쳤다.
“이런 게 있었으면 진작 말 좀 하지.”
“위험할지도 모르잖아. 사람 수에 따라서 특이외도의 숫자가 늘어나니까 조심해서 상대하라고. 죽고나서 나에게 원망하지 말고.”
“하긴. 이거 저렙들 잘못데리고 갔다가는 끔살나기 딱 좋겠군.”
“자동분류 같은 부가기능도 있으니까 일단 한 번 경험해 봐. 위험하다 싶으면 예전처럼 하던지. 하긴 지금 같은 시기에 외도를 사냥하고 있을때는 아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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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없이 휴재를 해서 죄송합니다. 몸 상태가 안좋아져서... 라는 뻔한 말밖에는 할 수가 없네요 ㅠㅠ
다음편은 다섯시에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