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63화 (16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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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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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준의 말에 클라이드는 더욱 화가 뻗쳤다.

“왜 갑자기 흥분하는 거야? 그냥 한 번 튕겨본건데.”

“이. 빌어먹을 범죄자새끼가!”

결국 클라이드가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죽여버리겠다며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준은 관리소장실에서 쫓겨나와야 했다.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던 준은 소장실에서 나오는 제임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고생하십니다.”

“아. 네. 어차피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실무적인 일은 저와 결정을 하시면 될겁니다.”

제임스와 준은 자리를 옮겨 작은 회의실에 자리를 잡았다. 준은 클라이드에게 당한 모욕때문에 화가 난 상태였지만, 제임스가 대신 만족할 만큼 사과를 했고 어차피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회의는 지루하게 이어졌다. 사실상 준은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밴디트가 발호하든 말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시간은 흘러갈 것이고, 3년의 시간이 지나면 퇴소가 가능해진다. 물론 본래 시어도어 대령과 약속했던 1년의 시간보다는 길어지는 셈이지만 그래도 클라이드 소장에게 닥친 문제보다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준은 그 부분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그러니까 밴디트든 뭐든 난 상관없다니까. 계속 같은 말 반복하시네.”

“그들이 알카트뢰즈를 점령하면 수형자들도 자유를 잃습니다. 알스버그님이라고 해도 그건 다르지 않아요. 평생 이 행성에서 머물고 싶으신 건 아니겠지요?”

“그러면 외부에서 군대라도 불러들이면 될 거 아니야. 불릿타임이 망했다고 그냥 손놓고 구경만 하자는 건가?”

“소장님께서는 가능한 한 이일이 바깥까지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십니다.”

“어차피 행성이 점령되면 알려지는 건 매한가지야.”

준의 말에 제임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때가 되면 소장님은 밴디트들과 협상을 할 겁니다. 기존의 양대로 결정체를 제공하는 대신, 행성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요.”

“설마 그럴리가.”

“제가 농담하는 걸로 보입니까?”

“하... 십만의 목숨을 그 인간 같지도 않은 놈들에게 맡긴다는 건가? 그런 행동이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순진하시군요.”

“뭐라고?”

준이 울컥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제임스는 쓰고있던 안경을 벗고는 몸을 젖혀 눈 사이를 매만졌다. 다시 자세를 제대로 한 그는 피로가 쌓인 얼굴로 준을 향해 말을 이었다.

“클라이드 소장에게는 범죄자 십만명 보다 본인의 안위가 더 중요합니다.”

그 말이면 충분했다. 준은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일단 자리에 다시 앉았다. 어차피 준도 정말로 밴디트들을 내버려 둘 생각인 것은 아니다. 가능한 한 많은 지원을 받기 위해서 이 지루한 설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별다른 지원도 없이 1만이나 되는 밴디트를 처리해 달라는 거야?”

“직접 싸우라는 말은 아닙니다. 단지 그들이 오스트로스까지 진격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데 총력을 다해달라는 겁니다. 시간을 어느 정도만 끌어주면 불릿타임에서 움직이기 시작할 겁니다.”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만약 군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쩌지? 놈들은 이미 전차와 헬기를 가지고 있다고. 앞으로 또 뭐가 나올지도 몰라. 차라리 궤도폭격이라도 하던가.”

“알카트뢰즈는 지각이 불안정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빈대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이미 빈대 수준은 넘어섰다는 생각이 든다만.”

“준 알스버그님의 즉각 적인 석방과, 불법적인 상업행위를 묵인해 드리겠습니다. 병력을 이동할 수 있는 왕복선도 제공해 드리지요. 거기에 추가로 니들건의 보급대수에 따라 어느정도 손해를 보전해 드릴 의향도 있습니다.”

제임스가 조건을 제시하자 준의 머리속에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퍼졌다.

조건이 만족되어 협동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협동 퀘스트, ‘오스트로스 사수’가 생성됩니다.

사용자는 알카트뢰즈의 통제권을 얻으려 하는 적들의 공격에서 수도 오스트로스를 지켜야 합니다. 이 퀘스트는 시간 제한이 없으며 적들이 완전히 공격을 포기하기 전까지 완료되지 않습니다.  아래 조건을 완료하면 추가 경험치를 얻습니다.

보조 퀘스트

던전핵 파괴(0/50)

밴디트 처치(0/5000)

‘협동 퀘스트?’

준은 처음보는 퀘스트에 깜짝 놀라며 설명을 읽었다. 보조퀘스트의 완료조건이 무지막지하다는 것과, 협동이라는 말이 추가된 것 외에는 기존의 퀘스트와 별 다른 것은 없었다. 하지만 준은 곧바로 전해지는 메시지에 그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준? 방금 협동 퀘스트라는 게 떴는데요, 이게 대체 뭐죠?

-이봐. 애송이. 지금 내 눈앞에 퀘스트가 하나 떴는데 이게 뭐냐?

-준. 지금 바빠죽겠는데 퀘스트가 대체 뭐야?

-흠. 퀘스트에 대해서 설명해 줄 수 있겠나?

차례대로 루나, 막스, 밥, 그리고 마스터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준은 일단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 답장을 보내고는 재빨리 델타포럼을 훑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포럼내에서도 협동퀘스트를 받았다는 이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현재 펠로우쉽의 숫자는 약간 성장세가 둔화된 상태라 2000명 선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일단 그들 모두에게 협동퀘스트가 생성되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았다.

“생각중이십니까?”

갑자기 준이 말을 멈추자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아. 잠시 제안을 검토하고 있었어. 헌데 줄게 그것 밖에 없는 건가?”

“부족하십니까?”

“결국 네 말은 헌터들을 부추겨서 밴디트들과 전쟁을 하라는 이야기인데,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대가가 없다는 것은 좀 우습잖아. 게다가 보급물자에 대한 이야기도 없어. 싸우는 동안 자비로 숙식을 해결하라는 말인가? 무기도 마찬가지야. 저쪽은 총기에다가 헬기까지 사용하는데 우리는 맨손이지. 강습함이나, 전투기를 달라는 소리는 안할게. 하지만 총기 정도는 제공해 줘야지.”

“헌터에게 총기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이제와서 법을 따지자는 건가?””

“다른 것들은 어떻게든 얼버무릴 수 있지만 총기사용은 안됩니다. 그건 연합정부에서 가장 민감해 하는 부분이니까요. 무엇보다도 플랫폼에 있는 총기는 백 정이 채 넘지 않습니다.”

“젠장. 결국 녀석들에게 빼앗거나 맨손으로 적들과 싸우라는 말이군.”

“대신 보급문제는 어느정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결정체로 지급해드리겠습니다. 그쪽이 아무래도 편할 것 같으니까요.”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델타스토어에서 음식을 팔고 있었기 때문에 결정체 수만 충분하면 펠로우쉽들을 먹이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지리한 회의 끝에 준이 얻어낸 것은, 생각보다 큰 것은 아니었다. 사실 군대의 지원과, 무기의 보급 정도는 얻어낼 생각이었지만 그 부분은 애초에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할 정도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대신 식량을 보급하기 위한 1만개의 결정체와 병력을 이동하기 위한 수송선, 그리고 단 한 번 뿐이지만 요청시 궤도폭격 허가를 얻어 낼 수 있었다.

궤도폭격 같은 경우는 플랫폼에서 텅스텐 재질의 강철바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공격하는 병기였다. 방식만 놓고 보면 우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 핵병기 급의 파괴력을 내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게다가 알카트뢰즈는 지각 자체가 불안정하여 수시로 화산폭발과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다 보니 지각을 뚫고 들어가는 병기의 특성상 연쇄작용으로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어 사용처 자체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었다. 그것을 비록 단 한 번이지만 허가를 해주었다는 것은 그만큼 클라이드 소장이 이 사안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진빠지는 밀고 당기기 끝에 겨우겨우 최소한의 것을 얻어낸 준은 긴급으로 전해진 소식에 급히 왕복선을 향해 달려야 했다.

-알카트뢰즈 전역, 밴디트 발호.

델타포럼을 통해 전해진 이 소식은 해당 도시가 아닌 지역의 사람들마저도 긴장에 빠뜨렸다. 밴디트들의 숫자가 수형자보다 적기는 하지만 그들은 수년, 혹은 수십년간 이곳에서 살아남은 베테랑 헌터들이었다. 각 개인의 실력으로 보자면 일반 수형자들은 거의 상대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준은 왕복선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가면서 니들건 가격을 원가수준으로 떨어뜨렸다. 10EP라는 저렴한 가격에 니들건이 풀리자, 예전 같았으면 싸게 판다고 뭐라고 했을 이들마저도 니들건 구입을 종용했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현재 루나는 오스트로스 인근에 위치한 연구소에 있었다. 각 정부기관과 불릿타임의 본부가 있는 지역으로 사실상 연구소는 군부대 안에 위치한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준은 그녀가 플랫폼으로 일단 피신하도록 권유했다. 밴디트들이 오스트로스를 공격할 것이 거의 확실한 이상, 아무리 연구를 위해서라도 그곳에 있는 것은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연구원들 사이에서도 분위기가 좋지 않아요. 군인들 사이에서도 곧 큰 전쟁이 일어날거라는 소리가 들리구요.

-밴디트들이 수도를 목표로 움직일거야. 너무 늦지 않게 플랫폼으로 피신하도록 해.

-기존에 연구하던 것들을 정리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요.

-가능하면 서둘러 주었으면 좋겠어. 솔직히 말하면 네가 있으면 신경쓰여서 제대로 싸울 수 없을 것 같아.

-혹시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당연하지.

-...어떻게 하죠? 지금 준이 너무 보고 싶어졌어요.

-그게... 지금은 안 돼. 밴디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거든. 내가 있지 않으면 그들을 막을 이들이 없을거야.

-알아요.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음. 뭘 말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내가 오스트로스에 가기 전까지는 떠날 준비를 해둬. 그때는 정말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네. 그럼 그때 봬요. 참. 그리고 인벤토리를 확인해 보세요. 혹시나 필요할지 몰라서 넣어둔게 있어요.

-응? 뭔데?

준이 인벤토리를 열어 확인해 보니 묵직해 보이는 금속성의 커다란 총 한 자루가 있었다. 삼각대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두 손으로 들어 어깨에 걸치고 써야 할 정도로 크기가 컸다.

-이건 뭐지? 아무리 봐도 총 같은데? 덩치가 좀 크고 무거워 보이긴 하지만...

-레일건이에요. 실험실에 있던 건데, 약간 개조를 해서 개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어쨌든 법에 저촉되지는 않는 물건이니까 사용해도 별 문제는 없을거에요.

-아무리봐도 배터리 같은 건 없는데...?

레일건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전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인벤토리 안의 레일건 어디에서도 크고 우람한 배터리 팩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설령 있다고 해도, 휴대용 배터리로 레일건에 들어가는 전력을 충당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준에게는 필요없어요.

-무슨... 아. 그렇군.

준은 그제서야 루나에게서 배운 일렉트릭 필드가 떠올랐다. 근거리 내에서 일어나는 전자기력을 조절가능한 준에게 레일건에 들어갈 배터리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헌데 레일건에 들어갈만한 전력을 끌어낼 수 있을까?

-마나만 충분하면 가능할 것 같아요. 제가 한 번 정도는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준이라면 훨씬 더 많이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아홉발 정도는 가능하겠군.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형이긴 하지만 어쨌든 레일건은 레일건이다. 어지간한 반응장갑은 우습게 뚫어버릴 수 있는 화력을 뿜어낼 수 있는 만큼 지금의 준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만약 처음부터 이게 있었다면 헬기를 두려워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기껏 플랫폼까지 올라가서 클라이드를 만나서 얻어 온 것보다 그녀에게 받은 이 물건이 훨씬 더 큰 도움이 되어 보였다.

-고마워. 정말 필요한 물건이었어.

-고마우면 꼭 살아남아요. 마음 같아선 싸우게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그래.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다시 만나러 갈게.

-영화에선 꼭 그렇게 말하고 못 돌아오던데.

-괜찮아. 이건 영화가 아니니까.

준은 피식 웃었다. 그녀가 이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을지 눈에 선했다.

============================ 작품 후기 ============================

보통 내용에 따라서 글쓰는 시간이 달라지곤 하는데요. 오늘은 정말 오래 걸리네요. 밤 8시부터 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겨우 두 편 이라니.

오늘은 진짜 두편만 올라갑니다. 좀 쉬어야 겠어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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