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0 ----------------------------------------------
피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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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지축을 뒤흔드는 엄청난 폭발과 함께 준은 허공으로 떠올랐다. 크로마시티의 지배자를 죽이려는 순간, 녀석이 품에 지니고 있던 결정체 폭탄을 터뜨려 자폭을 해버린 것이다.
“으아! 뜨거워!”
수십미터를 날아 반쯤 부서진 건물의 잔해에 처박힌 준은 온몸이 숯덩이가 된 채 바닥을 뒹굴었다.
체력바가 20퍼센트 아래로 떨어져 경고음을 내뱉고 있었다. 운이 좋아 녀석의 의도를 깨닫고 재빨리 몸을 피했으니 망정이지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
“형님! 괜찬으세요?”
메타모포시스를 사용하여 거대화된 검둥이가 준을 향해 달려왔다. 그는 온몸에 피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준이 던전핵의 보유자와 싸우는 동안 다른 밴디트들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골렘들은 남은 밴디트들과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보스가 죽은 이상 녀석들도 얼마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준은 한숨을 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사방에 밴디트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개중에는 상처가 없이 깨끗한 형태로 누워있는 이들도 있었는데 태반이 시미의 ‘요정의가루’에 의해 영원히 잠들게 된 녀석들이었다.
준은 머리가 불타고 있다며 호들갑을 떠는 시미를 휴대용 물통에 집어넣고서는 뚜껑을 닫았다. 투명 플라스틱 통이라 안에서 물고기처럼 뻐끔거리고 있는 시미의 모습이 보였다.
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폐허직전으로 망가져버린 크로마시트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이로서 열두 번째인가?”
준은 폭발로 인해 산산조각난 적의 보스에게서 던전핵을 분리하고 그것을 깨뜨렸다. 머리속에서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시스템메시지가 울려퍼졌다.
퀘스트, 크로마시티의 무법자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여도 분석중... 75퍼센트로 측정됩니다. 경험치 50230를 얻습니다.
지난 한 달간 준은 쉴새없이 밴디트들의 도시를 돌며 녀석들을 죽이고 또 죽였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제정신으로 할 수 없는 강행군이었지만, 냉철스킬의 힘을 빌려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그 사이 검둥이는 다시한번 진화해 초록색 정예외도가 되었고, 골렘들도 모두 초록색 외도로 진화했다.
탄소베이스 골렘인 대흉근은 더 가벼워지고 단단해졌고, 구리베이스인 골렘 1,2,3호는 덩치만 더욱 불려서 이제 5미터에 달하는 거신상이 되어 있었다. 준도 나름대로 매크로 어택을 이용해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이쯤되니 솔직히 테이머라고 불려도 할말이 없을 지경이었다.
초록색 외도로 진화한 대흉근의 체력만 해도 20만이 넘었고, 골렘 형제들은 30만에 육박할 정도였다. 이쯤 되면 알카트뢰즈 전체를 골렘형제들 만으로 평정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후. 이번에도 살아남은 포로는 없는 건가.”
솔직히 말해 준이 이일을 시작한 계기는 퀘스트 경험치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녀석들의 본거지를 털어보니 준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밴디트들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있었다.
따지고 보면 벨벳시티는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거의 대부분의 도시에서 군인포로들은 남아 있지 않았으며 대부분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밴디트들은 인간을 식량으로 삼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들을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고 가축처럼 여기는 시점에서, 그들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비인간적인 행위들이 당위성을 얻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들은 포로들끼리 싸움을 붙여 서로 죽이는 것을 보고 즐기며, 가학적인 고통을 가함으로서 쾌감을 얻는 것을 유흥거리로 삼았다. 강간은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외에도 녀석들이 저지르는 잔학한 짓들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하루종일 이야기해도 모자랐다. 애초에 경험치나 더 벌어보자고 시작한 일이었다고 해도, 그쯤되니 녀석들에 대한 증오가 더욱 커질수밖에 없었다.
점점 준의 이동속도는 빨라져갔다. 벨벳시티에서 일주일을 보냈던 그는 어느순간부터 하루만 쉬고 바로 다음도시로 이동하길 반복했다. 그런 식으로 준은 지금까지 12곳의 도시를 제거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준의 연이은 공격에 밴디트들이 대거 이동을 시작했다. 소규모 도시들이 자꾸만 공격받는 것을 두려워 한 녀석들이 몇 개의 큰 덩어리로 뭉치는 것이다.
이미 예측된 수순이었다. 녀석들도 머리가 있는 이상, 살아남기 위해 세력화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때문에 준은 그전에 녀석들을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서 빠르게 움직였던 것이다. 그동안 겨우 12개 도시만을 처리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쪽에서도 아직 정확한 정보는 알 수 없어요.
-위성으로도 파악할 수 없는 건가?
준은 루나에게 부탁해 녀석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전파교란이 점점 심해져서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 어려워요.
-광학카메라는 전파의 영향을 받지 않잖아.
-아마 일정 지역의 빛 자체를 교란하는 것 같아요. 엑조틱 에너지가 밀집된 지역에서 자주 벌어지는 현상인데, 이번 경우는 의도적으로 행하는 일이겠죠. 슬로암의 경우와 비슷해요.
-녀석은 모래바람으로 감추었지만, 다른 녀석들도 그런 기술을 쓸 수 있는 건가?
-비슷하게는 흉내낼 수 있을거에요. 그런 이들이 여러명이 된다면 더 수월하겠죠.
-쳇. 골치아픈 놈들이군.
-준도 이제 그만 돌아가요. 더 이상 혼자서 움직이다가는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어요.
루나는 진심으로 준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동안 준이 혼자서 밴디트들의 도시를 습격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안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아무리 나라도 천단위로 모여있는 밴디트들을 공격할 생각은 없어.
밴디트는 모일수록 강해진다. 아무리 중하급들이라고 해도 헌터는 헌터다. 녀석들이 우르르 몰려 공격을 시작하면 준이라고 해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결정체 폭탄이 마음에 걸렸다. 1만이 넘어가는 준의 체력을 단번에 날릴 만큼 무시무시한 화력을 가진 물건도 있는 만큼, 더 이상의 무리한 원정은 그만둘 생각이었다.
투투투투-
그때 하늘에서 이상한 소음이 들려왔다. 헬기의 로터음처럼 들렸지만 생각보다 작은 소리에 준은 의아해 하며 언덕 너머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언덕 뒤에서 두대의 전투헬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클라이드 버냉키가 보낸 군인들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던 준은 곧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관리소에서 보내었다면 평범한 수송용 헬기였을 것이다. 게다가 저렇게 로터음을 죽이면서 까지 근거리까지 접근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저 두 기의 헬기는 분명한 태도로 준을 공격할 의사를 내뿜고 있었다.
“모두 모여!”
준은 황급히 골렘들을 불러모았다. 그는 평소 EX필드로 인해 어떤 화기에도 면역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투가 끝난지 얼마되지 않는 시점이다. EX필드는 물론이고 체력조차도 20퍼센트 아래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미사일 같은 거라도 한대 맞으면 체력이고 뭐고 한방에 날아 갈것이 틀림없었다.
“젠장. 설마 노리고 있었던 건가?”
준이 최근 밴디트들의 도시를 털고 다닌다는 사실은 어느정도 알려져 있었다. 현재 준이 있는 이곳 크로마시티도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해서 밴디트 전원이 도시안에 남아서 니들건 까지 들고 방어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니들건이 준에게 대항하는 무기가 될 수 없음을 그들은 목숨을 대가로 깨달아야 했다. 애초에 니들건을 판매할 때부터 ‘공격불가’ 옵션을 걸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준을 비롯한 펠로우쉽들 전원에게 데미지를 입힐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준 일행에게는 니들건보다는 화기가 더 위력을 발휘했다. 항력이 없고 오로지 체력만 존재하는 펠로우쉽의 외도들에게 그것은 의외의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골렘은 몸 자체가 워낙 단단해 소총정도로는 전혀 데미지를 줄 수 없었고, 검둥이의 피부 역시 소총에 관통되지 않을 만큼 질기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이들이 준에게 사격을 집중하려고 해봤지만 준에게는 관성제어라는 기술이 있었다. 비록 마나소모때문에 오랜시간 동안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날아오는 총알의 관성력을 180도 돌리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총을 사용한 밴디트의 머리를 터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미사일은 다르다. 관성제어가 만능이 아님을 이미 크로울리와의 싸움에서 확인한 바 있었다. 엄청난 물리량으로 날아오는 물체는 관성제어로도 한계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작은 총알이라면 모를까 보통 헬기에 달고 다니는 헬파이어 같은 미사일을 관성제어로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되돌리기를 실패하기라도 해서 근처에서 폭발한다면 현재 남은 체력으로 버틸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었다.
푸슉! 푸슉!
콰아아아!
허탈하게 느껴질 정도로 작은 발사음과 함께, 두 기의 전투헬기에서 쏘아진 여덟 개의 헬파이어 미사일이 준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거의 음속에 달하는 속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은 3킬로 미터 바깥에서 불꽃을 뒤로 뿜으며 엄청난 기세로 쏘아져 왔다.
준은 일단 날아오는 방향에 골렘들의 벽을 세웠다. 그 폭발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골렘이라면 충분히 버티고도 남을 거라는 계산이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헬파이어 미사일이 벽을 치고 서있는 골렘에게 명중했다.
콰아아앙!
“큭!”
폭발의 충격과 폭풍의 준의 몸이 몇미터나 뒤로 밀려났다. 다행히도 미사일의 폭발력과 파편은 골렘들의 거대한 몸에 막혀 준에게 까지 닿지 못했고 준은 자욱한 연기와 먼지 가운데서 우뚝 서있는 골렘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장. 살아있나?
준이 막 골렘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소리치려는 찰나, 대흉근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준은 순간적으로 눈물이 날뻔 했지만 침착하게 녀석들의 체력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녀석들의 체력은 아직 충분히 남아 있었다. 비록 미사일의 폭발력이 준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하긴 했지만 골렘을 쓰러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다음 공격을 생각하면 마냥 여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미사일 여덟개가 전부 명중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공격으로 체력의 1/5이 날아갔다. 앞으로 이런 공격이 더 이어진다면 골렘들도 버티긴 힘들거야.’
대충 계산해보면 정확하게 골렘에게 타격되었을 시, 헬파이어 미사일 한방에 체력을 약 5만 정도 날리는 것 같았다. 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헬기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이었다.
‘저걸 어떻게 잡는다...?’
밴디트가 저런 물건을 구할 수 있을리 없으니 저 공격헬기는 불릿타임과의 전투에서 노획한 물건일 것이다.
결국 미사일도 탄약도 재보급을 할 수 없는 상황임은 명백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보통의 공격헬기 한대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스무 개씩 달고 다니는 것을 생각해보면 저 헬기들은 아직 얼마든지 미사일을 날려댈 수 있었다. 그리고 준을 노리고 왔다는 것이 확실한 이상, 놈들이 이 기회를 놓치려고 들지는 않을 것이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 까지!
전이만 피자 먹으러 갑니다. 도미노신제품고구마호박스페셜피자! 아침에 시켜먹고 남아서 냉장고에 넣어둔 그 피자. 전자렌지에 돌려서 갈릭디핑소스를 듬뿍발라 먹는 그 피자.
그럼.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