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58화 (15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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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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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일단 바닥에 죽어 나자빠져 있는 루벤과 존슨에게서 노란색 결정체를 회수했다. 노란색 결정체는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단순결정도로 계산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보통 결정도로 쳐주는 붉은색 결정체와는 달리 결정도 대비 몇배는 더 쳐주기 때문에 경험치로 흡수하는 것 보다는 가지고 있는 편이 훨씬 나았다.

물론 그것이 아니더라도 준은 결정체는 거의 대부분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다. 굳이 결정체를 경험치로 변환시키지 않아도 델타폰으로 부터 꾸준히 경험치가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현재 준의 경험치가 백만이 넘는 상황이다보니 결정체 몇개 쯤 흡수해봐야 바다에 한바가지 물을 더하는 정도였다.

그럴 바엔 현금화 할 수 있는 결정체를 가지고 있는 편이 훨씬 이득이었다. 경험치 같은 건 아무리 가지고 있어봐야 돈으로 바꿀 수 없었다.

꼬르륵.

“준. 배고파요.”

준의 상의 주머니 속에 있던 시미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전투하는 내내 그곳에서 잠들어 있었다. 아예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끔 주머니를 닫아 놓은 때문도 있지만 그녀 자체가 별다른 일이 없을 때는 잠에 빠져 있는 것이 일상이었다.

준은 조만간 그녀의 안전을 위해 외부의 충격에도 끄덕없는 새로운 주머니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비주얼로만 보면 그녀는 한없이 약해보이지만, 실제 그녀의 체력은 준의 몇 배에 달한다. 전투 중에 준의 앞가슴에 피격되어 그녀가 잠들어 있는 주머니가 공격당한다 할지라도 그녀가 죽거나 다칠 일은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맞았다. 만약 그녀가 상처를 입을 정도의 공격이라면, 오히려 준이 즉사할 정도의 데미지를 대신 맞아 준 셈이니 오히려 방패역할을 해준다고 볼 수도 있었다.

“자. 먹어.”

준은 시험삼아 그녀에게 노란색 결정체를 주었다. 지금까지 붉은색만 먹여왔기에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해서였다. 물론 돈이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준에게 노란색 결정체 하나 값은 그리 큰돈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오오? 이건 새로운 거에요? 바나나 맛?”

“...아니야. 그럼 붉은색은 딸기맛이냐? 애초에 바나나를 먹어본적은 있는거냐?”

“아니요. 하지만 시미는 상상력이 뛰어나요. 아마 색깔처럼 부드러운 맛이 나지 않을까요?”

“딱히 틀린 건 아닌데. 그렇다고 맞는 것도 아니고... 부드러운 맛이 대체 뭐냐. 어쨌든 그거나 먹어.”

“네에~”

시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결정체를 입에 집어 넣었다. 덩치에 비해서 결정체가 크다보니 한입에 집어넣으면 갑자기 시미의 머리가 두 배 정도 커지는 효과가 있었다.

“나눠서 먹으라니까.”

“으와으으아응!”

“다 먹고 말해. 이것아.”

준은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톡 쳤다. 한참있다가 겨우 결정체를 해치운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오옸! 오오오옷!”

“말을 해. 이상한 소리 내지말고!”

“이건 마치 소우주가 입안에서 폭발하는 느낌! 빅뱅의 순간이 지금다시 재현된 것 만 같아요! 순간적으로 입안에서 미각이 팽창하면서 인플레이션 현상을 통해서 양자단위의 미세한 맛이 갑자기 입안을 별들로 채우고 있어요!”

그녀는 알수없는 소리를, 그것도 아주 엉망진창으로 틀린 이야기를 지껄이며 호들갑을 떨었다.

“...요즘 무슨 책 보냐?”

“바보도 알수있는 빅뱅이론이요.”

“뭐, 잘했다. 어쨌든 맛은 있다 그거지?”

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어쨌든 그녀에게 책을 읽히는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어휘력도 꽤나 늘고 있었고, 이정도면 나중에 적당한 학교에 보내서 공부를 시켜도 될 것 같았다.

만드라고라가 학교를 다녀도 되는가가 일단 문제였지만, 그런 사소한 것 정도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 전에 과연 그녀가 학교를 다니려 할까?

‘그래도 고등학교까지는 졸업해야...’

준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미래를 상상하며 한숨을 쉬었다. 배운것도 없이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가기란 참 힘든 일이다.

물론 쓸데없는 생각이었지만 그녀를 보고 있자면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철없는 동생처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포로들을 구출해볼까.”

퀘스트 창을 열어보니 밴디트들의 처치숫자가 꾸준히 상승해서 어느새 30을 넘어서고 있었다. 준이 같이 움직였다면 더 많은 녀석들을 처리할 수 있었겠지만, 일단은 포로들을 구출하는 메인퀘스트가 우선이었다.

다행인 것은 준이 크로울리와 싸웠던 곳과, 포로수용소가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건물은 조금의 흠집도 가지 않았고 준이 처음 보았던 모습 그대로 서 있었다. 자칫 전장이 옮겨졌다면 이곳까지 피해를 볼 수 도 있었다. 그것이 준이 전투를 빠르게 종료한 이유이기도 했다.

끼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예의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준은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고는 포로들이 갇혀 있는 방문을 하나하나 열었다.

안타깝게도 이미 사망한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직도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다. 밴디트들이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식량을 꾸준히 넣어준 때문인 모양이었다. 자기들이 먹을 것도 모자라면서 포로들을 먹이다니, 물론 놈들 입장에서는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한 방편이었겠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대체 누구신지.”

포로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이 한명이 준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그래도 겨우 삼십대 초반 정도에 불과했다. 다른 포로들이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아선 그가 아마도 이 사람들 중에선 가장 계급이 높은 모양이었다.

“준 알스버그라고 한다. 일단은 그쪽을 구하기 위해서 온 거지.”

“저, 정말입니까?”

“그래. 그러니 부상자들을 데리고 일단 이 건물부터 빠져나가도록 하자. 이런 곳에 한시라도 더 있다간 나까지 병에 걸릴 것 같으니까.”

“하지만 바깥에는 밴디트들이... 자그마치 이백명이 넘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잘못했다가 들키기라도 한다면 저희들로선 상대를 할 수가 없습니다. 무기가 없는 것도 그렇지만, 이미 전투를 할 체력은 남아있지 않아요.”

그는 밴디트들이 두려운 듯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꽤 오랜시간 머물렀을 테니, 그동안 끌려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부하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되었을 것인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걱정말고, 나만 따라와. 지금 이곳은 안전하니까.”

“안전하다니...”

그는 도대체 무슨말을 하냐는 듯 준을 쳐다보았다. 매번 설명을 해야하는 입장에서 서다보니 준은 어지간한 일들은 굳이 입아프게 말로 하지 않았다.

“직접 봐.”

준은 그렇게 말하며 포로수용소의 문을 활짝 열었다. 바깥에서 강렬한 빛이 들어오자 포로들은 일제히 눈을 가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거의 보름가까운 시간 동안 햇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빛에 익숙해 지기위해선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참후에 준을 따라 바깥으로 나온 포로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밴디트들의 시신이 여기저기에 널부러져 있었고, 상당수의 건물들이 파괴되어 잔해만이 남아 있었다. 그중 일부는 불에 타는 것들도 있었다. 그건 아마도 대흉근의 짓으로 생각되었다.

준은 포로들을 그나마 멀쩡한 건물로 이동시켰다. 어둡고 습한데다가, 오물로 가득찬 수용소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그들의 체력은 거의 바닥을 치고 있었다. 때문에 일단은 씻는 것보다 먼저 죽이라도 먹이고 깨끗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했다.

준은 인벤토리에서 재료를 꺼내곤 ‘요리’스킬을 이용하여 즉석에서 30인분의 죽을 끓였다. 별다른 조리도구도 없이 순식간에 죽이 완성되자, 그 과정을 지켜보던 포로들은 마치 꿈을 꾸는 듯 몽롱한 얼굴로 준을 바라보았다.

“다들 이쪽으로 와서 적당히 받아가. 욕심부리다가 탈나지 말고. 일단은 제대로 된 음식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으니까.”

그나마 군인 출신들이라 그런 지 음식앞에서도 나름의 질서가 잡혔다. 그들은 일렬로 서서 준이 주는 죽을 받아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적당히 그들을 챙기자 준의 머릿속으로 메인 퀘스트의 완료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직 보조퀘스트가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준은 보상을 미루었다. 잠시 후 밴디트 처치 카운터가 100명이 넘자 보조퀘스트도 완료되었음을 시스템메시지가 알려왔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포로들은 안전한 곳에서 따뜻한 음식과 깨끗한 환경에서 회복되고 있습니다. 밴디트들은 한동안 벨벳시티 근처에서는 얼씬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기여도를 계산중입니다...... 총 81퍼센트의 기여도를 얻으셨습니다. 경험치를 5,100 얻습니다. 보조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조퀘스트를 통해 경험치를 81,220을 얻으셨습니다.

“역시.”

메인퀘스트보다 보조퀘스트로 인해 얻는 경험치가 훨신 많았다. 이는 결국 던전핵의 유무에 따른 것이다. 퀘스트 자체는 경험치를 그다지 많이 주지 않는 대신, 퀘스트 과정에서 얻게되는 경험치의 일부를 사용자에게 좀 더 나누어 주는 형태인 모양이었다.

“준? 나 또 자라는 거 같아요.”

“뭐? 벌써? 한 것도 없이 경험치를 가져간거냐?”

퀘스트를 완료하자마자 시미가 준의 앞주머니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온몸에서 환한 빛을 내뿜었다. 아무래도 직접 공격을 한 것은 없지만, 준의 앞주머니에서 함께 움직이다 보니 위험도를 감안해 기여도가 부여된 모양이었다.

손바닥 만했던 시미의 몸이 다시금 천천히 자라더니 어느새 준의 어깨높이까지 커졌다.

가까이서 보면 아직도 얼굴은 중학생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실제로 그녀의 몸은 충분히 성숙해, 그렇지 않아도 몸의 대부분을 노출하고 있는 그녀의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헤헷. 이제 어른이다요!”

“일단 말부터 똑바로 배워.”

폴짝 뛰어 달려드는 시미를 억지로 밀어내며, 준은 고개를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갑자기 그녀에게 발정하거나 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어쨌거나 준은 그녀가 아주 작을때부터 보아왔고, 그녀에 대해서만큼은 거의 득도한 고승과도 같은 태도로 바라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식물이라는 점에서, 뇌의 어딘가가 반응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로 옷을 맞춰야겠는데...?”

준은 그녀를 힐끔힐끔 훔쳐보는 포로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방금전까지 죽을날만 기다리고 있던 군인들이었지만, 눈앞에 여자가 있으니 고개가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후. 이런 상황에도 눈이 돌아가는 걸 보면 남자란 참 한심한 동물인 것 같다.”

“원래 수컷의 본능아니겠습니까? 형님?”

“헐? 넌 왜 갑자기 말을 하는거야?”

준은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거의 사람이나 다름없는 형태를 하고 있는 검둥이가 있었다.

녀석은 검은 머리에,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얼굴에 돋아난 수염 몇가닥과 머리위의 귀, 그리고 발과 꼬리를 제외하면 거의 사람과 같은 모습이었다.

“너도 진화한거냐?”

“네. 이제 노란색 정예외도입니다. 그리고 어쩌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변신할 수 있게 됐어요. 이게 다 형님 덕분입니다.”

“흠... 개일때가 더 편했는데.”

“제가 잘못들은 건 아니지 말입니다?”

검둥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준은 가만히 녀석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 잘 생각해보라고. 사람형태일때보다 개의 형태일때가 훨씬더 음식을 적게 먹어도 움직일 수 있고, 공간도 덜차지 하니까 훨신 효율적이지. 게다가 루나가 나타나면 어쩔 생각이지?”

“아차! 이런 모습이어서야 누님의 품에 안길수 없겠군요!”

검둥이는 낭패라는 듯 입을 열었다.

============================ 작품 후기 ============================

좋은 아침이네요. 전 자러 갑니다. 뀩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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